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제도를 통한 농업 살리기 | 전희식 전국귀농운동본부 공동대표
- 작성일2020/03/05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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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제도를 통한 농업 살리기
| 전희식 전국귀농운동본부 공동대표
오래 전, 쿠바 초등학교의 교육 실태를 보고 부러웠던 적이 있다. 정규수업시간에 놀이와 연극을 통해 몸 관리, 식생활, 응급처치, 약재 식별 등에 대해 배우고 있었는데 아이들은 시종 진지하면서도 즐거워했다.
쿠바 보건·의료 정책의 시사점
의료자본에 종속되지 않은 쿠바의 보건·의료 정책은 전 세계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건강의 출발점을 첨단 의료시설에서 찾지않고 건강한 먹을거리에서 찾았기 때문이다. 쿠바 의료진들이 미국까지 가 대형 경기장에서 의료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미국인들을 치료하는 자원봉사 활동은 미국의 자존심을 여지없이 구겨 놓기도 했는데 이 모든 것은 교육제도에 의한 성과라 할 수 있다.
며칠 전에 있었던 일이다. 부산대학교에서 졸저 <아름다운 후퇴> 북 콘서트가 있어 갔는데 행사를 주최한 단체 중 하나가 ‘풀내음’이라는 학생 동아리였다. 풀내음은 우리농업 지킴이를 자처하고 있었다. 1년에 3-4회나 농촌봉사활동을 다니고 있었고 참여하는 학생은 1학년부터 4학년까지며 전공도 다들 달랐다.
행사의 대담자 일원으로 나온 풀내음 대표 김한슬 학생은 저자에게 농촌과 농민들에게 효과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을 물어왔다. 농촌을 배우고 농민들의 삶을 이해하고 싶은데 막상 농활을 가면 하나에서 열까지 서툴러서 도리어 농사일에 장애가 되는 경우도 있더라고 호소했다.
풀내음은 1998년에 창립되어 대학축제 때 농업관련 학술 부스도 운영하고 각종 농업 행사나 기관에 가서 체험을 하는데도 이런 어려움이 해소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젊은 대학생들이 자신의 전공과 무관하게 생명농업의 고귀함과 생태 삶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오늘 같은 격변의 시대상황을 고려할 때 너무도 당연함에도 현실은 이와 동떨어져 있다.
먹거리 공포는 날로 늘어나서 하루가 멀다 하고 사고가 일어난다. 곡물자급율이 23%로 곤두박질치고 국제 곡물가는 천정부지로 오른다. 더구나 100%를 자랑하던 쌀 자급율마저 더욱 떨어져 작년에 이어 올해도 80% 초반이 될 전망이다. 민족의 식량문제를 해결하고 파괴되는 농촌을 살리기 위해 바삐 대책을 마련 할 때다.
우리 교육제도, 친농업 방향으로
대학에 필수교양과목으로 농사를 포함시켰으면 한다. 먹을거리가 최신 전자기기보다 훨씬 소중하다는 것을 몸으로 익혀야 한다. 농사의 신성함을 배우고 살아 있는 밥상이 어떻게 마련되는지를 아는 것을 모든 대학생의 필수가 되게 하는 것이다.
공중파 방송에서 주요한 시간대에 농업과 먹을거리를 자주 방영한다면 이것도 효과가 있을 것이다. 요리강습시간의 반이라도 농사이야기를 방영했으면 한다. 사실, 요리보다 농사가 우선이다. 요리는 혀끝의 입맛을 조작한다면 농사는 생명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독립적인 농업 교육기관을 다양하게 설립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충남 홍성의 풀무농업고등학교 같은 경우 말이다. 올해 귀농운동본부에서 ‘귀농을 꿈꾸는 청년을 위한 100일 귀농학교’를 했었다. 지역과 작목을 안배해서 10농가에 10일씩, 100일 동안 농부가 되는 교육 프로그램이었다. 이 같은 프로그램을 정규 농업교육기관으로 흡수해도 좋을 것이다.
초등학교부터 정규과목으로 농사과목을 두어서 국어나 산수, 사회나 영어 못지않게 농사를 익히고 농민의 역할을 이해하게 하면 또 어떨까? 학교마다 작은 텃밭을 만들고 아파트나 주택 신축 때 일정 규모 이상의 공동텃밭을 의무화 하면 주민간의 소통과 어우러짐도 촉진되지 않을까?
대선 농정공약 수립시 반영을
대선후보들이 농업문제를 교육정책 차원에서도 접근 할 수 있었으면 한다. 시급한 단기적인 정책수립도 필요하지만 장기적인 안목에서 교육제도를 친농업 방향으로 고쳐가는 공약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지자체 또는 교육청 단위에서도 조례를 통해 학교의 교육과정에 농사를 포함시켜 학생들이 자기 지역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높이고 먹을거리의 소중함을 일찍부터 깨우칠 수 있게 하면 좋겠다.
