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16일(월)
- 작성일2024/12/16 13:26
- 조회 88
(중략)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
(중략)
이후 이 소설을 쓰는 동안, 실제로 과거가 현재를 돕고 있다고, 죽은 자들이 산 자를 구하고 있다고 느낀 순간들이 있었다.
(중략)
이 소설의 한국어 제목은 <소년이 온다>이다. ‘온다’는 ‘오다’라는 동사의 현재형이다. 너라고, 혹은 당신이라고 2인칭으로 불리는 순간 희끄무레한 어둠 속에서 깨어난 소년이 혼의 걸음걸이로 현재를 향해 다가온다. 점점 더 가까이 걸어와 현재가 된다. 인간의 잔혹성과 존엄함이 극한의 형태로 동시에 존재했던 시공간을 광주라고 부를 때, 광주는 더 이상 한 도시를 가리키는 고유명사가 아니라 보통명사가 된다는 것을 나는 이 책을 쓰는 동안 알게 되었다. 시간과 공간을 건너 계속해서 우리에게 되돌아오는 현재형이라는 것을. 바로 지금 이 순간에도.
(중략)
소설을 쓸 때 나는 신체를 사용한다.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맛보고 부드러움과 온기와 차가움과 통증을 느끼는, 심장이 뛰고 갈증과 허기를 느끼고 걷고 달리고 바람과 눈비를 맞고 손을 맞잡는 모든 감각의 세부들을 사용한다. 필멸하는 존재로서 따뜻한 피가 흐르는 몸을 가진 내가 느끼는 그 생생한 감각들을 전류처럼 문장들에 불어넣으려 하고, 그 전류가 읽는 사람들에게 전달되는 것을 느낄 때면 놀라고 감동한다. 언어가 우리를 잇는 실이라는 것을, 생명의 빛과 전류가 흐르는 그 실에 나의 질문들이 접속하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는 순간에. 그 실에 연결되어주었고, 연결되어줄 모든분들에게 마음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한강의 노벨 강연 전문 중 발췌 (2024년 12월 7일 강연)
-지난 12월 1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의 통과했습니다. 많은 시민들은 온몸으로 역사의 순간을 체감했을 겁니다. 이렇게 또 하나의 역사는 그려졌고, 먼 훗날 현세대의 사람들이 세상에 없어도 미래에 세대들은 다시 밟지 않아야 할 길을 똑같이 걸어가지 않을 수 있을 것입니다.
한강 작가가 노벨 강연에서 평소 고민하며 작품에 녹여내 온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현재 흘러가고 있는 우리의 세상을 복기하며, 의미를 되새기게 합니다.
-김인규 교육홍보팀장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
(중략)
이후 이 소설을 쓰는 동안, 실제로 과거가 현재를 돕고 있다고, 죽은 자들이 산 자를 구하고 있다고 느낀 순간들이 있었다.
(중략)
이 소설의 한국어 제목은 <소년이 온다>이다. ‘온다’는 ‘오다’라는 동사의 현재형이다. 너라고, 혹은 당신이라고 2인칭으로 불리는 순간 희끄무레한 어둠 속에서 깨어난 소년이 혼의 걸음걸이로 현재를 향해 다가온다. 점점 더 가까이 걸어와 현재가 된다. 인간의 잔혹성과 존엄함이 극한의 형태로 동시에 존재했던 시공간을 광주라고 부를 때, 광주는 더 이상 한 도시를 가리키는 고유명사가 아니라 보통명사가 된다는 것을 나는 이 책을 쓰는 동안 알게 되었다. 시간과 공간을 건너 계속해서 우리에게 되돌아오는 현재형이라는 것을. 바로 지금 이 순간에도.
(중략)
소설을 쓸 때 나는 신체를 사용한다.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맛보고 부드러움과 온기와 차가움과 통증을 느끼는, 심장이 뛰고 갈증과 허기를 느끼고 걷고 달리고 바람과 눈비를 맞고 손을 맞잡는 모든 감각의 세부들을 사용한다. 필멸하는 존재로서 따뜻한 피가 흐르는 몸을 가진 내가 느끼는 그 생생한 감각들을 전류처럼 문장들에 불어넣으려 하고, 그 전류가 읽는 사람들에게 전달되는 것을 느낄 때면 놀라고 감동한다. 언어가 우리를 잇는 실이라는 것을, 생명의 빛과 전류가 흐르는 그 실에 나의 질문들이 접속하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는 순간에. 그 실에 연결되어주었고, 연결되어줄 모든분들에게 마음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한강의 노벨 강연 전문 중 발췌 (2024년 12월 7일 강연)
-지난 12월 1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의 통과했습니다. 많은 시민들은 온몸으로 역사의 순간을 체감했을 겁니다. 이렇게 또 하나의 역사는 그려졌고, 먼 훗날 현세대의 사람들이 세상에 없어도 미래에 세대들은 다시 밟지 않아야 할 길을 똑같이 걸어가지 않을 수 있을 것입니다.
한강 작가가 노벨 강연에서 평소 고민하며 작품에 녹여내 온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현재 흘러가고 있는 우리의 세상을 복기하며, 의미를 되새기게 합니다.
-김인규 교육홍보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