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값 폭락 책임은 정부에 있다 | 장상환 경상대 경제학과 교수, 사회과학연구원장
- 작성일2020/03/05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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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값 폭락 책임은 정부에 있다
| 장상환 경상대 경제학과 교수, 사회과학연구원장
소값 폭락이 정도를 넘어서고 있다. 설 명절을 맞아 쇠고기 소비가 늘어나고 정부의 소비촉진 캠페인 효과도 있어 소값이 약간 상승했으나 과잉공급 상태에서 가격상승 기조로 전환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소값 폭락에 화가 난 농민들은 고속도로 진입을 시도하면서 시위를 벌였다.
수급정책 실패·미산 수입증가 탓
소값 폭락 원인은 정부의 수급안정 정책 실패, 한·미 FTA 쇠고기 재협상으로 인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증가에 있다. 2008년 ‘원산지 표시제’가 도입되면서 한우의 인기가 높아져 520만원이었던 수소 1마리 가격이 2009년 610만원으로 뛰어올랐다. 농민들은 너도나도 소 사육에 뛰어들었다. 한우 공급과잉에 대비할 필요가 있었지만 정부는 사육두수 자율감축을 촉구하는데 그쳤다. 전국 한우 사육두수는 지난 2008년 243만마리, 2010년 292만마리, 2011년 6월 304만마리로 늘어났다. 적정 사육두수 270만마리를 크게 뛰어넘었다. 결국 소값 폭락사태를 부르고 말았다.
쇠고기 재협상으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2008년부터 재개돼 급속하게 증가한 것이 한우·육우 가격폭락을 초래한 큰 원인이다. 수입 쇠고기 물량은 2003년 32만6000톤에서 광우병 사태로 미국산 수입이 중단돼 2004년 16만톤으로 급감한 이후 꾸준히 증가했다. 관세청 통계에 의하면 작년 쇠고기 수입량은 34만4000톤으로 2010년(29만톤)보다 18% 늘었다. 이 가운데 미국산 수입이 12만8000톤으로 39% 급증했다.
수입 쇠고기에 국산 쇠고기는 밀려나고 있다. 국산 쇠고기 물량은 2003년 14만2000톤에서 2009년 19만8000톤까지 증가하다가 2010년 18만6000톤으로 감소했고 2011년 7월말 현재 11만3000톤을 기록하고 있다. 이로 인해 2003년 36.3%였던 국산 쇠고기 자급률이 2009년 50%까지 올라갔지만 2010년 43.2%, 2011년 7월 현재 39.1%로 하락했다. 경제위기와 양극화에 따른 소득부진으로 소비행태도 바뀌었다. 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해 도시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결과 ‘우리 농산물 값이 더 비싸더라도 구입하겠다’는 사람은 39.1%로 1년 전보다 6.0% 포인트 내려간 반면 ‘국산이든 수입산이든 관계없다’라는 응답은 38.2%로 1년 전보다 11.5% 포인트나 증가했다.
정부는 시장원리에 따라 가격이 안정될 수 있도록 하되, 장기적으로 산업의 안정성이 높아지도록 보완대책을 실시하겠다고 한다.
군납용 수입 쇠고기를 전량 한·육우 고기로 대체하고, 공급해 온 돼지고기의 절반 이상을 한우와 육우로 대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우 사육두수 감축을 위해 송아지생산안정제를 개선하는 동시에 한우 암소도태도 확대 추진키로 했다. 육우는 송아지 고기 개발과 육우고기 소비 확대로 대처하겠다고 한다.
가격 안정 위해 정부가 수매해야
암소 조기도태를 위해 300억원의 예산을 확보했는데 이것으로는 7만~8만두 도태밖에 지원할 수 없다. 애초에 1000억원을 계획했는데 기획재정부 예산 심의과정에서 삭감됐다. 지금이라도 조기도태 지원 예산을 늘려야 할 것이다.
정부는 소 수매는 하지 않겠다고 한다. 시장에 직접 개입하게 되면 사육두수를 과도하게 감축시켜 멀지 않은 장래에 소값 폭등사태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암소 조기도태도 시장에 쇠고기 공급을 늘리는 것이고 가격 폭락에 따른 불법 도축 증가도 공급을 확대하는 것이기 때문에 과잉공급 물량을 시장에서 격리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가격은 더욱 하락하게 된다. 따라서 정부가 소를 수매해 가공하거나 북한에 원조하는 것은 현재 상황에서 소값 안정에 꼭 필요한 조치다.
농협도 중간 유통상 폭리 대처를
소값 안정을 위한 농협의 역할도 높여야 한다. 축산농가에서 소비자까지 7단계의 유통과정을 거치다보니 한우값 폭락에도 불구, 소비자 가격은 떨어지지 않고 소비 증가도 이뤄지지 않는다. 덴마크나 네덜란드처럼 도축, 운반, 가공, 경매 등의 과정에서 농협이 시장을 주도해 중간 유통상인의 폭리를 막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부의 지원이 있더라도 농협이 제 역할을 하지 않으면 원활한 생산조절도 하기 어렵다.