* 이 글은 한국농어민신문 2012년 10월 2476호에 실린 내용입니다.
| 전희식 전국귀농운동본부 공동대표
오래 전, 쿠바 초등학교의 교육 실태를 보고 부러웠던 적이 있다. 정규수업시간에 놀이와 연극을 통해 몸 관리, 식생활, 응급처치, 약재 식별 등에 대해 배우고 있었는데 아이들은 시종 진지하면서도 즐거워했다.
쿠바 보건·의료 정책의 시사점
의료자본에 종속되지 않은 쿠바의 보건·의료 정책은 전 세계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건강의 출발점을 첨단 의료시설에서 찾지않고 건강한 먹을거리에서 찾았기 때문이다. 쿠바 의료진들이 미국까지 가 대형 경기장에서 의료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미국인들을 치료하는 자원봉사 활동은 미국의 자존심을 여지없이 구겨 놓기도 했는데 이 모든 것은 교육제도에 의한 성과라 할 수 있다.
며칠 전에 있었던 일이다. 부산대학교에서 졸저 <아름다운 후퇴> 북 콘서트가 있어 갔는데 행사를 주최한 단체 중 하나가 ‘풀내음’이라는 학생 동아리였다. 풀내음은 우리농업 지킴이를 자처하고 있었다. 1년에 3-4회나 농촌봉사활동을 다니고 있었고 참여하는 학생은 1학년부터 4학년까지며 전공도 다들 달랐다.
행사의 대담자 일원으로 나온 풀내음 대표 김한슬 학생은 저자에게 농촌과 농민들에게 효과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을 물어왔다. 농촌을 배우고 농민들의 삶을 이해하고 싶은데 막상 농활을 가면 하나에서 열까지 서툴러서 도리어 농사일에 장애가 되는 경우도 있더라고 호소했다.
풀내음은 1998년에 창립되어 대학축제 때 농업관련 학술 부스도 운영하고 각종 농업 행사나 기관에 가서 체험을 하는데도 이런 어려움이 해소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젊은 대학생들이 자신의 전공과 무관하게 생명농업의 고귀함과 생태 삶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오늘 같은 격변의 시대상황을 고려할 때 너무도 당연함에도 현실은 이와 동떨어져 있다.
먹거리 공포는 날로 늘어나서 하루가 멀다 하고 사고가 일어난다. 곡물자급율이 23%로 곤두박질치고 국제 곡물가는 천정부지로 오른다. 더구나 100%를 자랑하던 쌀 자급율마저 더욱 떨어져 작년에 이어 올해도 80% 초반이 될 전망이다. 민족의 식량문제를 해결하고 파괴되는 농촌을 살리기 위해 바삐 대책을 마련 할 때다.
우리 교육제도, 친농업 방향으로
대학에 필수교양과목으로 농사를 포함시켰으면 한다. 먹을거리가 최신 전자기기보다 훨씬 소중하다는 것을 몸으로 익혀야 한다. 농사의 신성함을 배우고 살아 있는 밥상이 어떻게 마련되는지를 아는 것을 모든 대학생의 필수가 되게 하는 것이다.
공중파 방송에서 주요한 시간대에 농업과 먹을거리를 자주 방영한다면 이것도 효과가 있을 것이다. 요리강습시간의 반이라도 농사이야기를 방영했으면 한다. 사실, 요리보다 농사가 우선이다. 요리는 혀끝의 입맛을 조작한다면 농사는 생명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독립적인 농업 교육기관을 다양하게 설립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충남 홍성의 풀무농업고등학교 같은 경우 말이다. 올해 귀농운동본부에서 ‘귀농을 꿈꾸는 청년을 위한 100일 귀농학교’를 했었다. 지역과 작목을 안배해서 10농가에 10일씩, 100일 동안 농부가 되는 교육 프로그램이었다. 이 같은 프로그램을 정규 농업교육기관으로 흡수해도 좋을 것이다.
초등학교부터 정규과목으로 농사과목을 두어서 국어나 산수, 사회나 영어 못지않게 농사를 익히고 농민의 역할을 이해하게 하면 또 어떨까? 학교마다 작은 텃밭을 만들고 아파트나 주택 신축 때 일정 규모 이상의 공동텃밭을 의무화 하면 주민간의 소통과 어우러짐도 촉진되지 않을까?
대선 농정공약 수립시 반영을
대선후보들이 농업문제를 교육정책 차원에서도 접근 할 수 있었으면 한다. 시급한 단기적인 정책수립도 필요하지만 장기적인 안목에서 교육제도를 친농업 방향으로 고쳐가는 공약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지자체 또는 교육청 단위에서도 조례를 통해 학교의 교육과정에 농사를 포함시켜 학생들이 자기 지역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높이고 먹을거리의 소중함을 일찍부터 깨우칠 수 있게 하면 좋겠다.
* 이 글은 한국농어민신문 2012년 10월 2476호에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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