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의 ‘6차 산업화’에 대한 제언 | 정영일 지역재단 이사장
- 작성일2020/03/05 16:07
- 조회 486
농업의 ‘6차 산업화’에 대한 제언
| 정영일 지역재단 이사장
최근 발표된 농식품부의 ‘2013~17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발전계획’은 박근혜정부의 4대 농정목표로 안전한 농식품의 안정공급, 농식품산업의 경쟁력 강화, 농가소득 및 경영안정, 농촌 삶의 질 향상 등을 제시하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6차산업화로 농식품산업 경쟁력 강화’라는 내용이다. 그것을 위한 정책과제로는 우리 귀에 너무나 익숙한 ICT·BT 융합을 통한 부가가치 증진, 지역농업 조직화 및 허브 구축, 후계인력 양성과 농업경영체 육성, 농업 전후방 연관산업 육성, 식품산업 진흥 및 수출 확대 등 5가지가 나열되어 있다.
우리말 사전에도 없는 ‘6차 산업화’라는 조어에 대해 농식품부는 “농촌의 유·무형 자원을 활용하여 농업과 식품·특산품 제조·가공(2차 산업) 및 유통·판매·문화·체험·관광서비스(3차 산업) 등을 연계함으로써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활동”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농업의 6차 산업화 추진방향으로는, 지역공동체 중심의 모델 확산, 귀농·귀촌과 외부전문가의 재능기부를 통한 부족한 인적 역량의 보완, 마을 발전단계에 따른 차별화된 지원체계의 구축 등이 제시되고 있다. 2017년까지의 정책목표로는 매출액 100억원 이상의 6차 산업화 주체 1000개를 육성하고 농가의 농외소득 증가율을 현재의 4.6%에서 7.5%로 끌어올린다는 것이다.
이러한 추진계획을 보면서 먼저 떠오르는 의문은 6차 산업화 정책의 이념은 무엇이며 그것을 구현하기 위한 정책수단은 적절한가 하는 점이다. 이에 관련해서는 우리 정부가 차용하고있는 ‘6차 산업’ 용어의 창시자인 이마무라 나라오미(今村奈良臣) 교수가 ‘농업의 종합산업화’를 통해 식품제조업·유통업, 관광업 등으로 넘어가버린 가치실현 과정을 농업분야로 되찾아오자는 취지에서 나온 제안이라고 한 발언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일본 정부의 정책흐름 속에서 볼 때도 종래의 식료산업 클러스터 사업이나 농공상 제휴 사업의 추진 주체가 기업과 농업인의 제휴였지만, 6차 산업화 사업의 시행주체는 농업인으로 규정되고 가공·유통 등 민간사업자는 보완적 위치에 머물고 있는 점도 눈여겨보아야 한다.
6차 산업론의 발상지인 일본에서의 논의와 정책의 흐름은 국내 농식품시장 및 농업 생산액의 축소, 농업소득의 감소, 농촌지역의 쇠퇴 등 어려운 여건 아래서 농촌지역의 부존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함으로써 고용확보와 소득향상을 통해 농촌지역의 활성화를 추진해간다는 지역주도 주민주도의 내발적 발전 노력의 반영이라고 할 수 있다. 지역 활성화론의 관점에서 보면 농업의 6차 산업화는 글로벌 농식품 분업구조 아래 지나치게 국제경쟁에 노출되어 극도로 취약해진 농산업의 분업체계를 지역순환체계로 재편함으로써 농촌사회의 활력을 되찾고자 하는 움직임이다.
6차 산업화가 농촌지역 활성화와 주민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사업내용면에서 산업정책적 의미를 지니는 기업경영 지향형과 함께 사회정책적 의미를 지니는 지역사회 지향형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비중을 둘 필요가 있다. 지역사회의 유지와 주민생활 향상을 위해 여성·고령자 등이 참여하는 다양한 커뮤니티 비즈니스를 일으키고 생활지원·환경보전 등 지역 공익활동의 재원마련을 위한 수익사업 영역도 확충되어야 한다. 이러한 공익활동 영역의 적극적인 노력이 없이 기업경영 지향형 사업만으로 취약계층의 삶의 질 향상, 지역 공동체의 복원 등 사회정책적 성과가 거두어지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가 구상하는 농업의 6차 산업화가 종래와 같은 외부자본이나 정부 주도 방식이 아닌 ‘지역주민 주도에 의한 농업의 종합산업화’를 통해 지속가능한 농업·농촌발전의 길을 열어가기 위해서는 농촌주민의 삶의 질 향상이라는 핵심가치를 정책이념의 중심에 두면서 100억원 매출규모의 1000개 사업체 육성과 같은 수치목표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양적 확대보다는 질적 충실화를 위한 내실있는 노력을 꾸준히 지속해가야 할 것이다.
