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 패러다임 전환, 불명확성을 경계하라 | 김태연 단국대 환경자원경제학과 교수
- 작성일2020/03/05 16:50
- 조회 580
농정 패러다임 전환, 불명확성을 경계하라
| 김태연 단국대 환경자원경제학과 교수
최근 정부의 쌀수입 관세화 전환 방침이 보도되면서 우리 농업은 사실상 전면적인 개방과 세계화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할 수 있다. 1994년 UR협상의 타결로 농수산물의 95.6%가 수입개방되면서 시작된 농업의 세계화가 이제 거의 완료단계에 접어든 것이다. 좋건 싫건 간에 시장개방이 세계화의 보편적인 추세를 거스를 수 없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면 이에 대처하는 우리 농정은 세계적인 추세를 따라가고 있을까?
작년에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발전계획’을 발표하면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반영하는 정책을 실시하겠다고 선언했다. 소위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토마스 쿤이 ‘과학혁명의 구조’에서 정의한 패러다임 전환은 ‘기존 인식이 잘못됐다는 것을 밝히는 다양한 사례를 통해서 새로운 사실이 일반적인 상식으로 바뀌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를 위해서는 농식품부가 세계적인 일반적인 농정 변화추세를 인식함과 동시에 우리 농정의 과거 잘못을 밝히고 농민과 관련 종사자들이 기존과는 다른 방향으로 행동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즉, 적절한 신호를 줘야 한다.
농식품부, 새 패러다임 반영 선언
농식품부는 이런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활동을 하고 있을까? 2000년 이후 EU 등 선진국 농정은 기본적으로 농업경쟁력 강화, 농촌의 지속가능한 발전, 정책지원의 형평성 개선을 지향하는 것으로 변화하고 있다. 농업경쟁력 강화는 가격 경쟁력 제고보다는 농민들이 시장변화에 대응하는 생산결정을 할 수 있는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이고 이를 위해 농민들 간의 협력 활동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농촌정책으로 농업환경프로그램, 농촌지역 소외와 빈곤제거 활동, 식품공급체계 개선 등의 사업을 펼치고 있고, 소농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 형평성을 개선하고 있다. 모두 기존의 생산중심 패러다임에서 변화돼 새로운 가치를 지향하는 정책들이다.
농정 지향점 불분명 ‘혼란 초래’
농식품부는 이런 세계적인 변화를 농정에 반영하고 있을까? 농식품부는 행복추구, 지역 공동체, 6차 산업, 주민 참여를 중심에 둔 농정으로 전환하고 각 분야의 다양한 요구를 반영한 100개의 소과제를 제시했다. 다양한 정책을 계획하고 있는 것이 일견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그런데, 오히려 이것이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즉, 다양한 지향점을 가진 사업들이 포함되면서 전체적인 농정의 지향점이 불분명해졌다. 실제 100개 과제에 전 분야에 걸친 다양한 사업이 있다. 그러나 ‘희망찬 농업’이라는 비전에 맞게 이들 사업을 통해서 우리 농업을 어떻게 발전시키려고 하는지 그 목표가 불명확하다. 농촌의 경제발전, 환경보전, 복지 및 생활개선 등 농촌정책도 제시되고 있지만 실제 ‘농촌정책’을 별도의 분야로 설정하지도 않았고, ‘활기찬 농촌’과 연계되는 사업이 무엇인지도 모호하다. 식품산업은 ‘6차 산업화로 경쟁력 강화’한다는 목표를 설정했으나 세부 사업은 그 방향을 식품산업의 다각화라고 신호를 주는 것 같다.
농정에 대한 불신·논란만 지속
결국, ‘메뉴 방식’이라는 정책운영방식으로 인해서 패러다임 전환의 리더 역할을 수행해야 할 농식품부의 모습이 실종됐고, 그 모든 책임을 농민과 종사자에게 전가하는 상황이 돼 버렸다. 농정에 대한 불신과 논란이 지속되는 것은 이러한 정책의 불명확성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농식품부가 우리 농업, 농촌, 식품산업을 어떤 방향으로 끌고 갈지 명확한 신호를 줘야 이에 대한 논의도 효과적으로 이뤄질 수 있고 패러다임 전환도 가능하다. 교차로 신호등에 빨강, 노랑, 파랑 신호와 좌회전 신호가 모두 다 켜져 있으면 운전자는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나? 새로운 패러다임을 반영하는 농정 신호등의 정비가 우선이다.
