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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년 4월 8일(월)
    • 작성일2024/04/08 11:25
    • 조회 134
    오늘은 선거 날  /  박노해

     오늘은 선거 날
     투표소에 간다 

     신분증을 내밀고 투표용지를 받고
     좁은 기표소에 들어서 나 홀로
     붉은 도장을 들어 찍으려는 순간 

     떨린다
     이게 뭐라고
     마음도 손도 떨린다  

    행여 선을 넘을까
    숨을 멈추고
    꾹 찍는다 

    투표를 마치고 나온 사람들이
    지인들과 나직이 속삭인다
    아유 왜 이리 떨려
    이게 뭐라고 이렇게 떨려 

    그렇다, 권력은 전율이다
    권력에는 생의 전율이 흐른다
    국가 권력의 칼을, 내 삶의 결정권을,
    그 손에 쥐여주는 것은 떨리는 일이다​

     이 나라는 떨고 있다
     민주주의는 떨고 있다
     삶의 자유는 떨고 있다 

     내 손으로 직접 대통령을 뽑기 위해서
     내 손에 이 투표용지 한 장을 쥐기 위해서
     싸우고 갇히고 죽어간 수많은 벗들과
     흰옷을 피로 물들이며 산처럼 쓰러져간
     내 안의 선조들이 나와 같이 떨고 있다 

     이게 뭐라고
     실망하고 또 실망할 걸 알면서도
     난 지금 떨고 있다 

     오늘 나처럼 숙연한 떨림을 품고
     그래도 우리 함께 앞을 바라보는
     한 사람, 한 사람, 또 한 사람,
     그 곧고 선한 마음의 떨림들이
     세상을 조금씩 전진시키는 것이니

     미래는 떨고 있다
     희망은 떨고 있다
     우리는 떨고 있다​

    *출처: 박노해 시인의 숨고르기 ’오늘은 선거 날‘ 
     (www.nanum.com, 2024.04.04.)

     

    민생, 민주, 민족, 생명평화의 전반에 걸쳐 변곡점이 절실한 정세인 것 같습니다.
    떨고 있는 미래와 희망과 우리 모두의 변곡점으로 세상 변화의 전진을 기약합니다.
    -허헌중 지역재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