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기본법 시대의 농촌과제 | 전희식 전국귀농운동본부 공동대표
- 작성일2020/03/05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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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기본법 시대의 농촌과제
| 전희식 전국귀농운동본부 공동대표
협동조합 개별법에 이어 기본법 시대가 열린다. 올 12월 1일부터 시행 될 시행령이 이미 나왔고 민간은 물론이고 학계와 행정까지 협동조합 시대의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많이들 분주하다. 여느 포럼이나 연수 때 이 주제가 빠지지 않는다. 농촌에 다양한 서비스와 공공의 일자리가 협동조합의 이름으로 만들어져 나갈 것이다.
아직까지 협동조합 운동의 취지나 방향, 운영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들이 오가지만 논의의 충돌지점은 거의 없다. 목적이나 역사적 의의에 대해서도 별 이론이 없다. 그래서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대안인 것만이 아니라 좌도 우도 없는 새로운 경제영역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그러나, 기본법 시대의 협동조합 운동이 사회적일자리나 사회적기업 운동의 폐해와 한계를 어떻게 넘어서야 할지 신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주민 민주주의 경험·역량 쌓고
그동안 사회적 일자리 제도를 이용해 주변의 아는 사람들을 끌어 모아 선심 쓰듯 일자리를 나눠주는 사례가 많았다. 일자리 하나 더 따 내기위해 별의 별 짓을 다하는 경우도 있었다. 일의 사회성도 없고 내부 의사결정 체계의 민주성도 담보되지 않은 채 이제 다섯 명만 모이면 정부 지원을 받아 낼 수단으로 협동조합이 전락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제3자의 통장을 만들어 사회적 일자리 월급을 편법으로 돌려 빼서 기관의 운영비로 쓰면서도 ‘민중들의 돈은 민중들이 쓰면 된다.’고 강변하는 부정도 없지 않았듯이 사회성이 전혀 없는 노동에 동원하면서 행정서류만 짜 맞추는 사례들이 협동조합 운동에서 비일비재하게 나타난다면 협동조합은 비리의 온상이 될 소지도 있다. 미래의 자립구상마저 불투명 한 채 정부 지원에 의존하다 보면 해당 단체는 자립성과 주체성을 잃고 몰락 할 수도 있다. 편법으로 연명하는 것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극단적으로 말해서, 조합원은 소비자로 전락하고 임원이나 운영진의 탁월한 경영력에만 의지하여 시장경제와 경쟁하는 협동조합이 나타난다면 이 또한 낭패다. 이에 몇 가지 우리의 과제를 더듬어 볼 수 있다.
우선, 주민 민주주의의 경험과 역량을 쌓아가는 일에 공을 들여야 할 것이다. 우리 농촌의 주민 민주주의는 매우 낮은 상태로 보인다. 다툼과 대립은 있어도 토론이 없다. 토론 문화에 익숙하지도 않다. 뒷담화로 여론이 형성되고 그것으로 의사결정이 되는 경우가 많다. 관직에 있으면 과도하게 높이보고 백성들은 하찮게 여기는 풍토도 민주주의에는 역행하는 것이다. 관료와 기업인을 욕하면서 권세와 풍요를 한없이 추구하는 인지부조화 현상도 농촌에 만연하다.
민주주의의 핵심은 공동체의 이익이 나 이익의 안전한 보장책이라는 인식에 다다르는 것이다. 그래서 양보와 기다림이 존중되고 집단의 미덕이 되는 것이다. 속도보다 방향에 주목 할 일이다.
협동조합 운동 토착화 노력을
다음으로는 우리의 전통 속에서 협동과 우애, 헌신의 기풍을 복원하는 일이다. 협동조합은 어떻게 보면 좀 야박한 측면이 있다. 서구적 발상 흔적이 역력하다. 노동과 출자와 의결권과 사회공익성 등등을 자로 재고 저울에 단 듯이 구분 짓고 조직한다.
협동조합 운동보다 훨씬 차원 높은 헌신과 배려와 동정의 생활을 우리 선조들은 두레나 향약 등에서 본을 보였었다. 체구가 작거나 심지어 불구자의 하루 노동도 등가로 매겼으며 일 잘하는 젊은 사람도 노인들의 칭찬 한 마디로 흔쾌히 자신의 노동을 집단에 바쳤었다. 신시와 마차레, 화백회의 등과 더불어 요즘 유행하는 프라우트 경제나 지역화폐 운동의 원조격이라 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서구에서 수입된 협동조합 운동을 토착화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농촌사회 구석구석에 있는 흔적들을 잘 뒤져 볼 필요가 있다.
역할 배분…권력 형성 막아야
마지막으로 권력을 만들지 않아야 할 것이다. 그러기위해서 정보는 철저히 공유하고 일은 나누어야 할 것이다. 역할의 배분에 실패하면 일 잘하고 판단이 빠른 사람 중심으로 권력이 형성되게 된다. 이때의 권력은 전통적 권력이 아니다. 협동조합 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이미 전통적 권력은 경계도 하며 극복해 나갈 힘도 갖추었다고 본다.
공동체운동이나 협동조합 운동에서 조성되는 권력은 색다른 것이다. 일을 주도하고 새로운 기획을 한 발 앞서 제출하다보니 정보도 쌓이고 결정권도 쌓이고 사람도 쌓이게 된다. 협동조합 운동에서 매우 경계할 일이다.
