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결렬도 협상의 한 과정이다. | 김성훈 지역재단 고문, 상지대 총장
- 작성일2020/03/04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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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결렬도 협상의 한 과정이다.
| 김성훈지역재단 고문, 상지대 총장
제1차 한·미 FTA 협상 회의가 지난주 미국 워싱턴 디시에서 열렸다. 예상했던 대로 미국측이 요구하는 개방의 성격이나 규모가 훨씬 광범위하고 심각하다. 각종 상품과 서비스의 국경간 자유로운 무관세 이동은 말할 것도 없고, 우리나라의 투자와 경제, 산업, 문화, 공공분야의 제도까지 미국기업의 구미에 맞게 고치라고 요구하고 있다. 문자그대로 한·미 FTA는 우리나라 경제, 사회 전반에 걸친 대변혁을 예고하고 있다. 그대로 두어도 별탈이 없는 경제무역관계를 괜스리 건드려 쓸데없는 국력낭비를 자초할까 우려된다.
한·미 FTA로 인해 예상되는 부문별 총 손실과 이익에 관한 통계수치마저 조작하다가 웃음거리를 자초한 관변 연구소들은 상대국에 요구할 사항은 별로 준비하지 않고 대국민 홍보에 더 열심이다. 심지어 상대국의 요구사항을 감추거나 협상내용을 공개하지 않는 데에 더 열심이다. 그리고 최후까지 지켜내야 할 마지노선 등을 사전에 충분히 제기하지 못하고 뒤늦게 허둥대고 있다. 미국과는 달리 국내 이해당사자들과의 허심탄회한 협의와 의견수렴도 한 바가 없다. 자문위원회도 들러리 일 뿐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듯 전격적으로 협상개시를 선언하였다.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공청회 개최마저 마지막 날까지 미루다가 당일치기 시도가 무산되자 ‘한 것으로 간주한다’고 선언하는 넌센스를 연출하였다. 이렇게 한·미 FTA 협상의 첫 번째 단추를 잘못 끼워놓고도 우리측 협상 대표라는 사람이 1차 협상 회의를 마치고 첫 단추가 잘 끼워졌다고 강변하는데는 할 말을 잃게 한다. 그러니 연달아 정부가 내놓은 설득형 정책발표라는 게 계속 잘못 끼워질 수밖에 없다. 설사 내년 봄 타결을 본다 하더라도 그 마지막 협상 결과의 단추가 무엇이 될지, 또 어디에다 어떻게 끼어 맞출지 그 끝 구멍이 보이지 않는다. 협상 결렬도 협상의 한 과정이니 다른 나라들처럼 여차하면 중단선언이라도 하는 것이 유일한 희망이다.
중단 선언만이 ‘유일한 희망’
한·미 FTA 찬성여부를 놓고도 국내 보수언론과 정부당국은 마치 그것을 찬성하면 친노, 친미, 그리고 반대하면 반노, 반미인양 편을 가른다. 한술 더 떠서 한·미 FTA를 찬성하면 라이트(우파), 반대하면 레프트(좌파)라고까지 규정하려든다. 그렇다면 미국과의 FTA 협상 도중에 그만둔 스위스, 카타르, 아랍에미레이트 그리고 남미 35개국 사람들이 모두 좌파란 말인가. 더욱 가관(可觀)은 노무현 정권을 태생적으로 미워해 오던 일부 보수언론들이 한·미 FTA를 무조건 지지하면서 현 정부를 옹호하고 합리적 대안 발언마저 제압하려드는 대리전 전사를 자청하고 나서고 있다. 어안이 벙벙할 현상이다. 한·미 FTA의 폭발성을 고변하면서 내놓은 우려 섞인 대안성 제안에 대해서조차 사설을 통해 말꼬리를 트집잡고 마구잡이로 공격하는 모양새가 마치 청와대 홍보수석의 응전 태세와 너무나 흡사하다.
통계의 허구와 잘못된 믿음
그 원인은 여러 갈래로 설명할 수 있겠지만 한 가지 공통된 전제가 다름 아닌 “국민경제의 무역의존도가 70%를 넘어 수출해 먹고 사는 나라에서 무관세 무조건의 개방은 필수”라는 과신에서 기인한다. 무역의존도 70.3%(2004년)라는 정부통계에 대한 과장된 해석이 아주 많은 오해와 오판을 불러들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수출입 무역액이 국내총생산액(GDP)에 미치는 비중을 무역의존도로 표시하고 있는데 그것이 문제이다. 과장되어 사실을 은폐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역(수출입)액은 최종생산물 가치인 반면, GDP는 최종생산물가치에서 중간투입재가치를 뺀 부가가치(Value added) 개념이다. 따라서 무역의존도 통계는 엄밀히 말하여 부풀려진 수치다. 무역의존도에 포함된 수입액은 외국에서 이루어진 최종생산물가치이므로 국내 총생산액에는 하등 기여하는 바가 없다.
