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농업생산 진출의 비현실성 | 장상환 경상대 교수
- 작성일2020/03/05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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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농업생산 진출의 비현실성
| 장상환 경상대 교수
동부팜한농이 화성간척지의 유리온실 사업을 포기한 뒤 대기업의 농업생산 진출 문제가 농정의 핵심 논란 가운데 하나로 떠올랐다. 윤명희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1일 재벌 대기업의 농어업 진출을 규제하기 위해 농어업생산자단체가 아닌 자는 농어업회사법인 총출자액의 49% 범위 내에서만 출자할 수 있도록 제한하는 ‘농어업 경영체 육성 및 지원에 관한 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농협경제연구소도 2일 대기업의 사육부문 참여를 제한하는 축산법 제27조를 부활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그러나 정부는 아직도 이명박 정부의 대기업 농업진출 촉진정책을 전환하는데 주저하고 있다.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지난 1일 기자간담회에서 동부그룹의 농업 진출 포기에 대해 아쉬워하면서 “가족농업주의가 지켜지는 범위 내에서 비농업분야의 경영기술이나 자본을 받아들여 농업의 효용을 높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규모의 경제’ 논리 작용 한계
농외 자본의 농축산업 생산 진출을 주장하는 정부의 정책과 재벌 대기업의 요구는 ‘규모의 경제’ 논리를 바탕에 깔고 있다. ‘효율적인 농업생산, 수출농산물 증산을 위해서 경영규모를 늘려야 하는데 농가로서는 한계가 있다. 대규모 투자를 감당할 수 있는 농외자본이 농업으로 들어와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과연 그러한가.
농업에서는 규모의 경제가 작용하는데 한계가 있다. 미국 미네소타대학 윌리엄 피터슨 교수의 1997년 분석에 의하면 미국에서 정부가 농가간 규모의 경제를 측정하는 데서 투입물과 산출물을 정확하게 평가하지 않는 문제가 있다. 첫째, 농가 주택을 자산에 포함시키는데 이것은 소규모 농가의 생산적 자산을 과대평가하고 결국 자산에 대한 생산의 효율을 저평가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둘째, 규모가 큰 농가의 단위면적당 생산은 소규모 농가보다 큰데, 이것은 옥수수 생산의 경우 대규모 농가의 농지가 더 비옥하기 때문일 수 있다. 셋째, 소규모 농가에게 많은 농외 취업은 농업경영 노력을 덜하게 하는데 이것이 낮은 면적당 수확량에 기여하지만 농가의 소득 증가에 기여한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해 장기 평균총비용을 추정한 결과 소규모 가족농과 파트타임 농가도 대규모 상업농장에 못지않게 효율적이었다.
자연 의존…생산 통제 어려워
농업 생산은 공업과 달리 자본이 직접 뛰어드는데 여러 장애가 있다. 첫째, 농업은 자연적 생물학적 과정에 많이 의존한다. 생산과정을 통제하거나 가속시키는 데 물리적 한계가 있다. 노동시간과 생산시간이 일치하지 않아서 자본의 활용도가 낮고 따라서 이윤율이 낮다. 여기에다가 가뭄과 홍수, 장마, 냉해, 병충해 등 기후와 생태에 따른 위험 부담이 크다. 둘째, 농산물은 먹거리로서 소비량이 한정되고 식품소비 취향은 문화적 다양성도 포함한다. 따라서 독점 생산에 의한 초과이윤을 확보하기가 어렵다. 셋째, 공업의 경우 토지는 부지 제공에 그치지만 농업생산에서는 토지가 절대적으로 중요한 생산수단이다. 토지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구입하거나 지대를 지불해야 하는데 이에 따른 부담이 크다. 논 한 마지기에 1000만원이나 하는데 쌀을 재배해 30만원 정도의 소득만 올릴 수 있다면 누가 쌀 농사를 하겠는가.
이러한 농업생산의 특수성 때문에 농업에서 기술혁신은 집약화·가치이전·고부가가치화의 형태를 띤다. 비료·다수확품종·제초제·살충제·성장촉진제 등을 사용해 생물학적 과정을 가속시키고 생산과정의 위험을 감소시키려 한다. 이 과정에서 자본은 농업생산을 둘러싼 전후방산업, 즉 농자재 생산, 농산물 가공, 농산물 마케팅 분야에서 독점적 지배력으로 농민과 소비자의 부담으로 높은 이윤을 올리려 한다.
동부팜 유리온실 경제성 결여
동부팜한농은 이러한 농업생산의 특수성을 무시하고 정부 특혜에 현혹돼 간척지 유리온실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본업인 농자재 사업에 지장이 생기자 포기하고 말았다. 동부팜한농이 건립한 유리온실은 설치비용 380억을 모두 부담하고서는 사업의 경제성이 없다. 동부팜한농은 경영판단의 잘못으로 인한 손실의 상당 부분을 감수하고 농업 생산법인에 매각해 사업을 정리해야 할 것이다.
