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협동조합의 가치와 윤리 | 최양부 (사)바른협동조합실천운동본부 이사장
- 작성일2020/03/05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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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 협동조합의 가치와 윤리
| 최양부 (사)바른협동조합실천운동본부 이사장
세계협동조합연맹은 1995년 9월 창립 100주년을 맞이해 영국 맨체스터에서 열린 제31차 총회에서 ‘협동조합 정체성에 관한 성명서’를 채택하고 협동조합의 성격을 규정하는 정의와 함께 세계의 모든 협동조합과 협동조합인(협동인)이 공유하고 실천해야할 ‘윤리적 가치’와 7대 운영원칙을 발표했다. 그동안 협동조합의 정의나 7원칙은 많이 알려져 왔으나 윤리적 가치는 별로 알려지지 않았다. 세계연맹은 협동조합과 협동인의 직업윤리라고 할 수 있는 윤리적 가치에 대해 “협동조합은 자조, 자기책임, 민주주의, 평등, 공평과 연대의 가치를 기반으로 한다. 조합원은 선구자들의 전통에 따라 정직과 투명, 사회적 책임, 그리고 타인에 대한 배려의 윤리적 가치를 신조로 한다”고 선언했다.
세계연맹은 협동조합이 지켜야 할 6가지 가치 가운데 첫 번째로 ‘자조’를 들었다. 자조란 말 그대로 ‘자기를 스스로 돕는 일’이다. ‘협동(協同)‘이란 말은 원래가 여러 사람이 모여(十) 서로의 힘(力)을 하나의 방향(同)으로 모우는 것을 뜻한다. 협동조합이란 협동조합을 만들기로 하고 자발적으로 모인 사람들이 힘을 모아 자신들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는 노력을 다해야 한다는 말이다. 모든 조합원들은 협동조합이 필요로 하는 자본, 기술, 재능 등 모든 것을 십시일반 해야 하며, 그 첫 번째가 필요한 자금을 조합원 스스로 모우는 일이다. 협동조합이 시작부터 정부 재정지원 등 외부지원을 바라는 것은 자조와 자족의 정신을 훼손한다는 점에서 ‘협동조합을 죽이는 독약’이라고 까지 말한다.
자조·자기책임·연대의 가치 기반
두 번째 가치인 ‘자기책임’은 협동조합 설립과 운영, 지속적 성장 발전 등에 이르기 까지 협동조합의 모든 것에 대해 조합원이 스스로 책임을 진다는 의미다. 협동조합이 조합원에 의해 자주적으로 조직되고 민주적으로 운영되며 조합원의 필요와 열망을 충족시키는 일을 하기 위해 만들어 졌기 때문이다. 세 번째 가치는 ‘민주주의’다. 협동조합의 조직과 운영이 민주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조합장과 이사, 감사, 대의원의 선출에서 의사결정과 집행 등에 이르기까지 민주주의의 원리가 적용돼야 한다는 것이다. 협동조합을 ‘풀뿌리 민주주의’의 실천도장이라고 부르는 것은 그 때문이다. 네 번째 가치인 ‘평등’은 모든 조합원은 협동조합에 대한 책임과 의무, 자격, 권리 등의 행사에서 차별 없이 동등한(같은) 가치를 가져한다는 것이다. 협동조합은 사람중심의 인적 결합체이기 때문에 모든 조합원이 평등한 대접받아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다섯 번째 가치인 ‘공평’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침이 없이 공정하고 올바른 것을 의미한다. 협동조합은 모든 조합원을 공정하고 공평하게 대우해야 하며, 조합원이 어떤 편견이나 우대나 특혜로부터 자유로워야 하고 불편부당한 대접을 받지 않은 것을 말한다. 마지막으로 연맹은 ‘연대’를 강조한다. 조합원의 결사체인 협동조합은 모든 조합원의 집단적인 참여와 노력을 통하여 개인적으로는 불가능한 공동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협동의 힘’을 바탕으로 하는 조직이기 때문이다. 연대는 협동조합을 협동조합답게 하는 힘의 원천이라고 할 수 있다. 협동조합의 연대는 조합원간의 협동과 이를 넘어선 협동조합간의 협동, 더 나아가 지역적, 국가적, 지구적 연대까지를 포함한다.
정직과 투명·사회적 책임 신조로
이어서 연맹은 협동인이 지켜야할 5가지 덕목을 제시하고 있다. 연맹은 먼저 협동인들이 ‘협동조합선구자의 전통’을 존중할 것을 강조한다. 협동조합은 하룻밤 사이에 세워지지 않으며,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것도 땅에서 솟아난 것도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의 모든 협동조합은 설립자들의 실패와 성공, 수많은 시행착오 속에 흘린 거룩한 피와 땀의 결과라는 역사적 사실을 일깨우기 위한 것이다. 협동인들은 협동조합선배들의 헌신과 노고와 그들의 시행착오, 고뇌에 찬 실패와 성공의 스토리를 알아야 하며 이를 소중한 가치로 여겨야 한다.
