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주부와 다민족 문화 이해 | 강이수 상지대 교수 여성학
- 작성일2020/03/04 15:43
- 조회 456
외국인 주부와 다민족 문화 이해
|강이수 상지대 교수 여성학
최근 우리 사회에서 외국인과 결혼하는 비율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2005년 외국인과의 국제결혼 비율은 전체 결혼 건수의 12% 정도로 10명 중 한 쌍이 외국인과의 결혼을 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이같은 국제결혼은 지역별로는 도시 지역보다는 농어촌 지역이 높고, 외국인 남성과의 결혼 보다는 외국인 여성과의 결혼이 더 많은 상황이다. 강원도의 경우에도 지난해 도내에서 가정을 이룬 남성 10명 가운데 3명 이상이 외국인 여성과 결혼하는 등 다른 지역보다도 훨씬 높은 국제결혼 비율을 보이고 있다.
국제결혼의 급증 배경은 물론 다양하겠지만, 우리 사회가 빠르게 발전하면서 여성들의 교육수준과 사회적 활동에 대한 지향이 높아지면서 한 편으로는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 경향이 높아지고, 동시에 사회적 활동을 위해 농촌보다는 도시에서의 생활을 선택하는 경향이 강화되면서 발생한 사회적 현상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이제 주변에서 외국인 주부를 만나거나 함께 생활하는 것은 별로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고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점차 자연스러운 일상이 될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국제결혼과 외국인 주부의 급증을 둘러싼 우리 사회의 시각과 반응 그리고 파생되는 문제들은 매우 복잡한 교차점에 서있는 상황이다.
농어촌에 기반을 둔 지방자치단체는 최근 외국인 여성과의 결혼은 물론 정착과 적응을 위한 각종 지원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그런데 이같은 지원책이 무색하게 외국인 여성과 결혼하여 가정을 꾸린 가구의 이혼율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우리 사회의 이혼율도 결코 낮지 않은 상황에서 국제결혼을 한 가구의 이혼과 부적응만 크게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것은 아니지만, 낯선 나라에 와서 결혼과 이후의 힘든 현실을 꾸려나가는 외국인 주부들에게 우리 사회가 과연 어떠한 대우를 하고 있는지 반성해 보아야 할 지점이라고 생각된다.
우선 농어촌 지역은 아직도 전통적인 의식이 강한 편이고 외국인 주부에게도 이같은 남성을 중심으로 한 전통적 질서에 자연스럽게 편입되기를 기대한다.
각 나라마다 양성관계의 질서와 규범의 특성이 있지만 한국에 왔으니 우리 식의 가정 질서에 따르고 복종할 것을 기대하는 것이다. 우리 여성들도 힘들어하는 가부장적인 위계적 관계에 외국인 여성 특히 저발전국의 여성이라고 해서 쉽게 적응할 것을 기대한다는 것은 무리이다.
일차적으로 외국인 여성을 맞이하는 남성과 그 가족들이 조금 더 개방적이고 평등한 의식으로 함께 할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외국인 주부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각종 지원 정책의 방향에도 검토가 필요하다. 외국인 주부를 대상으로 하는 지원 정책은 대부분 한국문화에 대한 적응을 강조하는 프로그램들이다. 전통 예절이나 다도 교육, 한국 전통요리 만들기, 한국어 교육 등이 그 것이다.
물론 한국어 교육과 같은 프로그램은 꼭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한 편으로 왜 이들 외국인 여성을 한국 사회에 적응시키려는 프로그램만 중요한지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 농어촌 남성들은 자신의 평생 배우자가 된 여성의 모국어를 배우고, 이해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우리 문화만이 아니라 상대방 나라의 문화에 대한 이해도 함께 교류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외국인 여성이 살아온 문화와 정체성을 인정하는 것이 그 여성이 이곳에서 살아가는데 자신감을 갖을 수 있는 또 다른 중요한 기반인 것이다.
얼마 전 아이를 데리고 미국의 한 도시에서 연구년을 지내게 되었다. 낯선 곳에서 적응하고 지내느라 이런 저런 어려움이 있는 중에서 가장 즐겁게 생각되는 기억 중의 하나는 아이 학교에서 하는 다문화 축제(multi-cultural festival)에 참여했던 기억이다. 불고기와 잡채를 준비하고 참석한 그 곳에서 이란의 차가 얼마나 향기로운지, 레바논 여성이 만든 쿠키가 얼마나 달콤하고 멋진지를 새삼 경험했고, 내가 준비한 음식을 맛있게 먹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뿌듯한 자신감을 느꼈던 것이다.
나와 내 문화의 정체성을 서로 확인하고 공유한 이후에 학부모들은 서로 더욱 친하고 대등하게 지낼 수 있었다.
우리 사회에 와있는 외국인 여성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한국말을 어눌하게 하고 적응이 느리다고 비난하는 분위기 보다는 자신과 스스로의 문화에 대한 인정을 받게 되면 더욱 자신감 있게 이 곳 생활을 꾸려나갈 수 있을 것이다.
외국인 주부가 급증해가는 시점에서 한 편으로는 다민족 문화에 대한 이해를 넓혀 나가고, 다른 한 편으로는 한국 가정의 당당한 안주인이 될 수 있도록 격려, 지원하는 폭넓은 관심이 필요한 때이다.
이제 가까운 시일 내에 고향인 농어촌에 돌아가면 우리의 전통 풍습보다는 도시 보다 더 많은 외국인 주부가 꾸려가는 새로운 가정과 모습을 만나게 될 런지도 모른다. 변해가는 일상생활과 다문화 패러다임에 대해 조화로운 공존의 법칙을 마련해가는 지혜가 필요한 시기이다.
