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비준, 대책 마련부터 | 장상환 경상대 교수
- 작성일2020/03/05 14:21
- 조회 411
한미FTA 비준, 대책 마련부터
| 장상환 경상대 교수
10월 13일 한·미 FTA가 미국 의회를 통과하면서 정부 여당도 국회 비준을 서두르고 있다. 한나라당은 한·미 FTA를 10월 안에 비준 통과시키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비준을 위한 정지작업으로 국회 외교통상위원회가 지난 20~22일에 여야 의원들과 찬성·반대 측 진술인들이 세차례 총 20시간 동안 끝장토론을 가졌고 24일에는 추가토론도 했다.
비준 불가…농업부문 재협상을
한·미 FTA는 현재의 내용으로는 비준해서는 안되며 재협상해야 한다. 이유는 첫째, 세계적으로 빈발하고 있는 식량위기는 농산물 무역 자유화의 존립 근거를 부정한다. WTO 농업협상이 진행 중이던 1980년대 후반과 1990년대 초반에는 세계 곡물재고가 과잉상태였지만 한·미 FTA가 타결된 2007년 이후 2008년에 세계 식량가격이 폭등했고, 2010~2011년에도 급등했다. 식량수출국에서 수출을 금지하면 식량자급률 25%로 대량 수입국인 한국으로서는 달러가 있어도 식량을 수입하지 못한다. 식량이 모자라 배급해야 하는 사태가 올 수도 있다.
한·미 FTA 시행에 따른 농민들의 피해를 충분하게 보상을 해준다 하더라도 국민 전체의 삶을 불안정하게 하는 식량부족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WTO 협정에 의해 이미 시장개방이 진행 중인데 관세율을 더 빨리 내리려는 한·미 FTA의 농업부문 내용은 재협상해 제외시켜야 할 것이다.
정부 보완대책 구색맞추기 불과
둘째, 정부가 내놓은 농업부문 보완대책은 형식만 갖췄을 뿐 실질적인 대책으로 보기 어렵다. 한·미 FTA가 발효되면 농업 분야가 가장 큰 타격을 입는다. 정부는 15년 동안 12조6675억원 규모의 농업 생산량이 줄어든다고 예측했다. 이에 정부는 2007년 11월 ‘FTA 국내보완대책’을 수립해 농축수산업 분야에 10년간 21조1000억원 규모를 투입한다고 했다. 지난 8월 ‘농어업 등의 경쟁력 강화 종합대책’으로 추가로 1조원을 지원키로 했다. 단기적 피해보전 장치로 수입피해 보전장치 강화와 폐업지원금 지원제도 개선책을 내놨다. 근본적 체질개선책은 고령농 경영이양 확대, 주업농의 소득 및 경영안정장치 확충, 농가등록 시행 및 농업법인 활성화 등이다. 축사, 과수시설, 원예시설 현대화 등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도 돈을 쏟아 붓는다. 농촌활성화 지원에 관한 내용도 담겼다.
농가소득 등 피해규모 계측해야
그러나 보완대책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농가소득 감소를 직접적으로 보상하는 부분보다는 간접적인 보상을 하는 부분이 더 크다. 농업용 자재 구입비용을 보조하거나 저리 융자해주면 실질적인 혜택은 농자재를 생산하는 대기업자본에게 돌아가 버린다. 보완대책이 실시되더라도 농가소득 보전에 별로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이다. 적절한 보완 대책은 소득보전특별법, 부채동결법 등의 제정으로 농가소득과 부채 문제가 해결되고 거기에 경쟁력 확보, 농촌복지 증진, 삶의 질 향상 등 단·중·장기적으로 농업문제가 완전히 해결되는 것을 말하는데 정부가 내놓은 대책으로는 실현 불가능하다.
FTA 보완대책으로 자동차와 전자제품을 더 많이 수출하게 될 현대자동차 정몽구 재벌과 삼성전자 이건희 재벌 등 이득을 보는 쪽에서 세금을 더 내서 피해를 본 농민과 자영업자에게 보상을 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그동안 자본 측은 계속해서 감세와 규제완화를 요구했고 그 결과 사회양극화가 심화됐다. 한·미 FTA 역시 규제완화로서 사회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이 분명하다. 농민과 자영업자들이 정부가 말하는 산업간 이해 조정을 믿지 못하고 한·미 FTA를 반대하는 것은 당연하다.
셋째, 한·미 FTA는 단순히 무역 장벽을 낮추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선진적인 법과 제도를 받아들이는 것이고, 이것은 경쟁력을 높인다고 한다. 그러나 세계경제위기를 거치면서 미국식 법과 제도, 특히 금융산업의 탈규제가 파국을 불러왔음이 드러났다. 당연히 한·미 FTA에서 미국식 제도를 도입하는 부분은 재협상을 통해 제거해야 한다.
국회 비준은 충분한 한·미 FTA 보완대책을 마련한 후 처리해야 한다. 우선 작물별 농업생산 위축, 농가소득 감소 등 한·미 FTA에 따른 피해규모를 정확히 계측해야 한다. 비농업부문을 대상으로 재정 확보에 필요한 부담을 요구할 근거로 사용하기 위해서다. 무엇보다도 식량의 안정적 확보를 위한 기본 조건으로서 다양한 직불제 확충 등을 통한 농가소득 보장이 중요하다.
