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C일보에 이렇게 당했다 | 김성훈 중앙대 명예교수(현 밴쿠버 UBC 초빙교수)
- 작성일2020/03/05 11:25
- 조회 391
나는 C일보에 이렇게 당했다
| 김성훈 중앙대 명예교수(현 밴쿠버 UBC 초빙교수)
나는 지난 3월29일부터 4월18일까지 미국 샌디에고의 캘리포니아대학교 국제관계대학(IR/PS)의 태평양 지도자 특임연구원으로 초청되어 ‘한미 FTA의 문제점과 전망’에 대한 공개강연회를 가졌다. ‘한국의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에 대한 강의도 했다. 긴장을 많이 한만큼 반응도 아주 좋았고 한국의 실정과 입장을 나름대로 잘 전달했다 싶었다. 그 후 열흘 남짓 미국 서부·중부지역을 여행하고 4월28일부터 캐나다 밴쿠버 UBC 대학의 초빙교수로 와 있다. 이번이 세 번째 UBC 방문교수(Visiting Scholar) 생활을 하는 셈이다.
그러던 차 지난 3일 이름도 비슷한 C일보의 K기자로부터 전화가 왔다. 반가웠다. 먼저 근황을 묻길래 캘리포니아대학에서의 강연 성과를 이야기해 주었다. 한미 FTA와 관련해 미국은 재협상이나 추가협상은 피하고 그 대신 자동차, 쇠고기 등 민감사항을 미국의 이익을 반영해 별도 서신형식으로 처리할 계획이라는 정보부터 알려 주었다. 그러나 그 내용엔 전혀 관심이 없어 했다. 나중에 기사를 읽어보니 2년 전 촛불시위 주역들을 차례로 혼내주려는 기획물로 나에게 전화를 했던 모양이다. 나는 강연에서 구체적인 국별 비교분석자료를 제시하면서 “한국이 다른 나라에 비해 FTA 협상을 아주 비대칭적으로 불리하게 했다. 특히 불리한 미국산 쇠고기수입협상이 국민 소비자들을 자극해 두 달간 촛불시위가 일어났다. 그러나 우리나라 소비자, 아기엄마, 소년소녀들이 반대한 것은 미국인이 주로 먹고 있는 20개월령 이하의 쇠고기가 아니라, 광우병의 98%가 발생한 30개월령 이상의 쇠고기와 내장·척수 등 광우병 위험물질을 수입하도록 한 편파적인 협상조건을 반대한 것이다.
더군다나 캠프 데이비드 한미정상회담을 하루 앞두고 우리 정부가 갑자기 180도로 입장을 바꾼 것에 항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세계 유수국가 중 어느 나라도 30개월령 이상의 쇠고기와 특수부위는 수출도 수입도 하지 않지 않느냐. 당신네들도 알고는 사먹지 않지 않느냐.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미국민이 먹고 있는 것을 수입하지 말자고 주장한 것이 아니었다. 미국 민주주의를 배운 어린 학생들까지 근 두 달간 촛불시위를 한 요인은 바로 30개월령 이상 광우병 위험물질의 수입개방 때문”이라고 말하자 일부 청중들은 박수하고 공감하더라는 말도 했던 것 같다.
친환경 햄버거집에 들렀던 이유
또 나는 도착한 사흘 후 미국교수의 소개로 샌디에고 부유층이 많이 살고 있는 라호야(La Jolla) 시내에서 순전히 풀을 먹고 자란 버팔로(들소) 전문 버거라운지에 들러 발디딜 틈도 없이 붐비는 백인들 틈에 끼어 햄버거를 시식해 보았다 말했더니 청중들이 박장대소하더란 말도 했다. 미국사람들도 쇠고기 관련 각종 질병에는 아주 민감해 하는 사례로 햄버거 시식 건을 소개한 것이다. 내친 김에 미국 서부지역 여행 중 맥도날드 햄버거집은 한산한데 비해 In N Out이라는 햄버거집은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어 그 이유를 알아보니 그곳의 햄버거는 직영 및 협력농장에서 직접 기른 20개월령 이하의 최고급 신선 쇠고기만 쓰고 있었고, 특히 신선도 유지를 위해 하루 배달거리에 위치한 캘리포니아와 아리조나, 네바다, 유타주에서만 점포를 운영하고 냉장·온장시설 없이 당일 소비를 원칙으로 할 만큼 철저히 위생중심의 경영전략을 취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전했다.
