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송전탑 건설과 농민 생존권 | 장상환 경상대 교수
- 작성일2020/03/05 16:02
- 조회 527
밀양 송전탑 건설과 농민 생존권
| 장상환 경상대 교수
지난 2일부터 밀양 송전탑 공사가 재개된지 보름이 지났지만 정부와 주민 간의 갈등은 깊어지고 있다. 한전과 산업통상자원부는 내년 6월까지 공사가 마무리돼야 여름철 전력대란을 막을 수 있다며 공사를 강행한다. 주민들은 반대시위를 계속하고 있다. 게다가 신고리원전 3호기의 제어케이블이 부품성능시험에서 불합격 판정을 받아 준공이 유예될 것으로 예상되자, 주민대책위의 4개 면 주민들은 17일 집회에서 공사를 중단하고 송전탑 피해지역 주민의 건강권, 재산권 문제 등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 기구를 구성하라고 요구했다.
송전탑 강행…내몰리는 주민들
유독 밀양에서 송전선 반대가 심한 이유는 송전선이 종래의 154kV가 아닌 765kV의 대용량이고 송전선로가 너무 마을 가까이 지나가기 때문이다. 전체 30개 마을 가운데 20개 마을이 500m 안팎에 송전선로가 지나가고 이로 피해 보는 집이 1400세대로 파악되고 있다. 주민들은 건강상의 피해 문제도 있지만 재산 피해가 크다고 본다. 건강을 위해서는 거기서 떠나야 하는데 집과 땅을 살 사람이 없으니 맨손으로 떠나야 하는 절박한 사정에 내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적·공정한 사업 추진 우선
농촌 지역에는 송전탑만이 아니라 주민의 건강과 재산상의 손해를 끼치는 시설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 작년부터 폐기물 해양투기가 전면 금지되면서 음식물폐기물자원화시설, 가축분뇨공동자원화시설 등이 속속 추진되고 있지만 대부분 주민들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히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나 사업시행자가 주민들에 대한 사업 설명회나 공청회 없이 용지를 가계약하는 등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한 시설로 인한 악취 발생, 운반 차량 통행으로 인한 교통 정체와 이에 따른 농지가격 하락 등 재산상의 피해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없기 때문이다.
밀양송전탑을 비롯한 전국의 송전설비를 둘러싼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민주적이고 공정한 사업 추진이 필요하다. 먼저 사업 타당성과 영향에 대해 주민들과 충분한 협의를 하고 전문가의 검증을 거쳐야 한다. 현재 송전설비 건설의 근거법률인 전원개발촉진법은 유신 말기에 농어촌 전기화사업을 신속하게 추진하기 위해 제정된 것으로 사업계획 수립부터 추진 과정, 보상 대책에 이르기까지 절차적 민주주의, 투명성, 객관적 검증절차가 부족하다. 민주주의 시대에는 맞지 않는 법률로서 전면 개정해야 한다. 미국이나 독일처럼 송전설비의 경제적·기술적 타당성을 객관적으로 검증하고 이해당사자간 합의를 도출해내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주민에 적절한 보상 이뤄져야
다음으로 주민들에게 적절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 정부는 ‘송변전 설비 주변시설 보상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급히 제정하고 밀양지역에 대해 185억원의 지역특수보상사업비를 책정해 그 중 40%인 74억원을 주민들에게 호당 400만원씩 직접 나눠주기로 했다. 그러나 주민들과의 협의를 거치지 않은 일방적인 조치였고, 주민들은 그것으로는 건강상, 재산상의 피해를 충분히 보상할 수 없다고 격렬하게 반발한다. 핵심 쟁점은 송전설비가 인체 건강과 동식물에 얼마나 유해한지인데 정부와 주민·전문가 사이에 이견이 매우 크다. 송전선로가 지나가고 있는 지역에 대한 주민건강 역학 조사와 외국의 사례연구 등을 바탕으로 양측이 동의하는 전문가들이 검증해야 할 것이다.
765kV 대용량 송전설비에 의한 건강상의 피해가 심각한 것으로 판명되면 주민들은 이주할 수밖에 없다. 이 경우에는 보상도 ‘전원개발촉진법’이 아니라 도로 건설 부지에 적용하는 ‘공공용지 취득에 관한 법률’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 주민의 땅을 헐값에 빌리는 것이 아니라 매입해주는 것이다. 이 경우에도 주민들이 인근지역에 같은 생활여건으로 재정착할 수 있도록 공시지가가 아니라 감정가에 근거해 보상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한전과 정부는 주민 보상비가 적게 소요되는 산간 선로로 옮기고 불가피한 지역에서는 지중화 방식을 추진하게 될 것이다. 도시 주민들의 값싼 전기사용 편의를 위해서 농촌 주민들에게 희생을 요구하는 것은 민주주의와 정의가 아니다. 도시민들은 전기요금을 올려서라도 송전설비 지역 피해 주민들에게 충분한 보상을 할 책임이 있다.
