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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칼럼

    온갖 좀비 다 모여 들어 치맥 잔치 열렸네 | 김성훈 전 농림부 장관, 중앙대 명예교수 
    • 작성일2020/03/05 17:03
    • 조회 610
    온갖 좀비 다 모여 들어 치맥 잔치 열렸네
    | 김성훈 전 농림부 장관, 중앙대 명예교수 


    근년에 들어 서울 수도권은 점점 어두워지고 있다. 기상청 통계에 따르면 한 해 평균 서울의 총 일조(日照)시간은1,449.7시간으로 하루 평균 3.97시간에 불과하다. 지난 5년 사이 무려 31%나 줄어들었다. 비, 눈이 내리거나 스모그(smog)와 안개가 끼고 검은 구름이 뒤덮어 한 낮이 밤처럼 어둡기도 하고, 밤에는 별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 날로 서울은 “별 볼일이 없는 곳”으로 변하고 있다.

    캄캄한 세상에 출몰하는 좀비들

    세상이 음침해지면 죽은 줄 여겼던 좀비(Zombie)들과 강시(僵屍)들이 되살아난다. 하나 둘 모여서 막강한 좀비族들의 세상을 펼친다. 그들에겐 공통적으로 ‘영혼’이 없고 피를 공급하는 ‘심장’이 멈춰있다. 죽었으나 죽지 않은 시체들이 유신을 능가하는 초자연적인 힘에 의해 어둠 속에서 되살아 난 것이다. 이를 일컬어 서양사회에선 ‘좀비’라 부르고 동양사회에선 ‘강시’라 한다.
    ‘드라큐라 백작’의 이야기라든지 ‘강시 아저씨들’의 이야기가 어린이들의 ‘콩콩이 놀이’와 함께 종종 재연되는 경우 이다. 이들, 영혼이 없는 좀비나 강시들은 자체적으로 더운 피를 생산해 내는 심장이 없기 때문에 살아 있는 보통 사람들의 피를 빨아 먹으려 사력을 다한다. 그러기 위해 먼저 살아 있는 보통사람들의 기(氣), 즉 영혼을 제압한다. 기를 빼앗기지 않고 피가 빨리는 참사를 피하기 위해 정상적인 보통사람들은 필사적으로 도망가거나 맞붙어 싸운다. 그러나 좀비들이 판치면 보통인간들은 살아남기 어렵다. 어둠이 깊을수록 음침한 시간이 길어질수록 좀비들의 수효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고,일단 좀비에게 피를 빨리면 그 역시 좀비가 되고 만다.
    그러니, 어둠이 깊어지고 춥고 배고파지는 곳엔 한께 고루 잘 살자는 ‘오래된 미래의 공동체 정신’과 대동(大同)단결하여 서로 돕고 나누고 사랑하자는 공동체 의식이 살아 있기 어렵다. 법(法)과 정의(正義), 양심(良心)이 먼저 시들어 버린다. 그럴수록 좀비들은 더욱 번성하고 강시들이 득실댄다. 영혼이 없는 정치지도자, 심장이 없는 공직자, 영혼과 심장이 없는 학자와 기업인과 종교지도자, ‘기래기‘ 언론인들이 활개를 친다. 이들은 사람의 피를 빨아 먹어야 생존이 가능하기 때문에 힘없고 약하고 방어력이 없는 약한 사람들 부터 일차적으로 공격한다. 착한 노동자, 순한 농민, 어린 서민, 무력한 빈민, 그리고 힘이 약한 여성과 노약자, 어린이들의 무고한 생명들이 위태로워진다.

    “온갖 좀비들이 다모여 합동잔치 열었네.”

