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위기 아랑곳 않는 농업예산 | 장상환 경상대 교수
- 작성일2020/03/05 15:09
- 조회 476
식량위기 아랑곳 않는 농업예산
| 장상환 경상대 교수
내년 농업분야 예산이 국회에 제출됐다. 농림수산식품분야 예산은 18조3466억원, 전년대비 1.2% 증가로 국가 총지출규모 증가율 5.3%에 비해 크게 낮다. 내년 농업예산의 가장 큰 문제는 식량자급률을 높이기 위한 예산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점이다.
식량자급률 관련예산 되레 삭감
세계 식량위기 속에서 2011년 전체 식량자급률은 2010년 27.6%에서 22.6%로, 사료용을 제외한 곡물자급률은 54%에서 44.5%로 급감했다. 식량자급률 하락에는 쌀 자급률 하락이 큰 원인으로 작용했다. 쌀 자급률은 2010년 104.6%에서 2011년 83%로 줄었고, 2012년에도 90% 이하에 그칠 전망이다. 볼라벤 태풍에 따른 백수 피해 등으로 올해 벼 작황이 나빠 내년 자급률도 90% 이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쌀 자급률이 이렇게 급락한 것은 쌀 재배면적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논면적은 2009년 101만㏊, 2010년 98만4000㏊, 2011년 96만㏊ 등으로 매년 줄고 있고, 벼 재배면적은 같은 기간에 92만4000ha, 89만2000ha, 85만4000ha로 줄었다. 논 인데도 벼가 아닌 다른 작물재배에 이용된 면적이 2009년 8만6000ha에서 2011년 10만6000ha로 늘어났다.
2008년 식량가격 폭등의 영향으로 국내외 밀가격 차이가 3~4배에서 1.5배 정도로 좁혀지자 밀 생산이 2008년 3000ha, 1만톤에서 2011년 1만3000ha, 4만4000톤으로 늘어났고, 밀 자급률도 같은 기간 0.4%에서 1.1%로 높아졌지만 아주 낮은 수준이다. 게다가 국제 밀가격이 다시 안정되고 국내외 가격차가 벌어지자 국내 소비가 부진해 올 봄 재고량이 생산량의 절반 수준에 달했고 수확 후에는 4만톤을 넘었다.
식량위기가 만성화되자 정부는 2011년 7월 식량자급률 목표를 조정해서 발표했다. 곡물자급률을 2015년까지 기존 목표 25%에서 30%로 올리고, 세부목표로 국산밀 자급률을 2015년에 기존 목표 1%에서 10%로, 2020년까지 15%로 높인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정부는 내년 예산안 편성에도 국제곡물값 급등을 비롯한 대외 불확실성을 고려했다고 한다.
정부가 예산 독점…위기반영 미흡
그러나 식량자급률이 크게 내려갔는데도 관련 예산은 오히려 삭감됐고 일부 예산은 융자 형태로 지원돼 실효성이 없다. 우리밀 수매자금 지원도 민간업체에 대한 저리융자일 뿐이고, 우리밀 소비 활성화를 위해서 신규로 군납 지원 36억원이라는 쥐꼬리만한 예산을 편성했다. 해외농업개발 지원에 일부 반영되어 있지만 해외 농업개발은 식량자급률을 올리는데 전혀 기여하지 못했다.
정부가 식량위기 대비 명목으로 해외농장 개척을 위해 지난 4년간 946억원을 기업에 지원했지만 확보한 곡물 중 불과 0.4%만 국내로 들어왔을 뿐으로 국내 곡물가격 안정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논이 다른 작물 재배로 전용되고, 밀 재배가 부진한 것은 농가의 입장에서 경제성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쌀 생산 농가에게 실질적인 소득보전이 될 수 있도록 ‘쌀소득보전직불제’를 강화하고 밀 농사에 대해서도 생산비를 보장하는 직불제 도입 등 구체적인 방안이 나와야 한다. 대폭적인 예산의 지원이 없으면 2015년 10%라는 정부의 밀 자급률 목표치는 공염불에 불과하다.
일본은 정부가 자국산 밀을 전량 수매해 수입밀에 대항할 수 있는 가격으로 방출해 밀 자급률을 1995년 6.9%에서 2005년 14%까지 끌어올렸다. 2011년에는 2020년까지 밀 자급률 34%를 달성하기 위해 논활용 소득보상 직불제 등을 도입한 결과, 2011년 재배면적과 생산량이 전년 대비 각각 2%, 30% 증가하는 성과를 거뒀다. WTO 체제 하에서도 정책적 의지만 있으면 얼마든지 식량자급률을 높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쌀 농업직불제와 같은 친환경 직접직불제이나 공익형 직접지불제도 있고, 최소허용 보조금도 이용할 수 있다.