이 글은 2013년 10월21일 농어민신문에 실린 글입니다.
| 장상환 경상대 교수
지난 2일부터 밀양 송전탑 공사가 재개된지 보름이 지났지만 정부와 주민 간의 갈등은 깊어지고 있다. 한전과 산업통상자원부는 내년 6월까지 공사가 마무리돼야 여름철 전력대란을 막을 수 있다며 공사를 강행한다. 주민들은 반대시위를 계속하고 있다. 게다가 신고리원전 3호기의 제어케이블이 부품성능시험에서 불합격 판정을 받아 준공이 유예될 것으로 예상되자, 주민대책위의 4개 면 주민들은 17일 집회에서 공사를 중단하고 송전탑 피해지역 주민의 건강권, 재산권 문제 등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 기구를 구성하라고 요구했다.
송전탑 강행…내몰리는 주민들
유독 밀양에서 송전선 반대가 심한 이유는 송전선이 종래의 154kV가 아닌 765kV의 대용량이고 송전선로가 너무 마을 가까이 지나가기 때문이다. 전체 30개 마을 가운데 20개 마을이 500m 안팎에 송전선로가 지나가고 이로 피해 보는 집이 1400세대로 파악되고 있다. 주민들은 건강상의 피해 문제도 있지만 재산 피해가 크다고 본다. 건강을 위해서는 거기서 떠나야 하는데 집과 땅을 살 사람이 없으니 맨손으로 떠나야 하는 절박한 사정에 내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적·공정한 사업 추진 우선
농촌 지역에는 송전탑만이 아니라 주민의 건강과 재산상의 손해를 끼치는 시설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 작년부터 폐기물 해양투기가 전면 금지되면서 음식물폐기물자원화시설, 가축분뇨공동자원화시설 등이 속속 추진되고 있지만 대부분 주민들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히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나 사업시행자가 주민들에 대한 사업 설명회나 공청회 없이 용지를 가계약하는 등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한 시설로 인한 악취 발생, 운반 차량 통행으로 인한 교통 정체와 이에 따른 농지가격 하락 등 재산상의 피해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없기 때문이다.
밀양송전탑을 비롯한 전국의 송전설비를 둘러싼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민주적이고 공정한 사업 추진이 필요하다. 먼저 사업 타당성과 영향에 대해 주민들과 충분한 협의를 하고 전문가의 검증을 거쳐야 한다. 현재 송전설비 건설의 근거법률인 전원개발촉진법은 유신 말기에 농어촌 전기화사업을 신속하게 추진하기 위해 제정된 것으로 사업계획 수립부터 추진 과정, 보상 대책에 이르기까지 절차적 민주주의, 투명성, 객관적 검증절차가 부족하다. 민주주의 시대에는 맞지 않는 법률로서 전면 개정해야 한다. 미국이나 독일처럼 송전설비의 경제적·기술적 타당성을 객관적으로 검증하고 이해당사자간 합의를 도출해내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주민에 적절한 보상 이뤄져야
다음으로 주민들에게 적절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 정부는 ‘송변전 설비 주변시설 보상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급히 제정하고 밀양지역에 대해 185억원의 지역특수보상사업비를 책정해 그 중 40%인 74억원을 주민들에게 호당 400만원씩 직접 나눠주기로 했다. 그러나 주민들과의 협의를 거치지 않은 일방적인 조치였고, 주민들은 그것으로는 건강상, 재산상의 피해를 충분히 보상할 수 없다고 격렬하게 반발한다. 핵심 쟁점은 송전설비가 인체 건강과 동식물에 얼마나 유해한지인데 정부와 주민·전문가 사이에 이견이 매우 크다. 송전선로가 지나가고 있는 지역에 대한 주민건강 역학 조사와 외국의 사례연구 등을 바탕으로 양측이 동의하는 전문가들이 검증해야 할 것이다.
765kV 대용량 송전설비에 의한 건강상의 피해가 심각한 것으로 판명되면 주민들은 이주할 수밖에 없다. 이 경우에는 보상도 ‘전원개발촉진법’이 아니라 도로 건설 부지에 적용하는 ‘공공용지 취득에 관한 법률’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 주민의 땅을 헐값에 빌리는 것이 아니라 매입해주는 것이다. 이 경우에도 주민들이 인근지역에 같은 생활여건으로 재정착할 수 있도록 공시지가가 아니라 감정가에 근거해 보상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한전과 정부는 주민 보상비가 적게 소요되는 산간 선로로 옮기고 불가피한 지역에서는 지중화 방식을 추진하게 될 것이다. 도시 주민들의 값싼 전기사용 편의를 위해서 농촌 주민들에게 희생을 요구하는 것은 민주주의와 정의가 아니다. 도시민들은 전기요금을 올려서라도 송전설비 지역 피해 주민들에게 충분한 보상을 할 책임이 있다.
이 글은 2013년 10월21일 농어민신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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