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농업(Family Farm Agriculture)의 운명 | 김성훈 중앙대 명예교수, 전 농림부장관
- 작성일2020/03/05 15:30
- 조회 449
가족농업(Family Farm Agriculture)의 운명
| 김성훈 중앙대 명예교수, 전 농림부장관
지금 전국의 농촌·농민단체 사회는 때아닌 ‘대기업의 농사행위 참여’와 정부의 ‘FTA 자금 지원행태’에 대한 성토로 시끌벅적하다.
이명박 정부의 비호와 지원을 받은 모재벌기업이 경기도 화옹지구 간척지구와 전북의 새만금간척지구에 대단위 농장을 분양받아 확보하고, 먼저 화옹지구에 아마도 단일품목으로는 세계에서 제일 큰 유리온실 토마토농사를 착수한데서 비롯되었다. 더욱이 그 회사가 GMO(유전자조작물질) 종자산업과 농약 등 생산자재등을 판매하는 초국경 괴물기업으로 알려진 몬산토(Monsanto)회사와의 관계가 의심되는 기업이다보니 더욱 농민들의 저항이 거센 것 같다. 그 사업에 정부는 농지분양의 혜택 이외에도 소농들의 몫인 FTA 대책 예산의 상당액을 직접 지원했다고 한다.
이같은 ‘땅집고 헤엄치기’식 대기업 지원행위를 지난 정부가 농업의 해외수출 증대와 경쟁력 향상이라는 명분으로 거침없이 허용한 모양이다. 결국 이 문제는 정치권과 새 정부가 알아서 처리할 문제이지만, 이 기회에 그 원인을 제공하고 있는 우리나라 농정철학의 기본에 대해 다시 한 번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경쟁력·수출 명분 대기업에 특혜
왜냐하면 그동안 적잖은 기업자본들의 농업·식품산업 참여가 있어 왔지만 1차산업인 영농부문에 직접 뛰어든 것은 이 토마토 대단위 유리온실사업이 그 제1호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대기업 영농 참여지원정책이 바뀌지 않는 한, 장차 소규모 가족농업에 대신하여 제2, 제3의 대기업의 침투행위가 눈사태처럼 불어나 우리나라 농업이 다국적 대기업들의 먹이사냥터로 변질될 날이 선하다. 그 이론적인 토대는 ‘대규모화=국제경쟁력 향상’ 이라는 신고전학파 경제이론과 ‘수출증대=국부·국익 증진’이라는 신자유주의 경제철학이 뒷받침해 주고 있다. 미국서 교육을 받았거나 다국적 초국경기업들의 영향을 받고 있는 일부 경제관료와 정치·언론 세력들이 이에 맞장구치고 부추켜 줄 것이 확실하다. ‘큰 것이 좋은 것이며, 수출만이 살 길이다.’는 흰소리들이 요란할 것도 쉽게 상상이 된다.
필자가 정부직에 몸담고 있을 때도 유사한 주장이 몰아쳤었다. IMF 환란기를 맞아 우리농업과 축산분야가 쑥대밭이 되었는데, 그때 정치권과 언론계가 모재벌기업의 간척 농지 전용(정부 특혜로 간척한 절대농지를 상공업 용지로 전용허가) 로비를 부추키며 다른 한편으로는 양돈사업 등 축산분야에 대기업 참여를 허용하라고 나팔을 불어댔다.
그 때 등장한 「국민의 정부」 농정철학이 ‘가족농의 육성’이었다. ‘가족농의 협동화와 전문화’가 그 캐치플레이즈였다. 수천년 지속돼오던 (가족)농업이 새삼스레 국정지표로 내세워진 것은 이미 그 앞의 정권 때부터 미국서 교육을 받은 일부 관료들이 정책의 조종간(操縱桿)과 조타기(操舵機)를 잡고 우리 농정을 마치 미국식 기업농(Corporate farm) 방향으로 몰아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수십년 규모화 정책으로 ‘헛발질’
엄연히 국토 현실은 지리 인문학적으로, 경제사회적으로 소농체제일 수밖에 없는데도 대규모화 또는 대형 정예농가 육성 구호가 난무하고, 세계 최고의 높은 땅값과 투기성 부재지주들의 만연상태를 그대로 놔둔 채 단지 국제경쟁력 향상이라는 미명하에 규모화정책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수십년간 무수한 헛발질을 해왔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가족농업을 다양한 방법으로 지원하여 소규모의 불리성을 전문화와 협동화로 대(大)경영의 잇점을 도모하자는 안이었다. 가족농업의 장점도 지키고 대규모 협동경영의 잇점도 살리자는 1석2조의 처방이었다.