이렇게 현지의 친환경 햄버거 집을 찾아 가 직접 실태를 파악하고 시식한 사실을 C일보는 마치 내가 햄버거 병이 든 어린애인양, 또 이중인격자인양 제목과 내용을 이상하게 짜깁기해 대서특필했다. 소문대로 C일보의 작문 실력은 소설가 뺨칠 정도로 ‘명불허전’이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성은 99.99%가 아니라 100%를 책임지는 것이 정부와 언론의 책무다. 그런 나라가 진짜 선진국이다. 딴 꿍궁이 목적을 위해 1%라도 위험성을 왜곡, 또는 호도하는 언론은 사이비들이다.
취재 땐 묻지도 않고 ‘멋대로 작문’
마침내 K기자는 쇠고기 촛불시위가 너무 과장된 것이 아니었냐고 질문을 하였다. 글쎄 나는 왜 C일보가 노 정권 때는 같은 쇠고기 수입조건에 대해 그렇게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중시하더니 6개월도 안돼 새 정권하에서 촛불시위가 일어나자 전혀 딴판을 벌렸는지 되물었다. 대답이 없었다. 그리고 다시 K기자는 당시 사람들의 우려와 주장이 좀 무리한 것 아니었느냐고 물었다. 나는 그러면 왜 이대통령은 두 번씩이나 사과를 했는냐고 되물었다. 거짓 사과가 아니라면 말이다. 정부는 단 한사람의 건강과 생명도 중요하게 보호해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당시 취재에서 시민사회신문의 2008년 5월5일자 내 기고문의 인쇄된 내용과 내 홈피에 올린 글이 왜 달라졌느냐는 질문은 전혀 없었다. 그래놓고 기사에선 내가 입장을 바꿨다며 혹독히 비난했다. 물어 봤다면, “2년 전 기고 당시 수정한 원고를 시민사회신문에 보냈는데 이미 인쇄가 끝나 발송되어 수정이 불가능했다. 단, 인터넷판에는 수정원고를 싣겠다는 대답을 듣고 내 홈피에도 올렸다”고 설명했을 것이다. 트집도 잡지 않고 기자 혼자 작문한 것이다. 또 2008년 6월 C일보가 사설로 나를 적시하며 매도했던 내용(광우병 의심자 25만에서 65만)과 똑같은 글을 재탕하여 기사화했다. 단 한마디라도 물어 보았다면 2008년 6월25일자에서 밝힌 시민사회신문 인터뷰 기사(모두 홈페이지에 실려 있음)를 적시하며 외국의 새로운 연구동향을 설명했을 터이다. 도리어 나는 내 새 홈페이지에 강연 요지를 올려 놓았으니 타국과 비교해 아주 불균등한 한미 쇠고기 협상결과를 참고하라고 친절히 알려주기까지 했다. 앞서 소개한 내 글 중 어느 것도 C일보는 정부가 듣기 싫어하는 부분은 거들떠보지도 않은 것 같다. 처음부터 상처내기를 의도하고 높은 분에게 점수따기에 여념이 없었는지 알 길이 없다.
“나쁜사람이 나쁘다면 좋은사람”
전화 막바지에 불현듯 불길한 예감이 들어 K기자에게 물었다. 오늘 이야기 나눈 것이 기사화 되느냐고. 그럴 것이라고 하길래, 노파심에 “내 말이 너무 논쟁적으로 다뤄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는 말로 엎질러진 물을 대신했다. 만일에 대비해 사전 각본에 따라 일방적으로 기사를 단순화하지 말라는 뜻이었다. 그렇게 하겠다는 대답을 들었다. 그 대답이 11일 C일보에 대서특필된 흠집내기 기사이다.
이상이 모처럼 ‘자유인’이 되어 국내의 정치 소용돌이를 피해 ‘순정의 나그네 길’을 살고 있던 7순의 내가 당한 황당한 이야기 전말이다. 아직도 C일보에겐 내가 이용할 가치가 있었던 모양인가. 연전에 소시모의 송보경 교수가 “나쁜 사람들이 나쁘다고 하는 사람은 좋은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고 했던 말로 애써 인간 신뢰에 대한 배신감을 달래본다.(밴쿠버 UBC학사에서).