예산 편성시 농민대표 참여 필요
식량위기 속에서 식량자급률 제고를 위한 예산이 긴급하게 확대 편성되지 않은 이유는 정부에 예산편성 독점권을 줬기 때문이다. 경제민주화, 재정민주주의의 일환으로 농업예산 편성과정에 농민단체 대표들을 참여시켜야 한다. 여·야당 국회의원과 대선 후보들도 농업예산 확대에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 이 글은 한국농어민신문 2012년 10월 2471호에 실린 내용입니다.
| 장상환 경상대 교수
내년 농업분야 예산이 국회에 제출됐다. 농림수산식품분야 예산은 18조3466억원, 전년대비 1.2% 증가로 국가 총지출규모 증가율 5.3%에 비해 크게 낮다. 내년 농업예산의 가장 큰 문제는 식량자급률을 높이기 위한 예산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점이다.
식량자급률 관련예산 되레 삭감
세계 식량위기 속에서 2011년 전체 식량자급률은 2010년 27.6%에서 22.6%로, 사료용을 제외한 곡물자급률은 54%에서 44.5%로 급감했다. 식량자급률 하락에는 쌀 자급률 하락이 큰 원인으로 작용했다. 쌀 자급률은 2010년 104.6%에서 2011년 83%로 줄었고, 2012년에도 90% 이하에 그칠 전망이다. 볼라벤 태풍에 따른 백수 피해 등으로 올해 벼 작황이 나빠 내년 자급률도 90% 이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쌀 자급률이 이렇게 급락한 것은 쌀 재배면적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논면적은 2009년 101만㏊, 2010년 98만4000㏊, 2011년 96만㏊ 등으로 매년 줄고 있고, 벼 재배면적은 같은 기간에 92만4000ha, 89만2000ha, 85만4000ha로 줄었다. 논 인데도 벼가 아닌 다른 작물재배에 이용된 면적이 2009년 8만6000ha에서 2011년 10만6000ha로 늘어났다.
2008년 식량가격 폭등의 영향으로 국내외 밀가격 차이가 3~4배에서 1.5배 정도로 좁혀지자 밀 생산이 2008년 3000ha, 1만톤에서 2011년 1만3000ha, 4만4000톤으로 늘어났고, 밀 자급률도 같은 기간 0.4%에서 1.1%로 높아졌지만 아주 낮은 수준이다. 게다가 국제 밀가격이 다시 안정되고 국내외 가격차가 벌어지자 국내 소비가 부진해 올 봄 재고량이 생산량의 절반 수준에 달했고 수확 후에는 4만톤을 넘었다.
식량위기가 만성화되자 정부는 2011년 7월 식량자급률 목표를 조정해서 발표했다. 곡물자급률을 2015년까지 기존 목표 25%에서 30%로 올리고, 세부목표로 국산밀 자급률을 2015년에 기존 목표 1%에서 10%로, 2020년까지 15%로 높인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정부는 내년 예산안 편성에도 국제곡물값 급등을 비롯한 대외 불확실성을 고려했다고 한다.
정부가 예산 독점…위기반영 미흡
그러나 식량자급률이 크게 내려갔는데도 관련 예산은 오히려 삭감됐고 일부 예산은 융자 형태로 지원돼 실효성이 없다. 우리밀 수매자금 지원도 민간업체에 대한 저리융자일 뿐이고, 우리밀 소비 활성화를 위해서 신규로 군납 지원 36억원이라는 쥐꼬리만한 예산을 편성했다. 해외농업개발 지원에 일부 반영되어 있지만 해외 농업개발은 식량자급률을 올리는데 전혀 기여하지 못했다.
정부가 식량위기 대비 명목으로 해외농장 개척을 위해 지난 4년간 946억원을 기업에 지원했지만 확보한 곡물 중 불과 0.4%만 국내로 들어왔을 뿐으로 국내 곡물가격 안정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논이 다른 작물 재배로 전용되고, 밀 재배가 부진한 것은 농가의 입장에서 경제성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쌀 생산 농가에게 실질적인 소득보전이 될 수 있도록 ‘쌀소득보전직불제’를 강화하고 밀 농사에 대해서도 생산비를 보장하는 직불제 도입 등 구체적인 방안이 나와야 한다. 대폭적인 예산의 지원이 없으면 2015년 10%라는 정부의 밀 자급률 목표치는 공염불에 불과하다.
일본은 정부가 자국산 밀을 전량 수매해 수입밀에 대항할 수 있는 가격으로 방출해 밀 자급률을 1995년 6.9%에서 2005년 14%까지 끌어올렸다. 2011년에는 2020년까지 밀 자급률 34%를 달성하기 위해 논활용 소득보상 직불제 등을 도입한 결과, 2011년 재배면적과 생산량이 전년 대비 각각 2%, 30% 증가하는 성과를 거뒀다. WTO 체제 하에서도 정책적 의지만 있으면 얼마든지 식량자급률을 높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쌀 농업직불제와 같은 친환경 직접직불제이나 공익형 직접지불제도 있고, 최소허용 보조금도 이용할 수 있다.
예산 편성시 농민대표 참여 필요
식량위기 속에서 식량자급률 제고를 위한 예산이 긴급하게 확대 편성되지 않은 이유는 정부에 예산편성 독점권을 줬기 때문이다. 경제민주화, 재정민주주의의 일환으로 농업예산 편성과정에 농민단체 대표들을 참여시켜야 한다. 여·야당 국회의원과 대선 후보들도 농업예산 확대에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 이 글은 한국농어민신문 2012년 10월 2471호에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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