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형 유기농 시대를 다시 말한다 | 김성훈 중앙대 명예교수, 前 농림부 장관, 지역재단 고문
- 작성일2020/03/05 11:46
- 조회 418
선진국형 유기농 시대를 다시 말한다
| 김성훈 중앙대 명예교수, 前 농림부 장관, 지역재단 고문
정부가 친환경농업육성법(1997)을 전면 개정하겠다는 시안을 내놓았다. 그 명칭 개정과 시행령을 제정하고 친환경 직접지불제와 인증제 및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창설, 5개년 육성계획 등 ‘친환경 유기농업 원년(元年)’ 선포를 주도했던 한 사람으로서 그동안 분산 운영되어 왔던 식품산업진흥법(유기가공식품)과 수산물품질관리법을 통합하여 새로운 육성법으로 전부 개정하겠다는 입법예고는 대단히 시의적절한 정책판단이라고 생각한다. 지난해의 저농약농산물에 대한 인증제 중단에 이은 세계 친환경유기농 추세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선 진일보한 조치이다.
해묵은 동등성 조항 삭제해야
다만 근본적으로 「친환경농어업육성 및 유기식품등의 인증에 관한 법률」로 새 출발하기에는 아직 부족하고 부적절한 조항들이 발견되고 있어 유감이다. 정부는 입법예고를 통해 의견을 수렴한다고 밝히고 있어 다음 몇 가지 기본관점에 대한 소견을 선진국형 유기농시대를 대망하며 감히 공개적으로 제기하고자 한다.
첫째, 환경문제는 시장(market)에 맡기거나 통상(trade)상의 협상대상이 아니다. 이는 세계무역기구(WTO)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유기농업은 본질적으로 환경생태계와 직접관련된 사항이므로 시장경제(市場經濟) 문제도, 통상협의(通商協議) 대상도 아니다. 그런데도 이번 정부의 진일보한 통합법안에 슬그머니 미국등 유기농 강국의 통상압력 사항인 해묵은 유기가공식품 동등성(同等性, Equivalency) 조항을 끼어 넣고 있다. 중국 등 외국에서 인증한 유기식품을 한국은 무조건 인정하고 받아들이면 외국 환경생태계만 좋아질 것이다.
통상문제를 유기농육성이라는 대의 속에 적당히 숨겨 일석이조로 통상압력을 해소하겠다는 음모가 아니라면 동조항은 이번 통합육성법에서 삭제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무차별하게 쏟아져 들어오는 실체 불명한 외국 유기농상품(2009년 현재 약 86.3%) 때문에 겨우 걸음마 단계에 진입한 우리나라 유기농업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들이 눈을 부릅뜨고 엄정 검증해 보아야 할 대목이다.
둘째, 2010년 현재 전국 농산물의 12%를 점유하고 있는 우리나라 친환경농업의 실상도 명색이 친환경 environmentally-friendly 이지 실제로는 그 99%가 저농약 또는 무농약 농산물이 차지하고 있다. 올 9월26일부터 일주일간 아시아지역에서는 최초로 대한민국 팔당지역 남양주에서 개최되는 제17차 IFOAM 유기농세계대회(Organic World Congress)를 앞두고 국제표준에 맞는 순수 유기농의 비중이 전체 농산물량의 채 1%도 안된다는 사실은 참으로 부끄럽기 짝이 없다. 유기농업 선진국인 EU, 오세아니아, 캐나다, 미국 등 어느나라도 친환경농업의 분류에 순수 유기농축산물만 포함시키고 있으며, 전체 생산액에 대한 비중도 10% 이상을 이미 오래전에 돌파하고 있다.
정부도 제3차 친환경육성 5개년계획(2011-15)에서 유기농 비중을 현행수준의 근 3배 정도인 면적대비 3%까지 끌어 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으나 그나마 육성수단이 불투명하다.
스위스 및 EU 국가들과 지난 12년 동안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그리고 유기농업의 환경생태계에 미치는 막대한 기여 효과를 감안할 때, 현행의 직접지불(Direct Payment) 체계를 항구화 시키는 것만큼 효력이 큰 수단은 없다. 아무튼 이번 새 법률안에 유기농산물과 유기축산물에 대한 항구적인 직접지불제도와 무농약, 무항생제 생산물에 대한 잠정적인 직불제 지원을 입법으로 포함시킬 것을 기대해 마지않는다.