* 이 글은 한국농어민신문 2011년 제2380호에 실린 내용입니다.
| 장상환 경상대 교수
10월 13일 한·미 FTA가 미국 의회를 통과하면서 정부 여당도 국회 비준을 서두르고 있다. 한나라당은 한·미 FTA를 10월 안에 비준 통과시키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비준을 위한 정지작업으로 국회 외교통상위원회가 지난 20~22일에 여야 의원들과 찬성·반대 측 진술인들이 세차례 총 20시간 동안 끝장토론을 가졌고 24일에는 추가토론도 했다.
비준 불가…농업부문 재협상을
한·미 FTA는 현재의 내용으로는 비준해서는 안되며 재협상해야 한다. 이유는 첫째, 세계적으로 빈발하고 있는 식량위기는 농산물 무역 자유화의 존립 근거를 부정한다. WTO 농업협상이 진행 중이던 1980년대 후반과 1990년대 초반에는 세계 곡물재고가 과잉상태였지만 한·미 FTA가 타결된 2007년 이후 2008년에 세계 식량가격이 폭등했고, 2010~2011년에도 급등했다. 식량수출국에서 수출을 금지하면 식량자급률 25%로 대량 수입국인 한국으로서는 달러가 있어도 식량을 수입하지 못한다. 식량이 모자라 배급해야 하는 사태가 올 수도 있다.
한·미 FTA 시행에 따른 농민들의 피해를 충분하게 보상을 해준다 하더라도 국민 전체의 삶을 불안정하게 하는 식량부족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WTO 협정에 의해 이미 시장개방이 진행 중인데 관세율을 더 빨리 내리려는 한·미 FTA의 농업부문 내용은 재협상해 제외시켜야 할 것이다.
정부 보완대책 구색맞추기 불과
둘째, 정부가 내놓은 농업부문 보완대책은 형식만 갖췄을 뿐 실질적인 대책으로 보기 어렵다. 한·미 FTA가 발효되면 농업 분야가 가장 큰 타격을 입는다. 정부는 15년 동안 12조6675억원 규모의 농업 생산량이 줄어든다고 예측했다. 이에 정부는 2007년 11월 ‘FTA 국내보완대책’을 수립해 농축수산업 분야에 10년간 21조1000억원 규모를 투입한다고 했다. 지난 8월 ‘농어업 등의 경쟁력 강화 종합대책’으로 추가로 1조원을 지원키로 했다. 단기적 피해보전 장치로 수입피해 보전장치 강화와 폐업지원금 지원제도 개선책을 내놨다. 근본적 체질개선책은 고령농 경영이양 확대, 주업농의 소득 및 경영안정장치 확충, 농가등록 시행 및 농업법인 활성화 등이다. 축사, 과수시설, 원예시설 현대화 등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도 돈을 쏟아 붓는다. 농촌활성화 지원에 관한 내용도 담겼다.
농가소득 등 피해규모 계측해야
그러나 보완대책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농가소득 감소를 직접적으로 보상하는 부분보다는 간접적인 보상을 하는 부분이 더 크다. 농업용 자재 구입비용을 보조하거나 저리 융자해주면 실질적인 혜택은 농자재를 생산하는 대기업자본에게 돌아가 버린다. 보완대책이 실시되더라도 농가소득 보전에 별로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이다. 적절한 보완 대책은 소득보전특별법, 부채동결법 등의 제정으로 농가소득과 부채 문제가 해결되고 거기에 경쟁력 확보, 농촌복지 증진, 삶의 질 향상 등 단·중·장기적으로 농업문제가 완전히 해결되는 것을 말하는데 정부가 내놓은 대책으로는 실현 불가능하다.
FTA 보완대책으로 자동차와 전자제품을 더 많이 수출하게 될 현대자동차 정몽구 재벌과 삼성전자 이건희 재벌 등 이득을 보는 쪽에서 세금을 더 내서 피해를 본 농민과 자영업자에게 보상을 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그동안 자본 측은 계속해서 감세와 규제완화를 요구했고 그 결과 사회양극화가 심화됐다. 한·미 FTA 역시 규제완화로서 사회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이 분명하다. 농민과 자영업자들이 정부가 말하는 산업간 이해 조정을 믿지 못하고 한·미 FTA를 반대하는 것은 당연하다.
셋째, 한·미 FTA는 단순히 무역 장벽을 낮추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선진적인 법과 제도를 받아들이는 것이고, 이것은 경쟁력을 높인다고 한다. 그러나 세계경제위기를 거치면서 미국식 법과 제도, 특히 금융산업의 탈규제가 파국을 불러왔음이 드러났다. 당연히 한·미 FTA에서 미국식 제도를 도입하는 부분은 재협상을 통해 제거해야 한다.
국회 비준은 충분한 한·미 FTA 보완대책을 마련한 후 처리해야 한다. 우선 작물별 농업생산 위축, 농가소득 감소 등 한·미 FTA에 따른 피해규모를 정확히 계측해야 한다. 비농업부문을 대상으로 재정 확보에 필요한 부담을 요구할 근거로 사용하기 위해서다. 무엇보다도 식량의 안정적 확보를 위한 기본 조건으로서 다양한 직불제 확충 등을 통한 농가소득 보장이 중요하다.
* 이 글은 한국농어민신문 2011년 제2380호에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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