*이글은 강원일보 2006년 08월 21자에 실린 글입니다.
|강이수 상지대 교수 여성학
최근 우리 사회에서 외국인과 결혼하는 비율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2005년 외국인과의 국제결혼 비율은 전체 결혼 건수의 12% 정도로 10명 중 한 쌍이 외국인과의 결혼을 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이같은 국제결혼은 지역별로는 도시 지역보다는 농어촌 지역이 높고, 외국인 남성과의 결혼 보다는 외국인 여성과의 결혼이 더 많은 상황이다. 강원도의 경우에도 지난해 도내에서 가정을 이룬 남성 10명 가운데 3명 이상이 외국인 여성과 결혼하는 등 다른 지역보다도 훨씬 높은 국제결혼 비율을 보이고 있다.
국제결혼의 급증 배경은 물론 다양하겠지만, 우리 사회가 빠르게 발전하면서 여성들의 교육수준과 사회적 활동에 대한 지향이 높아지면서 한 편으로는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 경향이 높아지고, 동시에 사회적 활동을 위해 농촌보다는 도시에서의 생활을 선택하는 경향이 강화되면서 발생한 사회적 현상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이제 주변에서 외국인 주부를 만나거나 함께 생활하는 것은 별로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고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점차 자연스러운 일상이 될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국제결혼과 외국인 주부의 급증을 둘러싼 우리 사회의 시각과 반응 그리고 파생되는 문제들은 매우 복잡한 교차점에 서있는 상황이다.
농어촌에 기반을 둔 지방자치단체는 최근 외국인 여성과의 결혼은 물론 정착과 적응을 위한 각종 지원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그런데 이같은 지원책이 무색하게 외국인 여성과 결혼하여 가정을 꾸린 가구의 이혼율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우리 사회의 이혼율도 결코 낮지 않은 상황에서 국제결혼을 한 가구의 이혼과 부적응만 크게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것은 아니지만, 낯선 나라에 와서 결혼과 이후의 힘든 현실을 꾸려나가는 외국인 주부들에게 우리 사회가 과연 어떠한 대우를 하고 있는지 반성해 보아야 할 지점이라고 생각된다.
우선 농어촌 지역은 아직도 전통적인 의식이 강한 편이고 외국인 주부에게도 이같은 남성을 중심으로 한 전통적 질서에 자연스럽게 편입되기를 기대한다.
각 나라마다 양성관계의 질서와 규범의 특성이 있지만 한국에 왔으니 우리 식의 가정 질서에 따르고 복종할 것을 기대하는 것이다. 우리 여성들도 힘들어하는 가부장적인 위계적 관계에 외국인 여성 특히 저발전국의 여성이라고 해서 쉽게 적응할 것을 기대한다는 것은 무리이다.
일차적으로 외국인 여성을 맞이하는 남성과 그 가족들이 조금 더 개방적이고 평등한 의식으로 함께 할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외국인 주부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각종 지원 정책의 방향에도 검토가 필요하다. 외국인 주부를 대상으로 하는 지원 정책은 대부분 한국문화에 대한 적응을 강조하는 프로그램들이다. 전통 예절이나 다도 교육, 한국 전통요리 만들기, 한국어 교육 등이 그 것이다.
물론 한국어 교육과 같은 프로그램은 꼭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한 편으로 왜 이들 외국인 여성을 한국 사회에 적응시키려는 프로그램만 중요한지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 농어촌 남성들은 자신의 평생 배우자가 된 여성의 모국어를 배우고, 이해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우리 문화만이 아니라 상대방 나라의 문화에 대한 이해도 함께 교류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외국인 여성이 살아온 문화와 정체성을 인정하는 것이 그 여성이 이곳에서 살아가는데 자신감을 갖을 수 있는 또 다른 중요한 기반인 것이다.
얼마 전 아이를 데리고 미국의 한 도시에서 연구년을 지내게 되었다. 낯선 곳에서 적응하고 지내느라 이런 저런 어려움이 있는 중에서 가장 즐겁게 생각되는 기억 중의 하나는 아이 학교에서 하는 다문화 축제(multi-cultural festival)에 참여했던 기억이다. 불고기와 잡채를 준비하고 참석한 그 곳에서 이란의 차가 얼마나 향기로운지, 레바논 여성이 만든 쿠키가 얼마나 달콤하고 멋진지를 새삼 경험했고, 내가 준비한 음식을 맛있게 먹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뿌듯한 자신감을 느꼈던 것이다.
나와 내 문화의 정체성을 서로 확인하고 공유한 이후에 학부모들은 서로 더욱 친하고 대등하게 지낼 수 있었다.
우리 사회에 와있는 외국인 여성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한국말을 어눌하게 하고 적응이 느리다고 비난하는 분위기 보다는 자신과 스스로의 문화에 대한 인정을 받게 되면 더욱 자신감 있게 이 곳 생활을 꾸려나갈 수 있을 것이다.
외국인 주부가 급증해가는 시점에서 한 편으로는 다민족 문화에 대한 이해를 넓혀 나가고, 다른 한 편으로는 한국 가정의 당당한 안주인이 될 수 있도록 격려, 지원하는 폭넓은 관심이 필요한 때이다.
이제 가까운 시일 내에 고향인 농어촌에 돌아가면 우리의 전통 풍습보다는 도시 보다 더 많은 외국인 주부가 꾸려가는 새로운 가정과 모습을 만나게 될 런지도 모른다. 변해가는 일상생활과 다문화 패러다임에 대해 조화로운 공존의 법칙을 마련해가는 지혜가 필요한 시기이다.
*이글은 강원일보 2006년 08월 21자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