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과 2012년 농업법 | 장상환 경상대 교수
- 작성일2020/03/05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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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과 2012년 농업법
| 장상환 경상대 교수
미국 대통령 선거가 치러졌다. 미국은 대통령 선거와 함께 상원의원의 3분의 1과 하원의원 전원을 새로 뽑는 선거를 진행한다. 한편 미국의 2012년 농업법은 아직 의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식품보조 예산 삭감폭과 농업보조 방식을 둘러싼 여야의 입장 차이 때문이다. 집권당인 민주당이 다수를 차지한 상원은 6월 법안을 통과시켰지만, 공화당이 다수를 장악한 하원은 상원보다 삭감폭을 더욱 크게 한 법안을 요구하며 투표를 거부했다.
‘2012년 농업법’ 의회 통과 못해
오바마(민주당)와 롬니(공화당)의 농업·식품정책은 약간의 차이가 있다. 오바마 행정부는 권장영양기준을 단순하게 하고 대통령 부인 미쉘이 아동비만 방지 캠페인을 주도하는 등 국민건강 증진에 대한 정부의 역할을 중시한다.
반면 공화당은 비만과 건강에 대한 개인의 책임을 강조하며 식품산업에 대한 규제에 반대한다. 그러나 친환경적인 농업생산과 건강한 식생활을 중시하는 운동이 커져가고 있으므로 새로운 미국 정부도 농업·식품 정책을 변화시켜갈 것이다.
농업보조방식 두고 여야 입장차
변화의 내용을 내다보기 위해 미국 농업법의 문제를 살펴보자. 현행 농업법의 근본적인 모순은 1996년에 WTO 조항과 맞춘다는 명목으로 보조금 지불의 전제조건이었던 생산제한 제도를 폐지함으로써 가격하락과 폭등 등 격심한 가격변동을 막을 장치가 없어진 가운데 생산비와 시장가격의 차를 정부 보조금으로 보상하는 데 있다.
2012년 농업법은 고정직불제를 폐지하는 대신 작물보험 정부지원을 크게 늘리고, 농업위험보장직불금과 추가보장옵션 제도를 새로 도입했지만 기본구조는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농작물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면 가격이 하락하고 그에 비례해서 정부 보조금 지출도 증가한다. 미국 식품기업들은 싼 값에 옥수수와 콩 등을 구입해 싼 고과당 옥수수 시럽과 당분함유 식품, 육류를 싸게 생산해 큰 이득을 본다. 결국 농업 보조금의 혜택은 종자·비료·농약 등 농업생산요소를 공급하는 농기업과 싼 식품 원료를 사용하는 식품기업에 돌아간다.
미국 농민은 가격 하락시 보조금을 수령하지만 생산비를 충당할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보조금 지원은 생산량과 연동돼 있어 농가간 양극화를 부추긴다. 1995년에서 2011년의 17년 사이에 10%의 상위 농가가 모든 농업보조금의 75%, 매년 3만1400달러씩 17년간 1722억달러를 수령했다. 반면 수령농가 중 하위 80%는 연간 평균 겨우 594달러밖에 받지 못했고 62%의 농가는 보조금을 전혀 받지 못했다.
미국 이외 국가의 농민들은 미국 농산물의 덤핑 수출 때문에 고통을 당한다. 미국 농업 및 무역정책 연구소(IATP)의 2005년 보고서에 따르면 덤핑수준, 즉 수출가격이 실질적인 생산비를 하회하고 있는 정도는 1996년 농업법의 영향으로 1990~1996년에서 1997~2003년 사이에 밀은 27%에서 37%로, 콩은 2%에서 11.8%로, 옥수수는 6.8%에서 19.2%로, 면화는 29.4%에서 48.4%로, 쌀은 13.5%에서 19.2%로 올라갔다.
또한 농업법 프로그램 예산 중 80% 이상이 영양지원 프로그램에 배분된다. 2011년에 720억달러, 4600만명에게 매월 134달러씩 지급되었다. 그런데 영양지원 프로그램 수급자가 구입할 식품에 대한 규제는 거의 없다.
따라서 영양보조를 받는 빈곤층의 건강은 위협받는 반면 싼 정크푸드를 파는 식품기업만 이득을 보는 것이다.
새 미국정부, 농업법 근본 개정을
미국도 농업보조는 줄이면서 친환경적으로 농산물을 생산하고 개도국에 덤핑 수출피해를 주지 않는 방향으로 농업법을 근본적으로 개정해야 할 것이다.
미국 농민연맹의 최근 연구에 의하면 1998~2010년간에 현행 품목 프로그램에 따라 지급된 보조금은 1520억달러인데 비해 ‘시장주도 재고시스템’을 시행했을 경우는 560억달러만 소요되어 농가소득은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해당기간 중 농업예산 지출을 3분의 2나 줄일 수 있었다고 한다.
또한 영양지원 프로그램 수급자들도 건강에 유익한 식품을 구입하도록 규제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 여성유아, 아동 프로그램 수혜자가 채소, 과일, 저지방 우유 등 영양가 높은 식품만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제를 빈곤층에까지 확대하면 될 것이다.
