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인의 새로운 협동조합 설립,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김종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 작성일2020/03/05 16:21
- 조회 551
농업인의 새로운 협동조합 설립,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김종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2012년 12월 1일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된 후 새로운 협동조합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과 기대가 커지면서 2014년 1월 말까지 짧은 기간 동안 일반 협동조합 및 사회적 협동조합 등 약 3,700여 개의 협동조합이 설립 신고를 하였다. 매월 200개 이상의 협동조합이 설립되고 있고 있는 셈이다. 지역의 일선 농협이나 영농조합법인 등이 이미 활동하고 있는 농업 분야에서도 새로운 협동조합에 대한 농업인의 관심이 높다. 최근의 연구 결과를 보면, 10명의 농업인 중 5명은 새로운 협동조합의 설립 의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몇 개의 협동조합이 설립되고 있으며, 얼마나 많은 농업인이 협동조합 설립 의향을 가지고 있는지는 큰 의미가 없다. 대부분 단순 의향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각에서 우려하고 있는 일선 농협이나 영농조합법인 등 기존의 협동조합과의 과도한 경쟁이나 갈등에 대한 문제는 차후에 짚고 넘어가야 하는 문제로 남겨두자. 「협동조합기본법」 시행 이후 대부분의 농업 분야 협동조합들은 설립된 지 얼마 되지 않은 걸음마 수준의 초기단계에 있기 때문이다. 결국 농업인들이 협동조합을 설립한 배경은 무엇인지, 추구하고자 하는 목표가 무엇인지를 통해 새로운 협동조합에 대한 농업인의 인식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농업인들이 협동조합을 설립한 배경은 무엇일까? 필자가 새롭게 협동조합을 설립한 농업인들을 만나본 결과, 농업인들이 정책지원을 받기 위한 또 다른 수단으로 새로운 협동조합을 이해하고 있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또한 각 지자체의 권유에 의해 협동조합을 설립한 사례 또한 많았다. 아쉽게도 자립적·자주적인 조직으로서의 가치를 바탕으로 하는 협동조합의 원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혹시나 하는 기대감으로 또는 주변의 권유로 협동조합을 설립하는 농업인이 많았다. 따라서 자생적이고 안정적으로 협동조합이 운영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중앙정부나 지자체는 늘어나는 협동조합의 개수에 연연해 하기보다는 농업인들이 협동조합을 설립하기 전에 먼저 조합원 간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조직운영이나 사업적 역량을 가질 수 있도록 자생력을 키우는 데 중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농업인들은 협동조합을 통해 무엇을 하려고 할까? 새롭게 협동조합을 설립한 대다수의 농업인들은 농축산물 가공이나 판매 분야의 사업화를 통한 수익 증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직판장 운영, 도시소비자와의 직거래, 전자상거래, 특산물 가공 등 다양한 사업전략을 가지고 있다. 바람직한 자세이지만 문제는 농업 분야의 협동조합들이 이를 위한 사업화 준비가 되어 있느냐 하는 것이다. 또한 많은 협동조합이 조직운영 및 사업화의 경험이 없는데, 이 경우 단기간에 조직 운영능력이나 사업화 역량을 높이는 것이 쉽지 않다.
오랜 준비기간과 철저한 계획 수립을 통해 성공적으로 협동조합이 운영되고 있는 ‘완주 한우 협동조합’이나 ‘착한한우 의성마늘소 협동조합’ 사례에서 보듯이, 일단 협동조합을 설립하면 어떻게 되겠지 하는 식의 마음가짐보다는 목표로 삼은 사업 분야에 대한 꾸준한 학습과 준비기간을 가진 후에 협동조합을 설립해야 할 필요가 있다. 협동조합을 설립하고자 하는 농업인들은 협동조합을 통해 무엇을 할 것인가로부터 무엇을 어떻게 추진할 것인가로 고민과 준비의 범위를 넓혀야 할 것이다. 협동조합을 통해 추구하고자 하는 사업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결국 조합원 간의 협동원칙과 철저한 사업 준비가 필요하다.
농업인들이 자생적·안정적 협동조합 운영이 가능할 경우, 새로운 협동조합이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 농축산물의 가공이나 판매 분야의 사업화를 통한 농가소득 증대뿐만 아니라 협동조합을 통해 지역농업의 문제에 대응할 수 있다. 농업생산 분야에서 공동작업, 농자재 공동구매 등의 사업을 추구하는 협동조합을 통해 농촌 일손부족과 농자재가격 상승으로 인한 경영비 증가 등의 문제에 대응할 수 있다. 또한 농작물 병충해나 가축질병, 전염병 예방을 목적으로 하는 협동조합을 통해 농업인 스스로 예방시스템을 일상화할 수 있을 것이다. 올해 초 조류인플루엔자(AI)가 전국적인 피해규모로 확대되었던 시점에서, 유사사례 재발방지를 위해 오리나 양계농가들이 ‘AI 예방 협동조합’을 설립하여 농업인 스스로 예방 매뉴얼을 수립하고 조합원 간 상호 협력시스템을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이 글은 2014.02.12 농촌경제연구원에 실린 글입니다.