연맹은 협동인이 지켜야할 두 번째 덕목으로 ‘정직과 투명성’을 강조한다. 성공한 협동조합들의 역사는 협동인들의 정직과 투명성이 협동조합을 위기에서 건져내고 성공으로 이끈 원동력이란 것을 보여주고 있다. 협동조합은 정직과 투명성에 대한 조합원의 신뢰를 잃는 순간 무너질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믿음’ 위에 서있는 조직이기 때문이다. 협동조합의 모든 거래행위는 정직해야 하며, 협동조합의 경영, 재정, 회계 등은 모두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한다. 연맹은 협동인들의 세 번째 덕목으로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다. 협동인들은 자신들의 필요와 열망의 충족을 넘어 지역사회 일반주민들의 삶의 질의 향상은 물론 지역사회가 당면한 문제 해결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협동조합은 일정한 지역을 기반으로 설립되는 조직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연맹은 협동인이 가져야 할 덕목으로 ‘타인에 대한 배려’를 꼽는다. 협동인들은 이웃에 대한 나눔과 돌봄의 배려정신을 가지고 실천해야 한다는 것이다. 협동조합은 조합원들끼리만 잘 먹고 잘살기 위한 조직이 아니라는 것이다. 협동조합은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일에 나서야 하며, 이를 위해 협동조합이 보유한 인적, 물적 자원을 사용해야 한다.
협동조합 본연의 역할 충실해야
새삼스럽게 협동조합과 협동인이 지켜야할 윤리적 가치를 살펴보는 것은 세월호 사태가 보여준 것처럼 우리는 지금 직업윤리가 실종된 시대를 살고 있기 때문이다. 농축수협 등 우리의 협동조합들도 본연의 가치와 윤리를 상실하고, 조합원은 고객일 뿐이고 임직원들이 주인이 되어 고객을 상대로 장사하는 조직으로 전락됐기 때문이다. 가치가 전도되고 직업윤리가 실종된 조합을 과연 ‘바른 협동조합’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우리 협동조합과 협동인들도 자신을 되돌아볼 때이다.
이 글은 2014년 7월 8일 한국농어민신문에 실린 글입니다.
| 최양부 (사)바른협동조합실천운동본부 이사장
세계협동조합연맹은 1995년 9월 창립 100주년을 맞이해 영국 맨체스터에서 열린 제31차 총회에서 ‘협동조합 정체성에 관한 성명서’를 채택하고 협동조합의 성격을 규정하는 정의와 함께 세계의 모든 협동조합과 협동조합인(협동인)이 공유하고 실천해야할 ‘윤리적 가치’와 7대 운영원칙을 발표했다. 그동안 협동조합의 정의나 7원칙은 많이 알려져 왔으나 윤리적 가치는 별로 알려지지 않았다. 세계연맹은 협동조합과 협동인의 직업윤리라고 할 수 있는 윤리적 가치에 대해 “협동조합은 자조, 자기책임, 민주주의, 평등, 공평과 연대의 가치를 기반으로 한다. 조합원은 선구자들의 전통에 따라 정직과 투명, 사회적 책임, 그리고 타인에 대한 배려의 윤리적 가치를 신조로 한다”고 선언했다.
세계연맹은 협동조합이 지켜야 할 6가지 가치 가운데 첫 번째로 ‘자조’를 들었다. 자조란 말 그대로 ‘자기를 스스로 돕는 일’이다. ‘협동(協同)‘이란 말은 원래가 여러 사람이 모여(十) 서로의 힘(力)을 하나의 방향(同)으로 모우는 것을 뜻한다. 협동조합이란 협동조합을 만들기로 하고 자발적으로 모인 사람들이 힘을 모아 자신들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는 노력을 다해야 한다는 말이다. 모든 조합원들은 협동조합이 필요로 하는 자본, 기술, 재능 등 모든 것을 십시일반 해야 하며, 그 첫 번째가 필요한 자금을 조합원 스스로 모우는 일이다. 협동조합이 시작부터 정부 재정지원 등 외부지원을 바라는 것은 자조와 자족의 정신을 훼손한다는 점에서 ‘협동조합을 죽이는 독약’이라고 까지 말한다.
