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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칼럼

    커뮤니티비즈니스, 양적 목표에 얽매이지 마라 | 유정규 지역재단 운영이사 
    • 작성일2020/03/05 14:23
    • 조회 413
    커뮤니티비즈니스, 양적 목표에 얽매이지 마라
    | 유정규 지역재단 운영이사 


    최근 커뮤니티비즈니스(community business)가 시대적인 흐름으로 대두되고 있다. 특히, 일자리 창출과 관련해 이러한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한때 사회적 기업이 붐을 이루더니만 이제 커뮤니티비즈니스가 그 자리를 대체해 가는 느낌이다. 

    뜨거운 관심 속 부작용 발생 우려

    원래 커뮤니티비즈니스는 영국에서 생겨났다. 1980년대 초, 영국은 대처정부의 작은 정부 지향정책에 따라 공기업의 민영화, 공무원 감축, 지방자치단체 기능의 민간이양(outsourcing)을 추진했다. 당시, 영국정부는 이러한 아웃소싱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우체국이나 상점 등의 기본적인 서비스가 미치지 못하는 농어촌의 활성화를 위해 지역재생프로그램을 시행했는데, 이 과정에서 다수의 커뮤니티비즈니스 조직을 설립됐다. 그 대표적인 조직이 스코틀랜드의 지역주민이 주도가 돼 설립한 커뮤니티비즈니스 스코틀랜드와 커뮤니티 협동조합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붐을 이루고 있는 커뮤니티비즈니스는 일본으로부터 벤치마킹한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1990년대 중반 일본은 이른바 버블경제의 붕괴 후 대도시 중심부에 이가 빠진 것처럼 빈 토지가 생겨나는 이른바 일본형 이너시티(inner-city) 문제가 제기됐고, 이러한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지역사회와 커뮤니티의 활성화’방안을 모색하게 됐는데, 이러한 과정에서 영국의 커뮤니티비지니스가 도입된 것이다. 

    밀어붙이기보단 현장여건 반영

    당시, 일본은 이른바 ‘잃어버린 10년’이라는 장기침체가 지속되면서 각 지방자치단체들은 세수부족이라는 곤경에 처하게 되었지만 사회서비스에 대한 주민들의 요구는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시장(기업) 역시 치열한 글로벌 경쟁체제 하에서 지역의 당면과제해결에 참여할 만큼 여유롭지 못했다. 이러한 상황 하에서 커뮤니티비즈니스가 제3섹터로서 지역문제해결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올랐으며, 특히 최근에는 마을 만들기 혹은 지역 만들기에 연계해 새롭게 진화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확산되고 있는 커뮤니티비즈니스 역시 영국이나 일본의 처했던 당시의 시대적 상황과 흡사한 배경을 가지고 있다. 즉, 1990년대 말 이른바 ‘IMF 신탁통치’ 이후  경제위기가 반복·지속됨으로써 일자리가 격감하고 실업의 급증했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기 위한 일자리 창출의 수단 혹은 계기로서 커뮤니티비즈니스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게 됐다는 것이다. 현재 시행되고 정부의 재정일자리사업 중 커뮤니티비즈니스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유사정책은 사회적 기업(고용노동부), 농어촌공동체회사(농림수산식품부), 마을기업(행정안전부), 농촌여성일자리사업(여성가족부) 등이 있다, 고용부에서는 2011년 5월 말 현재 532곳을 인증한 사회적기업을 2012년까지 1000개로 늘릴 계획이며, 농식품부에서는 올해 54곳을 지원한 농어촌공동체회사 우수사업지원을 2015년까지 3000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행안부에서는 현재 536개인 마을기업을 2014년까지 1000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여기에 광역지자체가 주도하는 지역형 예비사회적기업과 기초단위에서 진행되고 있는 사회적 기업 육성계획까지 포함한다면 현재 우리는 커뮤니티비즈니스시대에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농촌지역 활성화와 관련해서는 이러한 경향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 커뮤니티비즈니스는 기본적으로 정책당국에 의해 유인되고 있으며, 그로 인해 여러 가지 부작용이 발생하거나 발생할 가능성이 점증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점은 커뮤니티비즈니스를 실시할 준비가 갖춰지지 않은 지역에 각종 사업이 정책적으로 지원됨으로써 사업의 실패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어느 기초단체에서는 광역단체로부터 2012년도 지역형 사회적 기업 추천을 의뢰받고 고민 중이라고 했다. 설정된 목표량을 채우기 위해서는 매년 3~4개의 사업적 기업을 육성해야 하는데, 그것을 이해하고 수행할 수 있는 대상업체를 이미 추천·지원을 받았기 때문에 이제 추천할 만한 대상업체나 단체가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역단체에서는 무조건 할당된 숫자만큼 추천하라고 독촉하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적절한 대상이 아닌 줄 알면서도 그에 맞춰 추천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지역주민 역량강화대책 마련을

    이러한 예는 비단 이곳만이 아니고 전국적인 현상이다. 결국 사업의 실패 가능성을 정부 스스로 점점 더 높여나가고 있는 셈이다. 여건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과도한 양적 목표를 설정해 놓고, 이를 기계적으로 밀어붙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주목할 만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행정안전부에서는 2011년 마을기업 중 우수마을기업 30개를 선정해 2000만원의 인센티브를 제공할 계획을 세우고 추진해 왔는데, 최종 실행단계에서 현장의 여건에 따라 그 수치를 탄력적으로 조정하기로 하였다. 즉, 당초 30개의 마을기업에 지원하기로 계획을 세우고 필요한 예산도 확보했지만, 이 수치를 고집하지 않고 현장 상황에 맞춰 적절하게 조정한다는 것이다. 만약, 현재 각 부처와 지자체에서 제시하고 있는 각종 커뮤니티비즈니스사업을 그대로 추진하다면 무수한 실패사례의 양상과 엄청남 자원낭비가 불가피할 것이다. 
    실패할 수밖에 없는데도 불구하고 설정된 목표를 채우기 위한 기계적인 탁상행정이 더 이상 지속되어서는 안 된다. 현실적 여건을 고려한 양적 목표의 수정과 함께 지역주민들의 정책수용능력을 제고시키기 위한 역량강화방안이 우선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

    * 이 글은 한국농어민신문 2011년 제2384호에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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