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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크탱크 '혁신'

    [농협, 새 희망의 길을 찾다 ③] 전북 완주 고산농협
    • 작성일2017/03/24 13:33
    • 조회 631
    [농협, 새 희망의 길을 찾다 ③] 전북 완주 고산농협

    ‘하면 된다’로 도전한 이상적 농협

    경제사업, 10년동안 5배 가까이 성장 … 농민 신뢰 바탕 종합농협 일궈

    지난 20일 방문한 전북 완주의 고산농협(조합장 국영석)은 농민들의 방문으로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였다. 한쪽에 마련된 쉼터는 나이 지긋한 조합원들의 사랑방역할을 했고, 조합원을 맞이하는 신용창구 직원들의 얼굴엔 미소가 가득했다. 임직원들도 조합원 한 사람 한 사람과 정성스레 인사를 나눴다. 활기가 사라진 산촌에서 작지만 큰 변화가 고산농협을 중심으로 벌어진 것이다.
    10년 전인 2005년, 35명이던 임직원은 어느새 85명이 됐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경제사업이다. 142억원 규모의 경제사업은 지난해 기준 695억원으로 무려 5배 가까이 성장했다. 예수금과 대출금도 2배 이상 늘었다. 이젠 면단위 농협이지만 조합원도 무려 2,529명에 달한다. 고정자산을 투자하고 3~5년 사이에 위기를 맞는 게 보통이지만, 정부지원을 포함 고정자산에 300억원 이상을 투입한 고산농협은 10년을 버텼다. 2016년 종합업적 평가 전국 최우수 농협에 선정된 고산농협이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경제사업 핵심은 지도사업

    고산농협의 경제사업 비중은 70%에 달한다. 대부분의 지역농협이 수익이 잘나는 신용사업에 중점을 두고 있는 상황에 비춰보면 대조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고산농협은 과감히 도전했다. 농민이 마음놓고 편하게 농사지을 수 있는 환경과 경제사업이 직결되는 문제라서다.
    고산농협이 경제사업에 있어 무엇보다 심혈을 기울인 건 지도사업이다. 조합원과 최일선에서 머리를 맞대고 마음을 모아야 하는 사업인 까닭이다. 많아야 2~3명이 고작인 지도과 직원이 고산농협엔 9명이나 되는 것도 그래서다. 농협운영의 중심에 농민을 놓고 소통하다보니 조합원들의 신뢰도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손병철 고산농협 상임이사는 “양파의 경우 수확기인 6월 이전 계약가를 결정하는데 1만원을 결정하고 이후 양파값이 1만3,000원이 되도 이탈하는 농가가 없다”며 “물론 양파값이 7,000원으로 하락할 경우 농협이 손실을 감수한다”고 설명했다.
    고산농협은 조합원과 함께 친환경벼를 포함해 양파와 마늘, 감자 계약재배 매뉴얼도 마련했다. 농협이 일방적으로 강요하고 조합원이 따라오는 식이 아니라 품종선택부터 못자리, 수확까지 조합원과 함께 논의하고 결정하는 방식이다. 손 상임이사는 “교육을 통해서 농가가 인지할 수 있도록 농협이 충분히 설득하고, 농가에서 조금만 노력해주면 훨씬 좋아질 수 있다”며 “책임은 농가에 있는 게 아니라 농협에 있다”고 강조했다.
    유통·판매만이 아니라 생산·관리까지 농협이 적극 나서고 농민들이 화답하니 자연스레 품질이 향상되고 소비자 신뢰도 이어졌다. 계약재배부터 여러 경제사업까지 농민의 곁에서 함께 물으며 사업을 추진하는 방식이 하나의 시스템으로 자리잡으니 고산농협엔 더욱 활기가 넘쳤다. 산지유통센터가 쉼 없이 돌아가니 농협을 오가는 유통업체 직원들도 “다른 농협도 고산농협처럼만 하라”고 혀를 내두를 정도다.
    그렇다고 지도사업비가 풍족한 것도 아니다. 다른 농협은 몇십억원에 달한다는 소문도 들리지만 고산농협은 20년동안 50% 정도 늘어 6억원 정도다. 손 상임이사는 “지도사업은 마중물로 올바른 방향으로 사업을 인도하는 것이지 돈으로 보태는 건 한계가 있다”며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라도 지도사업비는 농약과 비료 무상지원 등 가급적 쓰지 않아야 할 곳이 아니라 적절한 곳에 쓰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농민 바탕에 둔 발상의 전환

