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기후변화, 한국농업의 비상구는? | 전희식 전국귀농운동본부 공동대표
- 작성일2020/03/05 15:21
- 조회 442
한반도 기후변화, 한국농업의 비상구는?
| 전희식 전국귀농운동본부 공동대표
요즘 날씨가 말이 아니다. 종잡을 수가 없다. 눈 폭탄이라는 말이 나돌더니 지금은 이틀째 비가 쏟아지고 있다. 설도 안 지났는데 맹추위가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봄이 온 듯하다. 아니나 다를까 지구 남반부 호주에서는 가뭄과 폭염으로 섭씨 50도를 웃돈다고 한다. 이번 여름은 폭염과 가뭄, 홍수가 동시에 한반도를 휩쓸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앞선다. 지구 기후는 전체적으로 균형을 맞추기 때문이다.
우리농업, 기후변화 대응 부족
농사가 걱정이다. 우리나라 농업은 기후변화에 제대로 대응하고 있지 못하는 것으로 보여서다. 지구온난화는 사실 북한 핵보다도, 중동지역의 테러보다도 수백 배 더 위험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우리나라에 얼마나 될까?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국제협약인 교토의정서가 작년에 폐기될 위기를 간신히 넘기고 8년간 수명이 연장됐지만 주요국들은 요핑계 조핑계로 다 빠져나가고 한국마저 세계경제대국 자랑 할 때는 언제고 개발도상국 지위를 쟁취(!)해 2020년까지 의무를 면제받고 있다. 알려진 대로 가장 고약한 것이 미국이다.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 총량의 28%를 차지하면서도 2001년에 탈퇴해 버렸다. 지구 앞날이 비관을 넘어 암담한 실정이다. 한국은 국가별 기후변화 대응 수준에서 34위에 머물고 있다.
금세기 들어 한반도는 세계 평균 기온상승의 두 배를 기록했다. 급속한 경제개발정책 때문이다. 이전 40년 동안 1.4도가 올랐는데 앞으로 40년 동안은 3.2도가 올라간다는 진단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에서 내놓고 있다. 이 정도면 우리 농업에 어느 정도의 변화가 올까?
기후변화로 해수면 상승, 지열 상승, 극지방의 해빙, 지층 메탄가스의 방출 등은 모두 다 농업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친다. 우리 농업에도 무관할 수가 없다. 한반도의 평균기온이 3.2도 올라가면 함경도 산간지역을 포함해 남북한 어디에서도 사과를 재배할 수 없게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아열대 농작물 재배를 대안으로 내세우기도 한다. 이미 전북 김제에서 한라봉 재배가 성공했다지 않은가. 재배 한계선이 북상하면 동남아에서 수입하던 망고나 골드키위, 아보카드 등을 자급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고 식물공장을 지으면 된다고도 하지만 어림없는 예측이다.
벼의 불임률이 지속적으로 올라가면서 5~7% 대에 육박하고 있는 현실은 뭘 말해 주는가. 기온이 올라가면 우리나라도 이모작이 가능하다는 주장을 무색하게 하는 현상들이다. 생물의 생리적 스트레스와 종의 기후변화 적응이 간단치 않다는 얘기다. 기온 상승이 너무 빠르다는 것이다.
쯔쯔가무시, 탄저병 등 질병과 병충해가 급증하는 현상도 기후변화 때문이라는 게 중론이다. 기후변화는 하늘을 원망할게 아니라 인간의 삶을 돌아봐야 한다. 문명자체를 재점검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개발주의식 구호 걷어내야
어떻게 해야 할까? 이른바 ‘돈 버는 농사’니 ‘1억 소득 농가 몇 호’니 하는 70년대 개발주의식 구호를 농촌에서 걷어내는 것이다. 이런 돈 버는 것이 최대 목표인 농사를 필자는 자해문명이라고 주장 한 바 있다. 기후변화 대응책이라는 것이 도리어 기후변화를 악화시키는 게 돼서는 안 된다. 첨단 시설농사가 그렇다. 농가소득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들은 다 기후변화를 촉진하는 것들이다. 자살행위다.
성장과 개발과 소득증대라는 구호는 농민을 위한 게 아니다. 그럴수록 농민은 더 공업자본에 예속돼 간다는 것을 수 십 년간 목격 해 왔지 않은가. 온난화 촉진외의 다른 방법으로 농가의 생활보장책이 나와야 한다.
경제대국은 저개발국에 죄의식을 가져야 하고 부자는 못사는 사람들에게 죄책감을 가져야 한다고 하면 무슨 얘기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경제대국과 부자들은 지구를 망가뜨린 온난화의 주범이면서 그 피해는 저개발국과 가난한 사람에게 덮어씌우기 때문이라면 수긍이 될지 모르겠다.
고전농법에 관심 기울일 때
농법의 체계적인 후퇴도 필요하다. 저투입, 무경운, 저에너지, 소농, 탈석유 농사를 향해 피나는 노력을 기울여 나가야 한다. 고전농법에 관심을 기울일 때다. 우리는 티벳 사막에 나무 심으러 가고 미국의 흉작에 밥상 물가가 오르는 지구촌시대에 산다.
농업은 저탄소 음식을 권장하고 그런 식품을 키워야 한다. 생산과정에서의 고탄소 음식을 순서별로 따져보면 양고기, 소고기, 치즈, 돼지고기, 칠면조, 닭 순이다. 쌀 등 곡류, 요구르트, 두부, 야채는 생산과정에서 이들보다 많게는 몇 십배 이산화탄소를 적게 발생한다. 물론 제철 자연재배일 경우다. 중장기적인 기후변화 대응 농업으로의 전환이 시급하다.
