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 허승욱 단국대 교수
- 작성일2020/03/05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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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 허승욱 단국대 교수
올해 농림축산식품부 소관 예산과 기금의 총지출 규모는 15조4118억 원 규모다. 작년 예산과 대비해 35억 원이나 되는 엄청난 증액(?)이 있었다. 한없이 쪼그라드는 농업예산을 탓해본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다만, 모든 정책은 예산과 제도의 문제로 귀결되기 때문에 우리의 농업예산을 10원짜리 하나 허투루 쓰지 않는 살림꾼의 자세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지자체 농수산예산 국비 비중 커
그런데 현재의 예산구조와 집행방식은 빠르게 발전하는 지방자치제도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고, 전체의 한 부분으로서 지방의 발전에도 큰 제약이 되고 있다. 구조적으로 말이다.
중앙 눈치보느라 자체사업 저조
충청남도의 2013년 농수산 예산을 예로 들어 살펴보자. 충남의 전체 농림수산 사업비는 1조1151억 원이며, 이 중 업무추진비, 유지관리비 등과 같은 경상경비를 제외한 사업비 규모는 대략 1조890억 원이다. 이 중 국비가 전체 예산의 42.5%, 시·군비는 26.6%, 자부담이나 융자가 18.7%이며, 도비 비중은 1322억 원으로 총사업비의 12.1% 수준이다. 얼핏 보아도 국비 비중이 커도 너무 크다. 때가 되면 지방자치단체장들은 정부청사를 제집 드나들 듯 해야 하고, 국비 확보가 도지사, 시장 군수들의 능력을 평가하는 잣대가 된지 오래다. 더 큰 문제는 사업비 확보를 위해서 너나없이 치열한 유치전쟁을 치러야 하고, 일단 확보하고 보자는 식의 무리한 사업추진은 개성 없는 성과주의와 전시행정을 양산한다. 구조적으로 말이다.
충남도가 쓰고 있는 농수산 예산 중 도비 1322억 원의 쓰임새는 어떤가.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다. 어쨌거나 도비의 37.6%인 496억 원은 이런 저런 국비사업에 붙고, 시·군비에는 57.8%인 764억 원이 붙는다. 그러다보니 도 자체적으로 하는 사업은 61억 원 규모로 전체 사업비의 4.6%에 불과하다. 맏형한테 사정사정해서 막내동생 잘 챙겨주는 구조니 지방에서 하고자하는 사업보다는 중앙정부에서 하고자하는 사업에 치중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필요 없는 사업은 안 받아도 된다지만, 행여나 괘씸죄로 눈 밖에 나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방농정의 맏형이다. 맏형이 해야 할 일은 제대로 하고 있나? 충남도민들이 받고 있는 직불금은 쌀소득 직불금, 밭농업 직불금, 친환경농업 직불금, 조건불리지역 직불금, 경관보전 직불금, 벼 재배농가 경영안정 직불금까지 6가지다. 물론 모두 받는 것은 아니다. 이 중 쌀소득, 밭농업, 친환경농업 직불금은 전액 국비로 지원된다. 쌀소득 직불금이 1106억 원으로 가장 많고, 그 뒤로 밭농업 직불금은 58억 원, 친환경농업 직불금은 39억원 규모다. 그리고 국비에 도비, 시·군비가 합쳐져서 지원되는 것이 조건불리지역 직불금과 경관보전 직불금으로 각각 12억원과 22억원이다. 문제는 100% 지방비인 도비와 시·군비만으로 충당되는 벼 재배농가 경영안정 직불금이다. 이 직불금은 충남 도민들이 발의해 만든 조례로 현재 시행되고 있다. 그 예산 규모는 286억 정도로 도가 30%인 86억 원, 15개 시·군에서 나머지 70%인 200억 원을 부담하고 있다. 충남도 전체 농업예산의 6.5%나 되니, 맏형의 일을 떠안고 있는 셈이다.
예산 구조적 문제 혁신 급선무
이런 구조적 문제를 혁신하지 않는 한 우리나라 농정은 끝도 없는 제자리걸음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고등학생이 다된 동생한테 초등학생 옷을 입힐 수는 없는 일이다. 중앙정부는 지방에서 하기 어려운 문제들을 큰 틀에서 묶어 우리의 농업·농촌·농업인들이 지속가능할 수 있도록 기반을 조성하는 일에 치중해야 한다.
대표적인 것이 직불제이다. 그리고 동생들이 할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과감한 양보가 필요하다. 지금은 그것이 맏형다운 모습이다. 지방이 살아야만 나라가 산다.
