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위기 시대에 농지규제 완화라니 | 장상환 경상대 교수
- 작성일2020/03/05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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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위기 시대에 농지규제 완화라니
| 장상환 경상대 교수
박근혜 정부가 농지 규제의 대폭 완화를 추진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12일 지역경제활성화대책의 일환으로 ‘농지규제 유연화 추진’이란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주요 내용은 시험지·연구지·실습지 목적의 농지소유 허용 자격 확대, 농업진흥구역에서 건축 가능한 시설의 종류와 범위 확대, 작물재배 이외의 용도로 농지를 일시 사용할 수 있는 기간 확대, 농지전용후 용도변경 승인 대상지역 축소, 농지보전부담금 분할납부 대상 확대 등이다.
비농민 농지소유·농지전용 촉진
농지소유 및 전용 규제 완화는 세계 식량위기 속에서 한국의 식량안보를 위협할 뿐이다. 세계적으로 가뭄과 질병, 수요 증가로 아침식사 주요 재료 8개 품목 가격이 전년대비 평균 25% 상승했다. 밀가격은 12% 상승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산 중립종 쌀의 수출가격은 지난 1월 23일 톤당 665달러에서 2월 26일 1150달러까지 치솟았다.
여기에 중국의 식량사정도 악화되고 있다. 2008년 93.5%였던 중국의 식량자급률은 2012년 88.4%까지 떨어졌다. 중국의 식량수입량(대두 포함)은 2008년 3898만톤에서 2012년 8025만톤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식량 수출량은 228만톤에서 277만톤 증가하는 데 그쳤다. 중국은 2012년 쌀 수입량이 230만톤으로 전년 58만톤의 4배 수준으로 급증했다.
2012년 한국의 식량 자급률은 45.3%, 곡물자급률은 23.6%로 하락했다. 2010년 쌀 생산 대폭 감소로 2011년 쌀 자급률은 83.2%로 전년 104.5%보다 크게 낮아졌다. 2012년 쌀 자급률은 86.1%였고, 2013년 쌀 재배면적은 83만3000ha로 쌀 자급률은 3년 연속 80%대에 머문다.
2008년 세계 식량위기 후 정부는 해외농업 개발과 해외유통망 구축으로 식량안보를 강화한다는 정책을 추진했다. 그러나 2012년 106개에 달한 해외농업 개발기업은 21만여톤의 식량을 해외농장에서 생산했지만 국내 반입된 곡물은 2012년 1만539톤에 불과했고, 지난해 반입량도 1만5000톤 정도로 예상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미국현지 곡물유통망을 구축하고 2015년부터 연간 215만톤의 곡물을 조달한다며 추진해 온 해외곡물 조달회사는 지난해 사업을 접었다.
정부의 기존 농지정책과도 충돌
우리나라 식량위기의 바탕에는 농업생산기반 축소와 곡물 생산소득 저조에 따른 경지이용률 하락에 있다. 2008년 176만ha였던 경지면적은 2011년에 170만ha로 줄었다. 위성에 의한 원격탐사로 조사방법이 바뀌어 2012년 173만ha로 됐다가 2013년 171만ha로 1만9000ha(1.1%) 감소했다. 경지이용률은 1970년 142.1%에서 1990년 113.3%로 내려갔고, 2012년 현재 104.1%로 극히 낮다. 지금 정부가 추진하는 농지규제 완화는 모두 비농민의 농지소유와 농지전용을 촉진하는 조치다. 농업법인의 사업범위를 농촌관광과 휴양사업으로까지 확대하고, 영농조합을 주식회사나 유한회사로 변경하는 것도 같은 효과를 낸다.
농지규제 완화는 박근혜 정부의 기존 농지정책과도 충돌한다. 농식품부가 2월 24일 박 대통령에 보고한 올해 업무계획에도 ‘우량농지의 농지전용 최소화’와 ‘유휴농지 복원기반 마련’ 이 들어가 있다. 농촌경제연구원은 2020년까지 곡물자급률 30%를 지키기 위해 최소 확보 농지로 165만ha를 제시했다. 정부는 농지소유와 이용에 따른 농민의 불이익을 농지 규제 완화라는 빗나간 방법이 아니라 농업소득과 농가소득 보장이라는 정통적 접근으로 해소해 줘야 한다. 농민들의 소득기반이 있어야 정부가 기대하는 농촌지역 서비스업 투자도 이뤄진다.
“수입하면 된다”는 발상 거둬야
식량위기 시대에 식량도 석유나 천연가스처럼 수입하면 된다는 안이한 발상을 거둬야 한다. 선진공업국 스위스가 산지가 많고 농지가 적어 식량자급에 불리한데도 농지규제 강화와 농업예산의 70%에 달하는 직접지불로 경종작물 재배를 뒷받침해 식량자급률 60%를 유지하는 사례를 본받아야 할 것이다.
