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지금 농협중앙회장의 연임을 허용하면 ‘그들만의 리그’가 4년 더 연장될 뿐입니다
- 작성일2022/12/07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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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농협중앙회장의 연임을 허용하면 ‘그들만의 리그’가 4년 더 연장될 뿐입니다
1. 직선제는 농협중앙회장의 자기이익 추구를 방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민주적 장치이지만 연임제는 자기이익 추구 경향을 강화합니다.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단임 때문에 농협중앙회장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책임 경영을 하기 어려운 게 아닙니다. 막대한 직·간접적인 이익이 걸려 있는 농협중앙회장직이 농협의 주인인 농민조합원에 의해 민주적으로 통제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단기적인 관점에서 자기이익을 추구하기 쉬운 것입니다. 연봉과 판공비만 해도 10억 이상이라 알려져 있고, 엄청난 자산을 지닌 지주회사의 인사권과 경영권을 실질적으로 발휘할 수 있으며, 이로부터 형성되는 ‘무이자 자금’을 통해 회원조합장을 통제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지난 날 선거비리와 재임기간 동안 비리가 만연했던 것입니다. 게다가 연임도 허용된 상황이라 문제가 더 심각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소수의 대의원 조합장에 의한 농협중앙회장 선출을 전체 조합장에 의한 선출로 되돌린 것은 농협중앙회장을 민주적으로 통제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로서 바람직한 것이었습니다. 물론 이것으로 불충분합니다. 재임 기간 동안에도 농협중앙회장이 자기이익이 아니라 농민조합원의 공동이익을 위해 일할 수 있도록 더 민주적으로 통제해야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농민조합원의 주권이 농협 시스템 전체에서 직·간접적으로 발휘되도록 해야 합니다. 농협중앙회장이 농협중앙회의 막대한 자금과 권력을 휘둘러 회원조합장 위에 군림하지 못하도록 해야 합니다. 그래야 농민조합원의 의사가 왜곡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연임제를 도입하는 것은 이와 반대되는 효과를 발휘합니다. 민주적으로 통제되지 않고 있는 농협중앙회장직을 한 번 더 수행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줌으로써 자기이익 추구 경향을 더욱 부채질하게 됩니다. 전체 농민조합원이 아니라 자기들의 특별한 이익을 노리는 조합장과 조합원조직과 결탁해 농협을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시키게 됩니다. 연임제는 농협중앙회장이 선거기간과 재임기간을 통틀어 민주적으로 통제되고 있는지 충분히 검증된 후 검토해야 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현직 중앙회장도 연임할 수 있게 하자는 주장은 어떤 이유를 들어도 불가합니다. 자기이익 추구와 맞닿아 있다는 점, 후보자 정책토론회 한 번 못하는 ‘깜깜이 선거’의 문제, 막대한 자금을 통해 ‘현직 프리미엄’을 크게 누릴 수 있다는 점까지 생각하면 공정하지 못합니다.
2. 농협중앙회(지주회사)의 발전이 곧 회원농협과 농민조합원의 발전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찬성 측에서는 농협중앙회장의 연임이 농협중앙회(지주회사)의 경영연속성 확보로 이어져 농협 전체의 발전으로 이어진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습니다. 여전히 농협중앙회(지주회사)의 내부 민주주의가 잘 작동하지 않아 농협중앙회와 회원조합, 회원조합과 농민조합원의 이익이 괴리되는 문제가 해소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서는 농협중앙회가 경영연속성을 확보하고 발전한다고 해서 농협 전체가 발전하지 않습니다.
