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에서의 지역민주주의 확립 | 전희식 전국귀농운동본부 공동대표
- 작성일2020/03/05 15:02
- 조회 457
농촌에서의 지역민주주의 확립
| 전희식 전국귀농운동본부 공동대표
마을 살리기 또는 지역 살리기라는 이름의 지역운동이 활발하다. 지역이 살아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은 그래야 지역 전체로서의 나라가 잘 살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요즘은 용어도 ‘지방’이라 하지 않고 ‘지역’이라 한다. 지방이라고 하면 대칭관계의 중앙을 떠 올릴 뿐 아니라 서울을 중심으로 하는 수도권의 우월적 관계를 암시하기 때문이다.
지역민주주의 취약, 구조적 문제
사람들이 텅텅 비어 문제가 된 농촌지역과 마찬가지로 사람들이 너무 몰려 있는 관계로 문제가 많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지역을 살리기 위한 처방도 분분하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지역 살리기의 핵심은 지역농산물 운동이 아닐까 한다. 그 지역의 먹을거리는 최대한 그 지역에서 생산하자는 운동이다.‘지역농산물 학교급식’이나 ‘음식이동거리’라는 개념으로 꽤 알려진 운동이다. 이것은 자연의 순환성을 살리고 지역 내 소통을 촉진할뿐더러 지역간 균형 발전도 담보한다. 이렇게 보면 원거리 택배 위주의 제철꾸러미농산물도 제한적으로 이해하게 된다.
마을 이장도 스스로 뽑지 못하나
최근에는 지역민주주의를 지역 살리기의 중요 과제로 보게 됐다. 특히 농촌지역에서는 더. 장수군에서 ‘더클’이라는 폐기물공장 설립을 막는 주민대책위 정책 일을 하면서 직면하게 된 군수의 태도와 주민주권 문제는 늘 충돌을 일으켰다. 시위와 집회는 물론 천막농성과 서명을 하느라 수 천 만원의 주머닛돈을 써 가며 끝내 군청의 사업 불허 결정을 이끌어 냈지만 대책위 대표들에게 군수는 더클 공장보다 대책위 대표가 하는 축산이 더 환경에 해롭다느니, 길거리 현수막과 군청 앞 천막농성 때문에 외부손님들에게 창피했다느니 하는 망언을 했다. 군수와의 면담 자리에서 대책위원은 유인물 반입도 저지당하고 카메라도 빼앗겼다. ‘더클’의 제소로 전라북도청에서 장수군을 피고로 한 행정심판이 진행됐지만 군청은 대책위 측에 관련 서류를 전혀 보여주지 않아 대책위 주민들이 다시 880만원이라는 거금을 모아 변호사를 선임하는 일까지 있었다. 행정심판에서 이긴 주민들이 자축 현수막을 걸자 군청에서는 그걸 걷어내라고 요구하기까지 했다. 행정심판 청구에서 진‘더클’이 행정소송을 하자 군청은 어이없게도 주민대책위에 변호사를 선임할거냐면서 이왕이면 환경전문 변호사를 선임하라고 요청해 왔다. 장수군청이 피고인인 소송에 주민이 또 변호사까지 대라는 셈이다.
최근 핵발전소 유치문제로 야기된 강원도 삼척시장 주민소환 서명 과정에서도 드러났지만 지역민주주의는 매우 취약한 상태다. 이렇게 된 데는 간단치 않은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역 언론이 활성화되는 것이 하나의 해법이 될 수 있다. 현재 도청 소재지에 있는 지역신문들은 거의 지자체 홍보성 기사만 내 보낸다. 지자체장의 나팔수 같다. 지자체의 광고가 지역신문의 주 수입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역민의 건강한 여론을 형성하는 마을신문, 지역신문이 아쉽기만 하다. 신문이 아니더라도 지역공론의 장이 주민 주도로 만들어지는 게 시급하다.
지역언론 활성화가 해법 될 수도
주민의 주권의식과 민주주의 역량 강화도 과제다. 군수를 축으로 형성되는 먹이사슬과 줄서기는 지역민주주의의 심각한 저해요소다. 인사권과 예산권을 쥔 군수는 군 의원까지 쥐고 흔든다. 대부분의 농민관련 단체들도 군청의 예산 배분에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실정이다. 지자체에 관변단체가 우글거리게 되는 원리다. 기초자치단체 구성이 동 단위와 면 단위까지 되지 못하고 시·군으로 돼 있는 한계에서 비롯된다는 지적도 있다. 오죽하면 동네 마을이장도 주민 스스로 뽑지 못하는 게 제도적 현실이지 않은가. 절차적으로는 군수가 임명하는 면장에게 이장 임면권이 있다. 선후배와 친인척으로 얽혀있는 지역민과 군수의 관계도 민주주의 실현을 더디게 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주민들이 원 주권자로서의 의식을 드높이고 민주주의 훈련의 다양한 공간을 확보할 필요가 있겠다.