이글은 2013년 12월04일 머니투데이에 올라온 기고입니다.
| 정영일 지역재단 이사장
최근 발표된 농식품부의 ‘2013~17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발전계획’은 박근혜정부의 4대 농정목표로 안전한 농식품의 안정공급, 농식품산업의 경쟁력 강화, 농가소득 및 경영안정, 농촌 삶의 질 향상 등을 제시하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6차산업화로 농식품산업 경쟁력 강화’라는 내용이다. 그것을 위한 정책과제로는 우리 귀에 너무나 익숙한 ICT·BT 융합을 통한 부가가치 증진, 지역농업 조직화 및 허브 구축, 후계인력 양성과 농업경영체 육성, 농업 전후방 연관산업 육성, 식품산업 진흥 및 수출 확대 등 5가지가 나열되어 있다.
우리말 사전에도 없는 ‘6차 산업화’라는 조어에 대해 농식품부는 “농촌의 유·무형 자원을 활용하여 농업과 식품·특산품 제조·가공(2차 산업) 및 유통·판매·문화·체험·관광서비스(3차 산업) 등을 연계함으로써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활동”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농업의 6차 산업화 추진방향으로는, 지역공동체 중심의 모델 확산, 귀농·귀촌과 외부전문가의 재능기부를 통한 부족한 인적 역량의 보완, 마을 발전단계에 따른 차별화된 지원체계의 구축 등이 제시되고 있다. 2017년까지의 정책목표로는 매출액 100억원 이상의 6차 산업화 주체 1000개를 육성하고 농가의 농외소득 증가율을 현재의 4.6%에서 7.5%로 끌어올린다는 것이다.
이러한 추진계획을 보면서 먼저 떠오르는 의문은 6차 산업화 정책의 이념은 무엇이며 그것을 구현하기 위한 정책수단은 적절한가 하는 점이다. 이에 관련해서는 우리 정부가 차용하고있는 ‘6차 산업’ 용어의 창시자인 이마무라 나라오미(今村奈良臣) 교수가 ‘농업의 종합산업화’를 통해 식품제조업·유통업, 관광업 등으로 넘어가버린 가치실현 과정을 농업분야로 되찾아오자는 취지에서 나온 제안이라고 한 발언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일본 정부의 정책흐름 속에서 볼 때도 종래의 식료산업 클러스터 사업이나 농공상 제휴 사업의 추진 주체가 기업과 농업인의 제휴였지만, 6차 산업화 사업의 시행주체는 농업인으로 규정되고 가공·유통 등 민간사업자는 보완적 위치에 머물고 있는 점도 눈여겨보아야 한다.
6차 산업론의 발상지인 일본에서의 논의와 정책의 흐름은 국내 농식품시장 및 농업 생산액의 축소, 농업소득의 감소, 농촌지역의 쇠퇴 등 어려운 여건 아래서 농촌지역의 부존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함으로써 고용확보와 소득향상을 통해 농촌지역의 활성화를 추진해간다는 지역주도 주민주도의 내발적 발전 노력의 반영이라고 할 수 있다. 지역 활성화론의 관점에서 보면 농업의 6차 산업화는 글로벌 농식품 분업구조 아래 지나치게 국제경쟁에 노출되어 극도로 취약해진 농산업의 분업체계를 지역순환체계로 재편함으로써 농촌사회의 활력을 되찾고자 하는 움직임이다.
6차 산업화가 농촌지역 활성화와 주민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사업내용면에서 산업정책적 의미를 지니는 기업경영 지향형과 함께 사회정책적 의미를 지니는 지역사회 지향형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비중을 둘 필요가 있다. 지역사회의 유지와 주민생활 향상을 위해 여성·고령자 등이 참여하는 다양한 커뮤니티 비즈니스를 일으키고 생활지원·환경보전 등 지역 공익활동의 재원마련을 위한 수익사업 영역도 확충되어야 한다. 이러한 공익활동 영역의 적극적인 노력이 없이 기업경영 지향형 사업만으로 취약계층의 삶의 질 향상, 지역 공동체의 복원 등 사회정책적 성과가 거두어지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가 구상하는 농업의 6차 산업화가 종래와 같은 외부자본이나 정부 주도 방식이 아닌 ‘지역주민 주도에 의한 농업의 종합산업화’를 통해 지속가능한 농업·농촌발전의 길을 열어가기 위해서는 농촌주민의 삶의 질 향상이라는 핵심가치를 정책이념의 중심에 두면서 100억원 매출규모의 1000개 사업체 육성과 같은 수치목표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양적 확대보다는 질적 충실화를 위한 내실있는 노력을 꾸준히 지속해가야 할 것이다.
이글은 2013년 12월04일 머니투데이에 올라온 기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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