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마을 리모델링‘ 특별법에 대하여 | 전희식 전국귀농운동본부 공동대표
- 작성일2020/03/05 15:09
- 조회 460
‘농어촌마을 리모델링‘ 특별법에 대하여
| 전희식 전국귀농운동본부 공동대표
지난 9월 4일 충남발전연구원에서 주최한 농어촌 빈집 등 지역자산 활용 워크숍에 토론자로 다녀왔다. 이날, 한나라당이 입법 추진 중인 <농어촌마을 리모델링 촉진을 위한 특별법>에 대해 농식품부의 김운기 선생이 발제를 했는데 매우 인상적이었다. 뒤늦은 감이 있지만 아주 반가운 법안으로 보였다.
빈집 철거대상으로만 봐선 안돼
우리의 농촌마을 주거환경은 매우 열악하다. 달라진 농촌인구의 구성과 문화풍토에 비추어 볼 때 현재의 주거상태는 개선되어야 할 점이 많다. 노후 불량주택이 많은데 특히 에너지 효율 면에서 그렇다. 삶의 가치관 변화와 주거조건도 맞지 않은 실정이다. 도시민의 귀농·귀촌이 사회적 관심사가 되어 있고 농촌 지자체마다 도시민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는 마당에 사람이 살 집과 마을이 먼저 재단장 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요청이다.
법안이 대단히 섬세하게 구성되어 있는 이 특별법이 고려해야 할 사항이 몇 가지 있을 것 같다. 시골 빈집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그것이다.
현재는 환경부 지원으로 빈집 철거가 진행 중인데 이는 슬레이트 지붕의 유해성과 미관 문제 때문이다. 철거 중심이다 보니 정작 슬레이트 지붕 밑에서 살고 있는 주민에 대한 고려가 없다. 200만원 한도에서 100㎡ 이내 면적만 철거비를 지원하고 지붕을 새로 이어서 살아야 하는 사람에 대한 배려가 없다는 것이다.
시골 전통농가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고 계속 살려는 사람에 대해서도 주목할 필요가 있겠다. 시골 빈집이 갖고 있는 전통성과 자연생태 측면은 간과하기 쉬운데 그렇지 않다고 본다. 주변 환경은 물론 기후풍토와 조화를 이루며 그야말로 공손하게 지어져 있는 시골 빈집은 철거 대상으로만 볼 수 없다고 여겨진다. 나날이 신제품이 나오는 석유화학 건자재들로 단열과 편리만 도모하는 집들은 기후변화 시대를 맞아 삼가야 할 유행이다. 특별법에서 현재의 시골 빈집을 잘 살려내야 하는 이유다. 120년 된 빈집을 고쳐 살고 있는 필자의 경험이기도 하다.
‘농촌 통째로 갈아엎는 식’ 경계
이 특별법이 또 다른 이름의 토건사업이 되는 것도 경계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 농촌에 대한 지원은 개별 농가 차원에서 농기업, 농업법인, 체험마을, 정보화마을 등을 거쳐 권역별 사업으로 바뀌고 있는데 권역별 사업이 토건사업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많다. 이 특별법이 아예 마을 단위로 농촌을 통째로 갈아엎는 식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4대강으로 몰렸던 토건세력이 이제 낙후되었다는 명분으로 시골마을을 파헤치는 일은 막아야 한다.
무슨 말인고 하니, 농촌지역에 유행처럼 진행되는 뉴타운 사업이 이 특별법에 기대어 확장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것이다. 멀쩡한 산을 깎아내서 도시형 주택들을 짓는 뉴타운 사업은 이질적인 도시문화를 이식하는 꼴이다. 특별법이 이렇게 되지 않기를 기대한다.
‘불편과 느림’ 새로운 인식 반영을
마지막으로, 이 특별법 38조에서 규정하는 농어촌주거환경지원센터의 구성과 운영에 토건세력과 토호세력의 발호를 막기 위해 문화, 환경, 도시 전문가 뿐 아니라 시민단체의 참여가 보장되었으면 한다. 여러 국책사업이 눈 먼 돈 떼어먹기 판이 되어 온 게 사실이다. 국토를 망치는 돈 잔치를 혈세로 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필자가 최근에 살펴 본 어느 지역의 권역별 사업은 멀쩡한 자연공원을 10억여 원이나 들여 시멘트로 개울 바닥까지 밀봉해서 생명체가 모두 사라져 버렸고 시설물은 이용자가 없어 자물쇠를 채워 두고 있었다.
살기 좋은 농촌의 조건에 주거환경이 중요하다. ‘살기 좋은’ 기준에 편리와 효율만이 아니라 불편과 느림이라는 새로운 인식의 접근이 특별법에 반영되기를 바란다.
