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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칼럼

    한우 수급문제의 본질 | 이병오 강원대 농업자원경제학과 교수 
    • 작성일2020/03/05 15:55
    • 조회 433
    한우 수급문제의 본질
    | 이병오 강원대 농업자원경제학과 교수 

    7년 전 문화관광부가 우리나라 100대 민족문화 상징물을 선정해 발표한 적이 있는데, 그 속에 한우와 불고기가 포함됐다. 동물로는 한우·진돗개·호랑이 단 3개였다. 이처럼 소중한 한우가 가격 불안정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외부에서 큰 파고가 몰려올 때, 중요한 것은 농가들이 안심하고 경영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주는 것이다. 그것은 일차적으로 가격안정이고, 이어서 소득안정이다. 그렇다면 한우시장에는 안전장치가 제대로 돼 있는가?

    어느 고을에 10년에 한번씩 큰 홍수가 났다. 홍수가 날 때마다 제방이 터져 집과 재산, 사람이 물에 떠내려갔다. 그러면 고을에서는 한양에 읍소해 돈을 얻어다가 제방·시설·주택을 복구하고 수재의연금을 걷어 수해를 당한 사람들을 돕는 데 사용했다. 사람들은 10년이 지나면 그 사실을 잊어버리고 똑같은 행동을 반복했다. 그런데 이웃 마을에서는 한번 홍수피해를 당한 후 바로 강 상류에 보를 막아 수해를 근절시켰다. 우리 한우수급 상황과 너무 흡사하지 않은가?

    한우파동은 1980년 이후 대략 3번 발생했다. 1983년 정점을 찍은 한우가격은 불과 3년 만인 1986년에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1995년 최고치를 기록한 가격은 3년 만인 1998년 61% 수준으로 급락했다. 2009년 정점이던 가격은 3년 만인 2012년에 또 61%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항상 사후 수급정책을 취했다. 사육마릿수가 늘어날 대로 늘어난 상태에서 수매에 돌입했다. 사육마릿수 자율감축이 효과를 거두지 못하자 암소도축 장려금을 지불하며 감축을 유도했다. 군부대 급식에 들어가던 수입쇠고기를 한우고기(초기에는 육우)로 대체했다. 예방적 수급정책의 성격을 갖고 상시 가동되는 시책은 송아지생산안정제 하나뿐이다.

    농가는 소값 회복이 더디자 한우수매를 더 해달라고 요구했고, 정부는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주저했다. 수매정책은 수요와 공급의 탄력성이 큰 쇠고기와 같은 품목에는 맞지 않다. 단가도 비싸거니와 정부 재정지출이 너무 크다. 그러다 보니 정부는 수매하다가 중단하고, 효과는 별로 거두지 못한 채 재정만 낭비한다. 그리고 비축됐던 쇠고기가 단기간에 시장에 나오므로 수급조절 효과도 적다.

    한우는 부족할 때보다 과잉일 때의 대응이 어렵다. 과잉이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적 차원에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정책수단을 확보해 수급 및 가격안정을 꾀해야 한다.

    우선 한우고기 가격의 안정대를 설정해 가격이 이 범위 내에 있도록 항상 관리한다. 일본의 육류 가격안정제도를 참고할 만하다. 현행 송아지생산안정제는 한우의 가격안정은 물론 번식경영 및 비육경영 안정과 대외 경쟁력 제고를 함께 추구할 수 있는 제도로 기능을 강화한다.

    또한 축산관측 기능을 강화한다. 쇠고기 수요량, 사육마릿수 및 가격 변동주기, 수입량을 종합적으로 점검해 수급을 전망하고 이를 정부나 농가, 관련단체에 제공한다면 한우가격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생산자단체는 자율적이지만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공급조절 계획과 목표를 설정해 축협이나 농가가 책임의식을 가지고 사육마릿수 감축에 임할 수 있도록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본 지침과 모의훈련이 필요하다. 이에 한우자조금 재원이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한우 거점지역에 공공육성목장을 조성, 우수한 밑소를 대량생산해 비육농가에 저렴하게 공급한다. 소값이 안정권을 벗어날 우려가 감지되면 육성목장이 주축이 돼 송아지를 수매 또는 방출하면 된다. 

    아무쪼록 이번에야말로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돼 한우가격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농가들이 안심하고 한우경영에 전념할 수 있게 되기를 기원한다.

    이 글은 2013년 8월 28일 농민신문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