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개혁, ‘끝장토론’이 절실하다 | 최양부 (사)바른협동조합실천운동본부 이사장
- 작성일2020/03/05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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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개혁, ‘끝장토론’이 절실하다
| 최양부 (사)바른협동조합실천운동본부 이사장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하는 ‘규제개혁 끝장토론’이 지난 달 20일 오후 2시부터 장장 7시간동안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렸다. 이번 끝장토론은 그 형식이나 내용에 있어서 신선한 충격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국민과 기업의 경제활동을 규제하는 ‘손톱 밑의 가시’를 뽑아내자며 관계부처에 과감한 규제개혁과 정부혁신, 공기업개혁을 주문했다. 얼마 전에는 규제를 우리 몸을 죽이는 ‘암 덩어리’고 ‘원수’라며 ‘쳐부수자’고 말했다. 이번에는 끝장토론이란 충격요법까지 써가며 규제개혁에 대한 강한 실천의지를 몸으로 보여줬다.
민선·자율 미명하에 농협 ‘엉망’
끝장토론 다음날 한 지인이 찾아왔다. 그는 대뜸 끝장토론이 정작 필요한 것은 농협개혁이라며 ‘농협개혁 끝장토론’을 청와대와 대통령에게 건의하라고 했다. 누구보다 농협을 잘 알고 사랑하는 지인은 “농협이 ‘농업인을 뜯어먹고 사는 X들!’이란 소리는 듣지 말아야한다”며 ‘민선과 자율’이라는 미명하에 ‘엉망’이 된 농협을 차마 이대로 보고만 있을 수가 없다고 했다. 그는 자신의 말을 “농협을 향한 사랑과 절규의 마지막 표현”으로 들어달라며 자신이 생각하는 시급한 농협개혁과제를 설명했다. 그 가운데 몇 가지를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
바른 농협을 위한 첫 번째 개혁과제로 그는 ‘대도시 농협’ 개혁을 꼽았다. 농업인도 별로 없는 “대도시와 수도권 농협은 가짜(페이퍼)조합원과 조합장이 판치고 있으며, 돈을 물 쓰듯 하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한다. 그는 “대도시 농협(제2금융권)은 일반 도시민을 ‘준조합원’으로 유치해 3000만원씩 정기예금을 권유하고 세금우대(이자소득액의 14.5%) 특혜를 주는 도시민을 위한 합법적인 절세기관이 됐다”고 했다. “대도시농협은 담보대출의 경우 시중은행과 농협은행(제1금융권)에 비해 담보비율이 10% 높은 70%까지 가능하기 때문에 시중은행보다 비싼 금리(0.3-1.0%)에도 불구하고 돈 장사가 잘 된다”고 했다. 그래서 “대도시 농협의 예수금은 보통 5000억원을 넘어섰고 1조원을 넘긴 곳도 한둘이 아니며 결산흑자를 줄이기 위해 조합장은 연간 30억~50억원의 돈을 조합원 교육복지지원이란 명목으로 편법으로 쓰고 있다”고 개탄한다. 그런데도 대도시 농협이 “농업인을 위한 비영리법인(협동조합)이란 미명으로 법인세나 소득세를 내지 않는 면세기관”이 된 것은 잘못된 법과 제도에 있다고 했다. 그는 농업인을 위해 별로 하는 일도 없는 대도시에 농·축협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기이한 일’이라며 조합원 자격강화 등 강도 높은 개혁을 주문한다.
임직원을 위한 조직으로 전락
두 번째로 그는 읍·면단위 ‘시골 농협’ 개혁도 하루가 급하다고 했다. “면 소재 농협은 급격한 인구감소 등으로 독자경영이 불가능하고 농산물판매사업도 어려워 문을 닫아야 할 판”이라고 했다. 그는 오지농촌지역으로 갈수록 사정이 어려운 농업인이 많은 데 “오히려 대출이자(6-7%)나 연체이자(14-15%)는 시중은행이나 도시농협보다 높고, 농업인이 자주 이용하는 마이너스 통장에도 7% 이상의 높은 금리를 물리고 있다”고 한다. 그래야 조합장이나 직원들의 고액연봉재원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 그는 “오지농촌지역 농업인의 희생을 막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자립경영이 불가능한 면 소재 농협을 시군단위로 통폐합하고, 대출금리 수준도 일반금리는 ‘예금평균금리+2%이내’, 연체금리는 ’예금평균금리+6%이내‘로 제한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정부는 도대체 무얼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세 번째로 그는 “경영전문성강화를 위해 조합 사업규모 2500억원 이상의 조합에 도입한 조합장비상근제와 상임이사제가 결국은 조합장을 만년조합장으로 만들고, 상임이사를 조합장심복으로 만드는 제도로 악용 변질됐다”며 “모든 조합장은 어떤 경우에도 연임(8년) 이상의 재연임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독립법인으로 독립회계를 하는 농협들은 도시, 농촌, 품목 가릴 것 없이 ’조합장 세상‘이라고 했다. 절대 권력을 휘두르고 있는 7~8선의 조합장에게 농협개혁은 ’별나라이야기‘라고 했다. 그는 네 번째로 지금은 철수했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농협 감독기관인 농림축산식품부에 농협중앙회 직원이 파견돼 농협에 대한 민원을 책임 처리해왔다”며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어떻게 농협을 감독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국회의원과 조합장은 둘 다 민선으로 서로 긴밀한 공생관계를 맺고 있다. 국회의원들이 농업인 표를 의식해 조합장 눈치를 보는 현실에서 농협비판은커녕 오히려 농협이익을 위해 앞장서고 있다”고 말한다. 국회의원에 대한 농협로비는 “농협중앙회장의 진두지휘 하에 중앙회 간부직원과 지역 조합장들이 책임지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요즘 농축협개혁을 외치는 농업인의 소리가 거세다. 한 농업인은 최근 인터넷에 올린 글에서 “작금의 농협은 농업인을 위한 조직이 아니라 임직원을 위한 조직으로 전락한지 오래 됐다”며 “공기업의 방만한 경영보다 더 심각한 농협개혁을 국정과제로 선정해 추진해달라”고 대통령에게 건의했다.