자조·자기책임·연대의 가치 기반
두 번째 가치인 ‘자기책임’은 협동조합 설립과 운영, 지속적 성장 발전 등에 이르기 까지 협동조합의 모든 것에 대해 조합원이 스스로 책임을 진다는 의미다. 협동조합이 조합원에 의해 자주적으로 조직되고 민주적으로 운영되며 조합원의 필요와 열망을 충족시키는 일을 하기 위해 만들어 졌기 때문이다. 세 번째 가치는 ‘민주주의’다. 협동조합의 조직과 운영이 민주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조합장과 이사, 감사, 대의원의 선출에서 의사결정과 집행 등에 이르기까지 민주주의의 원리가 적용돼야 한다는 것이다. 협동조합을 ‘풀뿌리 민주주의’의 실천도장이라고 부르는 것은 그 때문이다. 네 번째 가치인 ‘평등’은 모든 조합원은 협동조합에 대한 책임과 의무, 자격, 권리 등의 행사에서 차별 없이 동등한(같은) 가치를 가져한다는 것이다. 협동조합은 사람중심의 인적 결합체이기 때문에 모든 조합원이 평등한 대접받아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다섯 번째 가치인 ‘공평’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침이 없이 공정하고 올바른 것을 의미한다. 협동조합은 모든 조합원을 공정하고 공평하게 대우해야 하며, 조합원이 어떤 편견이나 우대나 특혜로부터 자유로워야 하고 불편부당한 대접을 받지 않은 것을 말한다. 마지막으로 연맹은 ‘연대’를 강조한다. 조합원의 결사체인 협동조합은 모든 조합원의 집단적인 참여와 노력을 통하여 개인적으로는 불가능한 공동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협동의 힘’을 바탕으로 하는 조직이기 때문이다. 연대는 협동조합을 협동조합답게 하는 힘의 원천이라고 할 수 있다. 협동조합의 연대는 조합원간의 협동과 이를 넘어선 협동조합간의 협동, 더 나아가 지역적, 국가적, 지구적 연대까지를 포함한다.
정직과 투명·사회적 책임 신조로
이어서 연맹은 협동인이 지켜야할 5가지 덕목을 제시하고 있다. 연맹은 먼저 협동인들이 ‘협동조합선구자의 전통’을 존중할 것을 강조한다. 협동조합은 하룻밤 사이에 세워지지 않으며,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것도 땅에서 솟아난 것도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의 모든 협동조합은 설립자들의 실패와 성공, 수많은 시행착오 속에 흘린 거룩한 피와 땀의 결과라는 역사적 사실을 일깨우기 위한 것이다. 협동인들은 협동조합선배들의 헌신과 노고와 그들의 시행착오, 고뇌에 찬 실패와 성공의 스토리를 알아야 하며 이를 소중한 가치로 여겨야 한다.
연맹은 협동인이 지켜야할 두 번째 덕목으로 ‘정직과 투명성’을 강조한다. 성공한 협동조합들의 역사는 협동인들의 정직과 투명성이 협동조합을 위기에서 건져내고 성공으로 이끈 원동력이란 것을 보여주고 있다. 협동조합은 정직과 투명성에 대한 조합원의 신뢰를 잃는 순간 무너질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믿음’ 위에 서있는 조직이기 때문이다. 협동조합의 모든 거래행위는 정직해야 하며, 협동조합의 경영, 재정, 회계 등은 모두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한다. 연맹은 협동인들의 세 번째 덕목으로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다. 협동인들은 자신들의 필요와 열망의 충족을 넘어 지역사회 일반주민들의 삶의 질의 향상은 물론 지역사회가 당면한 문제 해결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협동조합은 일정한 지역을 기반으로 설립되는 조직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연맹은 협동인이 가져야 할 덕목으로 ‘타인에 대한 배려’를 꼽는다. 협동인들은 이웃에 대한 나눔과 돌봄의 배려정신을 가지고 실천해야 한다는 것이다. 협동조합은 조합원들끼리만 잘 먹고 잘살기 위한 조직이 아니라는 것이다. 협동조합은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일에 나서야 하며, 이를 위해 협동조합이 보유한 인적, 물적 자원을 사용해야 한다.
협동조합 본연의 역할 충실해야
새삼스럽게 협동조합과 협동인이 지켜야할 윤리적 가치를 살펴보는 것은 세월호 사태가 보여준 것처럼 우리는 지금 직업윤리가 실종된 시대를 살고 있기 때문이다. 농축수협 등 우리의 협동조합들도 본연의 가치와 윤리를 상실하고, 조합원은 고객일 뿐이고 임직원들이 주인이 되어 고객을 상대로 장사하는 조직으로 전락됐기 때문이다. 가치가 전도되고 직업윤리가 실종된 조합을 과연 ‘바른 협동조합’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우리 협동조합과 협동인들도 자신을 되돌아볼 때이다.
이 글은 2014년 7월 8일 한국농어민신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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