농업이란 단순히 경제적 활동(economic activities)을 하는 것만이 아니다. 영농자체가 사회적, 윤리적, 그리고 생태학적 생명의 자기 확인과정이다. 농산식품을 생산하고 가공, 유통, 수출하는 경제적 기능 이외에도, 그 중요성이 못지않은 무형의 공익적 기능, 예컨대 환경생태계 보존, 아름다운 경관(景觀)의 유지, 홍수와 가뭄 기후변화 등 자연재해 완화, 상부상조와 협동에 의한 배려와 나눔의 공동체 형성, 위대한 생명 문화와 전통의 계승, 자유와 평화 및 행복의 공유 등 다양한 비교역적인 공익기능(multiple non-trade concerns)을 망라한다.
농업기능을 단순히 경제적 활동으로만 한정할 경우 규모경제의 유리성(economy of scale)이 대규모화로만 귀결되고, 국제경쟁력이 가격경쟁력의 향상으로만 귀착된다. 모두 대규모 기업농화를 전제한다. 그러나 작은 규모의 소농들도 협동·협업화를 통해 대규모의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고, 전문화와 다양화로 품질 향상과 생산성 그리고 종의 다양성, 요컨대 식량주권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간과되고 있다.
특히 농산식품의 국제경쟁력이란 식품의 성격상 가격 경쟁력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품질경쟁력, 특히 안전성(safety) 경쟁력에 크게 달려 있는 것이다. 가격이나 비용이 높으면 품질이나 안전성으로 경쟁력을 보완하여 소비자시장에서 승부할 수 있다.
농업은 단순한 경제활동 아니다
신고전 경제학파의 치명적인 결함인 “다른 조건이 변함없이 동일하다면 (other things being equal)”을 전제로 규모만 키우고 경쟁력의 우위성을 확보한다거나, 신자유주의 정책의 지고지상의 경영 목표인 ‘이윤극대화’를 도모하는 것이 우리 농업의 살 길이라는 인식은 인구과밀 국토 협소의 우리나라의 경우 자칫 노생(盧生)의 한단지몽(邯鄲之夢)이나 다름없다.
농업의 다양한 공익기능을 배제한 농정발상은 소농 가족농업의 존립기반을 송두리째 흔드는 결과를 초래하여 결과적으로 그 피해는 전체 국민경제와 소비자의 안위까지 위협받게 한다. 마치 이솝 우화에 나오는 사막 한가운데 오아시스를 지키는 촌부가 아침마다 이슬을 머금고 반짝이는 나무들이 밤 사이에 샘물을 빨아 마신다고 이를 베어버리면 샘물이 더 많이 나올 것이라고 착각하는 것과 다름없다.
엄밀히 따져 현재 한국 농가의 대다수가 소규모의 가족농업이다. 그나마 노령화와 이농·탈농으로 조금씩 농가 평균규모가 늘어나고 있으나 여전히 호당 1.5㏊로 국제기준에 비추어서는 한낱 정원농업에 불과하다. 그러함에도 100㏊ 이상의 대기업농이 좌지우지하는 미국과 캐나다 농가의 약 80% 이상이 가족농(family farm)이라는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범세계적으로 전체 인구의 절반가량이 자소작 가족농으로서 비록 그들이 전체 농경지의 24% 밖에 보유하고 있지 않지만 약 70%의 세계인구를 부양하며 건강한 농산식품으로 버티고 있다. 이미 2000년대 들어 발표된 수많은 실증적 연구결과를 보더라도, 가족농이 대기업농(Food Inc.) 보다도 더 생산성이 높고, 생태적 친환경농업이 화학적 관행농업의 생산성에 결코 못지않다.
요컨대 생태적 가족농업이 단위면적당 가장 생산적이라는 것이 속속 증명되고 있다. 대단위 관행농법의 피해는 이미 세계 식량·영양 문제 해결의 실패와 각종 인수공통 질병의 빈발, 그리고 건강·생명 위해성 증대, 분배정의(正義)의 왜곡, 농지와 수질의 오염, 환경생태계의 파괴와 공동체 붕괴 등 그 해악은 일일이 나열할 필요 없이 지구촌이 지금 일상적으로 겪고 있는 현상이다.
