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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칼럼

    자치·협동사회 실현 대장정 나서자 | 유정규 지역재단 운영이사 
    • 작성일2020/03/05 15:32
    • 조회 458
    자치·협동사회 실현 대장정 나서자
    | 유정규 지역재단 운영이사 


    우리나라에서 지방자치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지도 어느덧 18년이 지나고 있다. 그동안 많은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또 나름대로 많은 성과도 있었다. 가장 큰 성과는 지역주민이 스스로 지자체장을 선택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자치는 아직 거기까지에 머물러 있다. 원래 ‘자치(自治)’란, 중앙권력의 분산이라는 측면에서는 ‘지방자치’이고, 자치의 주체라는 측면에서 보면 ‘주민자치’이며, 자치의 대상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생활자치’이다. 세 가지가 모두 실현될 때 비로소 진정한 ‘자치’가 이뤄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면 우리는 어떤가?

    주민·생활자치 실현 노력 미약

    그동안 우리는 ‘지방자치’가 자치의 전부인 것처럼 매달려 왔다. 주민자치와 생활자치를 위한 노력은 너무도 미약했다. 때문에 중앙으로부터 이양 받은 권력이 지자체장에게 집중돼 이른바 제왕적 단체장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이다. 지방자치제가 시행됐지만 주민의 입장에서는 별로 달라진 것이 없으며, 생활자치는 집단이기주의로 변질돼 나타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제 주민자치로 나아가야 한다. 그러나 주민자치는 가만히 앉아 있으면 달성될 수 없다. 지역주민의 자치역량과 의식수준에 따라 주민자치의 실현여부가 결정될 것이다. 즉, 주민의 수준과 주민자치의 수준은 비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단체장이 자신이 가진 권력을 주민들에게 자발적으로 나눠 줄 리가 만무하기 때문이다.

    다가오는 선거 제대로 치러야

    2014년은 제6기 지방선거가 있는 해이다. 새로운 정부의 중간평가적인 성격을 갖는 선거가 될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전망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선거의 성격이 아니라 선거의 결과이며, 그러한 결과를 가져 올 선거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주민들이 자치에 대한 믿음과 확신이 있다면 지역발전을 위한 진정한 일꾼을 뽑는데 성공할 수 있을 것이고, 이를 토대로 제대로 된 자치(지방자치·주민자치·생활자치)를 이뤄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준비나 역량이 이에 미치지 못한다면 우리는 또 다시 4년을 기다려야 한다. 그러므로 지금부터 준비를 해야 한다. 2014년 선거를 제대로 치러야만 새로운 20년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2015년은 전국 농협조합장 동시선거가 있는 해이다. 지금까지는 개별 협동조합의 사정에 따라 조합장의 임기종료 시점이 모두 달랐기 때문에 선거시기도 제각각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각 조합장의 임기를 조정해 모든 조합이 동일한 날짜에 동시선거를 할 예정이다. 이는 우리 조합의 발전사에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 대 사건이 될 것이다. 이번 조합장 선거는 단순히 개별 조합의 대표를 선출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전 사회적인 관심사항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240만명의 조합원과 230조원의 자산을 가진 우리나라의 농업협동조합은 세계에서 10번째로 큰 규모를 자랑하고 있지만 ‘조합원의 조합이 아니라 임직원의 조합’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한 채 정권이 바뀔 때 마다 개혁의 대상이 되고 있다. MB정부 들어 중앙회에서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분리해 각각 지주회사화하는 방향으로 개편되었지만, 이것이 본질적인 개혁이라고 생각하는 이는 많지 않다. 많은 국가들이 그러하듯이 중앙회는 회원조합의 연합체로서 정책기능과 지도·교육기능에 충실해야 한다. 지역농협도 역시 마찬가지다. 신용사업 중심에서 벗어나서 경제사업을 통해 자립할 수 있도록 개혁돼야 한다. 협동조합이 본래의 기능을 회복해서 조합원을 위한 조합이 되도록 하려면 2015년 동시선거를 잘 치뤄야 한다. 

    자치·협동 위한 지속 준비 필요

    2014년 지방선거와 2015년의 조합장선거를 잘 치루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각 지역별로 뜻있는 지역리더들이 자기 지역의 자치현황을 진단하고 진정한 협동조합이 무엇이며, 그것을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를 연구하고 공부하는 학습조직이 필요하다. 이는 외부 강사를 초청해 강의 몇 번 듣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주민 스스로가  주체적인 학습조직을 만들고 지역의 문제를 고민하고, 선진사례를 배우는 것은 제대로 된 자치와 협동을 위한 출발이다. 따지고 보면 오늘날 지방자치와 협동조합이 ‘이렇게’ 된 것에는 지역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책임 또한 적지 않다. 스스로 지역의 주체로 나서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제, 이는 단기간에 달성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긴 호흡으로 준비하고 끈기 있게 지속해 나가야 한다.
    우리 모두, 제대로 된 자치와 협동사회의 실현을 위한 대장정에 나서야 할 시기이다. 지역주민이 주체가 되고 농협이 진정한 조합원의 조합이 될 수 있느냐 그렇지 못하느냐는 지금 우리의 의지에 달려 있다. ‘어리석은 사람은 과거에 집착하고, 현명한 사람은 미래를 준비한다’는 경구를 우리 모두 가슴에 새기자. 

    이 칼럼은 한국농어민신문 2013년4월1일자(제2517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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