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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칼럼

    우왓하하, 송구영신(送舊迎新)의 기지개 소리 | 김성훈 중앙대 명예교수 
    • 작성일2020/03/05 15:16
    • 조회 439
    우왓하하, 송구영신(送舊迎新)의 기지개 소리
    | 김성훈 중앙대 명예교수 

    연말(年末)이 다가올수록 망년회다, 송년회다 하면서 각종 모임이 끊이질 않는다. 가까운 사람들이 오랜만에 만나 가는 해 오는 해를 송구영신(送舊迎新)함에 있어 장난기가 섞인 덕담을 주고 받는 가운데 가시돋친 풍자시 한가닥이 좌중을 사로 잡는다.  한구절을 올해의 마지막 칼럼에 소개하고자 한다. 단, 이 풍자시를 읽어 나갈 때 각별히 발성(發聲)에 조심하기 바란다.
    “이제 이 달이 지나면 임진년(壬辰年)이 가고 계사년(癸巳年)이 옵니다. 오는 年을 맞이 함에 있어 새 年과 함께 보낼 마음과 몸의 준비가 필요합니다. 이제 곧 헌 年은 가게 되지만, 새로 오는 年는 어떤 年일까. 기대와 호기심을 갖게 됩니다. 아쉽다고 발버둥을 쳐도 헌 年은 가고 새 年은 오는데, 갈 年이든 올 年이든 모두 하늘이 주신 선물이니 이 年, 저 年을 지나며 살아갈 수 있다는 것에 감지덕지 해야 합니다. 우리 모두 새年을 맞이하여 우짜든동 죽지 않고 알차게 살도록 노력 합시다.” -작자미상, ‘송구영신의 시’-
    바야흐로 대선 철이 오니까, 본의 아니게 들을 소리 못들을 소리, 볼 것, 못 볼 것을 겪게 된다. 평소에 마음 가짐과 행동거지가 뼛속 깊이 친농민적이 아니던 사람들이 농업 농촌 농민의 이름으로 여기저기 대선 캠프에 기웃거리거나 이름들을 올리며 밤을 세운다. 평소 FTA와 한우, 돼지고기, 쌀값, 배추파동 때 농업 농민편을 들지도 않던 그리고 정치적 영향력도 별로 있어 보이지 않던 사람들일수록 아무개 대선후보 농업특보니, 무슨 위원장이니 하는 명함을 파서 돌려댈 때가 아주 당혹스럽다. 언제부터서인지 웬만한 농업인 단체장들은 공적인 일이 없음에도 대선후보의 문전을 드나들면서 눈도장을 찍고 다닌다. 멀쩡한 사람들이 갑자기 목에 힘을 주고 뻐기는 듯 행세할 때 그 이면을 보면 나름대로 대선 후보 진영에 줄을 댄 모양이다. 심지어 비정치적 순수 농업인 단체의 명예를 사칭하여 지지성명을 발표하는 웃지 못할 추태마저 벌어지고 있다. 무농약 또는 유기농의 친환경농업 인증을 받은 사실조차 없는 어떤 사람은 최근 전국의 20만 친환경농업인 연합회장 명의를 사칭하여 새누리당사 기자회견실에서 여당후보를 공개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하였다. 진짜 ‘전국 친환경농업인연합회’가 화가 나서 그 실체를 밝히라고 고소하는 사태마저 일어났다.