* 이 글은 한국농어민신문 2012년 7월 제2451호에 실린 내용입니다.
| 전희식 전국귀농운동본부 공동대표
협동조합 개별법에 이어 기본법 시대가 열린다. 올 12월 1일부터 시행 될 시행령이 이미 나왔고 민간은 물론이고 학계와 행정까지 협동조합 시대의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많이들 분주하다. 여느 포럼이나 연수 때 이 주제가 빠지지 않는다. 농촌에 다양한 서비스와 공공의 일자리가 협동조합의 이름으로 만들어져 나갈 것이다.
아직까지 협동조합 운동의 취지나 방향, 운영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들이 오가지만 논의의 충돌지점은 거의 없다. 목적이나 역사적 의의에 대해서도 별 이론이 없다. 그래서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대안인 것만이 아니라 좌도 우도 없는 새로운 경제영역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그러나, 기본법 시대의 협동조합 운동이 사회적일자리나 사회적기업 운동의 폐해와 한계를 어떻게 넘어서야 할지 신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주민 민주주의 경험·역량 쌓고
그동안 사회적 일자리 제도를 이용해 주변의 아는 사람들을 끌어 모아 선심 쓰듯 일자리를 나눠주는 사례가 많았다. 일자리 하나 더 따 내기위해 별의 별 짓을 다하는 경우도 있었다. 일의 사회성도 없고 내부 의사결정 체계의 민주성도 담보되지 않은 채 이제 다섯 명만 모이면 정부 지원을 받아 낼 수단으로 협동조합이 전락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제3자의 통장을 만들어 사회적 일자리 월급을 편법으로 돌려 빼서 기관의 운영비로 쓰면서도 ‘민중들의 돈은 민중들이 쓰면 된다.’고 강변하는 부정도 없지 않았듯이 사회성이 전혀 없는 노동에 동원하면서 행정서류만 짜 맞추는 사례들이 협동조합 운동에서 비일비재하게 나타난다면 협동조합은 비리의 온상이 될 소지도 있다. 미래의 자립구상마저 불투명 한 채 정부 지원에 의존하다 보면 해당 단체는 자립성과 주체성을 잃고 몰락 할 수도 있다. 편법으로 연명하는 것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극단적으로 말해서, 조합원은 소비자로 전락하고 임원이나 운영진의 탁월한 경영력에만 의지하여 시장경제와 경쟁하는 협동조합이 나타난다면 이 또한 낭패다. 이에 몇 가지 우리의 과제를 더듬어 볼 수 있다.
우선, 주민 민주주의의 경험과 역량을 쌓아가는 일에 공을 들여야 할 것이다. 우리 농촌의 주민 민주주의는 매우 낮은 상태로 보인다. 다툼과 대립은 있어도 토론이 없다. 토론 문화에 익숙하지도 않다. 뒷담화로 여론이 형성되고 그것으로 의사결정이 되는 경우가 많다. 관직에 있으면 과도하게 높이보고 백성들은 하찮게 여기는 풍토도 민주주의에는 역행하는 것이다. 관료와 기업인을 욕하면서 권세와 풍요를 한없이 추구하는 인지부조화 현상도 농촌에 만연하다.
민주주의의 핵심은 공동체의 이익이 나 이익의 안전한 보장책이라는 인식에 다다르는 것이다. 그래서 양보와 기다림이 존중되고 집단의 미덕이 되는 것이다. 속도보다 방향에 주목 할 일이다.
협동조합 운동 토착화 노력을
다음으로는 우리의 전통 속에서 협동과 우애, 헌신의 기풍을 복원하는 일이다. 협동조합은 어떻게 보면 좀 야박한 측면이 있다. 서구적 발상 흔적이 역력하다. 노동과 출자와 의결권과 사회공익성 등등을 자로 재고 저울에 단 듯이 구분 짓고 조직한다.
협동조합 운동보다 훨씬 차원 높은 헌신과 배려와 동정의 생활을 우리 선조들은 두레나 향약 등에서 본을 보였었다. 체구가 작거나 심지어 불구자의 하루 노동도 등가로 매겼으며 일 잘하는 젊은 사람도 노인들의 칭찬 한 마디로 흔쾌히 자신의 노동을 집단에 바쳤었다. 신시와 마차레, 화백회의 등과 더불어 요즘 유행하는 프라우트 경제나 지역화폐 운동의 원조격이라 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서구에서 수입된 협동조합 운동을 토착화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농촌사회 구석구석에 있는 흔적들을 잘 뒤져 볼 필요가 있다.
역할 배분…권력 형성 막아야
마지막으로 권력을 만들지 않아야 할 것이다. 그러기위해서 정보는 철저히 공유하고 일은 나누어야 할 것이다. 역할의 배분에 실패하면 일 잘하고 판단이 빠른 사람 중심으로 권력이 형성되게 된다. 이때의 권력은 전통적 권력이 아니다. 협동조합 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이미 전통적 권력은 경계도 하며 극복해 나갈 힘도 갖추었다고 본다.
공동체운동이나 협동조합 운동에서 조성되는 권력은 색다른 것이다. 일을 주도하고 새로운 기획을 한 발 앞서 제출하다보니 정보도 쌓이고 결정권도 쌓이고 사람도 쌓이게 된다. 협동조합 운동에서 매우 경계할 일이다.
* 이 글은 한국농어민신문 2012년 7월 제2451호에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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