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거버넌스 구축의 과제 | 유정규 지역재단 운영이사/경제학 박사
- 작성일2020/03/05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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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정거버넌스 구축의 과제
| 유정규 지역재단 운영이사/경제학 박사
자치와 분권의 진전에 따라 중앙정부의 역할이 축소되고 있으며, 분권의 내용이 ‘중앙정부의 권한을 지방으로 이양하는 것(官官分權)’에서 ‘지역 내에서 관·민간의 권력배분(官民分權)’으로 발전해 가고, 지방자치에서 주민자치·생활자치가 강조됨에 따라 지방정부 내에서도 전통적인 행정의 권한이 축소되고 있다. 주민의 요구와 이해를 반영하기 위한 민·관 협치(協治, governance)의 필요성이 증대된 것이다. 최근에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농업회의소」 설립 논의도 이러한 차원에서 이해된다.
분권 진전…민·관협치 중요성 증대
우리나라에서 농정거버넌스에 대한 공식적인 문제제기는 1998년 2월, ‘범농업인 21C농업개혁위원회’의 「농업회의소」 설립 주장이라고 할 수 있다.
당시, 농업관련 35개 단체가 참여하여 「농업회의소」 발기위원회를 구성하고 법제화를 추진하기 시작했으며, 동년 10월에는 「농업회의소」 법제화 작업을 위한 준비위를 발족하고 당시 농림부와도 합의하였지만 국회심의과정에서 관련조항이 누락됨으로써 무산되고 말았다.
농업회의소 설립 논의, 같은 맥락
이후 2004년과 2006년, ‘농어업·농어촌발전특별위원회(농특위)’에서 농정거버넌스 구축방안에 대한 연구용역을 실시한 바 있으며, 2007년 대통령선거 당시 이명박 후보의 대선공약으로 「농업회의소」에 관한 언급이 있었고, 2009년에는 ‘농어업선진화위원회’가 거버넌스분과를 운영하면서 ‘농정협의체’에 관해 논의한 바 있으며, 2010년 농식품부 업무보고에서 「농업회의소」를 포함하는 등 정부차원에서 「농업회의소」 설립 논의가 구체화되어 왔다.
한편, 민간차원에서는 ㈔국민농업포럼이 중심이 되어「농업회의소」설립 논의를 지속해 오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2010년에는 3개(나주, 진안, 평창)지역에서 시범적으로 「농업회의소」 설립사업을 시작하였으며, 올해에도 추가적으로 7개의 시범사업이 추진될 예정이다.
이러한 노력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우선 과거 「농업회의소」 설립 논의가 성공하지 못한 원인에 대한 철저한 반성이 필요하다.
1990년대 말, 「농업회의소」 설립 논의가 구체적인 결실을 거두지 못한 채 무산된 것은 여러 가지 정치적인 배경도 있겠지만, 설립 논의 자체가 첫째, 이해당사자 다수가 참여하는 토론과 합의형성 없이 중앙주도의 하향식으로 진행됨으로써 사회적인 공감대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점 즉, 거버넌스의 구축을 주장하면서도 진행방식은 거버넌스와는 거리가 멀게 진행되었기 때문이고 둘째, 지역현장에서부터 적극적으로 호응할 수 있는 종합적이고 구체적인 「농업회의소」 내용을 채우지 못한 채 중앙단위 중심으로 법제화에만 집중함으로써 중앙단위의 노력 자체가 농업계 내부로부터 충분한 호응을 얻지 못했으며 셋째, 거버넌스로서 「농업회의소」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그것을 설립하기 위한 지역단위의 역량이 부족했기 때문에 중앙중심으로 이루어지는 논의에 대한 지역으로부터의 건전한 비판과 대안제시가 이루어지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최근에는 이러한 한계를 토대로 농정거버넌스 구축을 위한 새로운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으며, 그 가능성도 점차 커지고 있는데 그 이유는 첫째, 지역단위에서 농정 거버넌스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지방자치와 분권이 꾸준히 진전되어 옴에 따라 여러지역에서 농정거버넌스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다양한 형태의 실천사례들이 등장하는 등 농정거버넌스 구축을 위한 아래로부터의 요구가 커지고 있으며 둘째, 각종 농촌지역개발정책이 지역주도의 상향식공모제로 추진됨으로써 지역구성원의 종합적인 역량과 주체육성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됨으로써 민관협치의 필요성이 과거에 비해 훨씬 현실화되었다.
