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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칼럼

    농촌형 사회적기업 모델 정립하자 | 정영일 지역재단 이사장/서울대 명예교수 
    • 작성일2020/03/05 10:59
    • 조회 367
    농촌형 사회적기업 모델 정립하자
    | 정영일 지역재단 이사장/서울대 명예교수 


    사회적기업(social enterprise)이란 취약계층에 대한 일자리 제공과 사회서비스 전달, 지속 가능한 지역 개발 등을 목표로 한 민간부문 주도의 활동조직들을 가리킨다. 1970년대 이후 불황 심화와 실업 증가, 정부의 사회서비스 제공능력 저하라는 상황 아래 유럽을 중심으로 실업자와 취약계층에 대한 일자리 제공 등을 위한 민간의 비영리활동이 확대돼 왔고, 주된 활동내용과 형태는 나라마다 다양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7년 1월 노동부 주관으로 ‘사회적기업육성법’이 제정되면서 일정한 요건을 갖춘 사회적기업에 대한 인증제도가 도입, 운영되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도 우리 현실에 맞는 지속 가능한 ‘농어촌공동체회사’의 다양한 모델을 개발해 올해 안에 2곳의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2012년까지 50곳을 육성한다는 목표를 올해 업무계획에 반영했다.

    그렇지만, 현행 사회적기업육성법은 사회적기업정책을 정부의 취약계층에 대한 일자리 제공이나 한정된 사회서비스 지원으로 지나치게 좁게 인식하고 있다. 때문에 정책 지원 대상을 경직적으로 규정된 인증기업의 인건비 중심으로 운영하는 등 농촌지역의 특성에 맞지 않은 많은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

    농촌지역의 여건에 맞는 새로운 모델의 정립과 합리적인 지원체계의 수립이 매우 절실한 시대적 과제이고, 우리 농촌의 특성을 감안해 사회적기업을 육성하려면 정책적으로 여러가지 부분을 유의해야 한다.

    먼저, 농촌지역 사회적기업의 활동영역은 지역 활성화에 기여할 폭넓은 사업으로 유연성 있게 설정돼야 한다. 현행 사회적기업육성법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위축된 취약계층의 일자리 제공을 중심으로 운영돼 농촌경관의 유지·보전, 도·농교류의 내실화, 자원순환형 농업의 확립, 로컬푸드운동의 정착 등 농촌의 공익적 활동을 대상으로 포함하는 데 한계를 지니기 때문이다. 동시에 마을이나 권역개발사업들의 민간 주도성과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 개선 노력과 농촌 사회적기업 육성시책을 연계하는 방안도 적극 모색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또 현행 사회적기업육성법이 규정하고 있는 ‘기업인증=지원제도’를 ‘사업지원제도’로 전환하고, 지원범위를 인건비 지원 위주로부터 제도 및 인프라 조성 위주로 전환해 나감으로써 사회적기업 활동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운영해 나갈 필요가 있다. 정부 인증의 획득이 바로 기업에 대한 지원을 의미하는 방식으로는 정부 지원 확보를 위한 편법 동원의 가능성을 배제하기가 어렵고, 정부의 경상비 지원이 중단될 경우 사업의 지속성이 위협 받을 우려가 크다는 점이 여러 실태조사에서 나타나고 있어서다.

    더불어 농촌지역의 경우 사회적기업 활동을 담당할 운영주체의 역량이 매우 취약한 점을 감안할 때 사회적기업의 인큐베이팅과 컨설팅 등 실질적인 경영 지원을 담당할 민간 중간지원조직의 역할이 필요하다. 이를 위한 전문인력의 육성과 사회적기업 지원기관의 활성화를 위한 조치가 적극 뒷받침돼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추구하는 사업내용에 걸맞은 명칭의 선택이다. 현행 법 규정의 제약을 감안하더라도 ‘농어촌공동체회사’라는 명칭보다는 공동체와 회사라는 두 용어 사이의 이질성을 피하면서, 예컨대 ‘농어촌지역 활성화를 위한 민간사업조직’과 같은 포괄적인 명칭으로 바꾸고 간결한 약칭을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 농민신문 2010년 3월 15일자에 실린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