협동·전문화로 경쟁성 확보 가능
소득 향상과 경제적 지위 향상은 같은 소규모 농지조건이라 할지라고 가족농끼리의 협동화와 전문화, 다양화 등의 방법으로 경영의 효율성을 대형·대규모 이상으로 늘릴 수 있다.
그래서 생산·유통·어메니티 관광면에서 가족농들의 협동화와 다양화·전문화가 중요하다. 열정과 결심만 바로 서면 가족농업을 영생화 시킬 수 있는 기술과 지식은 얼마든지 찾아낼 수 있다. 가족농을 어엿한 근대적 직업인으로서, 그리고 민주시민으로 양성해 낼 수 있다.
다만 그 필수요인으로서 A.T. 모셰 박사는 다음의 다섯가지 기본요건을 정책당국에 제안하고 있다.
① 시장 및 판로의 보장, ② 끊임없이 발전하는 새로운 농업기술의 채택, ③ 양질의 현대적 생산자재와 농기계 기구 등을 농촌현장에서 용이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조치, ④ 농업생산자에게 적절한 인센티브 마련, 끝으로 ⑤ 통신과 수송 등 인프라에 대한 각종 편의 제공 등이다. 거기에 친환경적인 가족농업의 발전을 가속 붙게 하려면 그 촉진요인으로 성공적인 도농연대의 강화, 즉 로컬푸드운동과 우리 고유의 친환경농업에 바탕을 둔 발효식품 중심의 슬로우푸드(slow food)운동이 일어나야 한다.
여기에 윤활유 격인 다음의 다섯가지 촉진요인이 추가된다면 비단 위에 꽃 수를 놓은 것과 같다. 다름 아닌 ① 새로운 기술지식에 대한 계속적인 교육, ② 적절한 금융지원, ③ 단체 협동활동의 적극적인 육성, ④ 농지보전과 개량 및 확대, 끝으로 ⑤ 매 5년 단위의 계획수립과 철저한 이행 등이다.
그러할 때 비로소 우리의 가족농업이 바람직한 6차산업으로 비상할 기회를 잡을 수 있다. 그리하여 생산, 유통, 가공을 아우르고, IT(정보화기술), BT(생물학기술), GT(녹색관광), CT(청정기술)을 수렴하여 가족농업이 작은 규모 위에서 큰 경영을 이뤄낼 수 있다고 본다.
이 칼럼은 한국농어민신문 2013년3월21일자(제2514호)에 실린 글입니다.
| 김성훈 중앙대 명예교수, 전 농림부장관
지금 전국의 농촌·농민단체 사회는 때아닌 ‘대기업의 농사행위 참여’와 정부의 ‘FTA 자금 지원행태’에 대한 성토로 시끌벅적하다.
이명박 정부의 비호와 지원을 받은 모재벌기업이 경기도 화옹지구 간척지구와 전북의 새만금간척지구에 대단위 농장을 분양받아 확보하고, 먼저 화옹지구에 아마도 단일품목으로는 세계에서 제일 큰 유리온실 토마토농사를 착수한데서 비롯되었다. 더욱이 그 회사가 GMO(유전자조작물질) 종자산업과 농약 등 생산자재등을 판매하는 초국경 괴물기업으로 알려진 몬산토(Monsanto)회사와의 관계가 의심되는 기업이다보니 더욱 농민들의 저항이 거센 것 같다. 그 사업에 정부는 농지분양의 혜택 이외에도 소농들의 몫인 FTA 대책 예산의 상당액을 직접 지원했다고 한다.
이같은 ‘땅집고 헤엄치기’식 대기업 지원행위를 지난 정부가 농업의 해외수출 증대와 경쟁력 향상이라는 명분으로 거침없이 허용한 모양이다. 결국 이 문제는 정치권과 새 정부가 알아서 처리할 문제이지만, 이 기회에 그 원인을 제공하고 있는 우리나라 농정철학의 기본에 대해 다시 한 번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경쟁력·수출 명분 대기업에 특혜
왜냐하면 그동안 적잖은 기업자본들의 농업·식품산업 참여가 있어 왔지만 1차산업인 영농부문에 직접 뛰어든 것은 이 토마토 대단위 유리온실사업이 그 제1호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대기업 영농 참여지원정책이 바뀌지 않는 한, 장차 소규모 가족농업에 대신하여 제2, 제3의 대기업의 침투행위가 눈사태처럼 불어나 우리나라 농업이 다국적 대기업들의 먹이사냥터로 변질될 날이 선하다. 그 이론적인 토대는 ‘대규모화=국제경쟁력 향상’ 이라는 신고전학파 경제이론과 ‘수출증대=국부·국익 증진’이라는 신자유주의 경제철학이 뒷받침해 주고 있다. 미국서 교육을 받았거나 다국적 초국경기업들의 영향을 받고 있는 일부 경제관료와 정치·언론 세력들이 이에 맞장구치고 부추켜 줄 것이 확실하다. ‘큰 것이 좋은 것이며, 수출만이 살 길이다.’는 흰소리들이 요란할 것도 쉽게 상상이 된다.