이 글은 2014년 3월 24일 농어민신문에 실린 글입니다.
| 장상환 경상대 교수
박근혜 정부가 농지 규제의 대폭 완화를 추진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12일 지역경제활성화대책의 일환으로 ‘농지규제 유연화 추진’이란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주요 내용은 시험지·연구지·실습지 목적의 농지소유 허용 자격 확대, 농업진흥구역에서 건축 가능한 시설의 종류와 범위 확대, 작물재배 이외의 용도로 농지를 일시 사용할 수 있는 기간 확대, 농지전용후 용도변경 승인 대상지역 축소, 농지보전부담금 분할납부 대상 확대 등이다.
비농민 농지소유·농지전용 촉진
농지소유 및 전용 규제 완화는 세계 식량위기 속에서 한국의 식량안보를 위협할 뿐이다. 세계적으로 가뭄과 질병, 수요 증가로 아침식사 주요 재료 8개 품목 가격이 전년대비 평균 25% 상승했다. 밀가격은 12% 상승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산 중립종 쌀의 수출가격은 지난 1월 23일 톤당 665달러에서 2월 26일 1150달러까지 치솟았다.
여기에 중국의 식량사정도 악화되고 있다. 2008년 93.5%였던 중국의 식량자급률은 2012년 88.4%까지 떨어졌다. 중국의 식량수입량(대두 포함)은 2008년 3898만톤에서 2012년 8025만톤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식량 수출량은 228만톤에서 277만톤 증가하는 데 그쳤다. 중국은 2012년 쌀 수입량이 230만톤으로 전년 58만톤의 4배 수준으로 급증했다.
2012년 한국의 식량 자급률은 45.3%, 곡물자급률은 23.6%로 하락했다. 2010년 쌀 생산 대폭 감소로 2011년 쌀 자급률은 83.2%로 전년 104.5%보다 크게 낮아졌다. 2012년 쌀 자급률은 86.1%였고, 2013년 쌀 재배면적은 83만3000ha로 쌀 자급률은 3년 연속 80%대에 머문다.
2008년 세계 식량위기 후 정부는 해외농업 개발과 해외유통망 구축으로 식량안보를 강화한다는 정책을 추진했다. 그러나 2012년 106개에 달한 해외농업 개발기업은 21만여톤의 식량을 해외농장에서 생산했지만 국내 반입된 곡물은 2012년 1만539톤에 불과했고, 지난해 반입량도 1만5000톤 정도로 예상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미국현지 곡물유통망을 구축하고 2015년부터 연간 215만톤의 곡물을 조달한다며 추진해 온 해외곡물 조달회사는 지난해 사업을 접었다.
정부의 기존 농지정책과도 충돌
우리나라 식량위기의 바탕에는 농업생산기반 축소와 곡물 생산소득 저조에 따른 경지이용률 하락에 있다. 2008년 176만ha였던 경지면적은 2011년에 170만ha로 줄었다. 위성에 의한 원격탐사로 조사방법이 바뀌어 2012년 173만ha로 됐다가 2013년 171만ha로 1만9000ha(1.1%) 감소했다. 경지이용률은 1970년 142.1%에서 1990년 113.3%로 내려갔고, 2012년 현재 104.1%로 극히 낮다. 지금 정부가 추진하는 농지규제 완화는 모두 비농민의 농지소유와 농지전용을 촉진하는 조치다. 농업법인의 사업범위를 농촌관광과 휴양사업으로까지 확대하고, 영농조합을 주식회사나 유한회사로 변경하는 것도 같은 효과를 낸다.
농지규제 완화는 박근혜 정부의 기존 농지정책과도 충돌한다. 농식품부가 2월 24일 박 대통령에 보고한 올해 업무계획에도 ‘우량농지의 농지전용 최소화’와 ‘유휴농지 복원기반 마련’ 이 들어가 있다. 농촌경제연구원은 2020년까지 곡물자급률 30%를 지키기 위해 최소 확보 농지로 165만ha를 제시했다. 정부는 농지소유와 이용에 따른 농민의 불이익을 농지 규제 완화라는 빗나간 방법이 아니라 농업소득과 농가소득 보장이라는 정통적 접근으로 해소해 줘야 한다. 농민들의 소득기반이 있어야 정부가 기대하는 농촌지역 서비스업 투자도 이뤄진다.
“수입하면 된다”는 발상 거둬야
식량위기 시대에 식량도 석유나 천연가스처럼 수입하면 된다는 안이한 발상을 거둬야 한다. 선진공업국 스위스가 산지가 많고 농지가 적어 식량자급에 불리한데도 농지규제 강화와 농업예산의 70%에 달하는 직접지불로 경종작물 재배를 뒷받침해 식량자급률 60%를 유지하는 사례를 본받아야 할 것이다.
이 글은 2014년 3월 24일 농어민신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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