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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칼럼

    세계 식량위기와 곡물투기 | 장상환 경상대 교수 
    • 작성일2020/03/05 11:52
    • 조회 439
    세계 식량위기와 곡물투기
    | 장상환 경상대 교수 


    2007~2008년과 작년부터 올해에 걸친 국제 식량가격 급등의 원인 중 하나로 곡물투기가 주목되고 있다. 물론 식량 가격 급등의 근본적인 이유는 수요 측면에서 옥수수로 에탄올 생산, 중국과 인도 같은 개도국 경제성장에 따른 육류소비 증가 등이 작용했을 것이다.

    투기세력 가담으로 가격 급등

    그리고 공급면에서는 가뭄, 홍수 등에 의한 흉작, 농업투자 부진과 농업기술발전 둔화, 단위면적당 생산량 정체, WTO 체제 성립과 보조금 감축 등에 따른 작부면적 감소, 기름값 상승에 따른 농업생산자재 가격 상승 등이 곡물가격을 상승시켰을 것이다.  
    그러나 2010년 8월 5일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9월분 밀 가격은 하루 최대 변동 폭인 60센트, 8.3%가 올라 1부셸(약 27㎏)당 7.85달러를 기록했다. 옥수수 가격도 이날 6.2% 상승해 부셸당 4.25달러를 기록했다. 하루 만에 이렇게 심하게 오르는 것은 단순히 실수요와 공급의 변동 때문만이 아니고, 투기적 거래가 아니고서는 설명하기 어렵다. 일본 상품 무역회사인 유니팩 그레인의 치노 노부유키 회장은 현재 부셸당 8달러 정도인 미국 내 밀값은 투기세력이 가세하지 않을 경우 부셸당 6달러 정도가 될 것으로 추산했다.
    세계 식량급등에 곡물투기가 작용했다는 증거는 많다. 시카고상품거래소의 선물옵션 부문에서 20∼30% 수준에 머물렀던 투기매수 비중이 2000년대 들어 지속적으로 증가해 50%에 육박하고 있다. EU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03년과 2008년 사이 기관 투자가들이 상품시장에 투자한 액수는 기존 150억달러에서 최대 3000억달러로 치솟았다. 옥수수, 콩, 밀, 가축과 돼지 지수펀드에 2003년과 2008년 사이 기관 투자가들이 상품시장에 투자한 액수는 2006년 10억달러에서 2007년에는 470억달러로 늘어났다.

    G20 회원국 등 규제 움직임

    ANZ뱅킹 그룹에 따르면 세계 최대 곡물 수출국인 미국 내 주요 선물거래소의 곡물 파생상품에 대한 순매수 투기 포지션은 지난해 11월 1억400만톤으로, 전고점인 2008년 3월의 7800만톤을 넘어섰다. 또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중순을 기준으로 기관 투자자들은 옥수수와 대두 포지션의 50% 이상을, 밀 포지션의 41%를 보유한 것으로 조사됐다. 파이낸셜 타임스의 보도에 따르면 세계 최대의 상품거래 업체인 스위스의 글렌코어는 러시아 정부의 곡물 수출중단 조치 직전에 베팅해 짭짤한 수익을 올렸다. FAO는 과도한 투기가 불안정한 상황을 악화시키고, 가격 변동이 펀더멘털에 의한 것만이 아니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곡물 투기 규제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G20회의 의장국인 프랑스는 투기세력들이 상품가격 급등을 조장했다고 비판하며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으며, 2월 파리회의에서는 원유 곡물 등 국제 원자재가격의 안정 방안으로 상품시장 가격변동의 근본 원인과 소비자, 생산자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효과적인 조치를 마련키로 했다. 4월 15~16일의 G20 재무장관 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는 원자재 파생상품 시장 참가자에 대한 적절한 규제 및 감독의 필요성에 대해서 논의했고, 국제증권감독기구에 ‘사전적 포지션 제한’ 등 정형화된 포지션 관리를 통해 시장 남용 및 왜곡에 대응하는 정책대안을 담은 보고서를 9월까지 마련하도록 했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1월 13일 원유와 옥수수, 커피 등 28개 상품에 대해 선물과 옵션 규모를 제한하는 내용의 규제안을 가결했다.

    식량자급체계 갖춰 대응해야

    곡물 투기는 농산물 무역의 세계화로 국제 농산물 시장이 커지고, 각국이 농산물 수출과 수입에 과도하게 의존한 상황을 금융자본이 교묘하게 이용하는 데서 비롯된 것이다. 따라서  각국은 자국의 식량을 기본적으로 자급하는 체제를 갖춤으로써 이러한 투기와 농산물 가격 급변에 견딜 수 있어야 한다. 식량 부족국면에 접어든 시대에 식량주권은 식량 살 돈이 있다고 확보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 이 글은 한국농어민신문 2011년 제2340호에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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