이 글은 2014.07.22 한국농어민신문에 실린 글입니다.
| 김태연 단국대 환경자원경제학과 교수
최근 정부의 쌀수입 관세화 전환 방침이 보도되면서 우리 농업은 사실상 전면적인 개방과 세계화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할 수 있다. 1994년 UR협상의 타결로 농수산물의 95.6%가 수입개방되면서 시작된 농업의 세계화가 이제 거의 완료단계에 접어든 것이다. 좋건 싫건 간에 시장개방이 세계화의 보편적인 추세를 거스를 수 없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면 이에 대처하는 우리 농정은 세계적인 추세를 따라가고 있을까?
작년에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발전계획’을 발표하면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반영하는 정책을 실시하겠다고 선언했다. 소위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토마스 쿤이 ‘과학혁명의 구조’에서 정의한 패러다임 전환은 ‘기존 인식이 잘못됐다는 것을 밝히는 다양한 사례를 통해서 새로운 사실이 일반적인 상식으로 바뀌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를 위해서는 농식품부가 세계적인 일반적인 농정 변화추세를 인식함과 동시에 우리 농정의 과거 잘못을 밝히고 농민과 관련 종사자들이 기존과는 다른 방향으로 행동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즉, 적절한 신호를 줘야 한다.
농식품부, 새 패러다임 반영 선언
농식품부는 이런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활동을 하고 있을까? 2000년 이후 EU 등 선진국 농정은 기본적으로 농업경쟁력 강화, 농촌의 지속가능한 발전, 정책지원의 형평성 개선을 지향하는 것으로 변화하고 있다. 농업경쟁력 강화는 가격 경쟁력 제고보다는 농민들이 시장변화에 대응하는 생산결정을 할 수 있는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이고 이를 위해 농민들 간의 협력 활동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농촌정책으로 농업환경프로그램, 농촌지역 소외와 빈곤제거 활동, 식품공급체계 개선 등의 사업을 펼치고 있고, 소농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 형평성을 개선하고 있다. 모두 기존의 생산중심 패러다임에서 변화돼 새로운 가치를 지향하는 정책들이다.
농정 지향점 불분명 ‘혼란 초래’
농식품부는 이런 세계적인 변화를 농정에 반영하고 있을까? 농식품부는 행복추구, 지역 공동체, 6차 산업, 주민 참여를 중심에 둔 농정으로 전환하고 각 분야의 다양한 요구를 반영한 100개의 소과제를 제시했다. 다양한 정책을 계획하고 있는 것이 일견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그런데, 오히려 이것이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즉, 다양한 지향점을 가진 사업들이 포함되면서 전체적인 농정의 지향점이 불분명해졌다. 실제 100개 과제에 전 분야에 걸친 다양한 사업이 있다. 그러나 ‘희망찬 농업’이라는 비전에 맞게 이들 사업을 통해서 우리 농업을 어떻게 발전시키려고 하는지 그 목표가 불명확하다. 농촌의 경제발전, 환경보전, 복지 및 생활개선 등 농촌정책도 제시되고 있지만 실제 ‘농촌정책’을 별도의 분야로 설정하지도 않았고, ‘활기찬 농촌’과 연계되는 사업이 무엇인지도 모호하다. 식품산업은 ‘6차 산업화로 경쟁력 강화’한다는 목표를 설정했으나 세부 사업은 그 방향을 식품산업의 다각화라고 신호를 주는 것 같다.
농정에 대한 불신·논란만 지속
결국, ‘메뉴 방식’이라는 정책운영방식으로 인해서 패러다임 전환의 리더 역할을 수행해야 할 농식품부의 모습이 실종됐고, 그 모든 책임을 농민과 종사자에게 전가하는 상황이 돼 버렸다. 농정에 대한 불신과 논란이 지속되는 것은 이러한 정책의 불명확성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농식품부가 우리 농업, 농촌, 식품산업을 어떤 방향으로 끌고 갈지 명확한 신호를 줘야 이에 대한 논의도 효과적으로 이뤄질 수 있고 패러다임 전환도 가능하다. 교차로 신호등에 빨강, 노랑, 파랑 신호와 좌회전 신호가 모두 다 켜져 있으면 운전자는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나? 새로운 패러다임을 반영하는 농정 신호등의 정비가 우선이다.
이 글은 2014.07.22 한국농어민신문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