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약급식 논쟁’ 되풀이될 수 있다 | 윤병선 건국대 교수
- 작성일2020/03/05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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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약급식 논쟁’ 되풀이될 수 있다
| 윤병선 건국대 교수
세월호 참사로 침통한 상황에서 6.4 지방선거가 치러졌다. 그러다 보니 이번 지방 선거의 최대의 화제는 무엇보다 ‘안전한’ 대한민국이었다. 세월호로 참사로 모든 국민이 전혀 안전하지 못한 대한민국, 패거리들로 똘똘 뭉친 대한민국을 개탄하는 가운데 치러진 지방선거이다 보니 여기저기서 안전이라는 것을 지렛대로 삼아 경쟁후보를 무너뜨리려는 갖가지 말들이 난무했다. 특히 서울시의 경우 이른바 ‘농약급식’이라는 자극적인 조어가 선거의 전면에 들어섰다.
전국에 걸쳐서 이뤄진 선거였지만, 전국적인 관심 속에서 선거가 진행됐던 곳은 단연 서울시였다. 서울시가 가지고 있는 상징성이나 후보자들의 중량감 때문만은 아니었다. 거의 대부분의 지역에서 세월호 참사 심판과 대통령의 눈물이 맞섰지만, 서울시에서는 ‘농약급식’이 후보토론회 내내 집중적으로 거론됐다. 2010년의 지방선거에서는 ‘무상급식’이 화두였지만, 이번에는 ‘농약급식’이라는 섬뜩한 단어가 등장한 것이다. 2010년에 이어서 2014년에도 내용에 차이는 있지만 아이들의 먹거리가 사회적 관심의 한 가운데에 있었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겠지만 아이들의 먹거리를 정쟁의 대상으로 삼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점에서는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
아이들 먹거리 ‘최대 화두’로
2010년 지방선거이후 서울시의 친환경 무상급식을 실현하기 위한 최초의 노력은 서울시 교육청이 중심이 되어 전개됐다. 당시 곽노현 교육감이 추진한 안전한 먹거리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한 친환경 무상급식정책의 핵심은 그동안 유통업자가 주도했던 식자재의 납품구조에서 발생했던 여러 가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생산농민조직과 학교를 직접 연결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었다. 그 후 박원순 시장은 전임자인 오세훈 시장과는 달리 친환경 무상급식을 확대하는 정책을 펼쳤지만, 곽노현 교육감의 퇴진이후 문용린 교육감이 등장하면서 학교급식과 관련한 파열음이 여기저기서 나오기 시작했다. 예를 들면, 작년 가을 서울 시내 학교에 공급되기 전에 서울친환경유통센터와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이 매일 합동으로 실시하는 안전성검사에서 적발돼 전량 폐기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서울친환경유통센터가 학교급식용으로 공급한 후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문제의 식재료를 발견한 것처럼 보도됐고, 일부 언론에서는 이를 ‘친환경이라더니 농약덩어리’라는 식의 선정적 문구를 동원해서 사실을 왜곡했다. 학교급식의 한 축을 담당하는 교육청은 이런 사태에 대해 수수방관으로 일관했고 이것이 급식과 농약이라는 어울리지 않는 결합의 등극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등극에 이어서 급식과 ‘농약’의 결합은 더욱 강화됐다. 서울시 교육청의 학교급식 연수에 참여한 학부모들에게 배포한 자료에 ‘농약은 과학이다’라는 내용이 버젓이 오른 것이다. 교육청이 친환경 급식원칙의 포기를 선언한 것이었다. 서울시가 아닌 교육청이 농약급식을 추진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비난을 받아야 할 상황으로 된 것이다. 그리고 급식과 농약의 결합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서울시 교육청은 학교에서의 친환경농산물의 의무사용비율을 기존의 70%에서 50%로 낮추고, 이것도 의무사항이 아닌 권장사항으로 바꿨다. 학교급식에 안전한 식자재를 공급하기 위해 서울시 광역친환경급식통합지원센터를 설치한 현직 서울시장을 향해서 상대후보가 ‘농약급식’을 운운한 것은 번지수를 잘못 찾아도 한참 잘못 찾은 것이었고, 이에 대한 시민들의 판단은 투표로 나타났다.
번지수 틀린 논쟁, 투표로 판가름
6.4 지방선거 결과, 많은 지역에서 진보성향의 교육감이 당선됐다. 이들 교육감중 대다수는 학교급식과 관련해 친환경, 무상 등의 의제를 이어받고 있다. 이들 지역 중에는 자치단체장과의 교감을 통해서 친환경 무상급식이 확고하게 자리를 내릴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기도 했다. 특히 서울의 경우는 시와 교육청 사이에서 벌어졌던 엇갈림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계기로 급식이 더 이상 정치적 쟁점으로 농단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친환경 무상급식을 통해서 무엇을 달성코자 했는지에 대한 성찰도 필요하다.
