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지역개발 거버넌스 구축 필요하다 | 유정규 지역재단 운영이사
- 작성일2020/03/05 15:22
- 조회 448
농촌지역개발 거버넌스 구축 필요하다
| 유정규 지역재단 운영이사
2000년 이후 농촌지역개발정책은 3가지 측면에서 큰 변화가 있었다. 먼저, 지원방식의 변화이다. 중앙에서 정책의 내용을 설계해 정해진 사업을 지역으로 하달하고 지역에서는 주어진 정책을 집행하는 중앙주도의 하향식에서 일정한 가이드라인에 따라 지역에서 필요한 사업을 기획해 중앙으로 송부하면 중앙에서는 주어진 예산범위 내에서 사업을 승인하고 자금을 지원하는 지역주도의 상향식으로 변화했다.
지방·주민 중심 추진주체 변화
둘째, 지원대상의 변화이다. 과거에는 대부분의 농촌지역개발사업이 개인을 대상으로 지원됐으나 2002년 이후 지원대상이 조직이나 마을 등 집단으로 바뀌었다. 셋째, 정책지원의 공간적 범위가 마을에서 권역으로 확장됐다. 물론 과거 군 단위를 중심으로 했던 정주권개발사업은 읍면단위개발로 그 공간이 축소되기도 했지만 개별사업의 단위는 확장됐다고 할 수 있다.
주민 역량, 정책 성공여부 좌우
농촌지역개발정책의 이러한 변화 중 특히 주목되는 것은 추진방식의 변화이다. 이는 추진주체를 중앙·행정중심에서 지방·주민중심으로 변화함을 의미하는 것이며, 동시에 지역·주민의 역량강화를 전제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옷을 만들어서 지역으로 나눠 주면 지역주민들은 그 옷이 크든 작든 입어야 했기 때문에 옷이 몸에 맞지 않아 불평·불만이 많았지만, 이제 지역·주민 스스로 자신에게 필요한 옷감이 얼마나 되는지를 알아서 중앙·행정에 요구하고, 그 옷감을 받아서 자신의 몸에 맞는 옷을 맞춰 입는 방식으로 변화했다. 이제는 옷감을 가지고 옷을 만들 수 있는 기술과 역량이 중요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정책 추진방식의 성공여부는 얼마나 많은 옷감(예산, 자금)을 나눠 주느냐가 아니라, 지역·주민이 지원받은 그 옷감으로 자신에게 맞는 옷을 만들 수 있는 기술·역량을 갖추고 있느냐, 없느냐에 달려있다.
그런데 우리는 이제까지 중앙에서 만들어 주는 옷을 입기만 했지, 스스로 만들어 입어 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그 옷감을 재단하고 재봉할 수 있는 역량이 부족한 실정이었다. 그래서 정부에서는 농촌지역개발정책의 추진을 위해 많은 교육과정을 개설했고, 많은 지역·주민들이 이 과정을 이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별화된 지역주민들이 공동체를 전제로 하는 마을·권역단위 사업을 추진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현장에서 지역·주민들에게 ‘재단과 재봉기술’을 도와줄 수 있는 도우미제도가 생겨나게 된 것이다. 이른바 농촌지역컨설팅제도이다. 이러한 컨설팅 업체들은 농촌주민들과 함께 지역의 자원을 찾아 부가가치를 높이고, 참여자들의 일자리와 소득을 창출해 삶의 질을 높이는데 큰 기여를 해 왔으며 지역의 총체적인 역량을 강화하는데 크게 기여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지역주민들과 함께 농촌지역 현장에서 정부정책의 성공을 위해 한축을 담당해왔던 이들에 대한 평가는 점차 회의적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지속 가능성마저 위협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현상은 특히, 현 정부 들어 가속화돼왔다. 정부가 독점해 오던 각종 역할들이 민간에 이양되고, 민관거버넌스를 중심으로 농촌지역개발사업을 추진하는 선진각국의 일반적인 경향과는 달리 우리는 오히려 그동안 민간에서 담당했던 역할까지 정부(산하조직)에서 직접 수행하는 방식으로 바뀌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물론, 민간 스스로 자신의 역량을 보여주고 개관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통합적이고 자율적인 시스템을 마련하지 못한데도 그 원인이 있을 것이다. 이는 정부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민간주체 스스로의 자기 각성이 필요함을 뜻한다.
지난 1월30일부터 2월2일까지 3박4일 동안 서울시립대학교에서 18개 대학 및 대학원생 40여명이 모여 ‘로컬디자인스쿨’을 참여했다. 전공도 농업경제, 지역계획, 여가관광, 생태조경, 시각디자인, 원예, 응용생명, 건설공학, 식품자원 등 다양했다. 이 과정은 작년에 이어 두 번째 열린 것인데, 14개의 농촌지역개발전문기관이 자체적으로 예산과 커리큘럼을 만들고, 모든 운영자와 강사진은 참여기관의 전문가들이 자원봉사로 참여했다. 60대 취업률이 20대의 취업률을 초과하고 있는 현실에서 사회진출을 앞두고 있는 청년들에게 농촌지역개발에 대한 비전을 소개하고 미래의 뜻있는 농촌지역개발 전문가로 성장하기를 바라는 선배들의 뜻이 담긴 자리이기도 했다.
민간역량 제고 정부노력 절실
농촌지역개발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해서는 해당 분야 전문가들의 참여가 반드시 필요하다. 모든 것을 정부에서 직접 수행하려는 자세를 버리고 민간에게 적절한 역할을 부여하고, 함께 가려고 하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부족한 민간의 역량을 키우기 위한 정책당국의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에서는 어떤 것이 지속가능한 방식이며 장기적으로 효율적인 전략인지 고심해야 한다. 신정부의 전향적인 정책변화를 기대해 본다.