직불제 항구화로 육성 강화를
세 번째로, 현행의 친환경유기농업 연구지도기능과 농약 및 화학비료 인증 허가기능을 동일한 기구인 농촌진흥청에 공존하도록 허용해온 만성적인 조직상의 모순을 원천적으로 제거해야 한다. 거대한 이권(利權)이 개재한 농약 및 화학비료의 검증, 인가 및 허가권은 애당초 농업기계 등 생산자재 업무를 농진청에서 분리 독립시켰을 때 또는 그 후에라도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을 따로 설립했을 때 농약·비료부문의 조직을 통째로 독립기관에 이관했어야 옳았다. 그러나 그때마다 돌출사건에 가로막혀 현재와 같이 한 조직 내에 다른 방향의 상호모순되는 업무관리 행위가 반복되고 있다. 정부가 현재 입법예고한 진일보한 육성법에서 이 문제가 명쾌히 정리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네 번째, 날로 그 효용성이 증가하고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유기농의 정화인 각종 미생물제제(製劑)에 대한 허가 및 사용원칙이 엄정하게 재정립 되어야 한다. IFOAM(국제유기농업연맹)의 규정과 쿠바 등 선진유기농국가들의 기준을 보면 유익한 미생물(박테리아, 곰팡이 균류 등)을 채취하여 식물보호제제로 활용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동일농장에서 행해질 것을 권고하고 있다. 다만 규모가 작은 농가의 경우 생태, 토양조건이 비슷한 인근농장의 미생물을 사용하는 것은 허용된다. 그러나 결코 기후조건과 토양성분 및 생태·생육조건이 판이한 지역이나 외국에서 채취, 조제한 미생물제제를 국내에서 재포장 해 사용하는 것은 금지하는 것이 원칙이다.
아무리 재벌급 농약회사들의 로비가 드셀지라도 ‘아닌 것은 아닌 것이다.’ 조국의 산하를 백년대계로 내다보면서 최소한 외국산 미생물제제의 범람 현상만은 새 법률로 원천 봉쇄해야 우리나라 유기농업에 미래가 있다고 본다.
농업·농정, 로컬문제로 인식해야
끝으로, 기본적으로 농업, 농정은 로컬(local)문제라는 확고한 인식이 최소한 친환경유기농업 정책수행에서만은 준수되어야 한다. 친환경농업에 대한 의욕이 강한 지도자가 있는 지역은 이미 선진국 수준을 지향하고 있다. 예컨대, 경제역건이 불리한 전라남도의 경우 친환경농업정책에 주력한 결과, 지금은 전국 친환경농업 인증면적의 51%를 차지하고 인증농가 수로는 전국의 57%를 차지하는 성과를 보이고 있다.
입법예고한 모처럼의 전향적인 통합친환경육성법률안은 평균적으로 또는 하위 지역에 정책의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민관의 의욕과 실적이 큰 지역에 힘을 더 실어주는 정책방향이 되어야 한다. 이참에 농업·농정은 현장 중심으로 중앙정부의 권한과 예산을 잘하는 지자체부터 대폭 이관하는 인센티브 제도를 심각히 고려해 볼 일이다.
* 이 글은 한국농어민신문 2011년 제2325호에 실린 내용입니다.
| 김성훈 중앙대 명예교수, 前 농림부 장관, 지역재단 고문
정부가 친환경농업육성법(1997)을 전면 개정하겠다는 시안을 내놓았다. 그 명칭 개정과 시행령을 제정하고 친환경 직접지불제와 인증제 및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창설, 5개년 육성계획 등 ‘친환경 유기농업 원년(元年)’ 선포를 주도했던 한 사람으로서 그동안 분산 운영되어 왔던 식품산업진흥법(유기가공식품)과 수산물품질관리법을 통합하여 새로운 육성법으로 전부 개정하겠다는 입법예고는 대단히 시의적절한 정책판단이라고 생각한다. 지난해의 저농약농산물에 대한 인증제 중단에 이은 세계 친환경유기농 추세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선 진일보한 조치이다.
해묵은 동등성 조항 삭제해야
다만 근본적으로 「친환경농어업육성 및 유기식품등의 인증에 관한 법률」로 새 출발하기에는 아직 부족하고 부적절한 조항들이 발견되고 있어 유감이다. 정부는 입법예고를 통해 의견을 수렴한다고 밝히고 있어 다음 몇 가지 기본관점에 대한 소견을 선진국형 유기농시대를 대망하며 감히 공개적으로 제기하고자 한다.
첫째, 환경문제는 시장(market)에 맡기거나 통상(trade)상의 협상대상이 아니다. 이는 세계무역기구(WTO)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유기농업은 본질적으로 환경생태계와 직접관련된 사항이므로 시장경제(市場經濟) 문제도, 통상협의(通商協議) 대상도 아니다. 그런데도 이번 정부의 진일보한 통합법안에 슬그머니 미국등 유기농 강국의 통상압력 사항인 해묵은 유기가공식품 동등성(同等性, Equivalency) 조항을 끼어 넣고 있다. 중국 등 외국에서 인증한 유기식품을 한국은 무조건 인정하고 받아들이면 외국 환경생태계만 좋아질 것이다.
통상문제를 유기농육성이라는 대의 속에 적당히 숨겨 일석이조로 통상압력을 해소하겠다는 음모가 아니라면 동조항은 이번 통합육성법에서 삭제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무차별하게 쏟아져 들어오는 실체 불명한 외국 유기농상품(2009년 현재 약 86.3%) 때문에 겨우 걸음마 단계에 진입한 우리나라 유기농업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들이 눈을 부릅뜨고 엄정 검증해 보아야 할 대목이다.
