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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칼럼

    중앙회에 놀아나는 선거…농민 위한 조합장을 뽑자 | 박진도 지역재단 이사장 
    • 작성일2020/03/06 09:27
    • 조회 643
    중앙회에 놀아나는 선거…농민 위한 조합장을 뽑자
    | 박진도 지역재단 이사장 


    한국 농업·농촌의 위기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최근 쌀시장 개방과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등 농산물시장 개방은 우리 농업과 농촌을 더이상 갈 곳 없는 벼랑 끝으로 몰아가고 있다. 농민들은 농협이 제구실을 한다면 농업·농촌 어려움의 절반은 해결될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농협은 정체성과 경영이 심각한 위기 상황에 처해 있다. 농협을 올바르게 개혁하여 주인인 농민의 품에 돌려주는 일은 더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그동안 정권이 바뀔 때마다 농협 개혁을 서슬 퍼렇게 추진했지만 번번이 실패하였다. 농협중앙회와 정치권 그리고 농림관료의 철의 삼각동맹 아래서 개혁 논의는 늘 중앙회가 원하는 대로 귀결되었다.

    3·11 조합장 동시선거를 앞두고 농민 조합원의 손에 의해 지역조합을 개혁하고 그 힘을 모아 중앙회를 개혁하자는 움직임이 농촌 현장에서 강하게 일고 있다. 이번에도 농협중앙회는 정치권과 농림축산식품부를 움직여 농협법을 개정하여 조합장 선거를 ‘깜깜이 선거’로 만들었다. 이번 선거에 적어도 3000명 이상이 조합장 후보로 출마할 것이 예상된다. 이들이 만약 일반 공직선거처럼 60일 전에 예비후보로 등록하고 일제히 토론회·연설회를 통해 농협 개혁을 외치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는가. 농협중앙회는 상상조차 하기 싫을 뿐 아니라, 정책선거를 통해 ‘좋은 조합장’이 많이 당선되는 것이 골치 아픈 일이기 때문에 서둘러 선거법을 개정하여 입을 틀어막고 불법선거를 방조하고 있다.

    그러나 3·11 조합장 동시선거를 통해 표출되는 농민 조합원의 농협 개혁에 대한 열망은 어떤 힘으로도 막을 수 없다. 농민단체뿐 아니라 시민사회단체·소비자단체·전문가 등 국민이 개혁에 동참하고 있다. 농협 조합장은 조합의 운명을 좌우하는 막강한 힘을 지닌 사람이다. 따라서 좋은 조합장을 많이 만드는 것이 농협 개혁의 지름길이다. 내가 사는 지역의 농협이 제구실하기를 원하는 분들은 적극적으로 조합장에 도전하자. 그리고 농민 조합원들은 지금부터 어떤 후보가 우리 농협을, 우리 지역 농업을 발전시킬 비전과 정책을 갖고 있는지 잘 살펴보자. 제대로 된 조합장을 선출하고 그 조합장이 제 역할을 하도록 하는 것은 조합의 실질적 주인인 농민 조합원의 몫이다. 농협 개혁을 위한 대장정은 시작되었다. 조합장 동시선거는 4년마다 있다. 

    이번에 모든 것을 얻지 못하더라도 끈기 있게 노력한다면 머지않아 우리는 반드시 농협 개혁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용기와 희망을 갖고 우리 모두 신발 끈을 고쳐 매자.

    *한겨레 2015-02-01 게재된 기고입니다.