* 이 글은 한국농어민신문 2010년5월20일자 (제2242호)에 실린 칼럼입니다.
| 김성훈 중앙대 명예교수(현 밴쿠버 UBC 초빙교수)
나는 지난 3월29일부터 4월18일까지 미국 샌디에고의 캘리포니아대학교 국제관계대학(IR/PS)의 태평양 지도자 특임연구원으로 초청되어 ‘한미 FTA의 문제점과 전망’에 대한 공개강연회를 가졌다. ‘한국의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에 대한 강의도 했다. 긴장을 많이 한만큼 반응도 아주 좋았고 한국의 실정과 입장을 나름대로 잘 전달했다 싶었다. 그 후 열흘 남짓 미국 서부·중부지역을 여행하고 4월28일부터 캐나다 밴쿠버 UBC 대학의 초빙교수로 와 있다. 이번이 세 번째 UBC 방문교수(Visiting Scholar) 생활을 하는 셈이다.
그러던 차 지난 3일 이름도 비슷한 C일보의 K기자로부터 전화가 왔다. 반가웠다. 먼저 근황을 묻길래 캘리포니아대학에서의 강연 성과를 이야기해 주었다. 한미 FTA와 관련해 미국은 재협상이나 추가협상은 피하고 그 대신 자동차, 쇠고기 등 민감사항을 미국의 이익을 반영해 별도 서신형식으로 처리할 계획이라는 정보부터 알려 주었다. 그러나 그 내용엔 전혀 관심이 없어 했다. 나중에 기사를 읽어보니 2년 전 촛불시위 주역들을 차례로 혼내주려는 기획물로 나에게 전화를 했던 모양이다. 나는 강연에서 구체적인 국별 비교분석자료를 제시하면서 “한국이 다른 나라에 비해 FTA 협상을 아주 비대칭적으로 불리하게 했다. 특히 불리한 미국산 쇠고기수입협상이 국민 소비자들을 자극해 두 달간 촛불시위가 일어났다. 그러나 우리나라 소비자, 아기엄마, 소년소녀들이 반대한 것은 미국인이 주로 먹고 있는 20개월령 이하의 쇠고기가 아니라, 광우병의 98%가 발생한 30개월령 이상의 쇠고기와 내장·척수 등 광우병 위험물질을 수입하도록 한 편파적인 협상조건을 반대한 것이다.
더군다나 캠프 데이비드 한미정상회담을 하루 앞두고 우리 정부가 갑자기 180도로 입장을 바꾼 것에 항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세계 유수국가 중 어느 나라도 30개월령 이상의 쇠고기와 특수부위는 수출도 수입도 하지 않지 않느냐. 당신네들도 알고는 사먹지 않지 않느냐.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미국민이 먹고 있는 것을 수입하지 말자고 주장한 것이 아니었다. 미국 민주주의를 배운 어린 학생들까지 근 두 달간 촛불시위를 한 요인은 바로 30개월령 이상 광우병 위험물질의 수입개방 때문”이라고 말하자 일부 청중들은 박수하고 공감하더라는 말도 했던 것 같다.
친환경 햄버거집에 들렀던 이유
또 나는 도착한 사흘 후 미국교수의 소개로 샌디에고 부유층이 많이 살고 있는 라호야(La Jolla) 시내에서 순전히 풀을 먹고 자란 버팔로(들소) 전문 버거라운지에 들러 발디딜 틈도 없이 붐비는 백인들 틈에 끼어 햄버거를 시식해 보았다 말했더니 청중들이 박장대소하더란 말도 했다. 미국사람들도 쇠고기 관련 각종 질병에는 아주 민감해 하는 사례로 햄버거 시식 건을 소개한 것이다. 내친 김에 미국 서부지역 여행 중 맥도날드 햄버거집은 한산한데 비해 In N Out이라는 햄버거집은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어 그 이유를 알아보니 그곳의 햄버거는 직영 및 협력농장에서 직접 기른 20개월령 이하의 최고급 신선 쇠고기만 쓰고 있었고, 특히 신선도 유지를 위해 하루 배달거리에 위치한 캘리포니아와 아리조나, 네바다, 유타주에서만 점포를 운영하고 냉장·온장시설 없이 당일 소비를 원칙으로 할 만큼 철저히 위생중심의 경영전략을 취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전했다.
