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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칼럼

    농업인이 정당한 대우받는 ‘농업인의 날’이 돼야
    • 작성일2020/03/04 15:47
    • 조회 445
    농업인이 정당한 대우받는 ‘농업인의 날’이 돼야
    |농수축산신문 사설

     
    지난 10일 농촌진흥청 대강당에서 ‘펼쳐요! 미래농업, 열어요! 희망농촌’을 주제로 열린 제11회 ‘농업인의 날’ 기념식은 예전보다 농업인 중심으로 치러졌다는 점에서 박수를 받을 만하다. 이날 수상자 대부분이 농축산 현장에서 직접 땀을 흘리며 일하는 사람들이라는 점도 이 자리를 더욱 의미있게 했다.

      11(十一)월 11(十一)일은 흙이 겹치는 날로, 흙의 진리를 탐구해 ‘흙을 벗 삼아 흙과 살다 흙으로 돌아간다’는 농사철학 이념을 담고 있다. 1996년 국민화합차원에서 11월 11일이 정부기념일인 농업의 날로 정해진 것도 이처럼 깊은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다. 뜻 깊은 제11회 농업인의 날을 맞아 훈·포장 등을 수상을 한 농업발전 유공자들에게 힘찬 박수를 보내고 앞으로도 더욱 정진해 국내 농축산업 발전의 견인차가 돼 주길 바라며 기쁨을 함께한다.  그러나 농업인을 둘러싼 주변상황이 너무 악화돼 있는 실정이다 보니 제11회 농업인의 날 기념식을 지켜보면서 마냥 기쁨에 취할 수만도 없다. 국내 농축산업은 내년 3월말 타결을 목표로 하는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협상 등으로 농축산물시장 개방 확대가 예고돼 있는 상황이다. 지금도 어려운데 앞으로의 상황이 지금보다 개선되지 않고 악화될 것이라니 걱정이 아닐 수 없다.

      농업과 농업인을 바라보는 주변의 시각도 예전과 다르다. 11월 11일은 농업의 주역인 농업인의 역할을 새롭게 정립하고 농업인과 농업의 중요성을 되새기는 시간이 돼야 한다. 그러나 사회적인 분위기를 집약한 언론매체는 11월 11일을 제11회 농업인의 날 보다는 제과업체의 상술로 태어난 국적불명의 ‘빼빼로 데이’를 더 관심있게 다루고 있다. 농업과 농업인의 역할이 제과업체의 특정 상품만도 못하다는 말인가? 기가 찰 노릇이다.

      왜 이 지경에 도달하게 됐는지 농업계 차원의 진단이 있어야 한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농업인의 날이 국가기념일로 지정될 때만해도 농업계는 많은 기대를 가졌다. 11월 11일 농업인의 날을 계기로 농업인과 농업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고, 그에 따라 농업인과 농업에 대한 사회적 시각이 새로워질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했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농업과 농업인에 대한 평가나 사회적인 시각은 나아진 게 없다. 오히려 악화되지 않았나 하는 혹평도 감출 수 없다.

      농업계는 제11회 농업인의 날을 보내면서 그동안 자율적으로 개최해 온 농업인의 날 행사를 집중적으로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과거사를 캐자는 게 아니라 부족한 점은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잘된 점은 어떤 것이었는지를 알아내 농업인의 날을 농업과 농업인에 대한 사회적으로 그릇된 시각을 바로잡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제안을 하는 것이다.

      그 같은 일은 ‘농업인의 날 행사 추진위원회’가 맡아야 한다. 농업인의 날이 단순히 농업인들을 포상을 하고 농업인만의 하루 잔치로 끝이 나서는 안 된다. 위기에 빠진 국내 농업과 농업인이 활력을 되찾기 위해서는 농업계와 농업인들의 노력과 함께 사회적인 관심을 유발시키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다시 말해 농업·농촌·농업인에 대한 평가가 새로 이뤄지고 그에 적합한 대우가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농업인의 날이 사회적으로 농업·농촌·농업인에 대한 의미를 되새기고, 농업인이 활짝 웃을 수 있는 날로 발전하길 기대한다.
     
    *이 글은 농수축산신문 2006년 11월 13일자에 사설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