농협 조사부장 신기엽 박사는 ‘무역의존도의 올바른 이해’라는 글(06. 4.26)에서 진짜 순부가가치 개념으로만 시산해 본 수출산업이 국내 총생산액에 기여한 경제의존도는 70.3%가 아니라 8.9%에 불과하다고 밝히고 있다. 나머지는 수입액과 최종생산물 가치기여도란 면에서는 허수일 뿐이다. 즉 2004년 우리나라 총 수출액은 2538억 달러지만 부가가치 창출액은 약 607억달러에 불과해 국내 총생산 6801억달러 대비 그의 8.9%에 불과하다. 자동차 수출의 경우 실제 부가가치는 63억달러로서 GDP의 0.9%이다. 반도체 및 전자부품 총수출액은 343억달러이지만 부가가치 생산액은 109억달러로 GDP 기여도가 1.6%이다.
산업별 부가가치 다시 따져야
반면 농업부문이 국내총생산에 차지하는 부가가치 비중은 3.2%이다. 농업관련 산업의 부가가치를 합한 광의의 농업분야 부가가치는 GDP의 13%나 된다. 그리고 원화 부가가치로 환산한 국내총생산액에 대한 순부가가치 기여액은 자동차 수출이 약 6조원, 반도체 및 전자부품 수출이 약 11조원, 농업부문의 부가가치는 22조원이다.
수출만이 우리나라의 유일한 살길이라는 믿음의 근거에는 이렇듯 부풀려 알려진 정부통계의 허실이 베일에 가려져 있다. 그리하여 GDP의 8.9% 기여를 하는 수출만을 위하여 3.2%를 기여하면서 그 2~3배인 다양한 공익적 NTC(비교역관심사) 기능을 행하는 농업부문의 몰락은 당연시한다면 그것은 분명 허풍이다. 우리 학계와 경제계, 언론계에 위풍당당히 회자되고 있는 한·미 FTA의 허풍 통계는 바야흐로 ‘삶의 질’을 높이자는 경제발전의 참 뜻을 흐리게 하고 있다.
*한국농어민신문 6월 19일자에 실린 내용입니다.
| 김성훈지역재단 고문, 상지대 총장
제1차 한·미 FTA 협상 회의가 지난주 미국 워싱턴 디시에서 열렸다. 예상했던 대로 미국측이 요구하는 개방의 성격이나 규모가 훨씬 광범위하고 심각하다. 각종 상품과 서비스의 국경간 자유로운 무관세 이동은 말할 것도 없고, 우리나라의 투자와 경제, 산업, 문화, 공공분야의 제도까지 미국기업의 구미에 맞게 고치라고 요구하고 있다. 문자그대로 한·미 FTA는 우리나라 경제, 사회 전반에 걸친 대변혁을 예고하고 있다. 그대로 두어도 별탈이 없는 경제무역관계를 괜스리 건드려 쓸데없는 국력낭비를 자초할까 우려된다.
한·미 FTA로 인해 예상되는 부문별 총 손실과 이익에 관한 통계수치마저 조작하다가 웃음거리를 자초한 관변 연구소들은 상대국에 요구할 사항은 별로 준비하지 않고 대국민 홍보에 더 열심이다. 심지어 상대국의 요구사항을 감추거나 협상내용을 공개하지 않는 데에 더 열심이다. 그리고 최후까지 지켜내야 할 마지노선 등을 사전에 충분히 제기하지 못하고 뒤늦게 허둥대고 있다. 미국과는 달리 국내 이해당사자들과의 허심탄회한 협의와 의견수렴도 한 바가 없다. 자문위원회도 들러리 일 뿐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듯 전격적으로 협상개시를 선언하였다.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공청회 개최마저 마지막 날까지 미루다가 당일치기 시도가 무산되자 ‘한 것으로 간주한다’고 선언하는 넌센스를 연출하였다. 이렇게 한·미 FTA 협상의 첫 번째 단추를 잘못 끼워놓고도 우리측 협상 대표라는 사람이 1차 협상 회의를 마치고 첫 단추가 잘 끼워졌다고 강변하는데는 할 말을 잃게 한다. 그러니 연달아 정부가 내놓은 설득형 정책발표라는 게 계속 잘못 끼워질 수밖에 없다. 설사 내년 봄 타결을 본다 하더라도 그 마지막 협상 결과의 단추가 무엇이 될지, 또 어디에다 어떻게 끼어 맞출지 그 끝 구멍이 보이지 않는다. 협상 결렬도 협상의 한 과정이니 다른 나라들처럼 여차하면 중단선언이라도 하는 것이 유일한 희망이다.
