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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칼럼

    농협은 누구를 위한 조직인가 | 윤석원 지역재단 자문위원, 중앙대 산업경제학과 교수
    • 작성일2020/03/04 18:14
    • 조회 410
    농협은 누구를 위한 조직인가
    윤석원 | 지역재단 자문위원, 중앙대 산업경제학과 교수


    최근 농림부가 국회에 보고한 농협중앙회 개혁 방안에 의하면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분리하는 신·경 분리는 시한을 10년, 12년, 15년 이후로 못 박는 안과 농협의 여건을 감안해 추후에 결정하는 안 등 두 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농협 구조 개혁 방향으로는 현재의 농협중앙회를 농협중앙회·경제사업연합회·신용사업연합회 등 3개의 별도 법인으로 분리하고 중앙회가 신용 및 경제사업 연합회에 각각 100% 출자하는 지주회사 방식이다. 지금의 농협중앙회가 두 개의 법인을 지배하는 구조다. 그리고 경제사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2015년까지 산지 농산물 60%와 소비지 농산물 15%를 유통시키는 판매 중심의 농협을 실현하고 이를 위해 매년 2000억~3000억원씩 10년간 13조원의 돈을 들여 소비지 유통업체를 확대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협동조합중앙회의 개혁안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 농업·농촌·농민에 기반을 둬야 할 농업협동조합이 과연 무엇을 하는 곳인지 본질적인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게 하고 있다. 

    먼저 신·경 분리 문제는 농협중앙회의 개혁 방향으로 이미 결론나 있는 사안이다. 다만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만 남아 있다. 그런데 10년이나 15년이 걸려야 한다니 이는 하지 말자는 얘기다. 더욱 실소를 자아내는 것은 여건을 감안해 추후에 다시 결정하자는 안도 제시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신·경 분리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리라. 분리된 신용사업연합회가 지금과는 달리 완전히 일반 금융기관으로 탈바꿈해 농업·농촌·농민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금융지주회사로 나가는 것은 어느 농민 조합원도 원치 않는다. 그렇다고 지금에 와서 신·경 분리를 근본적으로 하지 않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는 안을 내놓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신용사업을 분리하더라도, 예컨대 협동조합은행으로 전환한다든지 하여 그 특수성을 살려 갈 수 있기 때문이다. 

    협동조합 개혁의 또 하나의 핵심 과제는 농협중앙회 자체의 개혁으로서,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분리하고 난 뒤 비사업적 기능으로 전환해 지역조합 및 관련 연합회의 회비로 운영되는 진정한 의미의 중앙회가 돼야 한다. 교육·연구·지도·감독 등 중앙회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면 된다. 그러나 현재 농협중앙회는 지역조합의 단순한 연합체가 아니라 중앙회 자체가 주식회사 형태의 24개 자회사를 거느린 무소불위의 거대 기업집단이다. 이는 협동조합중앙회가 진정한 의미의 농민 조합이 아니라 농협중앙회 자체를 위한 조직과 다름없음을 방증하고 있다. 농협중앙회가 끊임없이 농민에게 공격당하고 신뢰를 못 얻는 근본적 요인이 여기에 있다. 기업이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협동조합은 영리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조합원의 이익 창출과 소득 안정화에 있다. 

    경제사업 활성화 안도 누구를 위한 사업인지 모르겠다. 소비지 유통 활성화도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수조원의 돈을 들여 소비지 유통매장을 확대하는 게 효과가 있을 것인지에 대한 논란은 뒤로하더라도 과연 그것이 농민 조합원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중앙회 자체를 위한 것인지 묻고 싶다. 예컨대 대형 유통기업이 소비지에 매장을 늘리면서 생산자인 농민을 위한 일이라고 강변하는 것과 뭐가 다른가. 대형 유통기업이 매장을 늘리는 것은 그들의 영업이익을 위한 것이지 농민을 위한 게 주 목적은 아니다. 

    더욱 문제인 것은 농협중앙회를 관리.감독하게 돼 있는 정부(농림부)도 아무런 이의를 달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옳고 그름을 떠나 조합원인 농민들은 한·미 FTA를 반대하며 거리에서 힘들게 저항하는데 이들의 협동조합인 농협중앙회는 경제 4단체와 함께 한·미 FTA 지지 집단에 참여해 정부를 지원해 주는 것이 고마워서인지 모르겠다. 협동조합 이념과 정신으로 되돌아가 다시 논의해야 한다. 


    *2007년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