* 이 글은 한국농어민신문 2013년 2월 2501호에 실린 내용입니다.
| 전희식 전국귀농운동본부 공동대표
요즘 날씨가 말이 아니다. 종잡을 수가 없다. 눈 폭탄이라는 말이 나돌더니 지금은 이틀째 비가 쏟아지고 있다. 설도 안 지났는데 맹추위가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봄이 온 듯하다. 아니나 다를까 지구 남반부 호주에서는 가뭄과 폭염으로 섭씨 50도를 웃돈다고 한다. 이번 여름은 폭염과 가뭄, 홍수가 동시에 한반도를 휩쓸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앞선다. 지구 기후는 전체적으로 균형을 맞추기 때문이다.
우리농업, 기후변화 대응 부족
농사가 걱정이다. 우리나라 농업은 기후변화에 제대로 대응하고 있지 못하는 것으로 보여서다. 지구온난화는 사실 북한 핵보다도, 중동지역의 테러보다도 수백 배 더 위험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우리나라에 얼마나 될까?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국제협약인 교토의정서가 작년에 폐기될 위기를 간신히 넘기고 8년간 수명이 연장됐지만 주요국들은 요핑계 조핑계로 다 빠져나가고 한국마저 세계경제대국 자랑 할 때는 언제고 개발도상국 지위를 쟁취(!)해 2020년까지 의무를 면제받고 있다. 알려진 대로 가장 고약한 것이 미국이다.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 총량의 28%를 차지하면서도 2001년에 탈퇴해 버렸다. 지구 앞날이 비관을 넘어 암담한 실정이다. 한국은 국가별 기후변화 대응 수준에서 34위에 머물고 있다.
금세기 들어 한반도는 세계 평균 기온상승의 두 배를 기록했다. 급속한 경제개발정책 때문이다. 이전 40년 동안 1.4도가 올랐는데 앞으로 40년 동안은 3.2도가 올라간다는 진단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에서 내놓고 있다. 이 정도면 우리 농업에 어느 정도의 변화가 올까?
기후변화로 해수면 상승, 지열 상승, 극지방의 해빙, 지층 메탄가스의 방출 등은 모두 다 농업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친다. 우리 농업에도 무관할 수가 없다. 한반도의 평균기온이 3.2도 올라가면 함경도 산간지역을 포함해 남북한 어디에서도 사과를 재배할 수 없게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아열대 농작물 재배를 대안으로 내세우기도 한다. 이미 전북 김제에서 한라봉 재배가 성공했다지 않은가. 재배 한계선이 북상하면 동남아에서 수입하던 망고나 골드키위, 아보카드 등을 자급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고 식물공장을 지으면 된다고도 하지만 어림없는 예측이다.
벼의 불임률이 지속적으로 올라가면서 5~7% 대에 육박하고 있는 현실은 뭘 말해 주는가. 기온이 올라가면 우리나라도 이모작이 가능하다는 주장을 무색하게 하는 현상들이다. 생물의 생리적 스트레스와 종의 기후변화 적응이 간단치 않다는 얘기다. 기온 상승이 너무 빠르다는 것이다.
쯔쯔가무시, 탄저병 등 질병과 병충해가 급증하는 현상도 기후변화 때문이라는 게 중론이다. 기후변화는 하늘을 원망할게 아니라 인간의 삶을 돌아봐야 한다. 문명자체를 재점검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개발주의식 구호 걷어내야
어떻게 해야 할까? 이른바 ‘돈 버는 농사’니 ‘1억 소득 농가 몇 호’니 하는 70년대 개발주의식 구호를 농촌에서 걷어내는 것이다. 이런 돈 버는 것이 최대 목표인 농사를 필자는 자해문명이라고 주장 한 바 있다. 기후변화 대응책이라는 것이 도리어 기후변화를 악화시키는 게 돼서는 안 된다. 첨단 시설농사가 그렇다. 농가소득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들은 다 기후변화를 촉진하는 것들이다. 자살행위다.
성장과 개발과 소득증대라는 구호는 농민을 위한 게 아니다. 그럴수록 농민은 더 공업자본에 예속돼 간다는 것을 수 십 년간 목격 해 왔지 않은가. 온난화 촉진외의 다른 방법으로 농가의 생활보장책이 나와야 한다.
경제대국은 저개발국에 죄의식을 가져야 하고 부자는 못사는 사람들에게 죄책감을 가져야 한다고 하면 무슨 얘기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경제대국과 부자들은 지구를 망가뜨린 온난화의 주범이면서 그 피해는 저개발국과 가난한 사람에게 덮어씌우기 때문이라면 수긍이 될지 모르겠다.
고전농법에 관심 기울일 때
농법의 체계적인 후퇴도 필요하다. 저투입, 무경운, 저에너지, 소농, 탈석유 농사를 향해 피나는 노력을 기울여 나가야 한다. 고전농법에 관심을 기울일 때다. 우리는 티벳 사막에 나무 심으러 가고 미국의 흉작에 밥상 물가가 오르는 지구촌시대에 산다.
농업은 저탄소 음식을 권장하고 그런 식품을 키워야 한다. 생산과정에서의 고탄소 음식을 순서별로 따져보면 양고기, 소고기, 치즈, 돼지고기, 칠면조, 닭 순이다. 쌀 등 곡류, 요구르트, 두부, 야채는 생산과정에서 이들보다 많게는 몇 십배 이산화탄소를 적게 발생한다. 물론 제철 자연재배일 경우다. 중장기적인 기후변화 대응 농업으로의 전환이 시급하다.
* 이 글은 한국농어민신문 2013년 2월 2501호에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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