필자가 정부직에 몸담고 있을 때도 유사한 주장이 몰아쳤었다. IMF 환란기를 맞아 우리농업과 축산분야가 쑥대밭이 되었는데, 그때 정치권과 언론계가 모재벌기업의 간척 농지 전용(정부 특혜로 간척한 절대농지를 상공업 용지로 전용허가) 로비를 부추키며 다른 한편으로는 양돈사업 등 축산분야에 대기업 참여를 허용하라고 나팔을 불어댔다.
그 때 등장한 「국민의 정부」 농정철학이 ‘가족농의 육성’이었다. ‘가족농의 협동화와 전문화’가 그 캐치플레이즈였다. 수천년 지속돼오던 (가족)농업이 새삼스레 국정지표로 내세워진 것은 이미 그 앞의 정권 때부터 미국서 교육을 받은 일부 관료들이 정책의 조종간(操縱桿)과 조타기(操舵機)를 잡고 우리 농정을 마치 미국식 기업농(Corporate farm) 방향으로 몰아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수십년 규모화 정책으로 ‘헛발질’
엄연히 국토 현실은 지리 인문학적으로, 경제사회적으로 소농체제일 수밖에 없는데도 대규모화 또는 대형 정예농가 육성 구호가 난무하고, 세계 최고의 높은 땅값과 투기성 부재지주들의 만연상태를 그대로 놔둔 채 단지 국제경쟁력 향상이라는 미명하에 규모화정책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수십년간 무수한 헛발질을 해왔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가족농업을 다양한 방법으로 지원하여 소규모의 불리성을 전문화와 협동화로 대(大)경영의 잇점을 도모하자는 안이었다. 가족농업의 장점도 지키고 대규모 협동경영의 잇점도 살리자는 1석2조의 처방이었다.
농업이란 단순히 경제적 활동(economic activities)을 하는 것만이 아니다. 영농자체가 사회적, 윤리적, 그리고 생태학적 생명의 자기 확인과정이다. 농산식품을 생산하고 가공, 유통, 수출하는 경제적 기능 이외에도, 그 중요성이 못지않은 무형의 공익적 기능, 예컨대 환경생태계 보존, 아름다운 경관(景觀)의 유지, 홍수와 가뭄 기후변화 등 자연재해 완화, 상부상조와 협동에 의한 배려와 나눔의 공동체 형성, 위대한 생명 문화와 전통의 계승, 자유와 평화 및 행복의 공유 등 다양한 비교역적인 공익기능(multiple non-trade concerns)을 망라한다.
농업기능을 단순히 경제적 활동으로만 한정할 경우 규모경제의 유리성(economy of scale)이 대규모화로만 귀결되고, 국제경쟁력이 가격경쟁력의 향상으로만 귀착된다. 모두 대규모 기업농화를 전제한다. 그러나 작은 규모의 소농들도 협동·협업화를 통해 대규모의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고, 전문화와 다양화로 품질 향상과 생산성 그리고 종의 다양성, 요컨대 식량주권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간과되고 있다.
특히 농산식품의 국제경쟁력이란 식품의 성격상 가격 경쟁력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품질경쟁력, 특히 안전성(safety) 경쟁력에 크게 달려 있는 것이다. 가격이나 비용이 높으면 품질이나 안전성으로 경쟁력을 보완하여 소비자시장에서 승부할 수 있다.
농업은 단순한 경제활동 아니다
신고전 경제학파의 치명적인 결함인 “다른 조건이 변함없이 동일하다면 (other things being equal)”을 전제로 규모만 키우고 경쟁력의 우위성을 확보한다거나, 신자유주의 정책의 지고지상의 경영 목표인 ‘이윤극대화’를 도모하는 것이 우리 농업의 살 길이라는 인식은 인구과밀 국토 협소의 우리나라의 경우 자칫 노생(盧生)의 한단지몽(邯鄲之夢)이나 다름없다.
