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구조 개선, 품목별 농협연합회에 초점을 | 장상환 경상대 교수
- 작성일2020/03/05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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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구조 개선, 품목별 농협연합회에 초점을
| 장상환 경상대 교수
박근혜 정부가 농산물 유통개혁에 시동을 걸었다. 박 대통령은 13일 농협 하나로마트를 방문하면서 농축산물 유통단계 개선대책을 신임 장관과 경제수석에게 당부했다. 청와대와 정부는 농협을 활용해 전국적인 직거래시스템을 구축해 현재 최대 7단계까지인 농산물 유통구조를 2단계 정도로 줄이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박근혜 정부 유통구조 축소 추진
2월 14일 발족한 ‘유통구조 개선 태스크포스’에서는 농산물 분야 과제로 ‘유통계열화 및 직거래 비중 확대’, ‘농산물 수급관리 체계화’, ‘도매시장 가격 결정의 적정성 제고’ 등을 설정했다. 11일 취임한 이동필 장관도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을 위해 농협이 본연의 역할인 경제사업에 충실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농축산물 유통문제는 크게 수급 불안정 문제와 과다한 유통마진의 문제가 있다. 수급불안정 때문에 농산물가격의 변동이 심하고 이에 편승해 상인과 상업 자본이 폭리를 취하고 있으므로 수급 불안정 문제 해결을 통한 가격안정이 열쇠라 할 수 있다. 농업 선진국들은 모두 농민들이 주도하고 정부가 뒷받침하는 유통조절 기구를 갖고 있다.
미국은 과일과 채소, 유제품 등의 생산과 출하량을 정부가 직접 규제하는 연방유통명령을 1930년대부터 실시해 오고 있다. 생산자단체 등의 요청과 협의 등을 거쳐 농무부 장관이 명령을 내린다. 적용되는 품목은 우유, 아몬드, 살구, 체리, 아보카도, 올리브 등 광범위하다.
캐나다에서는 정부 산하 유통기관인 마케팅 보드가 협동조합, 시장교섭협회 등과 함께 특정지역, 특정상품의 생산량을 결정하고 가격과 판매규모를 규제한다. 생산물량과 가격을 조절해 농가소득을 안정시키자는 취지로 사과, 포도, 감자, 옥수수종자, 토마토, 돼지고기, 닭 등 80개 이상의 마케팅 보드가 운영 중이다. 네덜란드에서는 농협이 마케팅보드 역할을 하고 있다. 식육이나 유제품 등 축산물은 축협이 독점 공급하면서 정부의 지원을 받아 수급조절과 가격안정, 보장기능을 한다.
한국에도 유통명령제가 있지만 제주도라는 한정된 지역에서 생산되는 감귤 등에 한해 일시적으로 시행되고 있을 뿐이다. 대부분의 품목에 대해서는 전국적인 차원에서 이를 담당해 집행할 기관이 없어 제도가 있어도 시행하지 못하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중앙회에서는 공동선별회를 통한 연합마케팅과 조합공동사업법인제를 운영 중이나 조합원의 참여가 부진하며, 지역농협의 경제사업과 연합경제사업도 규모가 영세해 전국적인 수급조절 역량이 없다.
농산물 유통단계 축소가 유통구조 개선의 핵심은 아니다. 유통과정을 축소한다 해도 직거래에 따른 유통마진 축소의 혜택을 농민들이 많이 보고 적정한 소득이 보장되지 않으면 소용없다. 대형 유통자본이 농민에게서 농산물을 직접 구매하는 것도 역시 직거래다. 실제로 김대중 정부 시절에 대형 소매자본이 직거래를 명분으로 정부로부터 저리 금융의 지원을 받아간 일이 있었다.
농민 적정소득 보장 없인 무의미
그러나 이러한 형태의 직거래의 본질은 유통 대자본이 생산 농민을 수직적으로 지배하는 것이다. 이른바 수직적 통합이다. 대형 유통매장은 일단 농민들에게 안정된 판매처를 제공해 준다는 미끼로 거래관계를 맺고 난 후에는 염가의 PB브랜드 상품을 개발하면서 농민들에게 끝없이 납품단가 인하 압력을 넣는다.
대도시 농협 하나로마트는 소비지 대형 소매점이고 이마트, 홈플러스 등 일반 대형 유통매장과 다를 것이 없다. 농촌지역의 농민조합원을 위한 생활물자 공동구매점이 아니다. 농협 하나로마트가 다른 대형 유통매장과 경쟁해 수익을 올리기 위해서는 국산 농산물만을 취급할 수는 없고 공산품도 취급해야만 한다. 농민들로부터 최대한 싸게 사야 한다.
농협이 수급 불안정 해결토록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의 핵심은 농협이 농축산물 공급을 독점하도록 해 수급불안정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도매시장이든 대형 마트든 생산비가 보장되는 제값을 받지 않고는 팔지 않고, 과잉 생산 시에는 폐기하거나 가공해 시장에서 차단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소요비용의 상당 부분은 정부가 지원한다.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을 위해 농협은 대형 마트로 나가려는 경향에서 벗어나 대도시 하나로마트를 정리해야 한다. 그리고 전국의 품목별 시·군 단위 조합이 참여하는 품목별 전국연합회를 만들어 마케팅보드 역할을 하도록 하는데 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농협개혁의 핵심도 경제사업을 이러한 구조로 재편하는데 성공하느냐에 있다.