* 이 글은 한국농어민신문 2012년 11월 2479호에 실린 내용입니다.
| 장상환 경상대 교수
미국 대통령 선거가 치러졌다. 미국은 대통령 선거와 함께 상원의원의 3분의 1과 하원의원 전원을 새로 뽑는 선거를 진행한다. 한편 미국의 2012년 농업법은 아직 의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식품보조 예산 삭감폭과 농업보조 방식을 둘러싼 여야의 입장 차이 때문이다. 집권당인 민주당이 다수를 차지한 상원은 6월 법안을 통과시켰지만, 공화당이 다수를 장악한 하원은 상원보다 삭감폭을 더욱 크게 한 법안을 요구하며 투표를 거부했다.
‘2012년 농업법’ 의회 통과 못해
오바마(민주당)와 롬니(공화당)의 농업·식품정책은 약간의 차이가 있다. 오바마 행정부는 권장영양기준을 단순하게 하고 대통령 부인 미쉘이 아동비만 방지 캠페인을 주도하는 등 국민건강 증진에 대한 정부의 역할을 중시한다.
반면 공화당은 비만과 건강에 대한 개인의 책임을 강조하며 식품산업에 대한 규제에 반대한다. 그러나 친환경적인 농업생산과 건강한 식생활을 중시하는 운동이 커져가고 있으므로 새로운 미국 정부도 농업·식품 정책을 변화시켜갈 것이다.
농업보조방식 두고 여야 입장차
변화의 내용을 내다보기 위해 미국 농업법의 문제를 살펴보자. 현행 농업법의 근본적인 모순은 1996년에 WTO 조항과 맞춘다는 명목으로 보조금 지불의 전제조건이었던 생산제한 제도를 폐지함으로써 가격하락과 폭등 등 격심한 가격변동을 막을 장치가 없어진 가운데 생산비와 시장가격의 차를 정부 보조금으로 보상하는 데 있다.
2012년 농업법은 고정직불제를 폐지하는 대신 작물보험 정부지원을 크게 늘리고, 농업위험보장직불금과 추가보장옵션 제도를 새로 도입했지만 기본구조는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농작물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면 가격이 하락하고 그에 비례해서 정부 보조금 지출도 증가한다. 미국 식품기업들은 싼 값에 옥수수와 콩 등을 구입해 싼 고과당 옥수수 시럽과 당분함유 식품, 육류를 싸게 생산해 큰 이득을 본다. 결국 농업 보조금의 혜택은 종자·비료·농약 등 농업생산요소를 공급하는 농기업과 싼 식품 원료를 사용하는 식품기업에 돌아간다.
미국 농민은 가격 하락시 보조금을 수령하지만 생산비를 충당할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보조금 지원은 생산량과 연동돼 있어 농가간 양극화를 부추긴다. 1995년에서 2011년의 17년 사이에 10%의 상위 농가가 모든 농업보조금의 75%, 매년 3만1400달러씩 17년간 1722억달러를 수령했다. 반면 수령농가 중 하위 80%는 연간 평균 겨우 594달러밖에 받지 못했고 62%의 농가는 보조금을 전혀 받지 못했다.
미국 이외 국가의 농민들은 미국 농산물의 덤핑 수출 때문에 고통을 당한다. 미국 농업 및 무역정책 연구소(IATP)의 2005년 보고서에 따르면 덤핑수준, 즉 수출가격이 실질적인 생산비를 하회하고 있는 정도는 1996년 농업법의 영향으로 1990~1996년에서 1997~2003년 사이에 밀은 27%에서 37%로, 콩은 2%에서 11.8%로, 옥수수는 6.8%에서 19.2%로, 면화는 29.4%에서 48.4%로, 쌀은 13.5%에서 19.2%로 올라갔다.
또한 농업법 프로그램 예산 중 80% 이상이 영양지원 프로그램에 배분된다. 2011년에 720억달러, 4600만명에게 매월 134달러씩 지급되었다. 그런데 영양지원 프로그램 수급자가 구입할 식품에 대한 규제는 거의 없다.
따라서 영양보조를 받는 빈곤층의 건강은 위협받는 반면 싼 정크푸드를 파는 식품기업만 이득을 보는 것이다.
새 미국정부, 농업법 근본 개정을
미국도 농업보조는 줄이면서 친환경적으로 농산물을 생산하고 개도국에 덤핑 수출피해를 주지 않는 방향으로 농업법을 근본적으로 개정해야 할 것이다.
미국 농민연맹의 최근 연구에 의하면 1998~2010년간에 현행 품목 프로그램에 따라 지급된 보조금은 1520억달러인데 비해 ‘시장주도 재고시스템’을 시행했을 경우는 560억달러만 소요되어 농가소득은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해당기간 중 농업예산 지출을 3분의 2나 줄일 수 있었다고 한다.
또한 영양지원 프로그램 수급자들도 건강에 유익한 식품을 구입하도록 규제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 여성유아, 아동 프로그램 수혜자가 채소, 과일, 저지방 우유 등 영양가 높은 식품만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제를 빈곤층에까지 확대하면 될 것이다.
* 이 글은 한국농어민신문 2012년 11월 2479호에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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