개혁 갈망하는 농민 목소리 듣길
대통령께 끝장토론을 충심으로 건의 드린다. 그것이 국정최고책임자가 농협개혁을 갈망하는 농업인의 목소리를 가감 없이 직접 들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지금 농협은 개혁의지는 물론 문제의식도 없으며, 무소불위의 힘을 가지고 모든 언로를 차단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농협이 센지 대통령이 센지’ 해보자고 했지만 결국 ‘농협이 세다’는 것만 보여줬다. 현실이 이러하니 대통령 말고는 농협을 개혁할 힘을 가진 기관은 대한민국에는 없다. 농협과 정부와 국회가 ‘철의 삼각동맹’을 맺고 있는 현실에서는 다른 방도가 없다. 이제는 농협중앙회장이나 조합장의 입맛에 맞춘 국회의원들의 ‘청부입법’마저 생겨나고 있다. 우리 농협은 솔직히 협동조합도 아니다. 농업인에 의한 농업인의 단체도 아니다. 이제는 스스로를 아예 ‘금융기관,’ ‘공공기관’이라 칭한다. 농협이 죽어 다시 태어나지 않는 한 대한민국의 농업, 농촌과 농업인의 미래는 없다. 농협개혁, ‘끝장토론’이 절실한 이유다.
이 글은 2014.4.3일 농어민신문에 실린 글입니다.
| 최양부 (사)바른협동조합실천운동본부 이사장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하는 ‘규제개혁 끝장토론’이 지난 달 20일 오후 2시부터 장장 7시간동안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렸다. 이번 끝장토론은 그 형식이나 내용에 있어서 신선한 충격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국민과 기업의 경제활동을 규제하는 ‘손톱 밑의 가시’를 뽑아내자며 관계부처에 과감한 규제개혁과 정부혁신, 공기업개혁을 주문했다. 얼마 전에는 규제를 우리 몸을 죽이는 ‘암 덩어리’고 ‘원수’라며 ‘쳐부수자’고 말했다. 이번에는 끝장토론이란 충격요법까지 써가며 규제개혁에 대한 강한 실천의지를 몸으로 보여줬다.
민선·자율 미명하에 농협 ‘엉망’
끝장토론 다음날 한 지인이 찾아왔다. 그는 대뜸 끝장토론이 정작 필요한 것은 농협개혁이라며 ‘농협개혁 끝장토론’을 청와대와 대통령에게 건의하라고 했다. 누구보다 농협을 잘 알고 사랑하는 지인은 “농협이 ‘농업인을 뜯어먹고 사는 X들!’이란 소리는 듣지 말아야한다”며 ‘민선과 자율’이라는 미명하에 ‘엉망’이 된 농협을 차마 이대로 보고만 있을 수가 없다고 했다. 그는 자신의 말을 “농협을 향한 사랑과 절규의 마지막 표현”으로 들어달라며 자신이 생각하는 시급한 농협개혁과제를 설명했다. 그 가운데 몇 가지를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
바른 농협을 위한 첫 번째 개혁과제로 그는 ‘대도시 농협’ 개혁을 꼽았다. 농업인도 별로 없는 “대도시와 수도권 농협은 가짜(페이퍼)조합원과 조합장이 판치고 있으며, 돈을 물 쓰듯 하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한다. 그는 “대도시 농협(제2금융권)은 일반 도시민을 ‘준조합원’으로 유치해 3000만원씩 정기예금을 권유하고 세금우대(이자소득액의 14.5%) 특혜를 주는 도시민을 위한 합법적인 절세기관이 됐다”고 했다. “대도시농협은 담보대출의 경우 시중은행과 농협은행(제1금융권)에 비해 담보비율이 10% 높은 70%까지 가능하기 때문에 시중은행보다 비싼 금리(0.3-1.0%)에도 불구하고 돈 장사가 잘 된다”고 했다. 그래서 “대도시 농협의 예수금은 보통 5000억원을 넘어섰고 1조원을 넘긴 곳도 한둘이 아니며 결산흑자를 줄이기 위해 조합장은 연간 30억~50억원의 돈을 조합원 교육복지지원이란 명목으로 편법으로 쓰고 있다”고 개탄한다. 그런데도 대도시 농협이 “농업인을 위한 비영리법인(협동조합)이란 미명으로 법인세나 소득세를 내지 않는 면세기관”이 된 것은 잘못된 법과 제도에 있다고 했다. 그는 농업인을 위해 별로 하는 일도 없는 대도시에 농·축협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기이한 일’이라며 조합원 자격강화 등 강도 높은 개혁을 주문한다.