이렇게 현지의 친환경 햄버거 집을 찾아 가 직접 실태를 파악하고 시식한 사실을 C일보는 마치 내가 햄버거 병이 든 어린애인양, 또 이중인격자인양 제목과 내용을 이상하게 짜깁기해 대서특필했다. 소문대로 C일보의 작문 실력은 소설가 뺨칠 정도로 ‘명불허전’이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성은 99.99%가 아니라 100%를 책임지는 것이 정부와 언론의 책무다. 그런 나라가 진짜 선진국이다. 딴 꿍궁이 목적을 위해 1%라도 위험성을 왜곡, 또는 호도하는 언론은 사이비들이다.
취재 땐 묻지도 않고 ‘멋대로 작문’
마침내 K기자는 쇠고기 촛불시위가 너무 과장된 것이 아니었냐고 질문을 하였다. 글쎄 나는 왜 C일보가 노 정권 때는 같은 쇠고기 수입조건에 대해 그렇게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중시하더니 6개월도 안돼 새 정권하에서 촛불시위가 일어나자 전혀 딴판을 벌렸는지 되물었다. 대답이 없었다. 그리고 다시 K기자는 당시 사람들의 우려와 주장이 좀 무리한 것 아니었느냐고 물었다. 나는 그러면 왜 이대통령은 두 번씩이나 사과를 했는냐고 되물었다. 거짓 사과가 아니라면 말이다. 정부는 단 한사람의 건강과 생명도 중요하게 보호해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당시 취재에서 시민사회신문의 2008년 5월5일자 내 기고문의 인쇄된 내용과 내 홈피에 올린 글이 왜 달라졌느냐는 질문은 전혀 없었다. 그래놓고 기사에선 내가 입장을 바꿨다며 혹독히 비난했다. 물어 봤다면, “2년 전 기고 당시 수정한 원고를 시민사회신문에 보냈는데 이미 인쇄가 끝나 발송되어 수정이 불가능했다. 단, 인터넷판에는 수정원고를 싣겠다는 대답을 듣고 내 홈피에도 올렸다”고 설명했을 것이다. 트집도 잡지 않고 기자 혼자 작문한 것이다. 또 2008년 6월 C일보가 사설로 나를 적시하며 매도했던 내용(광우병 의심자 25만에서 65만)과 똑같은 글을 재탕하여 기사화했다. 단 한마디라도 물어 보았다면 2008년 6월25일자에서 밝힌 시민사회신문 인터뷰 기사(모두 홈페이지에 실려 있음)를 적시하며 외국의 새로운 연구동향을 설명했을 터이다. 도리어 나는 내 새 홈페이지에 강연 요지를 올려 놓았으니 타국과 비교해 아주 불균등한 한미 쇠고기 협상결과를 참고하라고 친절히 알려주기까지 했다. 앞서 소개한 내 글 중 어느 것도 C일보는 정부가 듣기 싫어하는 부분은 거들떠보지도 않은 것 같다. 처음부터 상처내기를 의도하고 높은 분에게 점수따기에 여념이 없었는지 알 길이 없다.
“나쁜사람이 나쁘다면 좋은사람”
전화 막바지에 불현듯 불길한 예감이 들어 K기자에게 물었다. 오늘 이야기 나눈 것이 기사화 되느냐고. 그럴 것이라고 하길래, 노파심에 “내 말이 너무 논쟁적으로 다뤄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는 말로 엎질러진 물을 대신했다. 만일에 대비해 사전 각본에 따라 일방적으로 기사를 단순화하지 말라는 뜻이었다. 그렇게 하겠다는 대답을 들었다. 그 대답이 11일 C일보에 대서특필된 흠집내기 기사이다.
이상이 모처럼 ‘자유인’이 되어 국내의 정치 소용돌이를 피해 ‘순정의 나그네 길’을 살고 있던 7순의 내가 당한 황당한 이야기 전말이다. 아직도 C일보에겐 내가 이용할 가치가 있었던 모양인가. 연전에 소시모의 송보경 교수가 “나쁜 사람들이 나쁘다고 하는 사람은 좋은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고 했던 말로 애써 인간 신뢰에 대한 배신감을 달래본다.(밴쿠버 UBC학사에서).
* 이 글은 한국농어민신문 2010년5월20일자 (제2242호)에 실린 칼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