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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칼럼

    나프타 시행 20년, 멕시코 농업은 | 장상환 경상대 교수 
    • 작성일2020/03/05 15:37
    • 조회 468
    나프타 시행 20년, 멕시코 농업은
    | 장상환 경상대 교수 


    1994년에 나프타(NAFTA)가 시행된지 20년이 됐다. 나프타는 농산물의 경우도 예외 없이 관세를 2008년까지 폐지하기로 했다. 그러나 세계무역기구 체제 하에서 명목만 직접지불로 바꿔 엄청난 규모의 농업 보조금을 지급하는 미국과 빈약했던 농업보조금마저 줄인 멕시코 간의 불평등한 무역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그 후 20년이 지난 현재 상황은 어떻게 됐을까.

    농산물도 예외없이 관세 철폐

    NAFTA 체결 이후 미국에서 멕시코로 곡물과 축산물 수입이 증가하고, 멕시코에서 미국으로는 과일과 채소 수출이 증가했다. 미국에서 멕시코로 수출되는 농축산물은 1991~1993년 평균 35억달러에서 2008~2010년 평균 143억달러로 네 배 이상 증가했다. 옥수수 수입은 체결 이전 10년에 비해 4배나 증가해 2008년에는 멕시코 옥수수 생산의 40%에 달했다. 같은 기간 멕시코에서 미국으로의 수출은 평균 25억달러에서 평균 120억달러로 증가했다. 나프타 이전 1990~1992에 비해 2006~2008년 멕시코의 식량 수입의존도는 올라갔다. 옥수수는 7%에서 34%로, 밀은 18%에서 56%로, 쌀은 60%에서 75%로, 돼지고기는 4%에서 31%로 각각 높아졌다. 2007년 현재 멕시코의 식량자급도는 57%, 곡물자급도는 88%다.

    값싼 미국산 잠식…농업 위축

    덤핑가격으로 싼 옥수수 수입이 증가하면서 멕시코 옥수수 가격은 66%나 하락했고, 농가 호수의 40%를 차지하는 멕시코 옥수수 농가는 큰 타격을 입었다. 한 연구에 따르면 1997~2005년에 19%(옥수수), 34%(밀)에 이르는 미국 농산물 수입 덤핑마진으로 인해 멕시코 농민들은 옥수수, 콩, 밀, 면화, 쌀 등 다섯 작목에서 97억달러,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등에서 32억달러, 합계 128억달러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
    싼 미국 농산물 수입증가의 영향으로 농업소득은 위축됐다. 농촌가구 소득 중 농업 분야에서 발생하는 소득 비중은 1992년 37.7%에서 2004년 17.3%로 급감했다. 특히 농업 임노동소득과 비농업 임노동소득, 해외송금을 합친 노동소득의 비중은 1992년 33.8%에서 2004년 48.5%로 높아졌다. 이른바 ‘노동의 계급’이 대량 발생한 것이다.
    농업부문 고용은 1990년대 초 810만명에서 2008년에 580만명으로 감소했다. 제조업 등에서 일자리가 제대로 제공되지 않은 탓에 1990대에 연간 평균 47만명이 미국으로 이주했다. 이들 중 상당수는 미국 농업에 저임금 계절노동자로 일하며 미국 농산물 수출 확대에 기여한다. 미국 농산물생산비의 17%를 고용노동임금이 차지하는데 고용노동자의 약 절반이 미등록 이주노동자이고 이 중 다수가 멕시코인이다. 멕시코 내에서 도시로 이주해도 제대로 된 일자리를 얻기 어렵다. 전체고용 중 비공식 고용의 비중은 1992의 52%에서 2004년에 57%로 증가했다. 멕시코에서 마약 관련 마피아가 번창하는 배경에는 대량 실업과 불안정 취업자 문제가 있다.
    한편 싼 미국 농축산물의 수입 증가와 함께 멕시코 농업 관련 산업에 대한 미국 농식품 자본의 직접투자가 증가하면서 멕시코 식품가공과 유통 분야도 월마트 등 미국자본의 지배에 들어갔다. 그 결과 토르티야 가격이 2006년부터 2008년까지 100% 이상 올라 토르티야 위기가 발생했다. 옥수수 유통, 가공분야를 카길, 몬산토, 마세카, 민사 등 다국적 농식품 자본이 장악했고 이들은 매점매석을 일삼았다. 카길은 2007년 봄부터 여름 옥수수 수확기에 톤당 1600페소에서 2400페소에 대량 구입해 저장하고 가격 급등을 유도한 후 토르티야 제조 공장에 3900페소에 판매하기도 했다. 여기에다 다국적 농식품 기업들은 토르티야 재료인 옥수수 전분을 독점적으로 공급했다. 
    또한 멕시코에 미국식 식품공급체제가 구축되고 섭취 칼로리와 가공식품, 패스트푸드 섭취가 늘어나면서 비만 문제가 심각해졌다. 멕시코는 현재 성인의 40%가 과체중이고, 비만은 30%에 달하여 미국 다음으로 비만인구 비중이 높다.

    ‘한·미 FTA’ 반면교사 삼아야

    경제수준이 불평등한 국가간의 농산물 무역자유화를 밀어붙인 나프타는 멕시코 농민들에게 재앙적 결과를 가져다 줬다. 멕시코 주요 야당과 많은 멕시코인들이 주장하는 대로 재협상을 통해 나프타에서 농산물 무역자유화 내용을 빼거나 대폭 개정해 멕시코 정부, 농민, 시민들의 식량주권을 보장해야 한다. 멕시코의 경험은 한·미 FTA의 미래를 가늠하는데 교훈이 돼야 할 것이다. 
     
    이 칼럼은 한국농어민신문 2013년 5월 20일자 (제2530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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