그간 ‘농협개혁’은 이러한 조직 내 이익 불일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그 핵심은 농협의 내부 민주주의, 즉 농민조합원의 주권이 실현되는 민주적 지배구조와 연합적 사업구조를 구축하는 것이었습니다. 즉 농협중앙회장을 정점으로 한 임·직원을 농민조합원이 민주적으로 통제하고 농협중앙회 이익 중심의 중앙집권적 사업구조를 회원조합 공동이익을 위한 연합적 구조로 변화시키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이러한 변화에는 연합사업의 구조를 신용사업이 아닌 경제사업 중심으로 재편하는 것을 포함했습니다. 농협중앙회가 수익의 대부분을 신용사업에 의존하여 농협 본연의 경제사업에 소홀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와 같은 ‘농협개혁’이 성공한다면 농협중앙회가 막대한 사업이익을 이용해 회원조합을 통제하는 문제, 금융사업의 이익을 경제사업보다 우선시 하는 문제, 농협중앙회의 사업활성화로 회원조합의 사업이 위축되는 문제, 농협중앙회의 계통구매가 회원조합에게 불리한 방식으로 강요되는 문제 등을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농협개혁’은 절반의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금융사업과 경제사업이 분리되고 경제사업의 중요성을 부각하는 데까지는 성공했지만 농협중앙회의 내부의 이익 불일치 문제는 지주회사 방식으로 반복되고 있습니다. 농협중앙회는 경제지주회사와 금융지주회사의 단일주주로서 여전히 막대한 자체 사업이익을 향유하고 있습니다. 또한 그 사업이익의 배분 권한(이른바 ‘무이자 자금’)을 통해 회원조합을 실질적으로 통제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회원조합을 운영하는 데에 지원된다고 하지만 그 원천이 회원조합의 공동소유가 아니라 농협중앙회의 단일소유로부터 나오므로 농협중앙회의 지배력이 결정적인 것입니다. 회원조합이 사업적으로 여기에 의존하고 있으니 농협중앙회의 힘은 더욱 강해집니다. 이렇게 회원조합에 의해 농협중앙회가 통제되지 못하니 농민조합원의 주권 실현은 더욱 요원할 수밖에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지주회사 체제에서는 농협중앙회의 수익극대화 경향이 강화됩니다. 지주회사의 이익 증대가 다른 어떤 것보다도 중요해지는 것입니다. 이로 인해 기존의 조직 내 이익 불일치 문제가 심각해집니다. 지주회사의 사업 확장이 더욱 중요해지므로 회원조합의 사업과 더욱 경합하게 되고, 지주회사의 수익 증가가 더욱 중요해지므로 회원조합과 농민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수익추구 행위가 심해집니다. 경제지주의 계통사업은 더욱 불공정해지고 금융지주의 신용사업은 더욱 약탈적으로 변해갑니다. 경제지주의 구매사업이 더 비싸다는 지적, 판매사업이 수취가격보다 실적 쌓기를 통한 수수료 수익 증대에 신경 쓴다는 지적, 금융지주의 금융상품이 ‘돈 장사’와 뭐가 다르냐는 지적, 농작물재해보험과 같은 보험상품이 농민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다는 지적 등은 이러한 지주회사 체제의 모순과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농협중앙회장 연임은 그간의 ‘농협개혁’의 성과가 충분한지 검토하는 일을 전제로 결정해야 합니다. 지주회사 체제에 대한 전면적인 검토까지는 아니더라도, 경제지주가 산지 회원조합과 상향식 연합사업을 중심으로 운용되고 있는지, 금융지주가 농민조합원을 위한 농업금융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농협중앙회가 자기 이익이 아니라 농민조합원의 공동이익 증진을 위해 중장기 비전과 전략을 수립하고 협동조합 사업의 모델과 주체를 육성하며 농정활동을 제대로 펼치고 있는지 등이 점검되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농협중앙회장의 연임을 허용하고 농협중앙회의 경영연속성만을 강화한다면 그간의 ‘농협개혁’에 역행하는 결과만을 가져옵니다.
3. 협동조합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주장은 기득권 구조를 은폐할 수 있습니다.
찬성 측 조합원 조직이나 조합장 분파는 협동조합의 ‘자율성’을 들어 연임제를 허용해야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자율성’은 그 자체로 좋은 말이지만 그 말이 기득권 구조를 은폐하는 수사로 활용되고 있지는 않은지 잘 따져봐야 합니다. 농협 내부에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농협 내에서 권력을 지니고 있는 자들만이 ‘자율성’을 누리고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협동조합의 원칙은 ‘자율성’뿐만 아니라 ‘조합원에 의한 민주적 관리’(제2원칙)와 ‘조합원의 공정한 경제적 참여’(제3원칙)를 강조합니다. 협동조합이 정의상 조합원의 자율적 조직이라고 할지라도 내부 민주주의가 작동하지 않는다면 사실상 자율적 조직이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한국의 농협은 그 역사에서 내부 민주주의의 문제를 오랫동안 겪어오면서 기득권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않습니다. 또한 한국 농협의 역사를 살펴본다면 순수한 의미의 조합원 자율 조직이라고 말하기도 어렵습니다. 오히려 농협은 여전히 혼재된 정체성(협동조합, 기업, 국가기관)을 갖고 있고 그 정체성을 갖고 상쟁하는 세력들이 힘겨루기 하는 장입니다. 매 정권마다 불거지는 ‘낙하산 인사’ 논란도 같은 맥락에서 바라봐야 합니다.