|김종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2012년 12월 1일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된 후 새로운 협동조합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과 기대가 커지면서 2014년 1월 말까지 짧은 기간 동안 일반 협동조합 및 사회적 협동조합 등 약 3,700여 개의 협동조합이 설립 신고를 하였다. 매월 200개 이상의 협동조합이 설립되고 있고 있는 셈이다. 지역의 일선 농협이나 영농조합법인 등이 이미 활동하고 있는 농업 분야에서도 새로운 협동조합에 대한 농업인의 관심이 높다. 최근의 연구 결과를 보면, 10명의 농업인 중 5명은 새로운 협동조합의 설립 의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몇 개의 협동조합이 설립되고 있으며, 얼마나 많은 농업인이 협동조합 설립 의향을 가지고 있는지는 큰 의미가 없다. 대부분 단순 의향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각에서 우려하고 있는 일선 농협이나 영농조합법인 등 기존의 협동조합과의 과도한 경쟁이나 갈등에 대한 문제는 차후에 짚고 넘어가야 하는 문제로 남겨두자. 「협동조합기본법」 시행 이후 대부분의 농업 분야 협동조합들은 설립된 지 얼마 되지 않은 걸음마 수준의 초기단계에 있기 때문이다. 결국 농업인들이 협동조합을 설립한 배경은 무엇인지, 추구하고자 하는 목표가 무엇인지를 통해 새로운 협동조합에 대한 농업인의 인식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농업인들이 협동조합을 설립한 배경은 무엇일까? 필자가 새롭게 협동조합을 설립한 농업인들을 만나본 결과, 농업인들이 정책지원을 받기 위한 또 다른 수단으로 새로운 협동조합을 이해하고 있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또한 각 지자체의 권유에 의해 협동조합을 설립한 사례 또한 많았다. 아쉽게도 자립적·자주적인 조직으로서의 가치를 바탕으로 하는 협동조합의 원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혹시나 하는 기대감으로 또는 주변의 권유로 협동조합을 설립하는 농업인이 많았다. 따라서 자생적이고 안정적으로 협동조합이 운영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중앙정부나 지자체는 늘어나는 협동조합의 개수에 연연해 하기보다는 농업인들이 협동조합을 설립하기 전에 먼저 조합원 간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조직운영이나 사업적 역량을 가질 수 있도록 자생력을 키우는 데 중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농업인들은 협동조합을 통해 무엇을 하려고 할까? 새롭게 협동조합을 설립한 대다수의 농업인들은 농축산물 가공이나 판매 분야의 사업화를 통한 수익 증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직판장 운영, 도시소비자와의 직거래, 전자상거래, 특산물 가공 등 다양한 사업전략을 가지고 있다. 바람직한 자세이지만 문제는 농업 분야의 협동조합들이 이를 위한 사업화 준비가 되어 있느냐 하는 것이다. 또한 많은 협동조합이 조직운영 및 사업화의 경험이 없는데, 이 경우 단기간에 조직 운영능력이나 사업화 역량을 높이는 것이 쉽지 않다.
오랜 준비기간과 철저한 계획 수립을 통해 성공적으로 협동조합이 운영되고 있는 ‘완주 한우 협동조합’이나 ‘착한한우 의성마늘소 협동조합’ 사례에서 보듯이, 일단 협동조합을 설립하면 어떻게 되겠지 하는 식의 마음가짐보다는 목표로 삼은 사업 분야에 대한 꾸준한 학습과 준비기간을 가진 후에 협동조합을 설립해야 할 필요가 있다. 협동조합을 설립하고자 하는 농업인들은 협동조합을 통해 무엇을 할 것인가로부터 무엇을 어떻게 추진할 것인가로 고민과 준비의 범위를 넓혀야 할 것이다. 협동조합을 통해 추구하고자 하는 사업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결국 조합원 간의 협동원칙과 철저한 사업 준비가 필요하다.
농업인들이 자생적·안정적 협동조합 운영이 가능할 경우, 새로운 협동조합이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 농축산물의 가공이나 판매 분야의 사업화를 통한 농가소득 증대뿐만 아니라 협동조합을 통해 지역농업의 문제에 대응할 수 있다. 농업생산 분야에서 공동작업, 농자재 공동구매 등의 사업을 추구하는 협동조합을 통해 농촌 일손부족과 농자재가격 상승으로 인한 경영비 증가 등의 문제에 대응할 수 있다. 또한 농작물 병충해나 가축질병, 전염병 예방을 목적으로 하는 협동조합을 통해 농업인 스스로 예방시스템을 일상화할 수 있을 것이다. 올해 초 조류인플루엔자(AI)가 전국적인 피해규모로 확대되었던 시점에서, 유사사례 재발방지를 위해 오리나 양계농가들이 ‘AI 예방 협동조합’을 설립하여 농업인 스스로 예방 매뉴얼을 수립하고 조합원 간 상호 협력시스템을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이 글은 2014.02.12 농촌경제연구원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