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와 대학원생 | 장상환 경상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 작성일2020/03/05 15:43
- 조회 462
창조경제와 대학원생
| 장상환 경상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창조경제 개념의 애매모호함을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창조경제는 혁신경제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기존 기술을 흡수하여 발전시키는 추격형 기술진보를 넘어서 프론티어형 기술혁신을 해나가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한국은 그동안 선진국에서 확립된 기술을 흡수하여 추격하였고, 선택과 집중적 투자를 통해 이를 제품화, 수익화하는 데 성공했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전자공업 기업, 중화학공업 기업의 성공에는 카이스트 등 정부가 육성한 과학기술 인력이 큰 기여를 했다. 국내에서 부족한 첨단 과학기술은 외국의 지적재산권과 인력을 도입하여 해결했다. 그러나 이제 한계에 도달했다. 중국이 이미 대규모의 투자로 한국의 모델을 급속히 따라오고 있다. 중요한 기초 과학기술은 선진국에서 구입하기도 어렵다. 한국 스스로 과학기술을 발전시킬 수밖에 없다.
창조경제, 혁신경제의 바탕이 되는 것은 모험투자 재원과 우수한 과학기술인력이다. 과학기술혁신이 왕성한 미국 등에서는 민간 모험투자 자금이 풍부하게 조성되어 있다. 후발 선진국에서는 정부나 정부가 설립을 주도한 금융기관에서 소요 재원을 제공해줬다. 과학인력 측면에서 영국에 뒤쳐진 상태로 산업혁명을 수행한 독일이 19세기 말 전기, 화학공업 등에서 영국을 추월할 수 있었던 이유는 정부가 연구소, 대학 등을 설립하여 과학기술인력을 양성하고 과학연구를 촉진했기 때문이다.
민간 모험투자든 정부주도 투자든 혁신 지원투자가 늘어나려면 성공한 투자에서 얻는 수익으로 실패에서 오는 손실을 메울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재벌대기업 중심 체제 하에서는 새로운 창업기업들이 성공하기 어렵다. ‘갑’인 재벌대기업의 ‘을’인 중소기업에 대한 기술 탈취 때문이다. 따라서 혁신경제를 위해서는 재벌총수 전횡체제 개혁과 공정거래 질서 확립 등 경제민주화가 전제조건이다. 최근 박근혜 정부가 경제성장과 대기업 투자 부진을 우려해 경제민주화를 미루는 것은 혁신경제를 위협한다.
또한 혁신적 창업과 투자를 저해하는 것은 사회보장의 결여다. 사회보장이 취약하면 사람들은 창업을 두려워한다. 실패할 경우 그야말로 가족 전체가 길거리에 나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유럽 복지국가들에서는 의료, 교육, 주거 등에서 두터운 사회보장체제가 갖춰져 있기 때문에 창업하여 실패해도 생존의 위협을 받지는 않는다. 따라서 기술혁신을 도모하는 창업이 상대적으로 더 활발해지게 된다. 혁신경제를 위해서도 그동안 미루어온 복지국가 확립을 재촉해야 할 것이다.
혁신경제의 근본적 바탕은 우수한 과학기술 인력의 육성과 활용이다. 대학원생들에게 강의조교, 연구조교 등으로 안정된 일자리를 마련해주는 것이야말로 창조경제, 즉 혁신경제의 가장 기초적인 밑바탕이다. 그동안 1999-2005년의 1단계, 2006-2012년의 2단계에 걸쳐BK21 사업으로 대학원생들의 장학금이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이공계 기피와 법학전문대학원, 의학전문대학원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BK21사업으로 장학금을 지원받는 대학원생들의 숫자가 적고 일부 상위권 대학에만 편중되어 있으며, 장학금 액수가 등록금과 생활비를 충당하는데 부족했기 때문이다. 또한 박사학위를 받고 취업하는 처음 일자리가 비정규직인 프로젝트 단위의 단기계약직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국책 연구기관들조차 석박사급 인력의 비정규직 고용을 주도하고 있으니 민간연구기관은 더 말할 것도 없다. 민간연구소나 대학에서 혁신적 발명을 한 인력에 대한 보상도 취약하다.
우수한 과학기술인력의 육성과 고용안정, 정규직 고용 확대와 적정 임금 보장이 창조경제, 혁신경제 성공의 핵심 열쇠다. 대학원생은 교수들의 일을 돕기만 하는 노예(?)나 소모품이 아니다. 앞으로 대학이나 민간기업에서 동료 연구자로서 창조경제를 주도해나갈 귀중한 인력이다. 로스쿨, 메디컬 스쿨의 인기가 시들해지고 해외 유학열이 약해지며, 우수한 국내 대학원생을 확보한다면 창조경제는 성공할 수 있다. 지금 사업을 신청하여 심사가 진행 중인 BK21 플러스 사업의 경우도 재원을 더 투입하여 더 많은 대학에 더 많은 대학원생을 확보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 칼럼은 미디어오늘 2013년 7월10일자에 실린 글입니다.