따라서 ‘자율성’을 이유로 연임제를 통과시켜야 한다는 주장은 그 이면에 있는 이해관계가 무엇인지 잘 살펴보는 가운데 검토해야 합니다. 내부 민주주의를 저해하는 기득권 세력에게 유리한 주장은 아닌지 철저히 숙고해야 합니다. 또한 농협중앙회가 실시했던 조합장 설문조사 결과는 적절치 않습니다. 현재의 지배구조와 사업구조로는 농민조합원의 의사를 조합장이 대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설문조사 방식도 불공정했습니다. 이번 설문조사는 농협중앙회 시군조합장 입회하에 협의회를 열거나 개별 조합에 찾아가는 방식으로 이뤄졌습니다. 게다가 몇 명 안 되는 시군 단위 조합장 전부가 찬성하면 ‘찬성’을 명기하고, 한 명이라도 반대하면 인원을 적도록 하는 조사 방식은 반대하는 조합장을 ‘특정’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어서 사실상 ‘기명’이라는 의견이 있습니다. 또한 현직이 적용되는 말은 의도적으로 누락했으며, 조합장 3선 제한을 함께 물어 연임에 찬성하지 않으면 조합장 임기를 제한하겠다는 의도로 읽히기도 했습니다. 설문조사 결과를 비공개한다는 농협중앙회의 내부지침도 정치적 의도가 읽히는 대목입니다. 따라서 이번 설문조사를 결과로 농협 전체 구성원이 연임제를 찬성한다고 주장할 수 없습니다.
지금까지 논의된 문제를 시야에 두지 않는다면 농협중앙회장의 연임은 지금까지의 ‘농협개혁’을 수포로 돌아가게 하고 농협중앙회와 기득권 세력의 권한만을 강화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것은 농민조합원은 물론이고 사회적으로 큰 비용을 초래할 것입니다. 농민조합원을 위한 현명한 판단을 기다립니다.
2022. 12. 7.
농민조합원 없는 중앙회장 연임제 도입 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국민과함께하는농민의길(가톨릭농민회, 전국쌀생산자협회, 전국양파생산자협회, 전국마늘생산자협회, 전국사과생산자협회, 전국농민회총연맹,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한국친환경농업협회), 전국협동조합노동조합,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전국농축협감사협의회, 농협조합장 정명회, 환경농업단체연합회, 두레생협연합회, 한살림연합, 행복중심생협연합회, 로컬푸드전국네트워크, 전국도시농업시민협의회, 전국먹거리연대, 지역재단
1. 직선제는 농협중앙회장의 자기이익 추구를 방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민주적 장치이지만 연임제는 자기이익 추구 경향을 강화합니다.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단임 때문에 농협중앙회장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책임 경영을 하기 어려운 게 아닙니다. 막대한 직·간접적인 이익이 걸려 있는 농협중앙회장직이 농협의 주인인 농민조합원에 의해 민주적으로 통제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단기적인 관점에서 자기이익을 추구하기 쉬운 것입니다. 연봉과 판공비만 해도 10억 이상이라 알려져 있고, 엄청난 자산을 지닌 지주회사의 인사권과 경영권을 실질적으로 발휘할 수 있으며, 이로부터 형성되는 ‘무이자 자금’을 통해 회원조합장을 통제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지난 날 선거비리와 재임기간 동안 비리가 만연했던 것입니다. 게다가 연임도 허용된 상황이라 문제가 더 심각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소수의 대의원 조합장에 의한 농협중앙회장 선출을 전체 조합장에 의한 선출로 되돌린 것은 농협중앙회장을 민주적으로 통제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로서 바람직한 것이었습니다. 물론 이것으로 불충분합니다. 재임 기간 동안에도 농협중앙회장이 자기이익이 아니라 농민조합원의 공동이익을 위해 일할 수 있도록 더 민주적으로 통제해야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농민조합원의 주권이 농협 시스템 전체에서 직·간접적으로 발휘되도록 해야 합니다. 농협중앙회장이 농협중앙회의 막대한 자금과 권력을 휘둘러 회원조합장 위에 군림하지 못하도록 해야 합니다. 그래야 농민조합원의 의사가 왜곡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연임제를 도입하는 것은 이와 반대되는 효과를 발휘합니다. 민주적으로 통제되지 않고 있는 농협중앙회장직을 한 번 더 수행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줌으로써 자기이익 추구 경향을 더욱 부채질하게 됩니다. 전체 농민조합원이 아니라 자기들의 특별한 이익을 노리는 조합장과 조합원조직과 결탁해 농협을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시키게 됩니다. 연임제는 농협중앙회장이 선거기간과 재임기간을 통틀어 민주적으로 통제되고 있는지 충분히 검증된 후 검토해야 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현직 중앙회장도 연임할 수 있게 하자는 주장은 어떤 이유를 들어도 불가합니다. 자기이익 추구와 맞닿아 있다는 점, 후보자 정책토론회 한 번 못하는 ‘깜깜이 선거’의 문제, 막대한 자금을 통해 ‘현직 프리미엄’을 크게 누릴 수 있다는 점까지 생각하면 공정하지 못합니다.
