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생·자급·자치의 지역농민운동 | 전희식 장수 농민·귀농운동본부 공동대표
- 작성일2020/03/05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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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생·자급·자치의 지역농민운동
| 전희식 장수 농민·귀농운동본부 공동대표
작년 말과 올 초에 있었던 농업관련 행사에서 으뜸가는 주제는 새 정부의 농정이었다. 이명박 정부 5년에 대한 평가에 이어 박근혜 정부에 바라는 글과 주장이 참 많았다. 각종 포럼과 토론회, 신문지상의 좌담 등을 연이어 보면서 5년 단위의 과거가 생각났다. 이명박 정부가 등장 할 때, 노무현 정부가 등장 할 때 말이다.
우리 농업, 약탈 대상으로 전락
새 정부의 등장에 맞춰 농업정책을 놓고 농업관련 기관들이 관심을 보이고 주문을 하는 것은 당연한 책무이자 권리라 하겠다. 그런데 똑 같은 얘기가 5년 주기로 계속되다 보니 이런 얘기를 저들이 얼마나 귀담아 듣고 있나 회의가 든다. 과학적인 수치를 들이대며 심각하게 얘기해도 별 효과 없기로는 박근혜 정부도 마찬가지 일 것으로 보인다.
이런 때에 우리 농민운동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간단하지 않은 문제다. 가장 진보적이었다고 하는 노무현 정부 때 시위현장에서 농민이 두 명이나 맞아 죽었지 않았는가. 그 후 10년이 지났어도 바뀐 게 없다. 농민은 줄었지만 농업컨설팅 회사는 늘었고 농업전문가도 늘었다. 농가소득은 줄었지만 무슨 포럼이니 연구원이니 재단이니 하는 것들만 많아졌다.
현재 우리 농업은 한 때 우리나라가 일본 제국주의의 식민지였던 것 이상으로 대자본과 공업의 약탈 대상으로 전락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농업에 투입된 자본은 농민을 종으로 만든 지 오래다. 자본의 논리에 따라 농민들 하루의 삶은 기계부속처럼 축사에서, 시설농장에서 혹사되고 있다. 고기와 자동차와 자동 농기계, 해외여행이라는 향내 나는 마취제와 함께.
이제 농민운동은 자생, 자강 운동을 벌여야 할 때라고 본다. 왜정시대에 민족독립운동 하듯.
연초다보니 초청을 받고 몇 군데 농민단체 행사에 갔었는데 한 곳은 정치방침을 가지고 논란이었고, 한 곳은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를 요구했다. 인구 2만도 안 되는 시골의 농민 단체에서 말이다. 또 한 곳에서는 농민기본소득 보장제를 놓고 토론을 하고 있었다. 농민단체의 명백한 정치 과잉이다. 중요한 것이 빠졌다고 본다. 현재 우리 농민들에게 가장 절박한 것은 자생력이다. 자력갱생의 완강한 의지다. 국가권력에 더 이상 의존하지 않으리라는 각오로 우리 농민운동이 스스로 살리고 스스로 다스리면서 스스로 튼튼해지는 운동을 전개해야 할 때라고 본다.
자생·자강 농민운동 전개할 때
강하게 요구하고 맹렬하게 규탄하면 뭔가 해결되던 시대는 끝났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기후변화라는 이름아래 지구별 자체가 한계치에 이르러 있고 정부는 노골적으로 자본에 붙어먹고 있다.
자생운동은 자급운동에서 시작된다. 농민운동은 지역공동체 안에서 지역자원을 가지고 웬만큼은 자급 할 수 있도록 운동을 벌여야 할 것이다. 지역 축제나 지역행사에 먹을 것이 넘쳐 나지만 지역 농산물을 쓰지 않는다. 외식업체들이 싸구려 중국산 냉동 해물이나 정체를 알 수 없는 가공된 먹거리를 공급한다. 지역 농민단체가 이를 바꿔내야 할 것이다. 교육도, 의료도, 입을거리도, 놀이문화도 최대한 자급을 시도하고 모자라는 것은 이웃 고을과 교환하도록 하는 농민운동을 기대한다.
유기 농사를 하는 농민들이 애들 간식이나 기타의 먹을거리를 마트에 가서 화학농산물을 사는 것은 심각한 자기모순이다. 유기농을 말하고 FTA를 반대하는 농민이라면 술집, 고기집 가는 횟수를 줄이고 생협 제품을 사야 할 것이다. 이것이 농민이 사는 길이라고 본다. 그러자면 엄중한 내핍생활을 지역공동체의 힘으로 견뎌야 할 것이다. 농민운동은 이를 준비해야 할 때라고 본다.
우리 농업·농촌 새 희망 기대
농민운동의 지역자치는 우리 농업과 농촌의 새로운 희망이 될 것이다. 내년에 있을 군수선거와 군의원 선거에 벌써부터 움직임들이 한창이다. 농민들이 줄서기 바쁘다. 유력한 입지자에 줄 설게 아니라 농민정부를 지역에 세울 수 있는 궁리를 해야 한다. 학교급식이나 지역화폐, 공공행사시 지역농산물 이용에 대한 조례 등 군단위, 시단위의 농업관련 지역대책을 놓고 농민운동이 이를 공약으로 삼게 입후보자를 이끌어야 할 것이다.
지역농민운동이 살아야 식량자급, 통일농업, 순환농업에 희망이 있다.