중단 선언만이 ‘유일한 희망’
한·미 FTA 찬성여부를 놓고도 국내 보수언론과 정부당국은 마치 그것을 찬성하면 친노, 친미, 그리고 반대하면 반노, 반미인양 편을 가른다. 한술 더 떠서 한·미 FTA를 찬성하면 라이트(우파), 반대하면 레프트(좌파)라고까지 규정하려든다. 그렇다면 미국과의 FTA 협상 도중에 그만둔 스위스, 카타르, 아랍에미레이트 그리고 남미 35개국 사람들이 모두 좌파란 말인가. 더욱 가관(可觀)은 노무현 정권을 태생적으로 미워해 오던 일부 보수언론들이 한·미 FTA를 무조건 지지하면서 현 정부를 옹호하고 합리적 대안 발언마저 제압하려드는 대리전 전사를 자청하고 나서고 있다. 어안이 벙벙할 현상이다. 한·미 FTA의 폭발성을 고변하면서 내놓은 우려 섞인 대안성 제안에 대해서조차 사설을 통해 말꼬리를 트집잡고 마구잡이로 공격하는 모양새가 마치 청와대 홍보수석의 응전 태세와 너무나 흡사하다.
통계의 허구와 잘못된 믿음
그 원인은 여러 갈래로 설명할 수 있겠지만 한 가지 공통된 전제가 다름 아닌 “국민경제의 무역의존도가 70%를 넘어 수출해 먹고 사는 나라에서 무관세 무조건의 개방은 필수”라는 과신에서 기인한다. 무역의존도 70.3%(2004년)라는 정부통계에 대한 과장된 해석이 아주 많은 오해와 오판을 불러들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수출입 무역액이 국내총생산액(GDP)에 미치는 비중을 무역의존도로 표시하고 있는데 그것이 문제이다. 과장되어 사실을 은폐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역(수출입)액은 최종생산물 가치인 반면, GDP는 최종생산물가치에서 중간투입재가치를 뺀 부가가치(Value added) 개념이다. 따라서 무역의존도 통계는 엄밀히 말하여 부풀려진 수치다. 무역의존도에 포함된 수입액은 외국에서 이루어진 최종생산물가치이므로 국내 총생산액에는 하등 기여하는 바가 없다.
농협 조사부장 신기엽 박사는 ‘무역의존도의 올바른 이해’라는 글(06. 4.26)에서 진짜 순부가가치 개념으로만 시산해 본 수출산업이 국내 총생산액에 기여한 경제의존도는 70.3%가 아니라 8.9%에 불과하다고 밝히고 있다. 나머지는 수입액과 최종생산물 가치기여도란 면에서는 허수일 뿐이다. 즉 2004년 우리나라 총 수출액은 2538억 달러지만 부가가치 창출액은 약 607억달러에 불과해 국내 총생산 6801억달러 대비 그의 8.9%에 불과하다. 자동차 수출의 경우 실제 부가가치는 63억달러로서 GDP의 0.9%이다. 반도체 및 전자부품 총수출액은 343억달러이지만 부가가치 생산액은 109억달러로 GDP 기여도가 1.6%이다.
산업별 부가가치 다시 따져야
반면 농업부문이 국내총생산에 차지하는 부가가치 비중은 3.2%이다. 농업관련 산업의 부가가치를 합한 광의의 농업분야 부가가치는 GDP의 13%나 된다. 그리고 원화 부가가치로 환산한 국내총생산액에 대한 순부가가치 기여액은 자동차 수출이 약 6조원, 반도체 및 전자부품 수출이 약 11조원, 농업부문의 부가가치는 22조원이다.
수출만이 우리나라의 유일한 살길이라는 믿음의 근거에는 이렇듯 부풀려 알려진 정부통계의 허실이 베일에 가려져 있다. 그리하여 GDP의 8.9% 기여를 하는 수출만을 위하여 3.2%를 기여하면서 그 2~3배인 다양한 공익적 NTC(비교역관심사) 기능을 행하는 농업부문의 몰락은 당연시한다면 그것은 분명 허풍이다. 우리 학계와 경제계, 언론계에 위풍당당히 회자되고 있는 한·미 FTA의 허풍 통계는 바야흐로 ‘삶의 질’을 높이자는 경제발전의 참 뜻을 흐리게 하고 있다.
*한국농어민신문 6월 19일자에 실린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