* 이 글은 한국농어민신문 2012년 8월 제2459호에 실린 내용입니다.
| 전희식 전국귀농운동본부 공동대표
마을 살리기 또는 지역 살리기라는 이름의 지역운동이 활발하다. 지역이 살아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은 그래야 지역 전체로서의 나라가 잘 살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요즘은 용어도 ‘지방’이라 하지 않고 ‘지역’이라 한다. 지방이라고 하면 대칭관계의 중앙을 떠 올릴 뿐 아니라 서울을 중심으로 하는 수도권의 우월적 관계를 암시하기 때문이다.
지역민주주의 취약, 구조적 문제
사람들이 텅텅 비어 문제가 된 농촌지역과 마찬가지로 사람들이 너무 몰려 있는 관계로 문제가 많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지역을 살리기 위한 처방도 분분하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지역 살리기의 핵심은 지역농산물 운동이 아닐까 한다. 그 지역의 먹을거리는 최대한 그 지역에서 생산하자는 운동이다.‘지역농산물 학교급식’이나 ‘음식이동거리’라는 개념으로 꽤 알려진 운동이다. 이것은 자연의 순환성을 살리고 지역 내 소통을 촉진할뿐더러 지역간 균형 발전도 담보한다. 이렇게 보면 원거리 택배 위주의 제철꾸러미농산물도 제한적으로 이해하게 된다.
마을 이장도 스스로 뽑지 못하나
최근에는 지역민주주의를 지역 살리기의 중요 과제로 보게 됐다. 특히 농촌지역에서는 더. 장수군에서 ‘더클’이라는 폐기물공장 설립을 막는 주민대책위 정책 일을 하면서 직면하게 된 군수의 태도와 주민주권 문제는 늘 충돌을 일으켰다. 시위와 집회는 물론 천막농성과 서명을 하느라 수 천 만원의 주머닛돈을 써 가며 끝내 군청의 사업 불허 결정을 이끌어 냈지만 대책위 대표들에게 군수는 더클 공장보다 대책위 대표가 하는 축산이 더 환경에 해롭다느니, 길거리 현수막과 군청 앞 천막농성 때문에 외부손님들에게 창피했다느니 하는 망언을 했다. 군수와의 면담 자리에서 대책위원은 유인물 반입도 저지당하고 카메라도 빼앗겼다. ‘더클’의 제소로 전라북도청에서 장수군을 피고로 한 행정심판이 진행됐지만 군청은 대책위 측에 관련 서류를 전혀 보여주지 않아 대책위 주민들이 다시 880만원이라는 거금을 모아 변호사를 선임하는 일까지 있었다. 행정심판에서 이긴 주민들이 자축 현수막을 걸자 군청에서는 그걸 걷어내라고 요구하기까지 했다. 행정심판 청구에서 진‘더클’이 행정소송을 하자 군청은 어이없게도 주민대책위에 변호사를 선임할거냐면서 이왕이면 환경전문 변호사를 선임하라고 요청해 왔다. 장수군청이 피고인인 소송에 주민이 또 변호사까지 대라는 셈이다.
최근 핵발전소 유치문제로 야기된 강원도 삼척시장 주민소환 서명 과정에서도 드러났지만 지역민주주의는 매우 취약한 상태다. 이렇게 된 데는 간단치 않은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역 언론이 활성화되는 것이 하나의 해법이 될 수 있다. 현재 도청 소재지에 있는 지역신문들은 거의 지자체 홍보성 기사만 내 보낸다. 지자체장의 나팔수 같다. 지자체의 광고가 지역신문의 주 수입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역민의 건강한 여론을 형성하는 마을신문, 지역신문이 아쉽기만 하다. 신문이 아니더라도 지역공론의 장이 주민 주도로 만들어지는 게 시급하다.
지역언론 활성화가 해법 될 수도
주민의 주권의식과 민주주의 역량 강화도 과제다. 군수를 축으로 형성되는 먹이사슬과 줄서기는 지역민주주의의 심각한 저해요소다. 인사권과 예산권을 쥔 군수는 군 의원까지 쥐고 흔든다. 대부분의 농민관련 단체들도 군청의 예산 배분에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실정이다. 지자체에 관변단체가 우글거리게 되는 원리다. 기초자치단체 구성이 동 단위와 면 단위까지 되지 못하고 시·군으로 돼 있는 한계에서 비롯된다는 지적도 있다. 오죽하면 동네 마을이장도 주민 스스로 뽑지 못하는 게 제도적 현실이지 않은가. 절차적으로는 군수가 임명하는 면장에게 이장 임면권이 있다. 선후배와 친인척으로 얽혀있는 지역민과 군수의 관계도 민주주의 실현을 더디게 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주민들이 원 주권자로서의 의식을 드높이고 민주주의 훈련의 다양한 공간을 확보할 필요가 있겠다.
* 이 글은 한국농어민신문 2012년 8월 제2459호에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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