학교급식-농업 상생구조 모색을
친환경 무상급식은 단순한 ‘밥 퍼주기 행사’가 아니기 때문에 아이들의 건강한 밥상이나 우리 농업과 관련된 다양한 의미들을 알려내는 교육의 장으로 활용돼야 한다. 또한 전체 친환경농산물의 17%가 학교급식에서 사용될 정도로 친환경농업에도 기여하는 바가 큰 상황이기에 학교급식이 친환경농업과 농촌의 발전으로 연결되는 상생의 구조를 만드는 밀도 있는 관계망을 만들어내야 한다. 아이들의 먹거리를 단지 ‘돈벌이’의 수단으로 생각하는 세력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글은 2014.06.12 한국농어민신문에 실린 글입니다.
| 윤병선 건국대 교수
세월호 참사로 침통한 상황에서 6.4 지방선거가 치러졌다. 그러다 보니 이번 지방 선거의 최대의 화제는 무엇보다 ‘안전한’ 대한민국이었다. 세월호로 참사로 모든 국민이 전혀 안전하지 못한 대한민국, 패거리들로 똘똘 뭉친 대한민국을 개탄하는 가운데 치러진 지방선거이다 보니 여기저기서 안전이라는 것을 지렛대로 삼아 경쟁후보를 무너뜨리려는 갖가지 말들이 난무했다. 특히 서울시의 경우 이른바 ‘농약급식’이라는 자극적인 조어가 선거의 전면에 들어섰다.
전국에 걸쳐서 이뤄진 선거였지만, 전국적인 관심 속에서 선거가 진행됐던 곳은 단연 서울시였다. 서울시가 가지고 있는 상징성이나 후보자들의 중량감 때문만은 아니었다. 거의 대부분의 지역에서 세월호 참사 심판과 대통령의 눈물이 맞섰지만, 서울시에서는 ‘농약급식’이 후보토론회 내내 집중적으로 거론됐다. 2010년의 지방선거에서는 ‘무상급식’이 화두였지만, 이번에는 ‘농약급식’이라는 섬뜩한 단어가 등장한 것이다. 2010년에 이어서 2014년에도 내용에 차이는 있지만 아이들의 먹거리가 사회적 관심의 한 가운데에 있었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겠지만 아이들의 먹거리를 정쟁의 대상으로 삼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점에서는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
아이들 먹거리 ‘최대 화두’로
2010년 지방선거이후 서울시의 친환경 무상급식을 실현하기 위한 최초의 노력은 서울시 교육청이 중심이 되어 전개됐다. 당시 곽노현 교육감이 추진한 안전한 먹거리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한 친환경 무상급식정책의 핵심은 그동안 유통업자가 주도했던 식자재의 납품구조에서 발생했던 여러 가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생산농민조직과 학교를 직접 연결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었다. 그 후 박원순 시장은 전임자인 오세훈 시장과는 달리 친환경 무상급식을 확대하는 정책을 펼쳤지만, 곽노현 교육감의 퇴진이후 문용린 교육감이 등장하면서 학교급식과 관련한 파열음이 여기저기서 나오기 시작했다. 예를 들면, 작년 가을 서울 시내 학교에 공급되기 전에 서울친환경유통센터와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이 매일 합동으로 실시하는 안전성검사에서 적발돼 전량 폐기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서울친환경유통센터가 학교급식용으로 공급한 후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문제의 식재료를 발견한 것처럼 보도됐고, 일부 언론에서는 이를 ‘친환경이라더니 농약덩어리’라는 식의 선정적 문구를 동원해서 사실을 왜곡했다. 학교급식의 한 축을 담당하는 교육청은 이런 사태에 대해 수수방관으로 일관했고 이것이 급식과 농약이라는 어울리지 않는 결합의 등극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등극에 이어서 급식과 ‘농약’의 결합은 더욱 강화됐다. 서울시 교육청의 학교급식 연수에 참여한 학부모들에게 배포한 자료에 ‘농약은 과학이다’라는 내용이 버젓이 오른 것이다. 교육청이 친환경 급식원칙의 포기를 선언한 것이었다. 서울시가 아닌 교육청이 농약급식을 추진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비난을 받아야 할 상황으로 된 것이다. 그리고 급식과 농약의 결합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서울시 교육청은 학교에서의 친환경농산물의 의무사용비율을 기존의 70%에서 50%로 낮추고, 이것도 의무사항이 아닌 권장사항으로 바꿨다. 학교급식에 안전한 식자재를 공급하기 위해 서울시 광역친환경급식통합지원센터를 설치한 현직 서울시장을 향해서 상대후보가 ‘농약급식’을 운운한 것은 번지수를 잘못 찾아도 한참 잘못 찾은 것이었고, 이에 대한 시민들의 판단은 투표로 나타났다.
번지수 틀린 논쟁, 투표로 판가름
6.4 지방선거 결과, 많은 지역에서 진보성향의 교육감이 당선됐다. 이들 교육감중 대다수는 학교급식과 관련해 친환경, 무상 등의 의제를 이어받고 있다. 이들 지역 중에는 자치단체장과의 교감을 통해서 친환경 무상급식이 확고하게 자리를 내릴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기도 했다. 특히 서울의 경우는 시와 교육청 사이에서 벌어졌던 엇갈림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계기로 급식이 더 이상 정치적 쟁점으로 농단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친환경 무상급식을 통해서 무엇을 달성코자 했는지에 대한 성찰도 필요하다.
학교급식-농업 상생구조 모색을
친환경 무상급식은 단순한 ‘밥 퍼주기 행사’가 아니기 때문에 아이들의 건강한 밥상이나 우리 농업과 관련된 다양한 의미들을 알려내는 교육의 장으로 활용돼야 한다. 또한 전체 친환경농산물의 17%가 학교급식에서 사용될 정도로 친환경농업에도 기여하는 바가 큰 상황이기에 학교급식이 친환경농업과 농촌의 발전으로 연결되는 상생의 구조를 만드는 밀도 있는 관계망을 만들어내야 한다. 아이들의 먹거리를 단지 ‘돈벌이’의 수단으로 생각하는 세력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글은 2014.06.12 한국농어민신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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