2. 농협중앙회(지주회사)의 발전이 곧 회원농협과 농민조합원의 발전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찬성 측에서는 농협중앙회장의 연임이 농협중앙회(지주회사)의 경영연속성 확보로 이어져 농협 전체의 발전으로 이어진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습니다. 여전히 농협중앙회(지주회사)의 내부 민주주의가 잘 작동하지 않아 농협중앙회와 회원조합, 회원조합과 농민조합원의 이익이 괴리되는 문제가 해소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서는 농협중앙회가 경영연속성을 확보하고 발전한다고 해서 농협 전체가 발전하지 않습니다.
그간 ‘농협개혁’은 이러한 조직 내 이익 불일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그 핵심은 농협의 내부 민주주의, 즉 농민조합원의 주권이 실현되는 민주적 지배구조와 연합적 사업구조를 구축하는 것이었습니다. 즉 농협중앙회장을 정점으로 한 임·직원을 농민조합원이 민주적으로 통제하고 농협중앙회 이익 중심의 중앙집권적 사업구조를 회원조합 공동이익을 위한 연합적 구조로 변화시키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이러한 변화에는 연합사업의 구조를 신용사업이 아닌 경제사업 중심으로 재편하는 것을 포함했습니다. 농협중앙회가 수익의 대부분을 신용사업에 의존하여 농협 본연의 경제사업에 소홀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와 같은 ‘농협개혁’이 성공한다면 농협중앙회가 막대한 사업이익을 이용해 회원조합을 통제하는 문제, 금융사업의 이익을 경제사업보다 우선시 하는 문제, 농협중앙회의 사업활성화로 회원조합의 사업이 위축되는 문제, 농협중앙회의 계통구매가 회원조합에게 불리한 방식으로 강요되는 문제 등을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농협개혁’은 절반의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금융사업과 경제사업이 분리되고 경제사업의 중요성을 부각하는 데까지는 성공했지만 농협중앙회의 내부의 이익 불일치 문제는 지주회사 방식으로 반복되고 있습니다. 농협중앙회는 경제지주회사와 금융지주회사의 단일주주로서 여전히 막대한 자체 사업이익을 향유하고 있습니다. 또한 그 사업이익의 배분 권한(이른바 ‘무이자 자금’)을 통해 회원조합을 실질적으로 통제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회원조합을 운영하는 데에 지원된다고 하지만 그 원천이 회원조합의 공동소유가 아니라 농협중앙회의 단일소유로부터 나오므로 농협중앙회의 지배력이 결정적인 것입니다. 회원조합이 사업적으로 여기에 의존하고 있으니 농협중앙회의 힘은 더욱 강해집니다. 이렇게 회원조합에 의해 농협중앙회가 통제되지 못하니 농민조합원의 주권 실현은 더욱 요원할 수밖에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지주회사 체제에서는 농협중앙회의 수익극대화 경향이 강화됩니다. 지주회사의 이익 증대가 다른 어떤 것보다도 중요해지는 것입니다. 이로 인해 기존의 조직 내 이익 불일치 문제가 심각해집니다. 지주회사의 사업 확장이 더욱 중요해지므로 회원조합의 사업과 더욱 경합하게 되고, 지주회사의 수익 증가가 더욱 중요해지므로 회원조합과 농민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수익추구 행위가 심해집니다. 경제지주의 계통사업은 더욱 불공정해지고 금융지주의 신용사업은 더욱 약탈적으로 변해갑니다. 경제지주의 구매사업이 더 비싸다는 지적, 판매사업이 수취가격보다 실적 쌓기를 통한 수수료 수익 증대에 신경 쓴다는 지적, 금융지주의 금융상품이 ‘돈 장사’와 뭐가 다르냐는 지적, 농작물재해보험과 같은 보험상품이 농민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다는 지적 등은 이러한 지주회사 체제의 모순과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농협중앙회장 연임은 그간의 ‘농협개혁’의 성과가 충분한지 검토하는 일을 전제로 결정해야 합니다. 지주회사 체제에 대한 전면적인 검토까지는 아니더라도, 경제지주가 산지 회원조합과 상향식 연합사업을 중심으로 운용되고 있는지, 금융지주가 농민조합원을 위한 농업금융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농협중앙회가 자기 이익이 아니라 농민조합원의 공동이익 증진을 위해 중장기 비전과 전략을 수립하고 협동조합 사업의 모델과 주체를 육성하며 농정활동을 제대로 펼치고 있는지 등이 점검되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농협중앙회장의 연임을 허용하고 농협중앙회의 경영연속성만을 강화한다면 그간의 ‘농협개혁’에 역행하는 결과만을 가져옵니다.
