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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칼럼

    가족농 보호보다는 소농지원 정책이 필요 | 김태연 단국대 환경자원경제학과 교수 
    • 작성일2020/03/05 15:55
    • 조회 440
    가족농 보호보다는 소농지원 정책이 필요
    | 김태연 단국대 환경자원경제학과 교수 


    최근 한 대기업 계열사의 농업생산참여를 두고 농민단체의 격렬한 반대와 불매운동이 일어난 적이 있다. 해당 기업의 농업생산 참여 철회로 그 사건은 현재 일단락되었지만 아직 기업의 농업참여에 대한 우려의 시각은 여전히 남아있는 상황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기업농과 가족농에 관한 농업계의 다양한 논의가 진행되었고, 우리나라 농업의 중심인 가족농을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과 농업경쟁력의 강화를 위해서는 기업농의 육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되기도 하였다.

    이를 지켜보면서 필자에게는 과연 농민이 생각하는 가족농 체제는 어떤 농업형태를 의미할까라는 의문과 기업농은 도대체 어떤 농업경영주체를 지칭할까라는 의문이 생겼다. 학문적인 정의를 살펴보면 가족농(Family farm)은 소위 ‘자급적 소농(Peasant farm)’을 의미하는 것으로 생산물의 대부분을 자가 소비하는 형태를 의미한다. 따라서 이는 현재와 같이 판매를 목적으로 농산물을 생산하는 농가에게는 더 이상 적합한 용어가 아니다. 기업농(Enterprise farms)의 개념은 더 애매하다. 법인체 중에도 개인사업체, 영세기업부터 대기업까지 다양한 규모의 기업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들을 모두 기업농이라는 용어로 동일한 부류로 취급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 구분일까? 우리나라에서도 법적인 정의로는 가족농과 기업농의 개념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 실제로 1970년대 이후 가족기업(Family Enterprise)의 개념이 등장하면서 세계적인 학계의 논의에서는 더 이상 가족농과 기업농을 대립적 개념으로 구분하지 않는다.

    어떤 사람들은 ‘유럽에서는 가족농 체제를 보호하기 위한 법과 정책이 있지 않냐’고 반론을 제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최소한 EU 정책에서는 가족농 지원정책이 없다. EU 관료들이 이야기하는 가족농 보호의 중요성은 모두 정치적인 수사에 불과하고 실제 이들이 의미하는 것은 유럽의 모든 농가를 의미한다. 즉, 유럽의 모든 농가가 가족농인 셈이다. 따라서 EU에서 농가를 보호하기 위해 실시하는 정책은 가족농이 아니라 ‘소규모 농가’ 지원정책으로 실시된다. 정책적으로 구체적인 지원대상을 설정하는 것이다.

    우리에게도 이러한 전환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애매하게 가족농이라고 이야기하지 말고 구체적으로 어떤 수준의 소규모 또는 중규모 농가를, 왜 지원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천명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농민뿐만 아니라 국민에게도 우리 농정방향에 대한 명확한 메시지를 주어야 한다.
       
    * 이 글은 지역재단 소식지 <지역리더> 34호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