    무지한 위정자, 농업 쇠퇴 불러

    이런저런 이유로 우연히 선진국에 살면서 그 나라들의 대선, 총선, 지방선거를 겪어 본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총인구 구성에 있어 농업인의 비중이 낮은 나라들일수록 각종 농업, 농민단체들이 연합하여 세력을 구축한 다음, 농업부문의 대선공약을 간추려서 후보(정당)들에게 조건부 지지여부를 타진한다. 그 반응에 따라 지지하거나 반대를 표시함으로써 유권자로서의 농민들이 그들의 권익을 최대로 얻어낸다. 우리처럼 개인 플레이로 한 자리를 노리거나 일신의 부귀영화를 꾀하는 속물들인즉 일차적으로 농민단체 사회에서 쫓아 내버린다. 상종을 하지 않는다.
    주지하다시피 당면한 농정현안은 65개국에 달하는 FTA(자유무역협정) 추진으로 농업이 빈사상태이고 물가안정 차원의 무관세, 할당관세, 수입홍수로 농가소득이 7년전으로 뒷걸음쳤으며, 식량자급율은 OECD 최하위 수준인 22.6%에 불과하다. 농지마저 비농업적 토지투기 대상이 되어 상당면적이 비농민의 소유로 넘어가 있어 헌법의 경자유전 원칙이 유명무실화 됐다. 한마디로 우리나라는 식량과 농업문제에 관한한 농업대국의 속국이나 다름없다. 이 모든 것이 무지한 위정자, 특히 대통령과 집권당을 잘못 뽑은 결과이다. 따지고 보면 농업 농촌 농민, 3농이 이렇게 쪼그라들게 된데는 유감스럽게도 대선 총선 지방선거 때 농민주권자가 제대로 된 지도자를 뽑지 않은데 그 책임이 크다. 그 원인(遠因)을 거슬러 올라 가보면 개인의 입신영달과 사익만 추구해온 농업 관련 인사들과 각종 농민단체장들의 무위 무능과 사심 때문에 오도된 측면도 있다.

    12월19일은 새 대통령 뽑는 날

    그나저나 우리는 오는 12월19일, 앞으로 5년간의 국정을 책임질 새 대통령을 뽑는다. 유감스럽게도 현재 유력후보자들을 낸 정당들을 살펴보면 오늘날의 농업쇠퇴를 초래한 국정실패로부터 둘 다 자유롭지 못하다. 후보의 면면을 살펴봐도 오십보소백보 이다. 한·미 FTA를 시작했던 정당과 이를 최류탄 연기 속에서 문을 닫아걸고 통과시킨 정당이 이 당이고 저 당이다. 한·중 FTA를 적극 추진하고 있는 정부의 정당대표와 이를 막는 척 시늉만하는 정당의 후보 역시 마뜩하지 않기는 마찬가지이다. 농지정책과 농정이 문란할대로 문란해지고 국민식량 자급율이 더 이상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후보들의 위기인식과 체감도에 별반 차이가 보이지 않는다.

    3농에 누가 덜 나쁜지 가려내야

    그럴수록 함석헌 선생님의 유훈은 더욱 빛난다. 민주주의 나라의 선거란 “누가 더 좋은 놈인가를 뽑는 것이라기보다는, 누가 덜 나쁜가를 가려내는 과정이다. 모두 다 똑같이 나쁘다고 싸잡아 욕하면 더 나쁜 놈만 재미를 본다.”라는 말씀이다. 그 후보가 속한 정당을 포함하여 우리 농업 농촌 농민에 그동안은 물론 앞으로 누가 덜 나쁘고 더 나쁜가를 가려내야 한다. 그것을 우리 농민주권자와 농민지도자들이 가려내어 신성한 투표권을 행사해야 한다. 오늘날 우리 농업에 있어 누가 최선(最善)이며 차선(次善)이냐를 뽑는 과정은 이상론(理想論)에 불과하다. 차라리 누가 우리 농업에 최악(最惡)이며 차악(次惡)이냐를 판별하여 우선 차악을 뽑아야 더 나쁜 최악의 후보를 퇴출시킬 수 있다. 이쯤되면 현명한 농민 주권자들이라면 그동안 누가 3농에 더 나쁜 정당이며 후보였는가. 그리고 누가 덜 나쁜 정당이며 후보인지를 가려 낼 수 있어야 한다.
    내가 평소 알고 지내는 지리산 자락의 어느 축산 농민 한분은 사료값 파동에 한우를 굶겨 죽였다고 고발됐던 분인데 요즘은 매일 새벽 일찍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기지개를 펴면서 크게 웃는다고 한다. “아, 오늘도 그 지긋지긋한 00이의 세상이 하루 지나갔구나. 우왓하하!”하면서 일과를 시작한다는 것이다. 오죽했으면 기지개 켜는 웃음소리가 지금 내 귀에 까지 들리는 듯 소름이 돋아날까. 아, 이제 지긋지긋하던 그들만의 세상이 지나가고 농민들이 활개치며 잘사는 새 세상이 오려는가.

    * 이 글은 한국농어민신문 2012년 12월 2489호에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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