이 칼럼은 한국농어민신문 2013년3월18일자(제2513호)에 실린 글입니다
| 장상환 경상대 교수
박근혜 정부가 농산물 유통개혁에 시동을 걸었다. 박 대통령은 13일 농협 하나로마트를 방문하면서 농축산물 유통단계 개선대책을 신임 장관과 경제수석에게 당부했다. 청와대와 정부는 농협을 활용해 전국적인 직거래시스템을 구축해 현재 최대 7단계까지인 농산물 유통구조를 2단계 정도로 줄이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박근혜 정부 유통구조 축소 추진
2월 14일 발족한 ‘유통구조 개선 태스크포스’에서는 농산물 분야 과제로 ‘유통계열화 및 직거래 비중 확대’, ‘농산물 수급관리 체계화’, ‘도매시장 가격 결정의 적정성 제고’ 등을 설정했다. 11일 취임한 이동필 장관도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을 위해 농협이 본연의 역할인 경제사업에 충실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농축산물 유통문제는 크게 수급 불안정 문제와 과다한 유통마진의 문제가 있다. 수급불안정 때문에 농산물가격의 변동이 심하고 이에 편승해 상인과 상업 자본이 폭리를 취하고 있으므로 수급 불안정 문제 해결을 통한 가격안정이 열쇠라 할 수 있다. 농업 선진국들은 모두 농민들이 주도하고 정부가 뒷받침하는 유통조절 기구를 갖고 있다.
미국은 과일과 채소, 유제품 등의 생산과 출하량을 정부가 직접 규제하는 연방유통명령을 1930년대부터 실시해 오고 있다. 생산자단체 등의 요청과 협의 등을 거쳐 농무부 장관이 명령을 내린다. 적용되는 품목은 우유, 아몬드, 살구, 체리, 아보카도, 올리브 등 광범위하다.
캐나다에서는 정부 산하 유통기관인 마케팅 보드가 협동조합, 시장교섭협회 등과 함께 특정지역, 특정상품의 생산량을 결정하고 가격과 판매규모를 규제한다. 생산물량과 가격을 조절해 농가소득을 안정시키자는 취지로 사과, 포도, 감자, 옥수수종자, 토마토, 돼지고기, 닭 등 80개 이상의 마케팅 보드가 운영 중이다. 네덜란드에서는 농협이 마케팅보드 역할을 하고 있다. 식육이나 유제품 등 축산물은 축협이 독점 공급하면서 정부의 지원을 받아 수급조절과 가격안정, 보장기능을 한다.
한국에도 유통명령제가 있지만 제주도라는 한정된 지역에서 생산되는 감귤 등에 한해 일시적으로 시행되고 있을 뿐이다. 대부분의 품목에 대해서는 전국적인 차원에서 이를 담당해 집행할 기관이 없어 제도가 있어도 시행하지 못하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중앙회에서는 공동선별회를 통한 연합마케팅과 조합공동사업법인제를 운영 중이나 조합원의 참여가 부진하며, 지역농협의 경제사업과 연합경제사업도 규모가 영세해 전국적인 수급조절 역량이 없다.
농산물 유통단계 축소가 유통구조 개선의 핵심은 아니다. 유통과정을 축소한다 해도 직거래에 따른 유통마진 축소의 혜택을 농민들이 많이 보고 적정한 소득이 보장되지 않으면 소용없다. 대형 유통자본이 농민에게서 농산물을 직접 구매하는 것도 역시 직거래다. 실제로 김대중 정부 시절에 대형 소매자본이 직거래를 명분으로 정부로부터 저리 금융의 지원을 받아간 일이 있었다.
농민 적정소득 보장 없인 무의미
그러나 이러한 형태의 직거래의 본질은 유통 대자본이 생산 농민을 수직적으로 지배하는 것이다. 이른바 수직적 통합이다. 대형 유통매장은 일단 농민들에게 안정된 판매처를 제공해 준다는 미끼로 거래관계를 맺고 난 후에는 염가의 PB브랜드 상품을 개발하면서 농민들에게 끝없이 납품단가 인하 압력을 넣는다.
대도시 농협 하나로마트는 소비지 대형 소매점이고 이마트, 홈플러스 등 일반 대형 유통매장과 다를 것이 없다. 농촌지역의 농민조합원을 위한 생활물자 공동구매점이 아니다. 농협 하나로마트가 다른 대형 유통매장과 경쟁해 수익을 올리기 위해서는 국산 농산물만을 취급할 수는 없고 공산품도 취급해야만 한다. 농민들로부터 최대한 싸게 사야 한다.
농협이 수급 불안정 해결토록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의 핵심은 농협이 농축산물 공급을 독점하도록 해 수급불안정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도매시장이든 대형 마트든 생산비가 보장되는 제값을 받지 않고는 팔지 않고, 과잉 생산 시에는 폐기하거나 가공해 시장에서 차단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소요비용의 상당 부분은 정부가 지원한다.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을 위해 농협은 대형 마트로 나가려는 경향에서 벗어나 대도시 하나로마트를 정리해야 한다. 그리고 전국의 품목별 시·군 단위 조합이 참여하는 품목별 전국연합회를 만들어 마케팅보드 역할을 하도록 하는데 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농협개혁의 핵심도 경제사업을 이러한 구조로 재편하는데 성공하느냐에 있다.
이 칼럼은 한국농어민신문 2013년3월18일자(제2513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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