이 칼럼은 한국농어민신문 2013년 5월 13일자 (제2528호)에 실린 글입니다.
| 허승욱 단국대 교수
올해 농림축산식품부 소관 예산과 기금의 총지출 규모는 15조4118억 원 규모다. 작년 예산과 대비해 35억 원이나 되는 엄청난 증액(?)이 있었다. 한없이 쪼그라드는 농업예산을 탓해본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다만, 모든 정책은 예산과 제도의 문제로 귀결되기 때문에 우리의 농업예산을 10원짜리 하나 허투루 쓰지 않는 살림꾼의 자세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지자체 농수산예산 국비 비중 커
그런데 현재의 예산구조와 집행방식은 빠르게 발전하는 지방자치제도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고, 전체의 한 부분으로서 지방의 발전에도 큰 제약이 되고 있다. 구조적으로 말이다.
중앙 눈치보느라 자체사업 저조
충청남도의 2013년 농수산 예산을 예로 들어 살펴보자. 충남의 전체 농림수산 사업비는 1조1151억 원이며, 이 중 업무추진비, 유지관리비 등과 같은 경상경비를 제외한 사업비 규모는 대략 1조890억 원이다. 이 중 국비가 전체 예산의 42.5%, 시·군비는 26.6%, 자부담이나 융자가 18.7%이며, 도비 비중은 1322억 원으로 총사업비의 12.1% 수준이다. 얼핏 보아도 국비 비중이 커도 너무 크다. 때가 되면 지방자치단체장들은 정부청사를 제집 드나들 듯 해야 하고, 국비 확보가 도지사, 시장 군수들의 능력을 평가하는 잣대가 된지 오래다. 더 큰 문제는 사업비 확보를 위해서 너나없이 치열한 유치전쟁을 치러야 하고, 일단 확보하고 보자는 식의 무리한 사업추진은 개성 없는 성과주의와 전시행정을 양산한다. 구조적으로 말이다.
충남도가 쓰고 있는 농수산 예산 중 도비 1322억 원의 쓰임새는 어떤가.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다. 어쨌거나 도비의 37.6%인 496억 원은 이런 저런 국비사업에 붙고, 시·군비에는 57.8%인 764억 원이 붙는다. 그러다보니 도 자체적으로 하는 사업은 61억 원 규모로 전체 사업비의 4.6%에 불과하다. 맏형한테 사정사정해서 막내동생 잘 챙겨주는 구조니 지방에서 하고자하는 사업보다는 중앙정부에서 하고자하는 사업에 치중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필요 없는 사업은 안 받아도 된다지만, 행여나 괘씸죄로 눈 밖에 나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방농정의 맏형이다. 맏형이 해야 할 일은 제대로 하고 있나? 충남도민들이 받고 있는 직불금은 쌀소득 직불금, 밭농업 직불금, 친환경농업 직불금, 조건불리지역 직불금, 경관보전 직불금, 벼 재배농가 경영안정 직불금까지 6가지다. 물론 모두 받는 것은 아니다. 이 중 쌀소득, 밭농업, 친환경농업 직불금은 전액 국비로 지원된다. 쌀소득 직불금이 1106억 원으로 가장 많고, 그 뒤로 밭농업 직불금은 58억 원, 친환경농업 직불금은 39억원 규모다. 그리고 국비에 도비, 시·군비가 합쳐져서 지원되는 것이 조건불리지역 직불금과 경관보전 직불금으로 각각 12억원과 22억원이다. 문제는 100% 지방비인 도비와 시·군비만으로 충당되는 벼 재배농가 경영안정 직불금이다. 이 직불금은 충남 도민들이 발의해 만든 조례로 현재 시행되고 있다. 그 예산 규모는 286억 정도로 도가 30%인 86억 원, 15개 시·군에서 나머지 70%인 200억 원을 부담하고 있다. 충남도 전체 농업예산의 6.5%나 되니, 맏형의 일을 떠안고 있는 셈이다.
예산 구조적 문제 혁신 급선무
이런 구조적 문제를 혁신하지 않는 한 우리나라 농정은 끝도 없는 제자리걸음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고등학생이 다된 동생한테 초등학생 옷을 입힐 수는 없는 일이다. 중앙정부는 지방에서 하기 어려운 문제들을 큰 틀에서 묶어 우리의 농업·농촌·농업인들이 지속가능할 수 있도록 기반을 조성하는 일에 치중해야 한다.
대표적인 것이 직불제이다. 그리고 동생들이 할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과감한 양보가 필요하다. 지금은 그것이 맏형다운 모습이다. 지방이 살아야만 나라가 산다.
이 칼럼은 한국농어민신문 2013년 5월 13일자 (제2528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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