셋째, 쌀수매제도 폐지라든가 시장개방 반대와 같은 국가적 이슈들이 정리(?)됨으로써 중앙단위 농업인단체들의 관심도 지방농정 혹은 친환경학교급식 등의 대안제시 중심으로 이동함에 따라 거버넌스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무산 원인에 대한 반성 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서는 아직도 여전히 과거의 실패경험을 도외시 한 채 중앙주도의 설립방식을 강조하고 있다. 지역으로부터의 요구와 지역 스스로의 역량강화 노력 없이는 「농업회의소」설립 노력은 사상누각이며, 설립되더라도 제대로 된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제, 중앙주도의 제도화에만 몰두하던 과거의 방식을 버리고 지역 현장으로부터 분출되고 있는 요구와 동력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방식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 이 글은 한국농어민신문 2011년 제2328호에 실린 내용입니다.
| 유정규 지역재단 운영이사/경제학 박사
자치와 분권의 진전에 따라 중앙정부의 역할이 축소되고 있으며, 분권의 내용이 ‘중앙정부의 권한을 지방으로 이양하는 것(官官分權)’에서 ‘지역 내에서 관·민간의 권력배분(官民分權)’으로 발전해 가고, 지방자치에서 주민자치·생활자치가 강조됨에 따라 지방정부 내에서도 전통적인 행정의 권한이 축소되고 있다. 주민의 요구와 이해를 반영하기 위한 민·관 협치(協治, governance)의 필요성이 증대된 것이다. 최근에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농업회의소」 설립 논의도 이러한 차원에서 이해된다.
분권 진전…민·관협치 중요성 증대
우리나라에서 농정거버넌스에 대한 공식적인 문제제기는 1998년 2월, ‘범농업인 21C농업개혁위원회’의 「농업회의소」 설립 주장이라고 할 수 있다.
당시, 농업관련 35개 단체가 참여하여 「농업회의소」 발기위원회를 구성하고 법제화를 추진하기 시작했으며, 동년 10월에는 「농업회의소」 법제화 작업을 위한 준비위를 발족하고 당시 농림부와도 합의하였지만 국회심의과정에서 관련조항이 누락됨으로써 무산되고 말았다.
농업회의소 설립 논의, 같은 맥락
이후 2004년과 2006년, ‘농어업·농어촌발전특별위원회(농특위)’에서 농정거버넌스 구축방안에 대한 연구용역을 실시한 바 있으며, 2007년 대통령선거 당시 이명박 후보의 대선공약으로 「농업회의소」에 관한 언급이 있었고, 2009년에는 ‘농어업선진화위원회’가 거버넌스분과를 운영하면서 ‘농정협의체’에 관해 논의한 바 있으며, 2010년 농식품부 업무보고에서 「농업회의소」를 포함하는 등 정부차원에서 「농업회의소」 설립 논의가 구체화되어 왔다.
한편, 민간차원에서는 ㈔국민농업포럼이 중심이 되어「농업회의소」설립 논의를 지속해 오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2010년에는 3개(나주, 진안, 평창)지역에서 시범적으로 「농업회의소」 설립사업을 시작하였으며, 올해에도 추가적으로 7개의 시범사업이 추진될 예정이다.
이러한 노력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우선 과거 「농업회의소」 설립 논의가 성공하지 못한 원인에 대한 철저한 반성이 필요하다.
1990년대 말, 「농업회의소」 설립 논의가 구체적인 결실을 거두지 못한 채 무산된 것은 여러 가지 정치적인 배경도 있겠지만, 설립 논의 자체가 첫째, 이해당사자 다수가 참여하는 토론과 합의형성 없이 중앙주도의 하향식으로 진행됨으로써 사회적인 공감대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점 즉, 거버넌스의 구축을 주장하면서도 진행방식은 거버넌스와는 거리가 멀게 진행되었기 때문이고 둘째, 지역현장에서부터 적극적으로 호응할 수 있는 종합적이고 구체적인 「농업회의소」 내용을 채우지 못한 채 중앙단위 중심으로 법제화에만 집중함으로써 중앙단위의 노력 자체가 농업계 내부로부터 충분한 호응을 얻지 못했으며 셋째, 거버넌스로서 「농업회의소」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그것을 설립하기 위한 지역단위의 역량이 부족했기 때문에 중앙중심으로 이루어지는 논의에 대한 지역으로부터의 건전한 비판과 대안제시가 이루어지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최근에는 이러한 한계를 토대로 농정거버넌스 구축을 위한 새로운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으며, 그 가능성도 점차 커지고 있는데 그 이유는 첫째, 지역단위에서 농정 거버넌스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지방자치와 분권이 꾸준히 진전되어 옴에 따라 여러지역에서 농정거버넌스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다양한 형태의 실천사례들이 등장하는 등 농정거버넌스 구축을 위한 아래로부터의 요구가 커지고 있으며 둘째, 각종 농촌지역개발정책이 지역주도의 상향식공모제로 추진됨으로써 지역구성원의 종합적인 역량과 주체육성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됨으로써 민관협치의 필요성이 과거에 비해 훨씬 현실화되었다.
셋째, 쌀수매제도 폐지라든가 시장개방 반대와 같은 국가적 이슈들이 정리(?)됨으로써 중앙단위 농업인단체들의 관심도 지방농정 혹은 친환경학교급식 등의 대안제시 중심으로 이동함에 따라 거버넌스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무산 원인에 대한 반성 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서는 아직도 여전히 과거의 실패경험을 도외시 한 채 중앙주도의 설립방식을 강조하고 있다. 지역으로부터의 요구와 지역 스스로의 역량강화 노력 없이는 「농업회의소」설립 노력은 사상누각이며, 설립되더라도 제대로 된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제, 중앙주도의 제도화에만 몰두하던 과거의 방식을 버리고 지역 현장으로부터 분출되고 있는 요구와 동력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방식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 이 글은 한국농어민신문 2011년 제2328호에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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