* 이 글은 한국농어민신문 2012년 9월 2468호에 실린 내용입니다.
| 전희식 전국귀농운동본부 공동대표
지난 9월 4일 충남발전연구원에서 주최한 농어촌 빈집 등 지역자산 활용 워크숍에 토론자로 다녀왔다. 이날, 한나라당이 입법 추진 중인 <농어촌마을 리모델링 촉진을 위한 특별법>에 대해 농식품부의 김운기 선생이 발제를 했는데 매우 인상적이었다. 뒤늦은 감이 있지만 아주 반가운 법안으로 보였다.
빈집 철거대상으로만 봐선 안돼
우리의 농촌마을 주거환경은 매우 열악하다. 달라진 농촌인구의 구성과 문화풍토에 비추어 볼 때 현재의 주거상태는 개선되어야 할 점이 많다. 노후 불량주택이 많은데 특히 에너지 효율 면에서 그렇다. 삶의 가치관 변화와 주거조건도 맞지 않은 실정이다. 도시민의 귀농·귀촌이 사회적 관심사가 되어 있고 농촌 지자체마다 도시민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는 마당에 사람이 살 집과 마을이 먼저 재단장 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요청이다.
법안이 대단히 섬세하게 구성되어 있는 이 특별법이 고려해야 할 사항이 몇 가지 있을 것 같다. 시골 빈집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그것이다.
현재는 환경부 지원으로 빈집 철거가 진행 중인데 이는 슬레이트 지붕의 유해성과 미관 문제 때문이다. 철거 중심이다 보니 정작 슬레이트 지붕 밑에서 살고 있는 주민에 대한 고려가 없다. 200만원 한도에서 100㎡ 이내 면적만 철거비를 지원하고 지붕을 새로 이어서 살아야 하는 사람에 대한 배려가 없다는 것이다.
시골 전통농가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고 계속 살려는 사람에 대해서도 주목할 필요가 있겠다. 시골 빈집이 갖고 있는 전통성과 자연생태 측면은 간과하기 쉬운데 그렇지 않다고 본다. 주변 환경은 물론 기후풍토와 조화를 이루며 그야말로 공손하게 지어져 있는 시골 빈집은 철거 대상으로만 볼 수 없다고 여겨진다. 나날이 신제품이 나오는 석유화학 건자재들로 단열과 편리만 도모하는 집들은 기후변화 시대를 맞아 삼가야 할 유행이다. 특별법에서 현재의 시골 빈집을 잘 살려내야 하는 이유다. 120년 된 빈집을 고쳐 살고 있는 필자의 경험이기도 하다.
‘농촌 통째로 갈아엎는 식’ 경계
이 특별법이 또 다른 이름의 토건사업이 되는 것도 경계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 농촌에 대한 지원은 개별 농가 차원에서 농기업, 농업법인, 체험마을, 정보화마을 등을 거쳐 권역별 사업으로 바뀌고 있는데 권역별 사업이 토건사업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많다. 이 특별법이 아예 마을 단위로 농촌을 통째로 갈아엎는 식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4대강으로 몰렸던 토건세력이 이제 낙후되었다는 명분으로 시골마을을 파헤치는 일은 막아야 한다.
무슨 말인고 하니, 농촌지역에 유행처럼 진행되는 뉴타운 사업이 이 특별법에 기대어 확장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것이다. 멀쩡한 산을 깎아내서 도시형 주택들을 짓는 뉴타운 사업은 이질적인 도시문화를 이식하는 꼴이다. 특별법이 이렇게 되지 않기를 기대한다.
‘불편과 느림’ 새로운 인식 반영을
마지막으로, 이 특별법 38조에서 규정하는 농어촌주거환경지원센터의 구성과 운영에 토건세력과 토호세력의 발호를 막기 위해 문화, 환경, 도시 전문가 뿐 아니라 시민단체의 참여가 보장되었으면 한다. 여러 국책사업이 눈 먼 돈 떼어먹기 판이 되어 온 게 사실이다. 국토를 망치는 돈 잔치를 혈세로 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필자가 최근에 살펴 본 어느 지역의 권역별 사업은 멀쩡한 자연공원을 10억여 원이나 들여 시멘트로 개울 바닥까지 밀봉해서 생명체가 모두 사라져 버렸고 시설물은 이용자가 없어 자물쇠를 채워 두고 있었다.
살기 좋은 농촌의 조건에 주거환경이 중요하다. ‘살기 좋은’ 기준에 편리와 효율만이 아니라 불편과 느림이라는 새로운 인식의 접근이 특별법에 반영되기를 바란다.
* 이 글은 한국농어민신문 2012년 9월 2468호에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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