농업의 다양한 공익기능을 배제한 농정발상은 소농 가족농업의 존립기반을 송두리째 흔드는 결과를 초래하여 결과적으로 그 피해는 전체 국민경제와 소비자의 안위까지 위협받게 한다. 마치 이솝 우화에 나오는 사막 한가운데 오아시스를 지키는 촌부가 아침마다 이슬을 머금고 반짝이는 나무들이 밤 사이에 샘물을 빨아 마신다고 이를 베어버리면 샘물이 더 많이 나올 것이라고 착각하는 것과 다름없다.
엄밀히 따져 현재 한국 농가의 대다수가 소규모의 가족농업이다. 그나마 노령화와 이농·탈농으로 조금씩 농가 평균규모가 늘어나고 있으나 여전히 호당 1.5㏊로 국제기준에 비추어서는 한낱 정원농업에 불과하다. 그러함에도 100㏊ 이상의 대기업농이 좌지우지하는 미국과 캐나다 농가의 약 80% 이상이 가족농(family farm)이라는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범세계적으로 전체 인구의 절반가량이 자소작 가족농으로서 비록 그들이 전체 농경지의 24% 밖에 보유하고 있지 않지만 약 70%의 세계인구를 부양하며 건강한 농산식품으로 버티고 있다. 이미 2000년대 들어 발표된 수많은 실증적 연구결과를 보더라도, 가족농이 대기업농(Food Inc.) 보다도 더 생산성이 높고, 생태적 친환경농업이 화학적 관행농업의 생산성에 결코 못지않다.
요컨대 생태적 가족농업이 단위면적당 가장 생산적이라는 것이 속속 증명되고 있다. 대단위 관행농법의 피해는 이미 세계 식량·영양 문제 해결의 실패와 각종 인수공통 질병의 빈발, 그리고 건강·생명 위해성 증대, 분배정의(正義)의 왜곡, 농지와 수질의 오염, 환경생태계의 파괴와 공동체 붕괴 등 그 해악은 일일이 나열할 필요 없이 지구촌이 지금 일상적으로 겪고 있는 현상이다.
협동·전문화로 경쟁성 확보 가능
소득 향상과 경제적 지위 향상은 같은 소규모 농지조건이라 할지라고 가족농끼리의 협동화와 전문화, 다양화 등의 방법으로 경영의 효율성을 대형·대규모 이상으로 늘릴 수 있다.
그래서 생산·유통·어메니티 관광면에서 가족농들의 협동화와 다양화·전문화가 중요하다. 열정과 결심만 바로 서면 가족농업을 영생화 시킬 수 있는 기술과 지식은 얼마든지 찾아낼 수 있다. 가족농을 어엿한 근대적 직업인으로서, 그리고 민주시민으로 양성해 낼 수 있다.
다만 그 필수요인으로서 A.T. 모셰 박사는 다음의 다섯가지 기본요건을 정책당국에 제안하고 있다.
① 시장 및 판로의 보장, ② 끊임없이 발전하는 새로운 농업기술의 채택, ③ 양질의 현대적 생산자재와 농기계 기구 등을 농촌현장에서 용이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조치, ④ 농업생산자에게 적절한 인센티브 마련, 끝으로 ⑤ 통신과 수송 등 인프라에 대한 각종 편의 제공 등이다. 거기에 친환경적인 가족농업의 발전을 가속 붙게 하려면 그 촉진요인으로 성공적인 도농연대의 강화, 즉 로컬푸드운동과 우리 고유의 친환경농업에 바탕을 둔 발효식품 중심의 슬로우푸드(slow food)운동이 일어나야 한다.
여기에 윤활유 격인 다음의 다섯가지 촉진요인이 추가된다면 비단 위에 꽃 수를 놓은 것과 같다. 다름 아닌 ① 새로운 기술지식에 대한 계속적인 교육, ② 적절한 금융지원, ③ 단체 협동활동의 적극적인 육성, ④ 농지보전과 개량 및 확대, 끝으로 ⑤ 매 5년 단위의 계획수립과 철저한 이행 등이다.
그러할 때 비로소 우리의 가족농업이 바람직한 6차산업으로 비상할 기회를 잡을 수 있다. 그리하여 생산, 유통, 가공을 아우르고, IT(정보화기술), BT(생물학기술), GT(녹색관광), CT(청정기술)을 수렴하여 가족농업이 작은 규모 위에서 큰 경영을 이뤄낼 수 있다고 본다.
이 칼럼은 한국농어민신문 2013년3월21일자(제2514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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