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재정 확대 방향은 ‘직접지불‘ | 장상환 경상대 교수
- 작성일2020/03/05 14:40
- 조회 430
농업재정 확대 방향은 ‘직접지불‘
| 장상환 경상대 교수
4월 총선을 맞이해 농민단체들로부터 농업재정 확충의 요구가 고조되고 있고, 여·야당에서도 농업재정 증가를 공약으로 내놓을 것이다. 농업재정 문제는 어느 정도의 농업예산 규모가 적절한지, 또 농업예산의 내용은 어떻게 되어야 하는지의 문제다.
2000년 이후 농림예산 감소세
역대 정부의 농업재정에 대한 평가는 농가소득이 얼마나 증가했는지, 식량자급률이 얼마나 올라갔는지 등을 근거로 삼을 수 있다. 식량자급률은 1990년 43.1%에서 2010년 26.7%로 내려갔으니 크게 실패한 셈이다. 도시근로자 소득에 비한 농가소득은 1994년 97% 수준에서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2002년 73%로 하락했고, 2010년 67%로 격차가 더욱 확대됐다. 2010년 현재 농가 가구원수가 2.6명으로 도시근로자가구 가구원수 3.4명에 비해 적다는 것을 고려하더라도 1인당 농가소득은 근로자 가구소득 대비 88.5%에 머문다.
전체예산 중 농림수산식품 분야 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1990년 8.7%에서 우루과이라운드 타결 전후 1995년 15.7%로 상승했다가 2000년 7.0%. 2010년 5.9%, 2012년 5.6%로 감소했다. 국민총생산 중 농림어업 비중이 1990년 8.7%, 2000년 4.6%, 2010년 2.6%로 감소한 것을 반영하는 측면이 있다. 농림수산식품분야의 GDP 비중에 대비한 정부예산 비중은 2010년 현재 2.6배로 독일 5.4배에 비해서는 낮지만 미국 2.5배, 프랑스 2.4배, 일본 1.9배와 비슷한 수준이다.
그런데 농업의 위축은 농산물 수입 증가에 의해 유발된 것이다. 2007년에는 192억달러, 17조9000억원어치가 수입돼 국내 농림어업 생산액 41.6조원과 합친 전체시장의 30%를 차지했다. 2010년 농림어업 생산액은 50.9조원이고 농림수산물 수입액은 258억달러, 29조4000억원에 달해 수입농산물 점유비중이 36.6%로 높아졌다. 농업 부가가치는 2000년 21조6000억원, 2004년 24조5000억원에서 늘어났다가 2009년 21조9000억원으로 감소했다. 따라서 농업예산 비중이 농업의 비중 저하에 따른 당연한 것이라고 해서는 안 된다. 농업예산을 적극적으로 증가시켜 농가소득을 증대시키고 식량자급률을 높여야 하는 것이다.
예산 상당수 소수 상층농 집중
문제는 농업예산의 많은 부분이 소수 상층농의 경쟁력 향상을 위한 구조조정에 목표를 두었다는 데 있다. 생산기반 정비나 농기계구입자금, 축사건립자금 지원 등을 확대한 결과 과잉생산을 초래해 농산물가격을 억제해 농업 조수입을 정체시켰다. 반면 농기계 구입이 과다해 이용효율성이 떨어지는 이유 등으로 농업경영비가 증가해 농업소득은 제자리 걸음했다. 2003년에 농업조수입 2361만원에 농업경영비 1304만원으로 농업소득 1057만원이었는데 2010년에 농업조수입이 2722만원으로 늘어났지만 경영비도 1712만원으로 늘어나 농업소득은 1010만원으로 오히려 줄어들었다. 농업경영비의 30%는 농기계 감가상각비가 차지한다. 5~7ha 농가의 경우에도 조수입 6384만원에 경영비 4385만원으로 농업소득은 2026만원에 불과했다.
정부는 2013년까지 직접지불제 예산 비중을 23%까지 늘리고, 농가소득 중 직접지불이 차지하는 비중을 10%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를 내걸었지만 2012년 현재 직불제 예산 비중은 15.2%로 23%에 한참이나 미치지 못하고 있다. 농가소득 중 직불지불의 비중은 2010년 5.4%에 불과하고 미국 12.2%(2007년), 일본 7.9%(2009년), 영국 19.5%(2008년)와 비교해 대단히 낮은 수준이다. 이명박정부 하에서 2009년에서 2012년 사이에 농림수산식품부 분야별 농가소득 경영안정의 비중은 21.8%에서 18.1%로 낮아진 반면, 농업생산기반 조성 비중은 4대강 사업의 일환인 저수지둑 높이기 사업 등으로 17.6%에서 23.3%로 높아졌다.
직불제 비중 50%까지 늘려야
요컨대 가격안정이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에서 구조개선 예산을 증가시킨 것은 농가소득을 정체시켰으며, 지원하려 했던 상층농들에게도 부채 누적이라는 부담만 지우게 되었다.
다음 정부 농업예산에서 효율화와 관련해서는 밭농사 기계화를 촉진하는 농기계임대사업이나 농협이 운영하는 농기계은행사업을 확대해 농기계 감가상각비 등 농업경영비를 절감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농림어업분야 예산을 늘리고 직접지불 예산 비중을 40-50%까지 대폭 확대해 농가소득 중 직접지불의 비중도 20% 이상으로 올릴 필요가 있다. 농가소득 증대에 실질적 도움이 되지 않는 농업재정 운용은 이농과 농지이용률 하락을 막을 수 없고, 결국 식량문제를 악화시킬 뿐이다.