* 이 글은 한국농어민신문 2013년 2월 2502호에 실린 내용입니다.
| 유정규 지역재단 운영이사
2000년 이후 농촌지역개발정책은 3가지 측면에서 큰 변화가 있었다. 먼저, 지원방식의 변화이다. 중앙에서 정책의 내용을 설계해 정해진 사업을 지역으로 하달하고 지역에서는 주어진 정책을 집행하는 중앙주도의 하향식에서 일정한 가이드라인에 따라 지역에서 필요한 사업을 기획해 중앙으로 송부하면 중앙에서는 주어진 예산범위 내에서 사업을 승인하고 자금을 지원하는 지역주도의 상향식으로 변화했다.
지방·주민 중심 추진주체 변화
둘째, 지원대상의 변화이다. 과거에는 대부분의 농촌지역개발사업이 개인을 대상으로 지원됐으나 2002년 이후 지원대상이 조직이나 마을 등 집단으로 바뀌었다. 셋째, 정책지원의 공간적 범위가 마을에서 권역으로 확장됐다. 물론 과거 군 단위를 중심으로 했던 정주권개발사업은 읍면단위개발로 그 공간이 축소되기도 했지만 개별사업의 단위는 확장됐다고 할 수 있다.
주민 역량, 정책 성공여부 좌우
농촌지역개발정책의 이러한 변화 중 특히 주목되는 것은 추진방식의 변화이다. 이는 추진주체를 중앙·행정중심에서 지방·주민중심으로 변화함을 의미하는 것이며, 동시에 지역·주민의 역량강화를 전제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옷을 만들어서 지역으로 나눠 주면 지역주민들은 그 옷이 크든 작든 입어야 했기 때문에 옷이 몸에 맞지 않아 불평·불만이 많았지만, 이제 지역·주민 스스로 자신에게 필요한 옷감이 얼마나 되는지를 알아서 중앙·행정에 요구하고, 그 옷감을 받아서 자신의 몸에 맞는 옷을 맞춰 입는 방식으로 변화했다. 이제는 옷감을 가지고 옷을 만들 수 있는 기술과 역량이 중요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정책 추진방식의 성공여부는 얼마나 많은 옷감(예산, 자금)을 나눠 주느냐가 아니라, 지역·주민이 지원받은 그 옷감으로 자신에게 맞는 옷을 만들 수 있는 기술·역량을 갖추고 있느냐, 없느냐에 달려있다.
그런데 우리는 이제까지 중앙에서 만들어 주는 옷을 입기만 했지, 스스로 만들어 입어 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그 옷감을 재단하고 재봉할 수 있는 역량이 부족한 실정이었다. 그래서 정부에서는 농촌지역개발정책의 추진을 위해 많은 교육과정을 개설했고, 많은 지역·주민들이 이 과정을 이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별화된 지역주민들이 공동체를 전제로 하는 마을·권역단위 사업을 추진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현장에서 지역·주민들에게 ‘재단과 재봉기술’을 도와줄 수 있는 도우미제도가 생겨나게 된 것이다. 이른바 농촌지역컨설팅제도이다. 이러한 컨설팅 업체들은 농촌주민들과 함께 지역의 자원을 찾아 부가가치를 높이고, 참여자들의 일자리와 소득을 창출해 삶의 질을 높이는데 큰 기여를 해 왔으며 지역의 총체적인 역량을 강화하는데 크게 기여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지역주민들과 함께 농촌지역 현장에서 정부정책의 성공을 위해 한축을 담당해왔던 이들에 대한 평가는 점차 회의적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지속 가능성마저 위협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현상은 특히, 현 정부 들어 가속화돼왔다. 정부가 독점해 오던 각종 역할들이 민간에 이양되고, 민관거버넌스를 중심으로 농촌지역개발사업을 추진하는 선진각국의 일반적인 경향과는 달리 우리는 오히려 그동안 민간에서 담당했던 역할까지 정부(산하조직)에서 직접 수행하는 방식으로 바뀌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물론, 민간 스스로 자신의 역량을 보여주고 개관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통합적이고 자율적인 시스템을 마련하지 못한데도 그 원인이 있을 것이다. 이는 정부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민간주체 스스로의 자기 각성이 필요함을 뜻한다.
지난 1월30일부터 2월2일까지 3박4일 동안 서울시립대학교에서 18개 대학 및 대학원생 40여명이 모여 ‘로컬디자인스쿨’을 참여했다. 전공도 농업경제, 지역계획, 여가관광, 생태조경, 시각디자인, 원예, 응용생명, 건설공학, 식품자원 등 다양했다. 이 과정은 작년에 이어 두 번째 열린 것인데, 14개의 농촌지역개발전문기관이 자체적으로 예산과 커리큘럼을 만들고, 모든 운영자와 강사진은 참여기관의 전문가들이 자원봉사로 참여했다. 60대 취업률이 20대의 취업률을 초과하고 있는 현실에서 사회진출을 앞두고 있는 청년들에게 농촌지역개발에 대한 비전을 소개하고 미래의 뜻있는 농촌지역개발 전문가로 성장하기를 바라는 선배들의 뜻이 담긴 자리이기도 했다.
민간역량 제고 정부노력 절실
농촌지역개발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해서는 해당 분야 전문가들의 참여가 반드시 필요하다. 모든 것을 정부에서 직접 수행하려는 자세를 버리고 민간에게 적절한 역할을 부여하고, 함께 가려고 하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부족한 민간의 역량을 키우기 위한 정책당국의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에서는 어떤 것이 지속가능한 방식이며 장기적으로 효율적인 전략인지 고심해야 한다. 신정부의 전향적인 정책변화를 기대해 본다.
* 이 글은 한국농어민신문 2013년 2월 2502호에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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