그런데 쇠고기 수입이 이런 추세로 늘어나고 한·미 FTA 시행으로 미국 쇠고기가 저율관세로 수입되면 국내 축산은 존망의 위기에 처하게 된다. 한·미 FTA를 재협상해 쇠고기의 관세율 인하폭과 일정을 수정하고 긴급수입제한조치 발동을 더 쉽게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 이 글은 한국농어민신문 2012년 1월 제2405호에 실린 내용입니다.
| 장상환 경상대 경제학과 교수, 사회과학연구원장
소값 폭락이 정도를 넘어서고 있다. 설 명절을 맞아 쇠고기 소비가 늘어나고 정부의 소비촉진 캠페인 효과도 있어 소값이 약간 상승했으나 과잉공급 상태에서 가격상승 기조로 전환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소값 폭락에 화가 난 농민들은 고속도로 진입을 시도하면서 시위를 벌였다.
수급정책 실패·미산 수입증가 탓
소값 폭락 원인은 정부의 수급안정 정책 실패, 한·미 FTA 쇠고기 재협상으로 인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증가에 있다. 2008년 ‘원산지 표시제’가 도입되면서 한우의 인기가 높아져 520만원이었던 수소 1마리 가격이 2009년 610만원으로 뛰어올랐다. 농민들은 너도나도 소 사육에 뛰어들었다. 한우 공급과잉에 대비할 필요가 있었지만 정부는 사육두수 자율감축을 촉구하는데 그쳤다. 전국 한우 사육두수는 지난 2008년 243만마리, 2010년 292만마리, 2011년 6월 304만마리로 늘어났다. 적정 사육두수 270만마리를 크게 뛰어넘었다. 결국 소값 폭락사태를 부르고 말았다.
쇠고기 재협상으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2008년부터 재개돼 급속하게 증가한 것이 한우·육우 가격폭락을 초래한 큰 원인이다. 수입 쇠고기 물량은 2003년 32만6000톤에서 광우병 사태로 미국산 수입이 중단돼 2004년 16만톤으로 급감한 이후 꾸준히 증가했다. 관세청 통계에 의하면 작년 쇠고기 수입량은 34만4000톤으로 2010년(29만톤)보다 18% 늘었다. 이 가운데 미국산 수입이 12만8000톤으로 39% 급증했다.
수입 쇠고기에 국산 쇠고기는 밀려나고 있다. 국산 쇠고기 물량은 2003년 14만2000톤에서 2009년 19만8000톤까지 증가하다가 2010년 18만6000톤으로 감소했고 2011년 7월말 현재 11만3000톤을 기록하고 있다. 이로 인해 2003년 36.3%였던 국산 쇠고기 자급률이 2009년 50%까지 올라갔지만 2010년 43.2%, 2011년 7월 현재 39.1%로 하락했다. 경제위기와 양극화에 따른 소득부진으로 소비행태도 바뀌었다. 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해 도시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결과 ‘우리 농산물 값이 더 비싸더라도 구입하겠다’는 사람은 39.1%로 1년 전보다 6.0% 포인트 내려간 반면 ‘국산이든 수입산이든 관계없다’라는 응답은 38.2%로 1년 전보다 11.5% 포인트나 증가했다.
정부는 시장원리에 따라 가격이 안정될 수 있도록 하되, 장기적으로 산업의 안정성이 높아지도록 보완대책을 실시하겠다고 한다.
군납용 수입 쇠고기를 전량 한·육우 고기로 대체하고, 공급해 온 돼지고기의 절반 이상을 한우와 육우로 대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우 사육두수 감축을 위해 송아지생산안정제를 개선하는 동시에 한우 암소도태도 확대 추진키로 했다. 육우는 송아지 고기 개발과 육우고기 소비 확대로 대처하겠다고 한다.
가격 안정 위해 정부가 수매해야
암소 조기도태를 위해 300억원의 예산을 확보했는데 이것으로는 7만~8만두 도태밖에 지원할 수 없다. 애초에 1000억원을 계획했는데 기획재정부 예산 심의과정에서 삭감됐다. 지금이라도 조기도태 지원 예산을 늘려야 할 것이다.
정부는 소 수매는 하지 않겠다고 한다. 시장에 직접 개입하게 되면 사육두수를 과도하게 감축시켜 멀지 않은 장래에 소값 폭등사태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암소 조기도태도 시장에 쇠고기 공급을 늘리는 것이고 가격 폭락에 따른 불법 도축 증가도 공급을 확대하는 것이기 때문에 과잉공급 물량을 시장에서 격리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가격은 더욱 하락하게 된다. 따라서 정부가 소를 수매해 가공하거나 북한에 원조하는 것은 현재 상황에서 소값 안정에 꼭 필요한 조치다.
농협도 중간 유통상 폭리 대처를
소값 안정을 위한 농협의 역할도 높여야 한다. 축산농가에서 소비자까지 7단계의 유통과정을 거치다보니 한우값 폭락에도 불구, 소비자 가격은 떨어지지 않고 소비 증가도 이뤄지지 않는다. 덴마크나 네덜란드처럼 도축, 운반, 가공, 경매 등의 과정에서 농협이 시장을 주도해 중간 유통상인의 폭리를 막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부의 지원이 있더라도 농협이 제 역할을 하지 않으면 원활한 생산조절도 하기 어렵다.
그런데 쇠고기 수입이 이런 추세로 늘어나고 한·미 FTA 시행으로 미국 쇠고기가 저율관세로 수입되면 국내 축산은 존망의 위기에 처하게 된다. 한·미 FTA를 재협상해 쇠고기의 관세율 인하폭과 일정을 수정하고 긴급수입제한조치 발동을 더 쉽게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 이 글은 한국농어민신문 2012년 1월 제2405호에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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