임직원을 위한 조직으로 전락
두 번째로 그는 읍·면단위 ‘시골 농협’ 개혁도 하루가 급하다고 했다. “면 소재 농협은 급격한 인구감소 등으로 독자경영이 불가능하고 농산물판매사업도 어려워 문을 닫아야 할 판”이라고 했다. 그는 오지농촌지역으로 갈수록 사정이 어려운 농업인이 많은 데 “오히려 대출이자(6-7%)나 연체이자(14-15%)는 시중은행이나 도시농협보다 높고, 농업인이 자주 이용하는 마이너스 통장에도 7% 이상의 높은 금리를 물리고 있다”고 한다. 그래야 조합장이나 직원들의 고액연봉재원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 그는 “오지농촌지역 농업인의 희생을 막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자립경영이 불가능한 면 소재 농협을 시군단위로 통폐합하고, 대출금리 수준도 일반금리는 ‘예금평균금리+2%이내’, 연체금리는 ’예금평균금리+6%이내‘로 제한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정부는 도대체 무얼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세 번째로 그는 “경영전문성강화를 위해 조합 사업규모 2500억원 이상의 조합에 도입한 조합장비상근제와 상임이사제가 결국은 조합장을 만년조합장으로 만들고, 상임이사를 조합장심복으로 만드는 제도로 악용 변질됐다”며 “모든 조합장은 어떤 경우에도 연임(8년) 이상의 재연임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독립법인으로 독립회계를 하는 농협들은 도시, 농촌, 품목 가릴 것 없이 ’조합장 세상‘이라고 했다. 절대 권력을 휘두르고 있는 7~8선의 조합장에게 농협개혁은 ’별나라이야기‘라고 했다. 그는 네 번째로 지금은 철수했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농협 감독기관인 농림축산식품부에 농협중앙회 직원이 파견돼 농협에 대한 민원을 책임 처리해왔다”며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어떻게 농협을 감독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국회의원과 조합장은 둘 다 민선으로 서로 긴밀한 공생관계를 맺고 있다. 국회의원들이 농업인 표를 의식해 조합장 눈치를 보는 현실에서 농협비판은커녕 오히려 농협이익을 위해 앞장서고 있다”고 말한다. 국회의원에 대한 농협로비는 “농협중앙회장의 진두지휘 하에 중앙회 간부직원과 지역 조합장들이 책임지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요즘 농축협개혁을 외치는 농업인의 소리가 거세다. 한 농업인은 최근 인터넷에 올린 글에서 “작금의 농협은 농업인을 위한 조직이 아니라 임직원을 위한 조직으로 전락한지 오래 됐다”며 “공기업의 방만한 경영보다 더 심각한 농협개혁을 국정과제로 선정해 추진해달라”고 대통령에게 건의했다.
개혁 갈망하는 농민 목소리 듣길
대통령께 끝장토론을 충심으로 건의 드린다. 그것이 국정최고책임자가 농협개혁을 갈망하는 농업인의 목소리를 가감 없이 직접 들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지금 농협은 개혁의지는 물론 문제의식도 없으며, 무소불위의 힘을 가지고 모든 언로를 차단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농협이 센지 대통령이 센지’ 해보자고 했지만 결국 ‘농협이 세다’는 것만 보여줬다. 현실이 이러하니 대통령 말고는 농협을 개혁할 힘을 가진 기관은 대한민국에는 없다. 농협과 정부와 국회가 ‘철의 삼각동맹’을 맺고 있는 현실에서는 다른 방도가 없다. 이제는 농협중앙회장이나 조합장의 입맛에 맞춘 국회의원들의 ‘청부입법’마저 생겨나고 있다. 우리 농협은 솔직히 협동조합도 아니다. 농업인에 의한 농업인의 단체도 아니다. 이제는 스스로를 아예 ‘금융기관,’ ‘공공기관’이라 칭한다. 농협이 죽어 다시 태어나지 않는 한 대한민국의 농업, 농촌과 농업인의 미래는 없다. 농협개혁, ‘끝장토론’이 절실한 이유다.
이 글은 2014.4.3일 농어민신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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