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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칼럼

    식물공장은 농업인 아니다 | 전희식 전국귀농운동본부 공동대표 
    • 작성일2020/03/05 15:34
    • 조회 475
    식물공장은 농업인 아니다
    | 전희식 전국귀농운동본부 공동대표 


    수직농장, 때로는 빌딩농업이라고도 불리는 식물공장은 몇 년 전부터 줄기차게 칭송받아 왔다. 식물공장이야말로 먹을거리 문제를 해결하는 신기술이고 미래농업이라는 것이다. 

    소중한 농업 가치 거세된 ‘공업’

    기후와 계절에 관계없이 계획적으로 농산물을 생산해 낸다든가, 생산공간을 엄격하게 통제하여 바이러스 등을 원천봉쇄해서 무 농약 재배가 가능하다든가, 수급조절이 원활해서 농산물 값의 급락을 피할 수 있다는 등의 이유다. 그래서 이명박 정부는 물론이고 박근혜 정부 들어서도 식물공장에 대한 지원은 계속 늘어나는 추세이다.
    우리가 분명히 해야 할 것이 있는데 식물공장은 결코 농업이 아니고 공업이다. 농업의 소중한 가치가 거세된, 말 그대로 공장에 불과하다. 농업이 문제인데 농식품부 재정을 공업에 쏟아 붇는다는 것은 가난뱅이 밥그릇으로 부자 배 채우는 식이요 언 발에 오줌 누는 꼴이다. 왜 그런지 살펴보자.
    본보 제2525호에서도 지적되었듯이 비닐하우스와 같은 시설재배와 비교했을 때 14배나 높은 생산원가 부담이라든가 지구 온실가스를 엄청나게 발생시키는 반환경적 시설이라는 것도 문제려니와 더 심각한 것은 다른 데 있다.
    오늘날 농업의 위기, 식량의 위기는 범지구적 기후변화(온난화)와 중화학전자석유 공장이 된 농장에 있다. 그런데 식물공장은 이런 현상을 더욱 조장한다. 지구 온난화를 가속시키며 농장에 투입되는 중화학전자석유 공업 비중을 강화한다.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격이요 언 발에 오줌 누는 식이라는 지적을 받는 이유다. 
    두 번째는 농업의 다원적 가치를 전면 부정한다는 점이다. 모든 나라들이 농산물의 가격지지정책과 농민소득보장책을 두는 것은 농업의 다원적 가치 때문이다. 토양유실을 막고 홍수나 가뭄피해를 줄이며 정서적, 문화적 순기능에 대한 이해를 바탕에 두고 있다. 그러나 식물공장은 정 반대다. 환경보존 기능은커녕 식물공장에 투입된 양액은 오염물질이 되어 밖으로 나온다. 주로 소비처가 밀집 된 도시지역에 건립될 텐데 교통문제, 주택문제에 대한 역기능을 낳을 것이다. 

    농식품부 예산, 산자부 투입 웬말

    가난뱅이 밥그릇으로 부자 배 채운다는 비유를 살펴보자. 
    식물공장의 내부 시설과 운영을 가만히 머릿속으로 그려보면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지난 3월 준공된 충청북도 농업기술원의 130평 남짓 되는 식물공장은 12억 5천만 원이 들었다. 이 돈들이 다 어디로 흘러들어 갔겠는가? 대자본과 그 하청계열화 된 중화학전자석유 공업으로 흘러들어 갔다고 보면 된다. 무분별한 자유무역협정으로 농촌과 농민을 압박하여 자동차 통신 반도체 조선산업 배를 불리다 못해 식물공장이라는 그럴듯한 눈속임으로 농식품부 예산을 산업자원부에 투입하니 가난뱅이 밥그릇으로 부자 배 불린다는 말이 나올 법 하지 않은가? 유럽과 일본에서 이미 실패로 판정 난 식물공장을 부추기는 것은 자본의 음모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유럽·일본의 실패판정 되새겨야

    사실 우리 농업의 고질화된 문제를 해결하기는 쉽지가 않다. 농지소유문제, 농가소득, 농촌노령화, 식량 자급율 등 어느 것 하나 쉬운 게 없다. 생태정권, 생명평화정권이 들어서지 않고서는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식으로 해서 풀릴 일이 아니다.
    장기적으로 제철 재배, 노지 재배, 토종 재배, 소규모 가족농 지원으로 농업 인구를 늘이는 정책이 필요하다. 아울러, 음식물 쓰레기가 양산되는 현재의 체제를 개선해서 식품의 유실을 막고 지역먹거리 순환체제를 튼튼히 하는 것이 식물공장보다 백 배 중요하다. 

    이 칼럼은 한국농어민신문 2013년 5월 9일자 (제2527호)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