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조기관세화 논의의 선결과제 | 윤석원 중앙대 교수
- 작성일2020/03/05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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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조기관세화 논의의 선결과제
| 윤석원 중앙대 교수
쌀 조기 관세화 개방문제와 관련해 지금까지 사회적 논의 과정에서 나타난 논란은 크게 두 가지 의견으로 집약된다. 하나는 2014년 이후에는 무조건 관세화에 의해 개방해야 한다는, 소위 자동관세화개방론에 입각한 조기개방 ‘찬성론’과, 다른 하나는 2014년 이후에도 무조건 관세화개방해야 되는 것이 아니라 협상의 여지가 있을 뿐만 아니라, DDA협상에서의 개도국 지위유지 문제, 한·미FTA재협상(추가협상)이나 한·중FTA 등에서 쌀마저도 예외품목이 될 수 없게 되고 쌀 관세율을 낮추자고 주장하는 등 협상에서의 운신의 폭이 줄어들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는 소위 ‘신중론’이 각각의 소리를 내며 현재에 이르고 있다.
자동관세화론 타당성 따져봐야
만약 100% 자동관세화 개방이 맞다면 조기 관세화 개방론의 논거가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고 판단되며, 만에 하나라도 무조건 관세화 개방이 아니라면 신중론의 논거가 매우 합당하다고 판단된다. 각각의 주장에 모두 일리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가 쌀 조기 관세화 개방을 하고자 한다면 신중론자들이 주장하는 부분을 명쾌하게 해주면 합의 과정이 매우 쉬울 수 있다. 즉 선결과제가 있다는 의미이다. 무조건 찬성론의 주장만을 강요하거나 아무런 노력 없이 농민단체들의 합의가 있으면 하겠다는 자세도 책임 있는 정부의 자세가 아니라고 판단된다.
정부, 개도국 지위 유지 의지 필수
이를 위해서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야할 과제는 2014년 이후 과연 무조건 관세화 개방인가 아닌가 하는 통상법적, 전략적 이해의 차이를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이를 정부가 앞장서서 2014년이 지나면 무조건 ‘자동관세화 개방’이라는 주장과 ‘그렇지 않다 또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한 통상법적 해석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이다. 이를 위해 국내외의 객관적인 통상법 전문가(권위자) 집단의 자문이나 공청회 등을 통해 의견을 집약하고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 만일 100% 자동관세화 개방이 맞다면 조기관세화 개방론은 상당한 설득력을 가질 수 있는 것이고, 그렇지 않거나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면 신중론이 힘을 받을 수 있다.
다음으로는 정부의 확고한 개도국 지위 유지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물론 상대가 있는 국제협상에서 우리 마음대로 되는 것은 아니겠으나 농업부문의 경우 확실하게 개도국 지위를 유지할 것이라는 의지를 강력하게 피력할 필요가 있다. DDA 협상에서 개도국 지위를 유지하는 것과 선진국 대우를 받는 경우와는 상당히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만약 DDA 협상이 현재 팔코너 의장에 의해서 제안된 세부원칙대로 타결될 경우 우리가 선진국 대우를 받는다면 쌀을 민감품목으로 지정한다하더라도 TRQ(일종의 의무수입량) 물량으로 소비량의 3~4%인 12만~16만톤의 쌀을 추가적으로 수입해야 되는 반면에, 우리가 개도국 지위를 받게 되면 쌀을 특별품목으로 취급해 추가적인 TRQ 물량이 없도록 돼 있어 개도국이냐 선진국이냐 하는 문제가 매우 중요하게 돼 있기 때문이다.
또한 농민들의 불안을 불식시키고 우리의 쌀 농업을 어떻게 가져 가겠다는 비전과 목표 등을 담은 쌀 중장기 자급 목표와 비전을 천명해야 한다. 쌀 농업의 중장기 목표와 비전은 쌀 시장의 전면적인 개방이 이루어 질 경우를 대비하되, 식량 안보와 식량주권을 염두에 둔 것이어야 한다. 최대한 논의 형상을 유지 보존 할 수 있는 목표를 설정해 제시해야 한다.
동시에 쌀 관세화 개방에 대비한 자급률 하락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앞으로 개방화 시대에 우리의 쌀 자급률은 중·장기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게 돼 있고, 쌀 재배면적은 60만~70만ha로 줄어들어 쌀 생산기반인 논을 유지하는 정책이 없으면 자급률 저하와 함께 식량주권, 식량안보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중·장기적으로 쌀 자급기반 유지와 쌀 자급률 제고를 위한 특단의 대책이 요구 된다.
쌀 소득안정 제도적 장치 마련을
마지막으로 농가불안 해소를 위한 쌀 소득안정장치를 강구해 쌀 농가 소득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제시해야 한다. 쌀소득보전직불금의 보전비율을 현행 85%에서 95% 이상으로 상향조정하고, 목표가격설정시 생산비와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며, 직불금이 실경작자인 농가에게 수령될 수 있도록 보완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선결과제들을 먼저 풀어 가는 것이 현 단계에서 정부가 해야 할 일이지 조기 관세화 개방만을 밀어 붙여서는 안 된다. 이러한 선결과제들이 해결되면 쌀 조기 관세화 개방 논의와 사회적 합의는 의외로 쉬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분발과 열린 소통을 기대해 본다.