    고산농협 성장에 있어 또 한 가지의 특징은 바로 발상의 전환이다. 고산농협이 친환경농업을 지향하면서 전국에서 최초로 설립한 경-축순환자원화센터(센터)가 그 사례다. 다른 농축협이 축분 처리에 중점을 뒀다면 고산농협은 제대로 된 퇴비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라는 고민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직접 센터에서 만져본 완성단계의 퇴비는 150일 가까이 숙성을 시켜 흙냄새가 날 정도였다. 지난 9년간 품질로 지적을 받은 적이 없다고 할 정도로 임직원들이 센터에 자신감을 내보인 이유이기도 하다. 게다가 친환경 전용 퇴비 공장도 4월말 준공을 앞두고 있다.
    중요한 건 발상의 전환이 만들어 낸 효과다. 이동원 고산농협 지도상무는 “분석해보니 지난 10년동안 화학비료 사용량이 반절로 줄었고, 퇴비 사용량은 16배로 증가했다”고 강조했다. 이는 농산물 품질 개선으로 이어졌다. 화학비료를 쓰면 작물이 빨리 자라고 과가 커지는 대신 저장성이 준다. 하지만 퇴비를 쓰니 과가 튼실해지고 저장성이 좋아진 것이다. 시장에서 고산양파를 인정하는 이유며 이는 양파뿐만이 아니라 다른 품목도 마찬가지다. 가치로 환산할 수 없는 환경보존의 역할도 톡톡히 했다. 또한 생산한 퇴비의 60%는 지역에 공급하고, 40%는 외부에 판매했다. 전체 순이익의 15%를 차지할 정도로 경영상 효자가 됐다.
    산지유통센터에 설립한 친환경도정공장도 마찬가지다. 친환경쌀이 1년에 10억원 정도 판매되는 상황에서 친환경쌀의 가치를 확장시키고 소비를 확대시키기 위해 20억원을 들여 새로 지은 것이다. 손 상임이사는 “경영적으로 보면 한심해 보일 수 있지만 결국은 시장에서 신뢰성을 확보해서 점차 판매량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 제주지역 친환경학교급식 등에 연간 400톤을 공급하게 됐다. 이를 위해 조합원이 생산한 15~20% 정도의 물량에 외부물량까지 유치하고 있다. 농민들이 원하는 그 이상을 해내고 있다는 게 임직원의 설명이다.
    농민과의 신뢰를 바탕으로 성장에 성장을 거듭한 고산농협. 국영석 조합장은 무엇보다 “주인된 조합원, 사명감을 가진 직원. 책임있는 임원이 각자의 기능과 역할은 다르지만 삼위일체가 돼야 어려운 일을 극복해 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공동취재에 나선 좋은농협만들기운동본부 이경태 총무(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연구원)는 “고산농협의 사례는 협동조합의 원칙과 가치가 무엇인지 잘 보여주고 있다. 조합원, 임원, 직원이 서로 신뢰하고 협동함으로써 산촌지역이라는 열세를 극복하고 살만한 농촌, 할 만한 농업을 만들어 가는 농협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며 “또한 농업농촌의 미래를 전망하며 이에 대비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임으로써 지속가능한 농업농촌을 만들기 위해 힘쓰고 있다”고 진단했다.

    출처-한국농정
     http://www.ikp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29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