둘째, 2010년 현재 전국 농산물의 12%를 점유하고 있는 우리나라 친환경농업의 실상도 명색이 친환경 environmentally-friendly 이지 실제로는 그 99%가 저농약 또는 무농약 농산물이 차지하고 있다. 올 9월26일부터 일주일간 아시아지역에서는 최초로 대한민국 팔당지역 남양주에서 개최되는 제17차 IFOAM 유기농세계대회(Organic World Congress)를 앞두고 국제표준에 맞는 순수 유기농의 비중이 전체 농산물량의 채 1%도 안된다는 사실은 참으로 부끄럽기 짝이 없다. 유기농업 선진국인 EU, 오세아니아, 캐나다, 미국 등 어느나라도 친환경농업의 분류에 순수 유기농축산물만 포함시키고 있으며, 전체 생산액에 대한 비중도 10% 이상을 이미 오래전에 돌파하고 있다.
정부도 제3차 친환경육성 5개년계획(2011-15)에서 유기농 비중을 현행수준의 근 3배 정도인 면적대비 3%까지 끌어 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으나 그나마 육성수단이 불투명하다.
스위스 및 EU 국가들과 지난 12년 동안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그리고 유기농업의 환경생태계에 미치는 막대한 기여 효과를 감안할 때, 현행의 직접지불(Direct Payment) 체계를 항구화 시키는 것만큼 효력이 큰 수단은 없다. 아무튼 이번 새 법률안에 유기농산물과 유기축산물에 대한 항구적인 직접지불제도와 무농약, 무항생제 생산물에 대한 잠정적인 직불제 지원을 입법으로 포함시킬 것을 기대해 마지않는다.
직불제 항구화로 육성 강화를
세 번째로, 현행의 친환경유기농업 연구지도기능과 농약 및 화학비료 인증 허가기능을 동일한 기구인 농촌진흥청에 공존하도록 허용해온 만성적인 조직상의 모순을 원천적으로 제거해야 한다. 거대한 이권(利權)이 개재한 농약 및 화학비료의 검증, 인가 및 허가권은 애당초 농업기계 등 생산자재 업무를 농진청에서 분리 독립시켰을 때 또는 그 후에라도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을 따로 설립했을 때 농약·비료부문의 조직을 통째로 독립기관에 이관했어야 옳았다. 그러나 그때마다 돌출사건에 가로막혀 현재와 같이 한 조직 내에 다른 방향의 상호모순되는 업무관리 행위가 반복되고 있다. 정부가 현재 입법예고한 진일보한 육성법에서 이 문제가 명쾌히 정리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네 번째, 날로 그 효용성이 증가하고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유기농의 정화인 각종 미생물제제(製劑)에 대한 허가 및 사용원칙이 엄정하게 재정립 되어야 한다. IFOAM(국제유기농업연맹)의 규정과 쿠바 등 선진유기농국가들의 기준을 보면 유익한 미생물(박테리아, 곰팡이 균류 등)을 채취하여 식물보호제제로 활용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동일농장에서 행해질 것을 권고하고 있다. 다만 규모가 작은 농가의 경우 생태, 토양조건이 비슷한 인근농장의 미생물을 사용하는 것은 허용된다. 그러나 결코 기후조건과 토양성분 및 생태·생육조건이 판이한 지역이나 외국에서 채취, 조제한 미생물제제를 국내에서 재포장 해 사용하는 것은 금지하는 것이 원칙이다.
아무리 재벌급 농약회사들의 로비가 드셀지라도 ‘아닌 것은 아닌 것이다.’ 조국의 산하를 백년대계로 내다보면서 최소한 외국산 미생물제제의 범람 현상만은 새 법률로 원천 봉쇄해야 우리나라 유기농업에 미래가 있다고 본다.
농업·농정, 로컬문제로 인식해야
끝으로, 기본적으로 농업, 농정은 로컬(local)문제라는 확고한 인식이 최소한 친환경유기농업 정책수행에서만은 준수되어야 한다. 친환경농업에 대한 의욕이 강한 지도자가 있는 지역은 이미 선진국 수준을 지향하고 있다. 예컨대, 경제역건이 불리한 전라남도의 경우 친환경농업정책에 주력한 결과, 지금은 전국 친환경농업 인증면적의 51%를 차지하고 인증농가 수로는 전국의 57%를 차지하는 성과를 보이고 있다.
입법예고한 모처럼의 전향적인 통합친환경육성법률안은 평균적으로 또는 하위 지역에 정책의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민관의 의욕과 실적이 큰 지역에 힘을 더 실어주는 정책방향이 되어야 한다. 이참에 농업·농정은 현장 중심으로 중앙정부의 권한과 예산을 잘하는 지자체부터 대폭 이관하는 인센티브 제도를 심각히 고려해 볼 일이다.
* 이 글은 한국농어민신문 2011년 제2325호에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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