* 이 글은 한국농어민신문 2012년 2월 제2413호에 실린 내용입니다.
| 장상환 경상대 교수
4월 총선을 맞이해 농민단체들로부터 농업재정 확충의 요구가 고조되고 있고, 여·야당에서도 농업재정 증가를 공약으로 내놓을 것이다. 농업재정 문제는 어느 정도의 농업예산 규모가 적절한지, 또 농업예산의 내용은 어떻게 되어야 하는지의 문제다.
2000년 이후 농림예산 감소세
역대 정부의 농업재정에 대한 평가는 농가소득이 얼마나 증가했는지, 식량자급률이 얼마나 올라갔는지 등을 근거로 삼을 수 있다. 식량자급률은 1990년 43.1%에서 2010년 26.7%로 내려갔으니 크게 실패한 셈이다. 도시근로자 소득에 비한 농가소득은 1994년 97% 수준에서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2002년 73%로 하락했고, 2010년 67%로 격차가 더욱 확대됐다. 2010년 현재 농가 가구원수가 2.6명으로 도시근로자가구 가구원수 3.4명에 비해 적다는 것을 고려하더라도 1인당 농가소득은 근로자 가구소득 대비 88.5%에 머문다.
전체예산 중 농림수산식품 분야 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1990년 8.7%에서 우루과이라운드 타결 전후 1995년 15.7%로 상승했다가 2000년 7.0%. 2010년 5.9%, 2012년 5.6%로 감소했다. 국민총생산 중 농림어업 비중이 1990년 8.7%, 2000년 4.6%, 2010년 2.6%로 감소한 것을 반영하는 측면이 있다. 농림수산식품분야의 GDP 비중에 대비한 정부예산 비중은 2010년 현재 2.6배로 독일 5.4배에 비해서는 낮지만 미국 2.5배, 프랑스 2.4배, 일본 1.9배와 비슷한 수준이다.
그런데 농업의 위축은 농산물 수입 증가에 의해 유발된 것이다. 2007년에는 192억달러, 17조9000억원어치가 수입돼 국내 농림어업 생산액 41.6조원과 합친 전체시장의 30%를 차지했다. 2010년 농림어업 생산액은 50.9조원이고 농림수산물 수입액은 258억달러, 29조4000억원에 달해 수입농산물 점유비중이 36.6%로 높아졌다. 농업 부가가치는 2000년 21조6000억원, 2004년 24조5000억원에서 늘어났다가 2009년 21조9000억원으로 감소했다. 따라서 농업예산 비중이 농업의 비중 저하에 따른 당연한 것이라고 해서는 안 된다. 농업예산을 적극적으로 증가시켜 농가소득을 증대시키고 식량자급률을 높여야 하는 것이다.
예산 상당수 소수 상층농 집중
문제는 농업예산의 많은 부분이 소수 상층농의 경쟁력 향상을 위한 구조조정에 목표를 두었다는 데 있다. 생산기반 정비나 농기계구입자금, 축사건립자금 지원 등을 확대한 결과 과잉생산을 초래해 농산물가격을 억제해 농업 조수입을 정체시켰다. 반면 농기계 구입이 과다해 이용효율성이 떨어지는 이유 등으로 농업경영비가 증가해 농업소득은 제자리 걸음했다. 2003년에 농업조수입 2361만원에 농업경영비 1304만원으로 농업소득 1057만원이었는데 2010년에 농업조수입이 2722만원으로 늘어났지만 경영비도 1712만원으로 늘어나 농업소득은 1010만원으로 오히려 줄어들었다. 농업경영비의 30%는 농기계 감가상각비가 차지한다. 5~7ha 농가의 경우에도 조수입 6384만원에 경영비 4385만원으로 농업소득은 2026만원에 불과했다.
정부는 2013년까지 직접지불제 예산 비중을 23%까지 늘리고, 농가소득 중 직접지불이 차지하는 비중을 10%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를 내걸었지만 2012년 현재 직불제 예산 비중은 15.2%로 23%에 한참이나 미치지 못하고 있다. 농가소득 중 직불지불의 비중은 2010년 5.4%에 불과하고 미국 12.2%(2007년), 일본 7.9%(2009년), 영국 19.5%(2008년)와 비교해 대단히 낮은 수준이다. 이명박정부 하에서 2009년에서 2012년 사이에 농림수산식품부 분야별 농가소득 경영안정의 비중은 21.8%에서 18.1%로 낮아진 반면, 농업생산기반 조성 비중은 4대강 사업의 일환인 저수지둑 높이기 사업 등으로 17.6%에서 23.3%로 높아졌다.
직불제 비중 50%까지 늘려야
요컨대 가격안정이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에서 구조개선 예산을 증가시킨 것은 농가소득을 정체시켰으며, 지원하려 했던 상층농들에게도 부채 누적이라는 부담만 지우게 되었다.
다음 정부 농업예산에서 효율화와 관련해서는 밭농사 기계화를 촉진하는 농기계임대사업이나 농협이 운영하는 농기계은행사업을 확대해 농기계 감가상각비 등 농업경영비를 절감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농림어업분야 예산을 늘리고 직접지불 예산 비중을 40-50%까지 대폭 확대해 농가소득 중 직접지불의 비중도 20% 이상으로 올릴 필요가 있다. 농가소득 증대에 실질적 도움이 되지 않는 농업재정 운용은 이농과 농지이용률 하락을 막을 수 없고, 결국 식량문제를 악화시킬 뿐이다.
* 이 글은 한국농어민신문 2012년 2월 제2413호에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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