| 장상환 경상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창조경제 개념의 애매모호함을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창조경제는 혁신경제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기존 기술을 흡수하여 발전시키는 추격형 기술진보를 넘어서 프론티어형 기술혁신을 해나가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한국은 그동안 선진국에서 확립된 기술을 흡수하여 추격하였고, 선택과 집중적 투자를 통해 이를 제품화, 수익화하는 데 성공했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전자공업 기업, 중화학공업 기업의 성공에는 카이스트 등 정부가 육성한 과학기술 인력이 큰 기여를 했다. 국내에서 부족한 첨단 과학기술은 외국의 지적재산권과 인력을 도입하여 해결했다. 그러나 이제 한계에 도달했다. 중국이 이미 대규모의 투자로 한국의 모델을 급속히 따라오고 있다. 중요한 기초 과학기술은 선진국에서 구입하기도 어렵다. 한국 스스로 과학기술을 발전시킬 수밖에 없다.
창조경제, 혁신경제의 바탕이 되는 것은 모험투자 재원과 우수한 과학기술인력이다. 과학기술혁신이 왕성한 미국 등에서는 민간 모험투자 자금이 풍부하게 조성되어 있다. 후발 선진국에서는 정부나 정부가 설립을 주도한 금융기관에서 소요 재원을 제공해줬다. 과학인력 측면에서 영국에 뒤쳐진 상태로 산업혁명을 수행한 독일이 19세기 말 전기, 화학공업 등에서 영국을 추월할 수 있었던 이유는 정부가 연구소, 대학 등을 설립하여 과학기술인력을 양성하고 과학연구를 촉진했기 때문이다.
민간 모험투자든 정부주도 투자든 혁신 지원투자가 늘어나려면 성공한 투자에서 얻는 수익으로 실패에서 오는 손실을 메울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재벌대기업 중심 체제 하에서는 새로운 창업기업들이 성공하기 어렵다. ‘갑’인 재벌대기업의 ‘을’인 중소기업에 대한 기술 탈취 때문이다. 따라서 혁신경제를 위해서는 재벌총수 전횡체제 개혁과 공정거래 질서 확립 등 경제민주화가 전제조건이다. 최근 박근혜 정부가 경제성장과 대기업 투자 부진을 우려해 경제민주화를 미루는 것은 혁신경제를 위협한다.
또한 혁신적 창업과 투자를 저해하는 것은 사회보장의 결여다. 사회보장이 취약하면 사람들은 창업을 두려워한다. 실패할 경우 그야말로 가족 전체가 길거리에 나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유럽 복지국가들에서는 의료, 교육, 주거 등에서 두터운 사회보장체제가 갖춰져 있기 때문에 창업하여 실패해도 생존의 위협을 받지는 않는다. 따라서 기술혁신을 도모하는 창업이 상대적으로 더 활발해지게 된다. 혁신경제를 위해서도 그동안 미루어온 복지국가 확립을 재촉해야 할 것이다.
혁신경제의 근본적 바탕은 우수한 과학기술 인력의 육성과 활용이다. 대학원생들에게 강의조교, 연구조교 등으로 안정된 일자리를 마련해주는 것이야말로 창조경제, 즉 혁신경제의 가장 기초적인 밑바탕이다. 그동안 1999-2005년의 1단계, 2006-2012년의 2단계에 걸쳐BK21 사업으로 대학원생들의 장학금이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이공계 기피와 법학전문대학원, 의학전문대학원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BK21사업으로 장학금을 지원받는 대학원생들의 숫자가 적고 일부 상위권 대학에만 편중되어 있으며, 장학금 액수가 등록금과 생활비를 충당하는데 부족했기 때문이다. 또한 박사학위를 받고 취업하는 처음 일자리가 비정규직인 프로젝트 단위의 단기계약직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국책 연구기관들조차 석박사급 인력의 비정규직 고용을 주도하고 있으니 민간연구기관은 더 말할 것도 없다. 민간연구소나 대학에서 혁신적 발명을 한 인력에 대한 보상도 취약하다.
우수한 과학기술인력의 육성과 고용안정, 정규직 고용 확대와 적정 임금 보장이 창조경제, 혁신경제 성공의 핵심 열쇠다. 대학원생은 교수들의 일을 돕기만 하는 노예(?)나 소모품이 아니다. 앞으로 대학이나 민간기업에서 동료 연구자로서 창조경제를 주도해나갈 귀중한 인력이다. 로스쿨, 메디컬 스쿨의 인기가 시들해지고 해외 유학열이 약해지며, 우수한 국내 대학원생을 확보한다면 창조경제는 성공할 수 있다. 지금 사업을 신청하여 심사가 진행 중인 BK21 플러스 사업의 경우도 재원을 더 투입하여 더 많은 대학에 더 많은 대학원생을 확보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 칼럼은 미디어오늘 2013년 7월10일자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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