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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년 4월 7일(월)
    • 작성일2025/04/07 09:28
    • 조회 27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이상화

    지금은 남의 땅―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 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
    내 맘에는 내 혼자 온 것 같지를 않구나!
    네가 끌었느냐, 누가 부르더냐. 답답워라, 말을 해 다오.

    바람은 내 귀에 속삭이며
    한 자욱도 섰지 마라, 옷자락을 흔들고.
    종다리는 울타리 너머 아씨같이 구름 뒤에서 반갑다 웃네.

    고맙게 잘 자란 보리밭아,
    간밤 자정이 넘어 내리던 고운 비로
    너는 삼단 같은 머리털을 감았구나, 내 머리조차 가뿐하다.

    혼자라도 가쁘게나 가자.
    마른 논을 안고 도는 착한 도랑이
    젖먹이 달래는 노래를 하고, 제 혼자 어깨춤만 추고 가네.

    나비 제비야 깝치지[1] 마라.
    맨드라미 들마꽃에도 인사를 해야지.
    아주까리 기름을 바른 이가 지심 매던 그 들이라 다 보고 싶다.

    내 손에 호미를 쥐어 다오.
    살진 젖가슴과 같은 부드러운 이 흙을
    발목이 시도록 밟아도 보고, 좋은 땀조차 흘리고 싶다.

    강가에 나온 아이와 같이,
    짬도 모르고 끝도 없이 닫는 내 혼아
    무엇을 찾느냐, 어디로 가느냐, 웃어웁다, 답을 하려무나.

    나는 온몸에 풋내를 띠고,
    푸른 웃음 푸른 설움이 어우러진 사이로
    다리를 절며 하루를 걷는다. 아마도 봄 신령이 지폈나 보다.

    그러나, 지금은―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
     

    봄이 왔습니다. 계절적으로도 봄이 왔고, 정국적으로도 봄이 찾아왔습니다.
    따뜻한 봄이 새로운 희망의 싹을 틔우는 시간이 되길 기대합니다.
    -김인규 교육홍보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