    좀비들의 행태(行態)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자기들끼리는 결코 싸우지 않는다. 흡혈(吸血)이라는 공동목표를 위해서 굳게 단결한다. 뉴라이트, 울트라 라이트, 극우 꼴통, 여야 보수 진보할 것 없이 좀비이면 모두 다 한패거리 이다.캄캄한 어둠의 장막이 내리면 똘똘 뭉치어 기득권 세력들의 좀비공화국(共和國)을 이룬다. 좀비들 집단이 커질 수록 좀비공화국의 기반은 튼튼해진다. 
    그래서 해방·광복 시기의 악명 높은 서북청년단(서청)도 불러들이고, 일제하 위안부 차출 아베 할배도 불러들인다. 6.25, 4.3, 여순반란 때의 동족상잔 악귀들도 불러 모으고, 부마사태, 4.19, 5.16 때의 좀비들도 총동원된다. 5.18 원혼을 욕뵈인 일베충들이야 당연히 한자리를 차지한다.세월호 유가족 단식 농성장 앞에서 아바이 오마니들이 모여 치킨, 짜장면, 라면 등 폭식파티를 열었다. 폭식파티 주인공들도, 야당의원과 대리기사도,행인(?)도,국정원 복면녀 국방부 댓글 좀비들도 모두 모여 춤추고 노래한다.어떤 좀비는장비 장팔사모 휘두르듯,큰가위 빗겨들고 세월호참사 추모노랑 리본들을 짜르려 든다. 그리고 ‘카카오를 점령하라’, ‘존엄‘을 보호하자‘며 날뛰는 바람에 사이버 망명을 부추킨다.
    그리하여 일제히 “타도, 종북 좌빨!!”을 부르짖는다. 지령이 내려오면,서슴치 않고 “타도 종미 우좀”도 외칠지 모른다. 돈 걱정, 잡혀 갈 걱정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같은 부류의 좀비 권력과 신사임당표 좀비자본 그룹이 뒷배를 봐 줄 것이기 때문이다.왕초 좀비님의 존엄이 의연히 버티고 계시는 한 문자 그대로 광화문 광장이건, 서울광장이건 나라의 “온갖 좀비들이 다 모여 합동잔치 열었네.”이다. 때는 호시절이라, WTO 좀비, FTA 좀비, TPP 좀비, 쌀 개방 좀비, GMO 좀비, 초대형 식품재벌 좀비, 제초제, 고엽제, 맹독성 농약 좀비 등등 막강한 매판 좀비세력들도 신이 나 ‘잔치를 벌렸네“이다.
    좀비들의 언어사고 행동패턴은 한 마디로 유체이탈(遺體離脫) 화법이다. 영혼이 몸에서 떠나 있기 때문에 ‘하는 말’과 ‘행하는 몸’이 따로 논다. 엄밀히 말해, “말 따로, 행동 따로”이다. 자기가 한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실제로 어떻게 나타나는지는 관심이 없다. 얼마전 자기가 한 말마저 금방 잊어버린다. 공약(公約)이나 맹서(盟誓)도 선 자리,앉은 자리를 바꾸면 다른 말로 둔갑이 된다. 그것이 사회를 분열시키고 국민을 갈등으로 치닫게 하면 그것으로 족하다. 사회 양극화를 심화시킬지라도 자기편에 이익이 되면 그것도 오케이 이다.국민들에게는 정부 불신=지옥이고, 정치 불신=천국이라고 믿는다. 신뢰 프로세스는 말뿐이고 불화 프로세스가 일상화 된다. 오로지 한 가지 일관된 것이 있다면 기득권 좀비들–그것이 세습 권력이든,대물림 자본이든, 좀비 족속들 에게마는 한결같이 관대하고 우호적이다.

    화려한 유체이탈의 시대

    내게 불리하다 싶으면 자신들의 기득권체제 마저 과감히 바꾸자고 주장한다. 획기적인 경제민주화와 복지정책으로 양극화된 사화를 바꾸겠다고 공약한다. 그런데 그건 선거용일 뿐이다. 선거가 끝났으니 그만이다! 관피아, 철밥통, 낙하산 인사, 방만경영 등이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하겠다고 약속도 한다. 국민적 신뢰를 잃은 구태 정치체제와 사법기관을 제자리에 돌려 놓겠다고도 말한다. 재벌과 공직사회, 정치권, 사법기관, 언론 등 기득권층이 야합하여 제 잇속만 챙기는 ‘비정상 구조’를 ‘정상화’ 하겠다고 소리 높여 공약까지 한다.(엄경용, 내일신문, 2014. 9.29.). 평소의 "원칙과 신뢰 이미지”가 겹쳐지면서 국민들은 말 그대로 믿고 기대한다. 그리고 투표가. 긑나면 그것으로 끝이다!
    ‘농업문제는 시장경제에만 맡길 수 없으므로 직접 챙기겠다.’ 선거 유세때 한 말이다. 그리고 1만5천년 지속돼 오던 이 땅의 쌀농사를 국민, 농민 당사자들과 제대로 된 논의 한 번깊숙히 해보지 않고, 또 WTO 관계당사국들과 제대로 된 협상 한번 안해 보고, 완전 “전면개방”하겠단다. 국가와 국민,그리고 후손들의 생사가 달린 그 엄중한 “식량주권”을 하루아침에 포기선얼 할 권한을 이 정부는 누구로부터 부여 받았나? 언제 국민 투표자가 그 권한을 부여했던가?물어도 안본다!
    좀비들이 좋아 어쩔 줄 모르는 공약파기 또는 불이행 행위들은 줄줄이 즐비하다. 기초노령연금 20만원 지급, 고교 무상교육 및 무상급식, 대학 반값등록금 실시,4대 중증 진료비 지원, 비정규직 해소, 비리 재벌총수 사면제한, 증세 없는 복지,행복하고 안전한 사회 건설, 등등. 그러나 지난 2년간 무엇 하나 제대로 행해진 것 없고 그 공약들은 “허공 속에 묻어야만 할 약속”이 되어 버린 것인가. 개혁 초심 말 따로 실천 따로 일수록, ‘정상을 비정상화’하는 좀비들만 살판났다 활개친다.
    우리나라를 아시아국가 중 맨 처음 찾은 프란치스코 교황은 취임하자마자 “복음의 기쁨”을 선포했다. “규제 없는 자본주의는 독재이다. 배제(소외)와 불평등의 경제체제야말로 사회병폐의 뿌리이다. 부의 재분배와 가난한 이들의 사회통합 등과 같은 가치가 위협 받을 때 목소리를 내야 한다.” 21세기 최대의 위기는 “통제불능의 상태에 이른 자본의 집중과 권력화이며, 그에 따른 사회 빈부 양극화”라고 역설한다.
    대한민국의 박근혜 대통령은 “규제는 쳐 부숴야할 암이며 원수이다.” “백지상태에서 규제완화를 점검 하여 타파하라"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규제 중에는 좀비들이 싫어하는 착한 규제들이 많이 있다. 생활안전에 관한 규제, 식품안전에 관한 규제, 환경생태계 보전과 농지·산지 보전에 관한 규제 등이 착한 규제들이다. 그런데도 모두 원점(비지네스 프렌드리 입장?)에서 재점검하라신다. 아이러닠 하게 ‘정상을 비정상화’ 하라시는 우리 대통령님은 과연 신자유주의를 넘어 무정부주의를 지향 하시려는가? 이 나라엔 정작 정부 정책과 인사(人事)에서 막힌 곳, 뭉쳐진 곳이 너무 많다. 온통 특정 지역 인사들만 발탁되고 독점돼 있는 전형적인 받아쓰기 좀비공화국의 특징이다. 초록이 동색이요 빨강의 좀비 색깔 뿐이다.