이 칼럼은 한국농어민신문 2013년4월18일자 (제2522호)에 실린 글입니다.
| 장상환 경상대 교수
동부팜한농이 화성간척지의 유리온실 사업을 포기한 뒤 대기업의 농업생산 진출 문제가 농정의 핵심 논란 가운데 하나로 떠올랐다. 윤명희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1일 재벌 대기업의 농어업 진출을 규제하기 위해 농어업생산자단체가 아닌 자는 농어업회사법인 총출자액의 49% 범위 내에서만 출자할 수 있도록 제한하는 ‘농어업 경영체 육성 및 지원에 관한 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농협경제연구소도 2일 대기업의 사육부문 참여를 제한하는 축산법 제27조를 부활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그러나 정부는 아직도 이명박 정부의 대기업 농업진출 촉진정책을 전환하는데 주저하고 있다.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지난 1일 기자간담회에서 동부그룹의 농업 진출 포기에 대해 아쉬워하면서 “가족농업주의가 지켜지는 범위 내에서 비농업분야의 경영기술이나 자본을 받아들여 농업의 효용을 높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규모의 경제’ 논리 작용 한계
농외 자본의 농축산업 생산 진출을 주장하는 정부의 정책과 재벌 대기업의 요구는 ‘규모의 경제’ 논리를 바탕에 깔고 있다. ‘효율적인 농업생산, 수출농산물 증산을 위해서 경영규모를 늘려야 하는데 농가로서는 한계가 있다. 대규모 투자를 감당할 수 있는 농외자본이 농업으로 들어와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과연 그러한가.
농업에서는 규모의 경제가 작용하는데 한계가 있다. 미국 미네소타대학 윌리엄 피터슨 교수의 1997년 분석에 의하면 미국에서 정부가 농가간 규모의 경제를 측정하는 데서 투입물과 산출물을 정확하게 평가하지 않는 문제가 있다. 첫째, 농가 주택을 자산에 포함시키는데 이것은 소규모 농가의 생산적 자산을 과대평가하고 결국 자산에 대한 생산의 효율을 저평가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둘째, 규모가 큰 농가의 단위면적당 생산은 소규모 농가보다 큰데, 이것은 옥수수 생산의 경우 대규모 농가의 농지가 더 비옥하기 때문일 수 있다. 셋째, 소규모 농가에게 많은 농외 취업은 농업경영 노력을 덜하게 하는데 이것이 낮은 면적당 수확량에 기여하지만 농가의 소득 증가에 기여한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해 장기 평균총비용을 추정한 결과 소규모 가족농과 파트타임 농가도 대규모 상업농장에 못지않게 효율적이었다.
자연 의존…생산 통제 어려워
농업 생산은 공업과 달리 자본이 직접 뛰어드는데 여러 장애가 있다. 첫째, 농업은 자연적 생물학적 과정에 많이 의존한다. 생산과정을 통제하거나 가속시키는 데 물리적 한계가 있다. 노동시간과 생산시간이 일치하지 않아서 자본의 활용도가 낮고 따라서 이윤율이 낮다. 여기에다가 가뭄과 홍수, 장마, 냉해, 병충해 등 기후와 생태에 따른 위험 부담이 크다. 둘째, 농산물은 먹거리로서 소비량이 한정되고 식품소비 취향은 문화적 다양성도 포함한다. 따라서 독점 생산에 의한 초과이윤을 확보하기가 어렵다. 셋째, 공업의 경우 토지는 부지 제공에 그치지만 농업생산에서는 토지가 절대적으로 중요한 생산수단이다. 토지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구입하거나 지대를 지불해야 하는데 이에 따른 부담이 크다. 논 한 마지기에 1000만원이나 하는데 쌀을 재배해 30만원 정도의 소득만 올릴 수 있다면 누가 쌀 농사를 하겠는가.
이러한 농업생산의 특수성 때문에 농업에서 기술혁신은 집약화·가치이전·고부가가치화의 형태를 띤다. 비료·다수확품종·제초제·살충제·성장촉진제 등을 사용해 생물학적 과정을 가속시키고 생산과정의 위험을 감소시키려 한다. 이 과정에서 자본은 농업생산을 둘러싼 전후방산업, 즉 농자재 생산, 농산물 가공, 농산물 마케팅 분야에서 독점적 지배력으로 농민과 소비자의 부담으로 높은 이윤을 올리려 한다.
동부팜 유리온실 경제성 결여
동부팜한농은 이러한 농업생산의 특수성을 무시하고 정부 특혜에 현혹돼 간척지 유리온실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본업인 농자재 사업에 지장이 생기자 포기하고 말았다. 동부팜한농이 건립한 유리온실은 설치비용 380억을 모두 부담하고서는 사업의 경제성이 없다. 동부팜한농은 경영판단의 잘못으로 인한 손실의 상당 부분을 감수하고 농업 생산법인에 매각해 사업을 정리해야 할 것이다.
이 칼럼은 한국농어민신문 2013년4월18일자 (제2522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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