3. 협동조합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주장은 기득권 구조를 은폐할 수 있습니다.
찬성 측 조합원 조직이나 조합장 분파는 협동조합의 ‘자율성’을 들어 연임제를 허용해야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자율성’은 그 자체로 좋은 말이지만 그 말이 기득권 구조를 은폐하는 수사로 활용되고 있지는 않은지 잘 따져봐야 합니다. 농협 내부에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농협 내에서 권력을 지니고 있는 자들만이 ‘자율성’을 누리고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협동조합의 원칙은 ‘자율성’뿐만 아니라 ‘조합원에 의한 민주적 관리’(제2원칙)와 ‘조합원의 공정한 경제적 참여’(제3원칙)를 강조합니다. 협동조합이 정의상 조합원의 자율적 조직이라고 할지라도 내부 민주주의가 작동하지 않는다면 사실상 자율적 조직이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한국의 농협은 그 역사에서 내부 민주주의의 문제를 오랫동안 겪어오면서 기득권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않습니다. 또한 한국 농협의 역사를 살펴본다면 순수한 의미의 조합원 자율 조직이라고 말하기도 어렵습니다. 오히려 농협은 여전히 혼재된 정체성(협동조합, 기업, 국가기관)을 갖고 있고 그 정체성을 갖고 상쟁하는 세력들이 힘겨루기 하는 장입니다. 매 정권마다 불거지는 ‘낙하산 인사’ 논란도 같은 맥락에서 바라봐야 합니다.
따라서 ‘자율성’을 이유로 연임제를 통과시켜야 한다는 주장은 그 이면에 있는 이해관계가 무엇인지 잘 살펴보는 가운데 검토해야 합니다. 내부 민주주의를 저해하는 기득권 세력에게 유리한 주장은 아닌지 철저히 숙고해야 합니다. 또한 농협중앙회가 실시했던 조합장 설문조사 결과는 적절치 않습니다. 현재의 지배구조와 사업구조로는 농민조합원의 의사를 조합장이 대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설문조사 방식도 불공정했습니다. 이번 설문조사는 농협중앙회 시군조합장 입회하에 협의회를 열거나 개별 조합에 찾아가는 방식으로 이뤄졌습니다. 게다가 몇 명 안 되는 시군 단위 조합장 전부가 찬성하면 ‘찬성’을 명기하고, 한 명이라도 반대하면 인원을 적도록 하는 조사 방식은 반대하는 조합장을 ‘특정’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어서 사실상 ‘기명’이라는 의견이 있습니다. 또한 현직이 적용되는 말은 의도적으로 누락했으며, 조합장 3선 제한을 함께 물어 연임에 찬성하지 않으면 조합장 임기를 제한하겠다는 의도로 읽히기도 했습니다. 설문조사 결과를 비공개한다는 농협중앙회의 내부지침도 정치적 의도가 읽히는 대목입니다. 따라서 이번 설문조사를 결과로 농협 전체 구성원이 연임제를 찬성한다고 주장할 수 없습니다.
지금까지 논의된 문제를 시야에 두지 않는다면 농협중앙회장의 연임은 지금까지의 ‘농협개혁’을 수포로 돌아가게 하고 농협중앙회와 기득권 세력의 권한만을 강화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것은 농민조합원은 물론이고 사회적으로 큰 비용을 초래할 것입니다. 농민조합원을 위한 현명한 판단을 기다립니다.
2022. 12. 7.
농민조합원 없는 중앙회장 연임제 도입 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국민과함께하는농민의길(가톨릭농민회, 전국쌀생산자협회, 전국양파생산자협회, 전국마늘생산자협회, 전국사과생산자협회, 전국농민회총연맹,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한국친환경농업협회), 전국협동조합노동조합,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전국농축협감사협의회, 농협조합장 정명회, 환경농업단체연합회, 두레생협연합회, 한살림연합, 행복중심생협연합회, 로컬푸드전국네트워크, 전국도시농업시민협의회, 전국먹거리연대, 지역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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