* 이 글은 한국농어민신문 2010년6월14일자 (제2248호)에 실린 내용입니다.
| 윤석원 중앙대 교수
쌀 조기 관세화 개방문제와 관련해 지금까지 사회적 논의 과정에서 나타난 논란은 크게 두 가지 의견으로 집약된다. 하나는 2014년 이후에는 무조건 관세화에 의해 개방해야 한다는, 소위 자동관세화개방론에 입각한 조기개방 ‘찬성론’과, 다른 하나는 2014년 이후에도 무조건 관세화개방해야 되는 것이 아니라 협상의 여지가 있을 뿐만 아니라, DDA협상에서의 개도국 지위유지 문제, 한·미FTA재협상(추가협상)이나 한·중FTA 등에서 쌀마저도 예외품목이 될 수 없게 되고 쌀 관세율을 낮추자고 주장하는 등 협상에서의 운신의 폭이 줄어들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는 소위 ‘신중론’이 각각의 소리를 내며 현재에 이르고 있다.
자동관세화론 타당성 따져봐야
만약 100% 자동관세화 개방이 맞다면 조기 관세화 개방론의 논거가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고 판단되며, 만에 하나라도 무조건 관세화 개방이 아니라면 신중론의 논거가 매우 합당하다고 판단된다. 각각의 주장에 모두 일리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가 쌀 조기 관세화 개방을 하고자 한다면 신중론자들이 주장하는 부분을 명쾌하게 해주면 합의 과정이 매우 쉬울 수 있다. 즉 선결과제가 있다는 의미이다. 무조건 찬성론의 주장만을 강요하거나 아무런 노력 없이 농민단체들의 합의가 있으면 하겠다는 자세도 책임 있는 정부의 자세가 아니라고 판단된다.
정부, 개도국 지위 유지 의지 필수
이를 위해서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야할 과제는 2014년 이후 과연 무조건 관세화 개방인가 아닌가 하는 통상법적, 전략적 이해의 차이를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이를 정부가 앞장서서 2014년이 지나면 무조건 ‘자동관세화 개방’이라는 주장과 ‘그렇지 않다 또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한 통상법적 해석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이다. 이를 위해 국내외의 객관적인 통상법 전문가(권위자) 집단의 자문이나 공청회 등을 통해 의견을 집약하고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 만일 100% 자동관세화 개방이 맞다면 조기관세화 개방론은 상당한 설득력을 가질 수 있는 것이고, 그렇지 않거나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면 신중론이 힘을 받을 수 있다.
다음으로는 정부의 확고한 개도국 지위 유지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물론 상대가 있는 국제협상에서 우리 마음대로 되는 것은 아니겠으나 농업부문의 경우 확실하게 개도국 지위를 유지할 것이라는 의지를 강력하게 피력할 필요가 있다. DDA 협상에서 개도국 지위를 유지하는 것과 선진국 대우를 받는 경우와는 상당히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만약 DDA 협상이 현재 팔코너 의장에 의해서 제안된 세부원칙대로 타결될 경우 우리가 선진국 대우를 받는다면 쌀을 민감품목으로 지정한다하더라도 TRQ(일종의 의무수입량) 물량으로 소비량의 3~4%인 12만~16만톤의 쌀을 추가적으로 수입해야 되는 반면에, 우리가 개도국 지위를 받게 되면 쌀을 특별품목으로 취급해 추가적인 TRQ 물량이 없도록 돼 있어 개도국이냐 선진국이냐 하는 문제가 매우 중요하게 돼 있기 때문이다.
또한 농민들의 불안을 불식시키고 우리의 쌀 농업을 어떻게 가져 가겠다는 비전과 목표 등을 담은 쌀 중장기 자급 목표와 비전을 천명해야 한다. 쌀 농업의 중장기 목표와 비전은 쌀 시장의 전면적인 개방이 이루어 질 경우를 대비하되, 식량 안보와 식량주권을 염두에 둔 것이어야 한다. 최대한 논의 형상을 유지 보존 할 수 있는 목표를 설정해 제시해야 한다.
동시에 쌀 관세화 개방에 대비한 자급률 하락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앞으로 개방화 시대에 우리의 쌀 자급률은 중·장기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게 돼 있고, 쌀 재배면적은 60만~70만ha로 줄어들어 쌀 생산기반인 논을 유지하는 정책이 없으면 자급률 저하와 함께 식량주권, 식량안보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중·장기적으로 쌀 자급기반 유지와 쌀 자급률 제고를 위한 특단의 대책이 요구 된다.
쌀 소득안정 제도적 장치 마련을
마지막으로 농가불안 해소를 위한 쌀 소득안정장치를 강구해 쌀 농가 소득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제시해야 한다. 쌀소득보전직불금의 보전비율을 현행 85%에서 95% 이상으로 상향조정하고, 목표가격설정시 생산비와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며, 직불금이 실경작자인 농가에게 수령될 수 있도록 보완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선결과제들을 먼저 풀어 가는 것이 현 단계에서 정부가 해야 할 일이지 조기 관세화 개방만을 밀어 붙여서는 안 된다. 이러한 선결과제들이 해결되면 쌀 조기 관세화 개방 논의와 사회적 합의는 의외로 쉬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분발과 열린 소통을 기대해 본다.
* 이 글은 한국농어민신문 2010년6월14일자 (제2248호)에 실린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