    누구를 위한 규제완화이며 정책인가?

    무슨 정책이나 규제완화 정책이든 기본적으로 다음의 질문에 떳떳이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누가 그 정책으로부터 집중적으로 이익과 혜택을 보는가. 이른바 “꿔 보노, 꿰 에스테?”이다. 무엇이 얼마만큼 이익인가 보다도, 누가 그 이익을 걷워 드리느냐 이다. 정책의 정의(正義)와 존재가치가 그로부터 결정된다. 기업이윤이 곧 국가이익이라는 명분으로 그동안 숱한 정책과 프로그램을 재벌과 대기업과 기득권 세력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정부는 베풀만큼 베풀었다. 반면, 그 희생양이 돼온 수많은 서민 노동자와 가족농들은 여전히 흡혈대상으로 소외돼 왔다. 규제개혁은 탈세,투기, 병역기피, 위장전입, 폭리, 승자독식, 지하경제, 정경유착, 농민 노동자 착취등의 행위를 막아내기 위해서 도리어 강화되어야 한다. 묻건데, 이명박근혜 정부하의 고위직들 중에 위의 "비리, 부패 부정 부조리 행위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되는가.
    시성 괴테는 “국민 위에 국가가 있지만, 그 국가 위에는 인간이 있다.”라고 선언했다. 인간, 즉 보통 사람들의 눈물과 고통과 불공평, 불평등을 닦아주는 것이 국가의 존재이유이며 가치이지, 무관심과 소외와 불통을 양산하는 곳이 아니다. 그래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무관심의 세계화”를 경계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MB의 전봇대와 ㅂㄱㅎ의 손톱 밑 가시’는 서민 농민 노동자 빈자 약자들의 고통을 닦아주고 사람이 살만한 세상을 만드는 것에 종착되어야 한다. 영혼이 맑게 지켜지고 피가 깨끗이 보전되도록 보호되고 육성되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식량주권을 잃으면 국가 주권도 잃는다. 농업이 망하면 국민도 국가도 다 망한다. 숭례문이 불타 없어지고 난 다음에야 그 소중함을 안들 무슨 소용이 있나. 농부가 사라져 없어지면 정·재·관·학·언론계에 숨어있을 좀비들은 과연 행복할 것 같은가?
    생각건대, 좀비공화국의 횡포에서 해방되려면 좀비퇴치에 세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좀비들이 사람의 호흡을 통해서 존재위치를 감지해오므로 숨을 멈추고 납작 엎드리는 방법이 있다. 둘째는, 좀비들을 단단한 돌이나 몽둥이로 세게 가격하여 부숴 버리는 방법이다. 잘못하다간 잡혀서 피를 빨려 죽을지도 모른다. 셋째는, 햇볕을 불러 들여 광명세상(光明世上)을 만들어야 한다. 세상이 밝아지면 좀비들이 죄다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세계 도처에서는 착한 보통사람들끼리 대동단결하여 “중앙을 점령하라.(Occupy Central!)”고 외치고 있다. 홍콩, 뉴욕 도처에서 그러하다. 이 땅의 풀뿌리 민초들이 언제나 골고루 함께 잘사는 세상, 광명 세상을 맞이할지? 좀비들이 발 붙이지 못하는 광명세상을 불러들이는 대업(大業)이 바야흐로 우리 목전에 전개되고 있다. 심기일전 용기백배하여 "광명세상 만들기” 대업에 매진해 나가자!

    이 글은 2014년 10월 12일 프레시안에 실린 글입니다. 
     * 필자 주: 비슷한 내용의 초고를 2014년 10월3일자 한국농어민신문의 <農薰칼럼>에 게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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