이 칼럼은 한국농어민신문 2013년 3월7일자 (제2510호)에 실린 글입니다.
| 전희식 장수 농민·귀농운동본부 공동대표
작년 말과 올 초에 있었던 농업관련 행사에서 으뜸가는 주제는 새 정부의 농정이었다. 이명박 정부 5년에 대한 평가에 이어 박근혜 정부에 바라는 글과 주장이 참 많았다. 각종 포럼과 토론회, 신문지상의 좌담 등을 연이어 보면서 5년 단위의 과거가 생각났다. 이명박 정부가 등장 할 때, 노무현 정부가 등장 할 때 말이다.
우리 농업, 약탈 대상으로 전락
새 정부의 등장에 맞춰 농업정책을 놓고 농업관련 기관들이 관심을 보이고 주문을 하는 것은 당연한 책무이자 권리라 하겠다. 그런데 똑 같은 얘기가 5년 주기로 계속되다 보니 이런 얘기를 저들이 얼마나 귀담아 듣고 있나 회의가 든다. 과학적인 수치를 들이대며 심각하게 얘기해도 별 효과 없기로는 박근혜 정부도 마찬가지 일 것으로 보인다.
이런 때에 우리 농민운동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간단하지 않은 문제다. 가장 진보적이었다고 하는 노무현 정부 때 시위현장에서 농민이 두 명이나 맞아 죽었지 않았는가. 그 후 10년이 지났어도 바뀐 게 없다. 농민은 줄었지만 농업컨설팅 회사는 늘었고 농업전문가도 늘었다. 농가소득은 줄었지만 무슨 포럼이니 연구원이니 재단이니 하는 것들만 많아졌다.
현재 우리 농업은 한 때 우리나라가 일본 제국주의의 식민지였던 것 이상으로 대자본과 공업의 약탈 대상으로 전락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농업에 투입된 자본은 농민을 종으로 만든 지 오래다. 자본의 논리에 따라 농민들 하루의 삶은 기계부속처럼 축사에서, 시설농장에서 혹사되고 있다. 고기와 자동차와 자동 농기계, 해외여행이라는 향내 나는 마취제와 함께.
이제 농민운동은 자생, 자강 운동을 벌여야 할 때라고 본다. 왜정시대에 민족독립운동 하듯.
연초다보니 초청을 받고 몇 군데 농민단체 행사에 갔었는데 한 곳은 정치방침을 가지고 논란이었고, 한 곳은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를 요구했다. 인구 2만도 안 되는 시골의 농민 단체에서 말이다. 또 한 곳에서는 농민기본소득 보장제를 놓고 토론을 하고 있었다. 농민단체의 명백한 정치 과잉이다. 중요한 것이 빠졌다고 본다. 현재 우리 농민들에게 가장 절박한 것은 자생력이다. 자력갱생의 완강한 의지다. 국가권력에 더 이상 의존하지 않으리라는 각오로 우리 농민운동이 스스로 살리고 스스로 다스리면서 스스로 튼튼해지는 운동을 전개해야 할 때라고 본다.
자생·자강 농민운동 전개할 때
강하게 요구하고 맹렬하게 규탄하면 뭔가 해결되던 시대는 끝났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기후변화라는 이름아래 지구별 자체가 한계치에 이르러 있고 정부는 노골적으로 자본에 붙어먹고 있다.
자생운동은 자급운동에서 시작된다. 농민운동은 지역공동체 안에서 지역자원을 가지고 웬만큼은 자급 할 수 있도록 운동을 벌여야 할 것이다. 지역 축제나 지역행사에 먹을 것이 넘쳐 나지만 지역 농산물을 쓰지 않는다. 외식업체들이 싸구려 중국산 냉동 해물이나 정체를 알 수 없는 가공된 먹거리를 공급한다. 지역 농민단체가 이를 바꿔내야 할 것이다. 교육도, 의료도, 입을거리도, 놀이문화도 최대한 자급을 시도하고 모자라는 것은 이웃 고을과 교환하도록 하는 농민운동을 기대한다.
유기 농사를 하는 농민들이 애들 간식이나 기타의 먹을거리를 마트에 가서 화학농산물을 사는 것은 심각한 자기모순이다. 유기농을 말하고 FTA를 반대하는 농민이라면 술집, 고기집 가는 횟수를 줄이고 생협 제품을 사야 할 것이다. 이것이 농민이 사는 길이라고 본다. 그러자면 엄중한 내핍생활을 지역공동체의 힘으로 견뎌야 할 것이다. 농민운동은 이를 준비해야 할 때라고 본다.
우리 농업·농촌 새 희망 기대
농민운동의 지역자치는 우리 농업과 농촌의 새로운 희망이 될 것이다. 내년에 있을 군수선거와 군의원 선거에 벌써부터 움직임들이 한창이다. 농민들이 줄서기 바쁘다. 유력한 입지자에 줄 설게 아니라 농민정부를 지역에 세울 수 있는 궁리를 해야 한다. 학교급식이나 지역화폐, 공공행사시 지역농산물 이용에 대한 조례 등 군단위, 시단위의 농업관련 지역대책을 놓고 농민운동이 이를 공약으로 삼게 입후보자를 이끌어야 할 것이다.
지역농민운동이 살아야 식량자급, 통일농업, 순환농업에 희망이 있다.
이 칼럼은 한국농어민신문 2013년 3월7일자 (제2510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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