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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칼럼

    2014년의 비상한 각오 |이정환 GS&J 인스티튜트 이사장 
    • 작성일2020/03/05 16:20
    • 조회 525
    2014년의 비상한 각오
    |이정환 GS&J 인스티튜트 이사장 


    1995년의 우루과이라운드(UR)와 2004년 칠레를 시작으로 47개국과 체결한 자유무역협정(FTA)이 농산물 시장개방을 거침없이 가속시켜 왔다. 그러나 2014년에는 그 위력이 훨씬 큰 시장개방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먼저 쌀시장 개방이 결정된다. UR로 농산물 시장의 전면적 개방이 이뤄졌다고는 하지만 가장 중요한 쌀시장이 묶여 있었다는 의미에서 부분개방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 쌀을 내년부터 관세화로 전면 개방해야 하고, 올 9월까지 세계무역기구(WTO)에 관세율을 통보하고 검증을 받아야 한다. 

    그리고 중국과의 FTA 협상이 올해 중 타결될 가능성이 높다. 47개국과 FTA를 체결했지만, 생산되는 농산물의 종류나 품종의 차이 등으로 그 위력은 그래도 제한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중국과의 FTA는 타결 내용에 따라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여가 올해 중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그야말로 완전한 시장개방을 목표로 한다는 TPP 참여는 이제까지의 모든 시장개방과 비교할 수 없는 위력을 나타낼 것임이 틀림없다.

    그런데도 일부에서는 UR 이후의 시장개방이 우리나라 농업에 미친 영향이 당초 ‘엄살’보다 적었듯이 2014년의 시장개방도 그럴 거라고 생각한다. 농업계도 이젠 시장개방에 내성이 생겨 큰 위기감을 느끼지 못하는 듯하다. 이런 막연한 낙관론은, UR 이후 농산물 수입이 77%나 증가해 국내 실질 농가판매가격은 45%나 하락하고 실질 농업 총소득은 10조원 가까이 줄어드는 치명적 영향이 있었음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더욱이 대부분 FTA의 영향은 이제 막 시작됐을 뿐이므로 그 영향은 점점 더 커질 것이다. 한·미 FTA가 체결되자마자 과일 수입업자가 50%나 늘어났다고 하듯이, 앞으로 관세가 낮아질수록 재빨리 그 이익을 선점하려고 수입업자들이 몰려들어 치열한 판매경쟁을 벌일 것이다. 오렌지 수입이 늘면 감귤은 물론 딸기·참외·토마토 소비도 줄어든다는 연구결과가 말해주듯이, FTA로 어떤 농산물의 수입이 늘면 다른 많은 국내산 농산물의 소비가 감소해 그 영향이 파상적으로 확장될 것이다. 

    그런데 2014년에 더 위력적인 시장개방이 결정되고 2015년에 그 충격이 시작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2014년의 시장개방 협상에 정부와 농업계가 모든 역량을 결집하고, 농정을 개혁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선 쌀 관세화에서 일본과 대만에 버금가는 높은 관세율을 확보하는 것은 우리나라 농업의 사활이 걸린 문제라는 사실을 잠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 한·중 FTA에서는 쌀과 고추·마늘 등 중요 고관세 농산물에 대해서는 양허제외를, 그밖의 중요 농산물도 낮은 수준의 부분감축을 관철하지 못하면 수습하기 어려운 타격을 받을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TPP는 우리나라 경제에 어떤 실익이 있을지 전문가 사이에서도 논란이 많고, 우리나라 농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전혀 가늠할 수조차 없는 존재다. 따라서 졸속으로 참여가 결정돼 어찌할 수 없는 지경에 빠지지 않도록 아무리 경계해도 지나치지 않다.

    또한 정부는 이제까지와 같이 보조금 사업, 저리 융자사업처럼 농민의 반발을 무마하는 방식의 농정대책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 정치권이나 농민단체도 그런 안이한 요구로 책무를 다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그런 사업들이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는 이제 모두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가격 및 작황 위험을 확실히 흡수하고 공정한 거래가 이뤄져 농가의 경영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진정한 농정개혁에 도전해야 한다. 

    이 글은 2014년 1월 15일 농민신문에 실린 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